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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 Hardcover
틂창작문고 18
강대호 저자(글)
문학실험실 · 2022년 0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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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역사란 벼락과 같다. 어젯밤 k는 이렇게 썼다.”
쓰기와 읽기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소설 쓰기의 등장
2020년 『쓺-문학의 이름으로』를 통해 등단한 신인 소설가 강대호의 첫 소설집!
거대한 메타포로서 작동하는 문학 자체를 새로운 쓰기 방식으로 탐구해낸 문제적 작품

이 책의 총서 (21)

작가정보

저자(글) 강대호

199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20년 『쓺-문학의 이름으로』를 통해 등단했으며, 현재 창작 모임 〈동인동인〉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 _프란츠 카프카
    _백색소음
    _프란츠 카프카
    _삶은 모든 본질을 증발시킨다. 빛에 미쳐버린 해바라기
    _지루하고 불가피하고 고압적이며 속을 헤아릴 수 없는 인생. 이 진부한 인물이야말로 인생의 진부함을 의미한다. 겉에서 볼 때 바스케스는 나에게 모든 것이다. 왜냐하면 나에게 인생은 모두 겉으로 보이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_요정 이야기

    _작가의 말
    _感ㆍ얼굴들, 벼락 같은_양순모 문학평론가

책 속으로

역사란 벼락과 같다. 어젯밤 k는 이렇게 썼다. 모든 것이 끝장나는 덴 눈 깜짝할 사이면 충분하다. 이후에 남는 것은 길고 지루한 천둥의 시간뿐이다. 대부분 사람이 기억하는 역사란 이 권태로운 털북숭이 짐승이 몸을 뒤집으며 내는 으르렁거림에 불과하다. 운이 좋은, 혹은 좋지 못한 몇몇만이 벼락을 직접 목격하고 이 영광된 순간은 때로 이들의 두 눈을 영영 앗아간다. 한 번이라도 신성을 정면으로 목격한 이는 더는 이전의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없는 법이다.
(37쪽 「백색소음」 중에서)

세계의 해명할 수 없는 영역들을 유신론적 음모로 채우려는 이런 태도는, k에게 있어 꼬리뼈나 다름없는, 진화가 인류에게 남긴 기능 없는 기관의 일종이었다. 벼락을 보며 닿을 수 없는 구름 안쪽을 감지하는 대신 신을 꿈꾸었던 과거 인류와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인지적인 탐험을 포기한 자아가 퇴행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대다수 인간은 자신처럼 부모라거나 선생 따위의 신의 우둔한 대리자에게 기재받은 자아가 통솔하는 대로 (그러므로) 본질적으로 젊음일 수 없는 젊음을 통과했다가 이내 무기력을 가장한 나태함에 빠지고 그 뒤로는 자연스럽게 유아기적 망상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너무 이른 불행에 삼켜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나 이렇듯 디앤에이적 인 삶을, 전체가 걸어왔던, 걸어가게 될 역사를 한 편의 단막극처럼 공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74쪽 「프란츠 카프카」 중에서)

공손하게, 저는 씁니다. 아득한 세월을 잡아먹고 자라난 증오스러운 언어로. 이따금 괴물의 탐욕스러운 눈길이 제 날개로 향함을 저릿저릿하게 느낍니다. 그럴 때면 저의 언어는 다급해지죠, 도망치듯이, 어떤 종착지에 가닿으려는 협궤열차의 선로를 재빨리 돌리듯이…… 오로지 살고자 하는, 단 한 가지 욕망으로…… 자동기계처럼 씁니다……. 아직 날개를 접지 않은 편지 봉투 안쪽…… 봉합되지 않은 시간에서…….
(209쪽 「요정 이야기」 중에서)

어떤 말을 하지 않아서, 어떤 말을 해버려서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끼는 일이 잦다.
그러나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해서 나의 말(하지 않음)이 잘못되었다 비약하진 않을 것이다.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해서 나의 말(하지 않음)이 잘되었다 비약하진 않을 것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출판사 서평

