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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한승혜 저자(글)
바틀비 · 2020년 07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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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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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잘 팔리는 책들에는 이유가 있다, 명확한 이유와 찜찜한 이유가!
신랄하고 유머러스하며 뼈를 때리는 촌철살인 베스트셀러 탐독기. 우리나라 성인 연간 독서량은 겨우 6.1권. 독서 습관이 부족한 대중들은 모처럼 책을 읽으려 할 때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참조한다. 그런데 베스트셀러는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인 동시에 가장 무시당하는 책이기도 하다. 서평가들이나 학자들이 베스트셀러에 정식 서평을 남기는 일은 극히 드물다. 아무도 그 함량을 평가해주지 않는 가운데 많이 팔린 책이니 계속 잘 팔릴 뿐이다.
이 기현상에 답답함을 느낀 저자는 직접 최근 수년간 베스트셀러 순위를 장악한 책들을 꼼꼼히 읽어보기로 결심한다. “정말 베스트셀러는 함량 미달인 책일까”, “왜 사람들이 사보게 되었을까”, “어떤 점에서 위안을 받았을까?”, “이 책들은 과연 독자들의 욕망을 어디까지 총족시키는가” 등의 질문을 품고서. 1년 동안 이 질문에 끈질기게 매달린 결과가 바로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이다.
저자는 읽고 별로였던 책은 읽지 말라고 솔직하게 조언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신랄하게 베스트셀러의 허점을 지적하고, 때로는 독자가 베스트셀러에서 얻고자 했던 작은 효용과 위안을 너그럽게 끌어안는다. 따뜻한 위로를 준다는 에세이부터 괴로운 마음에 펼친 심리학책, 습관을 고치고자 구입한 자기계발서,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인문서, 카드뉴스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설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도합 1,400만 부가 팔린 우리 시대 베스트셀러 28종을 꼼꼼히 읽어낸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가이드인 동시에 판매 순위 너머에 존재하는 다양하고 광활한 책의 세계로 건너가는 징검다리이기도 하다.

작가정보

저자(글) 한승혜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대학에서 영문학과 일본문학을 공부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을 하다 퇴사 후 두 아이를 기르며 〈서울신문〉, 〈오마이뉴스〉 등의 매체에 여성과 육아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좋아하는 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좋은 책이 더 많이 생산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주로 부엌에서 쓴다.
facebook.com/seunghye.han

목차

  • 추천의 글_책과 인생에 대한 건강한 수다
    프롤로그_책이 뭐라고

    1 진화하는 자기계발서
    01 의지로 가능하기만 하다면야 - 『미움받을 용기』
    02 자기계발을 하지 말라는 자기계발서 - 『신경 끄기의 기술』
    03 무엇을 위한 자존감인가 - 『자존감 수업』
    04 진짜로 변화하고 싶다면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2 정말 힐링이 될까요
    05 정말 힐링이 되나요? -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06 마케팅의 귀재가 말하는 힐링 - 『언어의 온도』
    07 이렇게 지겨운 사랑 얘기 - 『모든 순간이 너였다』
    08 사춘기는 계속된다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09 매뉴얼을 실천으로 옮기려면 -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10 굿즈가 되어버린 책 -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3 대중이 사랑한 이야기
    11 궁극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 『돌이킬 수 없는 약속』
    12 북유럽에서 다시 태어난 포레스트 검프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13 휠체어를 타고 온 왕자님 - 『미 비포 유』
    14 중년 남성을 위한 위로 - 『오베라는 남자』
    15 추리소설의 도의 - 『봉제인형 살인사건』
    16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요 - 『아몬드』
    17 세상 밖으로 나온 여성들 - 『82년생 김지영』

    4 브랜드가 된 작가들
    18 어른에게도 동화가 필요해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19 웰컴 투 하루키 월드 - 『1Q84』
    20 무책임한 상상력의 끝에는 - 『고양이』
    21 시드니 셸던의 후예들 - 『아가씨와 밤』
    22 이토록 달콤한 고통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23 이해할 수 없는 것들 - 『직지』

