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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보 프레스 · 2021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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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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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목소리』는 우리에게 분열되어 있으면서 외밀(外-密)한, 그렇기에 우리에게 더없이 실재적인 목소리를 다룬다. 자크 라캉, 사뮈엘 베케트, 모리스 블랑쇼, 자크 데리다 그리고 엘렌 식수의 작업을 통해 이러한 불가능한 위상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함의하는 바를 다루었다. 우리의 말이 대개 우리 삶에 불가능한 범위의 것을 망각하게 하는 반면, 한계 너머에서 필연적으로 울리는 목소리에 귀 기울인 이들의 작업을 소개하며 불가능한 목소리의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이 책의 시리즈 (2)

작가정보

저자(글) 박영진

연세대학교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뉴욕 주립 대학교에서 미술사 석사학위를,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라캉과 바디우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École de la Cause freudienne 소속 분석가와 교육분석을 했고, 정신분석가 브루스 핑크(Bruce Fink)와 수퍼비전을 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임상을 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극작과에서 정신분석을 강의하고 있다. 학술지 Textual Practice(A&HCI)에 「앙드레 고르의 ‘D에게 보낸 편지’ 읽기: 라캉과 바디우 사이」를, 학술지 Concentric(A&HCI)에 「반철학, 철학, 사랑: 무라카미 하루키의 ‘토니 타키타니’ 읽기」를 게재했다. 저서에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캉, 사랑, 바디우』가 있고, 역서에 『라캉의 사랑』, 『비트겐슈타인의 반철학』(공역), 『메타정치론』(공역)이 있다. 현재 ‘라캉정신분석클리닉’에서 정신분석 임상을 실천하면서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글) 이진이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서 수학하고 현재 파리 대학교(舊파리7대학)에서 사뮈엘 베케트에 관한 박사학위논문을 준비 중이다.

저자(글) 박영옥

연세대 철학과에서 사르트르 철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프랑스 부르고뉴 대학에서 레비나스 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미셸 앙리의 『물질 현상학』 및 『육화, 살의 철학』, 기욤 르 블랑의 『안과 밖: 외국인의 조건』, 『달리기』, 자크 랑시에르의 『역사의 형상들』, 모리스 블랑쇼의 『저 너머로의 발걸음』이 있다. 막심 로베르의 『스피노자와 그 친구들』을 옮기고 있다.

저자(글) 고해종

인문학 연구자, 연극 연출가. ‘연극으로 철학하기’를 과업으로 삼고 ‘철학극장’이라는 이름 아래 활동 중이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와 동국대학교 연극학과에서 공부했고 논문 「포스트드라마론의 실재 인식 비판: 주체의 역설과 드라마의 복권」으로 연극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라캉과 데리다를 상보적인 관계로 독해하고 그에 대한 상속의 사유로 알랭 바디우의 철학을 새기면서 예술철학과 미학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는 한편, 그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창작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데리다와 현대 연극: 차연의 유사-변증법과 드라마」, 「베르나르-마리 콜테스의 〈로베르토 쥬코〉와 악의 윤리학」, 「액체적 사랑의 윤리: 영화 〈팬텀 스레드〉의 사랑론」 등의 글을 썼고, 〈아Q정전〉, 〈부재중인 방〉, 〈오만한 후손들〉, 〈총독의 소리: 국민적 인간의 생산〉 등의 연극을 만들었다. 현재 단국대, 성신여대, 수원대, 한국외대에서 강의하고 있고, 데리다의 목소리론을 염두에 두고 〈비평의 마음〉이라는 제목의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

저자(글) 배지선

폭력과 트라우마, 부인, 부정, 억압, 검열과 통제를 넘어 역사를 다시 쓰면서- ‘모(국)어’의 복합성, 말하는 존재와 모(국)어, 나아가 언어와의 관계에 깊이 연관된-주체적 기억과 집합적 기억을 연결하는 글쓰기와 언어의 생성과 생산 조건을 드러내는 논문으로 파리 8대학 젠더 연구 박사과정에서 학위를 받았다. 성폭력과 증언, (자전적) 글쓰기, 번역 등에 관한 글을 썼다. 학위과정, 보다 근본적으로는 낯선 언어에서 살아가는 경험을 통해 ‘글쓰기’라는 무한의 영역, 그 힘에 열중하게 되어 이를 주된 연구 영역으로 삼고 있다.