‘읽기-쓰기’와 ‘쓰기-읽기’의 근원적 깊이를 탐구해낸 소설적 쾌락으로의 초대
2020년 『쓺-문학의 이름으로』를 통해 등단한 신인 소설가 강대호의 첫 소설집. 무엇보다 그의 소설은 상업화의 시류를 역행하며 소설 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강대호는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망각하고 있던 읽기-쓰기(쓰기-읽기)의 문제를 거의 모든 소설에서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읽는 것은 쓰는 것이고, 쓰는 것은 읽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읽고, 어떻게 쓰고, 무엇을 쓰고,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작가가 가진 필연적 일상이 된다. 그것은 허세도 문학 병도 아닌 글쓰기의 삶 자체이다.
사적인 영역과 동시대의 키워드들을 허구화시키는 작업, 소설이라는 형상을 더듬어가는 작업, 하나의 거대한 메타포로서 작동하는 문학 자체를 탐구하는 작업 등, 강대호가 만들어가는 소설 세계는 녹록지도 않고 만만치도 않다. 현실의 시간과 문학의 시간이 구별될 수 없을 정도로 달라붙어 있는 작금의 평균값 소설들과는 사뭇 다른 결을 갖고 문학의 본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어둠 속의 단막극처럼, 절실하고 절실한 벼락 같은 이야기
강대호의 소설은 요즘 유행하는 얄팍한 감각과 상투적 사유를 넘어. 우리가 망각한 “꿈과 꿈 밖의 경계”를, 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허구와 허구의 경계를 탐구한다. 요컨대 작가는 망치로 독자를 후려쳐 각성케 하고, 머잖아 그 독자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작가가 되어 각성을, 벼락을, 역사를 이어간다. 그 방식 역시 무수한 폭력으로 구성되어 있고, 또 부끄러움과 불쾌함을 동반하는 것이지만, 그 안엔 ‘아름다움’이라고 명명하거나 포장할 수 있을 법한 ‘무엇’이 있다. 그 ‘무엇’이야말로 우리가 ‘소설’이라 부르게 될 그 이름값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은 소설의 대상으로서 인간뿐 아니라 소설의 주체로서 인간 모두를 되비추는 까닭에, 소설가는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머잖아 괴물에 잡아먹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직한 소설가는 괴물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소설가로서 살아남기 위해, 세계를 비추는 거울과 작가 자신을 비추는 거울, 이렇게 두 개의 거울로 이루어진 “두 거울의 탑” 안에서, 거듭 쓴다. 작가는 쓰고 있는 중에만 정확히 작가이며, 그때에만 간신히 작가로서 괴물의 힘을 빌려오는 동시에 잠시나마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 또한 독서를 통해 위와 같은 힘과 자유를 획득하고자 한다면, 나아가 그것들의 형성에 기여하고 이를 증폭시키고자 한다면, 독자는 작가가 그려내는 ‘우리’와 ‘작가’ 그리고 이로부터 벗어나려는 ‘작가의 욕망’까지를 함께 읽으며 작가의 얼굴을 새로이 구성해야 한다.

이 소설집의 인상적인 알레고리로서 “가정부(家政婦)”를 ‘가정부(假政府)’로 독해하는 것. 예컨대 스피노자식 표현으로 “국가 속의 국가(imperium in imperio)”라고 하는 ‘나’, 즉 “적법한 정부로 인정받지 못한 사실상의 정부”라고 하는 ‘나’로 독해하며, “거대한 시점”에서 한번 출발해보는 것. 그곳엔 ‘혁명’과 같은 “바깥 생활”에 대한 깊은 향수와 좌절이, “전혀 이야기되지 않”는 방식으로 이야기되기에, 비록 “연례행사”나 “계절병” 같은 것일지라도 그것은 “누군지 모를” 가정부들의 ‘주장’과 ‘소문들’에 의해 유지되는 이 ‘익명’과 “어쨌든”의 세계를 뚫고, 어떤 구체적인 얼굴을, 이야기를 만들도록 우리를 자극한다.

_양순모 문학평론가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7085482
발행(출시)일자 2022년 01월 06일
쪽수 220쪽
크기
120 * 190 * 21 mm / 293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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