    5 책을 읽는 이유
    24 그래서 우리는 소설을 읽는다 - 『사피엔스』
    25 한 사람을 위한 마음 - 『팩트풀니스』
    26 공부하는 마음 - 『라틴어 수업』
    27 독서는 공부에 도움이 되는가 - 『공부머리 독서법』
    28 그것은 자유가 아니다 - 『반일 종족주의』

    에필로그_누구나 한때는 초보였다

책 속으로

과거는 흔적을 남긴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한다. -38쪽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화를 내지 않는다, 싸우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다, 행복한 커플은 싸우지 않는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바람을 피운다, 남성은 인정을 원하고 여성은 공감을 원한다 등 뚜렷한 근거 없이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개인적 감상과 유추에 기댄 주장이 적지 않다. -56~57쪽

결국 자기 할 일을 잘하고 성실하게 살면, 즉 공동체에 기여하고 그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면 자존감이 올라간다는 말인데, 그 공동체의 지침이나 문화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 다는 생각은 왜 하질 않는 것일까? -59쪽

이것을 독자에게 납득시키려면, 그러한 ‘교훈’을 마음 깊이 와닿게 하려면, 복잡한 수학 공식을 증명하는 과정처럼 텍스트로서 일정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증명은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그런 차원에서 그저 결론만 툭툭 던지는 스님의 격언은 결국 식상하고 진부한, ‘남들도 다 아는’ 이야기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 독자 입장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읽고 듣는 것은 문제를 풀지 않고 해답지를 보고 답을 써 넣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알다시피 이런 식으로 하는 공부는 실력 향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83~84쪽

물론 작가 입장에서는 시나 에세이 장르는 주장이나 논설과는 다르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개인적 경험을 통해 영감을 받아 쓴 글이므로 명확한 주장과 근거를 대라는 것은 부당하게 느껴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독자가 별 생각 없이 술술 읽는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 작품 역시도 실은 개연성이 엄청나게 중요한 장르다. -94쪽

책 속에서 ‘좋은 연애’의 기준으로 제시되는 것들은 서로 얼마나 연락을 자주 하는지, 남들에게 서로에 대해서 얼마나 자랑을 하는지, 핸드폰 배경화면을 서로의 사진으로 바꿔놓는다든지, 각종 기념일이나 이벤트를 한다든지 등등 피상적인 것들이다. 그런 기준으로 ‘사랑’의 완성도나 질을 평가할 수가 있나? 고작 반나절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분노하고 서운해하는 모습을 과연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나? 아니, 사랑이라는 것이 애초에 무엇인가? 오오, 자꾸만 질문이 철학적으로 넘어간다. 어쩌면 독자로 하여금 ‘사랑’에 관한 심도 있는 고찰을 하게 만들려는 속 깊은 의도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102쪽

당시의 나는 그와 같은 자기혐오나 자존감에 대한 고민이 결코 나만의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 기쁨과 슬픔, 분노와 즐거움, 시기와 질투같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기 마련인 보편적인 것임을 미처 몰랐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겪는 감정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 방황했던 것이다. -110~111쪽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와 같은 캐릭터 출판물들은 마치 아이디어로 승부하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출판계의 초대박 베스트셀러처럼 보이지만, 결국 잠재독자를 계속 사라지게 만들고 책을 책답지 못하게 만드는, 출판계의 황소개구리 같은 존재라는 이야기다. -83~84쪽

정말이지 로맨스 작가들이 M&A 회사에 왜 이렇게 집착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귀여 운 여인〉의 리처드 기어부터 시작해서 그 외 셀 수 없는 많은 작품에서 남자 주인공들이 M&A 회사를 경영하곤 했는데, 윌의 직업 역시 그렇다. 윌은 사고를 당하기 직전까지 무려 33세의 어린 나이에 M&A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기업도 아니고 반드시 M&A 회사여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아마도 기업을 조각조각 해체시켜 팔아먹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뭐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인 것 같기는 합니다만… 현실은 33세의 몸짱 청년보다는 60대 배 나온 아저씨일 확률이 높겠죠. -167~168쪽