목차

  • 서문/9쪽
    목소리/11쪽
    무명씨 이야기/25쪽
    다른 곳에서 오는 목소리/45쪽
    우편적 목소리, 텔레-파시/75쪽
    꿈의 목소리, 목소리의 꿈/93쪽

책 속으로

“내면의 목소리가 뭔지 진짜 알 것 같아요. 그건 자기 자신의 느낌인데 어떤 다른 사람의 언어에요.” 여기서 우리는 라캉이 대상 a의 외밀성extimit?이라 부른 것을 목격한다. 목소리는 바깥(외부)에 있는 동시에 안(내밀)에 있어서 그 위치를 특정할 수가 없다. 목소리는 단순히 타자의 그것이 주체의 그것으로 내면화된 것이 아니라 주체와 타자를 뒤엉키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말이 외부로부터 나에게로 묵직한 덩어리처럼 던져지는 것 같지만 동시에 그것은 내 안에서 나만이 느낄 수 있으며 아무런 물리적 실체가 없는 공백과 같다. 그래서 목소리는 안팎이 뒤얽힌 공백의 덩어리 같은 특이한 대상이다. 라캉이 말하듯, “목소리는 공백에서 공명한다.” 보이스voice는 보이드void에서 울리는 것이다.
_「목소리」, 15쪽

그런데 이렇게 자신을 무언가로 한정하고 어딘가에 소속시키려는 모든 언어적 기획을 좌절시키고 도주하는 존재가 무명씨라면, 그래서 그를 언어로 묶어 두려는 시도가 필패할 수밖에 없다면, 거꾸로 무명씨의 정체는 그를 포획하기 위해 내리쳐지는 언어의 그물망을 간신히 빠져나오는 순간에만, 즉 언어를 통한 자기 정체화의 실패를 통해서만 언어상에 찰나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명씨는 언어적 자기 규정 시도의 실패를 뒤집어 이 실패를 계속해서 시도해야만 자기 자신을 점멸하듯 현시할 수 있을 것이다.
_「무명씨 이야기」, 36~37쪽

중요한 것은 이들의 존재와 사연 그 자체가 아니라, “Je”의 자리에 이들이 빚어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도망침으로써 가까스로 드러나는 무명씨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도주의 방법이자 자기 증명의 주문은 “Je”의 자리 안에서 “지금 ‘나’라고 말하고 있는 자는 내가 아니야”라고 외치는 것이다. 무명씨는 “Je=○”이란 관계식에서, “나”를 한정 짓기 위해 우항의 빈 자리(이것이 결국 “Je”의 자리다)에 어떤 이름이나 속성을 대입하든 그 자리 바깥으로 달아나 등호를 베어 버림으로써 기어이 “Je≠○”을 만들어 놓고 마는 어깃장이다. 그가 “Je”의 자리에 마후드와 웜을 빚은 것도 결국 이들을 언어적으로 조형하는 과정에서 틈만 나면 그들로부터 선을 긋고 달아남으로써 자기 존재를 명멸하듯 빼꼼 내비쳤다 사라지기 위함이었을 수 있다.
_「무명씨 이야기」 38쪽