추리소설을 일부러 찾아 읽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납득이 안 되기 때문인 것 같다. 간단히 말해 사람을 그렇게까지 복잡하게 죽여야 할 일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여기서의 복잡함은 살인을 마구잡이로 저질러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모기를 예로 들자면, 근처에 모기가 날아다니는데 그냥 손으로 탁 치지 않고, 굉장히 오랜 시간을 들여 살충제를 도포한 비누거품으로 인공 거미줄을 만든 뒤, 집 안 곳곳에 트랩을 설치하고, 모기가 좋아할 만한 향기를 그 주변에 뿌려 유인하여 죽인다… 비누거품은 자동 소멸되도록 한다… 류의 복잡함을 뜻한다. 아, 그럴 시간에 그냥 좀 죽여!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178쪽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대사 또한 아주 전형적이기 그지없다. 드라마로 치면 “그만둬! 이런 행동은 당신답지 않아!” 하고 남자 주인공이 외치면, “나다운 게 뭔데요? 네? 나다운 게 뭐냐고요!” 하며 여자 주인공이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는 수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195쪽

인스타그램 사진 속의 탁자 위에 『82년생 김지영』이 놓여 있다고 기겁을 하며 호들갑을 떨고 ‘아이고 우리 ××도 이제 꼴페미가 되어버리는 겁니까! 한때는 너와 결혼까지 생각했는데, 이젠 사진첩에 있는 너의 사진을 모두 지워버리겠다!’고 장엄하게 선언하는 행위는 아이러니하게도 소설 속 김지영 씨의 삶을 더욱 증명하는 행위란 얘기다. -206쪽

물론 하루키는 소설 속에서 그것이야말로 덴고와 아오마메를 연결시킬 수 있었던 방법인 양 설명을 하고, 아동강간 피해자야말로 아오마메에게 강렬한 자극을 주며 그녀를 ‘각성’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던 것처럼 그려내고 있지만, 글쎄… 남성과 여성의 교감을 오로지 섹스 하나로밖에 상상하지 못하는 것, 폭력적인 장면을 묘사할 때 여성이 강간당하고 살해당하는 장면밖에 상상하지 못하는 것은 남성 창작자들의 흔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랄까. -234쪽

말하자면 쓰고 있는 본인은 좋아, 자연스러웠어라고 만족스러워 할지 모르지만 남들 눈에는 그 속이 빤히 다 들여다보이는, 글쓴이의 정체와 욕구가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그런 문장들이란 것이다. 결국 ‘요염한 암고양이’ 바스테트는 여성의 성별을 지녔다면 고양이마저 성적으로 대상화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작가의 욕구를 그대로 드러냈을뿐더러 그마저도 제대로 대상화하는 데 실패한 형편없는 캐릭터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해야겠다. 요염함은커녕 나이 든 아저씨가 뇌내 판타지를 실현하기 위해 억지로 젊은 여성인 척하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247쪽

나는 더 많은 사람을 구하고 싶다거나 세상을 더 좋아지게 만들고 싶다는 신념은 실상 전체에서 소외된 일부, 그 안에 속한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 되었을 때에만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고 믿는다.-305쪽

공부는 기본적으로 어려운 것이고, 고달픈 것이고, 괴로운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공부하는 사이 끊임없이 벽에 부딪힌다. 자신의 나약함과 게으름을 수도 없이 직면하고, 자신 의 지적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 좌절하기도 한다. 그렇게 공부의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의지력은 어느 정도인지, 관심사는 어떠한지, 무엇에 능숙하고 무엇에 미숙한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어떤 유혹에 강하고 어떤 유혹에 약한지, 유혹의 순간에 어떻게 자기합리화를 하는지 등 말이다. -312쪽

아이러니하게도 독서라는 것은 강제로 시키면 시킬수록 본래의 목적에서 더 멀어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흥미를 느껴야 자발적인 독서가 가능해지고 그 안에서 기쁨을 찾고 점차 관심사가 확장되면서 본격적인 문해력을 기를 수 있다. 그것은 누가 옆에서 강제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누가 시키면 시킬수록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강제적 독서모임’이나 ‘스파르타 독서모임’ 콘셉트로 막말과 욕설을 하는 식의 독서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해두어야겠다.-324쪽

출판사 서평

베스트셀러도 비평이 필요하다
1,400만 부가 팔린 당대 베스트셀러에 대한 본격 서평

이 책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우리 시대 베스트셀러 28종에 대한 솔직담백한 본격 텍스트 비평서이다.
문화상품은 구매자가 상품의 질을 측정하기가 어렵다. 대표적인 문화상품인 책도 마찬가지. 때문에 소비자들은 구매시에 그 분야의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참고한다. 일단 베스트 순위에 오른 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해외 유수 언론은 유명 저자의 신작이나 베스트셀러에 대한 서평을 충실히 제공해 순위 정보의 허점을 보완한다. “최악의 책”, “끔찍하다”, “이 책을 읽는 것은 큰 실수” 등의 혹평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서평문화는 양서에 대한 칭찬과 격려 일색이고 수십만 독자들이 사거나 읽은 베스트셀러는 좀처럼 서평으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이 기이한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 젊은 서평가 한승혜는 작정하고 1년 동안 베스트셀러 읽기에 나섰다. 최근 수년간 많이 팔린 28종의 베스트셀러를 아무 편견없이 진지하게 독서하고 서평을 작성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인데, 여기서 다루고 있는 베스트셀러들의 전체 판매량은 1,400만 부가 넘는다. 종당 평균 50만 부 이상 팔린 셈이다.
그동안 베스트셀러를 다룬 책들이 간혹 있었지만 주로 베스트셀러가 탄생한 사회적 배경과 시대별 유행을 천착했을 뿐이다. 서평 분석이라기보다는 사회문화 분석이었다. 저자는 아무도 떠안지 않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 나서 베스트셀러 자체를 텍스트 비평 대상으로 꼼꼼히 읽고 솔직한 서평을 남겼다. 이 작업의 의미에 대해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평한다.

“베스트셀러를 읽고 양서 여부를 판단하는 일을 아무도 떠안지 않는다면, 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이 기형적 현상은 더욱더 심해지지 않을까. 이제는 누군가 베스트셀러를 직접, 자세히 읽고 옥석을 가려줄 의무를 떠안을 때가 왔다. 이 책에서 저자가 기꺼이 그 일을 감당해준 것이 기쁘다.”
-장은수(출판평론가), 「추천의 글」 중에서

베스트셀러에 반영된 대중의 욕구,
뼈를 때리는 촌철살인 비평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에서 검토하는 책들은 『미움받을 용기』, 『자존감 수업』, 『언어의 온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등 읽어보지는 않았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제목을 들어봤을 책부터 『82년생 김지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인기 대중소설, 『반일 종족주의』, 『사피엔스』 등 사회적 화제를 낳은 인문사회 서적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저자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편견을 최대한 자제하고 성실한 독자로서 그리고 문화상품의 소비자로서 제품 분석하듯이 꼼꼼하게 당대 가장 많이 팔린 책들의 함량과 성분을 따져본다. 저자가 염두에 둔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과연 어떤 점이 대중의 이목을 끌었을까?”, “독자들은 이 책들을 읽으면서 기대했던 위안이나 욕망을 충족할 수 있을까?”, “베스트셀러가 흔히 함량 미달인 책이라고 폄하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극적으로 베스트셀러는 읽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솔직함을 가장 큰 미덕으로 삼은 한승혜 작가는 베스트셀러의 권위나 숫자에 주눅들지 않는다. 포장만 화려하고 내용이 빈약한 책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뼈를 때리는 신랄한 비판을 날린다. 예를 들어 저자는 90여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인플루언서이자 두 권의 전작을 4백만 부 가까이 판매한 슈퍼 베스트셀러 저자 혜민 스님의 신작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한다.