이성의 충고도 죽음도 망각도 잠재울 수 없는 비-존재의 되돌아옴 앞에서, 더 이상 죽을 수 없음 앞에서, “우리가 망각이라 부르는 것 그 자체를 잊는 것이 어떤 위로도 가져오지 않는 무한히 더없이 어두운 요구”, 글쓰기의 요구가 나타난다.
〈목 메이게 하는 부드러움 깨어 있어야 하는 우정의 의무〉.
저 깊은 죽음 같은 침묵에서 살아남은 음처럼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의 부드러움은 침묵 속에서 깨어 있어야 한다고, 침묵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깨어 있어야 하는 우정의 의무le devoir de l’amiti? vigilante〉, “이 아주 단순하고, 너무도 아름다운 단어들로부터 오는 전율”, 그것은 〈끌림과 공포가 짝을 이루는〉 것이다.
_「다른 곳에서 오는 목소리」, 54~55쪽

이제 시인은 그에게 사무엘 우드라는 예명을 준 자, 시인 안에 ‘그’, 혹은 ‘아이’를 불러내서 묻는다. 〈내가 지금 듣고 있는 너의 목소리는/ 무덤 저 깊은 곳에서 오는 것이니?/ 문장들을 가지고 나의 목소리를 강화하는 것이니?/ 아니면 나의 목소리의 그 거대한 궁핍을 반복하는 것이니?〉
_「다른 곳에서 오는 목소리」, 56쪽

“그것은 말해진다. 겨우, 간신히 말해진다”
이 하얀, 공허한 목소리를 블랑쇼는 우리에게 들으라고 주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말보다 침묵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목소리는 우리에게 비밀스럽게, “눈물 없는 울음”처럼 도착한다. 하얀 글쓰기는 매번, 검은 글쓰기가 책 안에서 그 자신의 공간을 찾았으나, 발견할 수 없는 “거대하고 유일한 고통”의 흔적이 될 때마다 조심스럽게, 은밀하게 우리를 건드린다.
?_「다른 곳에서 오는 목소리」, 69쪽

하지만 생각해보면 텔레파시에도 두 개의 버전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나는 거리를 지우는, 정말로 내 머리 안에 직접적으로 타자가 울리고 현전하는 그런 목소리로서의 텔레파시, 다른 하나는 목소리의 원격성, 지워지지 않는 거리감을 간직한 목소리로서의 텔레파시. 연애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그 둘 사이에서 전자를 무조건적으로 욕망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후자를 벗어날 수 없다. 다시 말해 유한성의 무한한 체험이야말로 연애라는 사랑의 관계에 애당초 기입되어 있다. 수많은 목소리의 교환 속에서 결국 등장하고야 마는 ‘우리 지금 만나’라거나 ‘지금 만나러 갈게’ 같은 말의 사태가 목소리의 시원에 이미 기입되어 있는 이 불가능성을 고지한다.
_「우편적 목소리, 텔레-파시」, 79~80쪽

현재에 켜켜이 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과거의 지층들은 미래라는 시간의 관점에서 탈구축됨으로써 재구축된다. 그러니까 데리다 자신이 에크리튀르의 고유성으로 새겼던 것, 즉 시간의 틈새와 공간화, 어떤 기원적 국부 안에서 펼쳐지는 기호작용들의 전개로서 길내기frayage라는 차이의 운동이 언제나 이미 목소리에 내재해 있는 것이다.
“이 엽서를 보내기 전에, 나는 네게 전화를 걸었을 거야. [52칸] 그래, 공중전화박스 안에서 방금 막 전화를 끊었어. 나는 길인데, 내게 네 목소리가 있는데, 어딘지 모르겠는데, 나는 길을 잃었어, 그건”
우리는 여기서 목소리voix(브와)와 길voie(브와)의 동일한 음가 사이를 비집어 내면서 존재하는 지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우편적 공간의 지층에서 목소리는 길을 잃는다. “그건telle est(텔레)” “원격t?l?(텔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간격은 52칸의 여백으로 표시된다. 이 여백은 삭제되어 사라진 부분들이다.
_「우편적 목소리, 텔레-파시」, 85~86쪽