“스님의 이야기처럼 비록 실패하더라도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는 것들이 분명 존재하기는 한다. 이것을 인생의 수많은 진리중 하나라고 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이것을 독자에게 납득시키려면, 그러한 ‘교훈’을 마음 깊이 와닿게 하려면 복잡한 수학공식을 증명하는 과정처럼 텍스트로서 일정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증명은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그런 차원에서 그저 결론만 툭툭 던지는 스님의 격언은 결국 식상하고 진부한 ‘남들도 다 아는 이야기’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 -본문 83~84쪽

그렇다고 저자가 대중의 취향을 자극하는 베스트셀러에 대해 고급 독자의 관점으로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늘 미슐랭 가이드 별점을 받은 식당만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살다보면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보다 동네 분식집의 떡볶이가 더 끌릴 때도 있듯이. 저자는 팍팍한 삶에 지친 독자들이 책에서 구하고자 하는 작은 효용과 위안을 적극 수용한다.

“그러니까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주인공 오베는, 비록 말은 거칠지만 사실은 부드럽고 상냥한 나의 속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중략) 하는 모든 중년 남성의 속마음을 그대로 대변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묵묵하고 성실하게 평생을 일해왔건만 직장에서는 모함이나 당하고, 사람들에게는 까칠하고 되먹지 못한 사람으로 매도당하고, 아내와 자식에게는 무시당하고, 나름 정의를 위해서 하는 잔소리가 꼰대의 그것으로 취급당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중년 남성들에게 이 이상 가는 위로가 있을 수 있을까.” -본문 175~176쪽

잘 팔리는 책들의 비밀
베스트셀러는 만들어진다

성실한 텍스트 분석에 더하여 잘 팔리는 책들이 어떤 공통점이나 유통 경로를 밟는지 베스트셀러의 비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의 매력이다.
저자의 파악에 의하면 일단 베스트셀러는 상당 부분 ‘만들어진다.’ 출판사는 저자 지명도, 재미, 난이도, 대중성 등을 따져 밀 책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광고, 밀어넣기, 단기 집중 구매, 서평단, 댓글 몰아주기, 셀럽에 추천 의뢰,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굿즈 증정 등은 책을 미는 수단이다. 특히 서점 매대 구매와 물량 공세로 독자의 눈에 띄게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눈에 띄는 좋은 매대를 차지하고 있으니, 자연히 많은 사람들이 사게 되고, 순위에 올라가면 그 효과로 점점 더 날개 돋친 듯 팔리게 된다. 결국 베스트셀러이기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구조인 것이다.
그런데 애초에 출판사는 어떻게 ‘밀 책’을 알아볼까? 잘 팔리는 책들을 분석해보면 세 가지 요소가 눈에 띈다. 첫 번째는 저자나 책 자체의 유명세다. 저자의 학벌과 지위, 아마존 베스트셀러라거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은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책 표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아마존 베스트셀러’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 역시 일종의 권위를 선사했을 텐데, 그런 점에 있어 이 책을 읽은 35만 명의 가여운 독자에게 애도를 표하는 동시에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앞서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베스트셀러’ 타이틀이나 ‘있어 보이는’ 라벨을 너무 믿지 마시라. 한국의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좋은 책이라는 보장을 해주지 않는 것처럼 아마존이나 뉴욕타임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문구 역시 ‘잘 팔렸다’는 것 외에 그 책에 대해 무엇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본문 49~50쪽

다른 하나는, 독자의 욕망을 얼마나 자극하느냐의 여부다. 성공하고 싶고, 돈을 벌고 싶고, 똑똑해지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다는 욕망. 이런 욕망을 잘 자극한 마케팅에 독자가 화답할 때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탄생한다. 문제는 과연 이 책들이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느냐다. 말초적으로 독자의 욕구를 자극하지만 현실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책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노력하지 말고, 애쓰지 말고, 신경 쓰지 말라’는 문구로 경쟁사회에 지친 현대인들의 이목을 끌어 35만 부 이상 팔린 『신경 끄기의 기술』은 제목이 그러할 뿐 실제에서는 여느 자기계발서보다 ‘더 지독하게 노력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 번째는 통속성과 도구화이다. 막장 드라마는 애교 수준으로 보이는 막장 전개, 반전의 남발, 뻔한 전개가 주는 심신의 안정감, 폭력과 살인, 장애 등 묵직하고 호기심 넘치는 주제를 다루지만 독자가 힘겨운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가벼운 터치로 넘어가는 것이 통속성의 핵심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에도 독자층이 넓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다. 저자는 하루키의 소설은 늘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인물들을 데리고, 숨겨진 비밀 열쇠를 찾아 매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서 수수께끼를 푸는 ‘게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분석한다. 게다가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것은 이상하게도 늘 여성들이다.

“남성과 여성의 교감을 오로지 섹스 하나로밖에 상상하지 못하는 것, 폭력적인 장면을 묘사할 때 여성이 강간당하고 살해당하는 장면밖에 상상하지 못하는 것은 남성 창작자들의 흔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랄까. (중략)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그리고 그런 여성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남성) 주인공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하루키 소설의 주된 테마라고 할 수 있다.” -본문 234~235쪽

베스트셀러가 만들어지고 받아들여지는 유통 경로에 대해서도 저자는 세심히 추적한다. 예를 들어 ‘맘 카페 베스트셀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출판사들이 책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만드는 ‘카드뉴스’는 어떻게 소비되는지, 세련된 굿즈를 얻기 위해 책을 사는 독자들의 심리는 무엇인지, 이런 이야기들은 출판 전문가들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진단이다.

베스트셀러, 그래서 읽어요? 말아요?

저자는 베스트셀러라고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베스트셀러라고 무조건 믿을 만한 것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만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베스트셀러는 주로 ‘독서 초보’들이 읽는데 이들이 저절로 관심사를 그 밖의 책들로까지 확장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고 방대한 양의 독서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들이 조금 더 길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베스트셀러에 실망해 중도해 포기하지 않도록, 더 효율적인 탐험을 할 수 있도록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이 책이 그 첫 시도인 셈이다.
전문가나 지식인, 고급 독자들이 외면하는 베스트셀러를 다룬 이 책은 우리 시대 베스트셀러의 실태나 독자의 책 소비구조를 다룬 풍부한 종합 보고서로서도 손색이 없거니와 무엇보다 솔직하고 흥미롭다.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는 베스트셀러를 읽을 것인지 시큰둥하게 외면할 것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은 베스트셀러의 공과에 대한 평가 자체가 아니라 베스트셀러 너머에 있는 무한하고 다양한 책의 세계를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데 있다.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는 베스트셀러에서 시작해 그 광활한 세계로 나아가는 징검다리이기도 하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ISBN 9791197092602
발행(출시)일자 2020년 07월 07일
쪽수 348쪽
크기
152 * 225 * 25 mm / 638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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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7월 1일 부터 근로소득자가 신용카드 등으로 도서구입 및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사용한 금액이 추가 공제됩니다. (추가 공제한도 100만원까지 인정)
      • 총 급여 7,000만 원 이하 근로소득자 중 신용카드, 직불카드 등 사용액이 총급여의 25%가 넘는 사람에게 적용
      • 현재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의 소득 공제한도는 300만 원이고 신용카드사용액의 공제율은 15%이지만, 도서·공연 사용분은 추가로 100만 원의 소득 공제한도가 인정되고 공제율은 30%로 적용
      • 시행시기 이후 도서·공연 사용액에 대해서는 “2018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 정산”시기(19.1.15~)에 국세청 홈택스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 제공
  • 도서 소득공제 대상

    • 도서(내서,외서,해외주문도서), eBook(구매)
    • 도서 소득공제 대상 상품에 수반되는 국내 배송비 (해외 배송비 제외)
      • 제외상품 : 잡지 등 정기 간행물, 음반, DVD, 기프트, eBook(대여,학술논문), 사은품, 선물포장, 책 그리고 꽃
      • 상품정보의 “소득공제” 표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도서 소득공제 가능 결제수단

    • 카드결제 : 신용카드(개인카드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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