(D.S.- 영역, 무언가, 둘 사이의 선명한 간격이 아니라 그녀는 움직임 그 자체, 반사 순환, 재귀, 부정성 없는 부정의 여신, 나를 동하게 하는 잡을 수 없는 것, 가장 가까이에서 와 섬광처럼 빠르게 나를, 나 자신에게 불가능한 다른 (이)-나를 내게 주는 잡히지 않는 것, 다른 이와의 접촉에서 너-나-너인 나를 솟아오르게 하는 잡을 수 없는 것이다.)
‘D.S’는 하나의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무언가에서 다른 무언가로,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영역, 간격과 거리를 무시하고 그것들에 주어진 특성들을 넘어서면서 여기서 저기로, 이 안에서 그 안의 또 다른 곳으로 끊임없이 이동한다. 자아와 타자, 내 타자와 다른 타자, 나와 너는 동요된다.
_「꿈의 목소리, 목소리의 꿈」, 98~99쪽

아버지의 죽음은 글쓰기를 향해 열려 있는 ‘무덤’, 식수의 언어의 목구멍, 목소리의 무덤으로 이해될 수 있다. 말을 뺏긴 죽음과 몸, 경험은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되돌아온다. 그녀의 아버지의 이름 ‘Georges’는 다양한 형태로 작품에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 이름은 무엇보다도 발성기관이기도 한 목, 목구멍과 혼동되거나 심연 어딘가에서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무언가 그 자체가 된다. “나는 그의 목(구멍)이 아프다, 피할 수가 없다. Georges의 목구멍. J’ai mal ? sa gorge, je ne peux pas m’emp?cher. La gorge de Georges.” OR은 문장에서 반복적으로 소리를 내 리듬을 형성하며 나, 내 몸, 목구멍과 그의 목, 목구멍gorge, 아버지의 이름Georges을 꿰어 아버지의 목구멍을 그녀의 목구멍이자 어떤 목구멍 일반으로, 목소리를 글쓰기의 마르지 않는 값진 원천으로 표현해 낸다.
_「꿈의 목소리, 목소리의 꿈」, 108~109쪽

출판사 서평

이 책 『불가능한 목소리』는 목소리의 불가능성에 대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순서는 반대일지도 모른다. 즉, 목소리의 불가능성이 먼저 있었고, 그것이 다섯 명의 인물들(자크 라캉Jacques Lacan,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 모리스 블랑쇼Maurice Blanchot,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엘렌 식수H?l?ne Cixous)로 하여금 쓰고 말하게 했으며, 그에 이어 다섯 명의 글쓴이가 다시 모여들게 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불가능한 목소리』는 목소리의 불가능성을 경유해 다시 내는 목소리가 된다. 그리고 다시 순서를 바꿔, 그렇게 목소리의 잠재된 가능성을 말하려는 역설적인 시도로서 목소리가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 무엇을 말해야 할 것인지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_책의 「서문」에서

이 책은 투명하고 명석한 목소리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의 의미작용에서 말해질 수 없거나 들릴 수 없지만 그렇기에 우리의 말하기ㆍ듣기의 원천이 되는 목소리에 관해 다룬다. 라캉의 정신분석에서는 이러한 목소리를 정신분석의 대상 중 하나로서 ‘목소리-대상’으로 특정한 바 있다. 이 책은 자크 라캉, 사뮈엘 베케트, 모리스 블랑쇼, 자크 데리다 그리고 엘렌 식수가 이야기한 목소리에 관한 불가능성에 대해 다루며, 이러한 불가능성의 간극, 틈새를 엿보고자 하였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7507618
발행(출시)일자 2021년 10월 20일
쪽수 116쪽
크기
111 * 181 * 12 mm / 141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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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다. 새로운 책과 세로운 계절을 시작한다. 무척 기쁘다. 그리고 마음이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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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목소리가 뭔지 진짜 알 것 같아요. 그건 자기 자신의 느낌인데 어떤 다른 사람의 언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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