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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멕시코

부정당한 문명
에디투스 · 2021년 0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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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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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인류학자 기예르모 본필 바타야는 지난 500년 동안 멕시코 역사를 “서구의 문명 프로젝트에 따라 나라를 끌고 가려는 사람들과 메소아메리카 계통에 속하는 삶의 방식에 뿌리내린 채 버티려는 사람들 사이의 영속적인 투쟁의 역사”로 규정한다. 그는 서구의 문명 프로젝트에 따라 기획된 국가를 “상상의 멕시코”로, 메소아메리카 문명에 뿌리내린 멕시코를 ”깊은 멕시코“로 이름 붙인다. 우리가 생각하는 멕시코는 겉으로 드러난 매끈한 ”상상의 멕시코“이기 쉽지만, 『깊은 멕시코: 부정당한 문명』은 그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우둘투둘한 ’멕시코들‘을 드러낸다. 멕시코의 공식적 역사 담론 이면에는 두 문명의 대립, 통합, 공존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기원전 이천 년부터 메소아메리카 문명의 틀 안에서 발전해 온 수많은 사회는 16세기 초 서구 유럽 문명과 마주했고, 19세기 초까지 300년 동안 지속된 식민지 시대의 역사는 두 문명의 대립의 역사였으며, 20세기 초 멕시코 혁명을 거친 멕시코 현대사는 이들 문명의 통합의 역사를 보여준다. 그러나 메소아메리카 문명은 300년간의 식민 지배에도 소멸되지 않았고, 현대 멕시코의 문화적 통합 프로젝트에도 교체되지 않고 건재하다.
멕시코가 부정해 온 ”원주민적인 것“의 현존을 공표함으로써 저자는 자기 부정의 딜레마에 처한 한 나라의 실존과 마주한다. 식민의 역사가 필연적으로 자기 부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면, 탈식민화는 ”깊은 멕시코“를 인정할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바라봄으로써 진정한 탈식민화를 이루고자 했던 인류학자의 작업이 개인으로서든 사회로서든 오롯이 스스로 서기 위해 분투하는 모든 이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기예르모 본필 바타야

Guillermo Bonfil Batalla

1935년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났다. 1957년 국립인류학 및 역사학교(Escuela Nacional de Antropolog?a e Historia, ENAH)를 졸업한 후 1967년 국립멕시코자치대학교(Universidad Nacional Aut?noma de M?xico, UNAM)에서 「근대화와 전통주의: 촐룰라에서 발전의 변증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수의 인류학 및 종족지학 관련 연구기관에 몸 담았으며, ENAH와 UNAM을 비롯하여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 학계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넘어서 문화적 다원주의를 제도화하려 노력하여, 1970년대 멕시코 박물관의 시스템 혁신에 앞장섰고, 1981년 국립민속문화박물관(Museo Nacional de Culturas Populares)을 설립하고 관장으로 재직했다. 오늘날 멕시코 인류학 연구의 중심지인 사회인류학고등교육연구소(CIESAS) 설립에 기여하며 비판적 인류학자로서 국가와 사회를 매개하였으나, 1991년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

번역 박수경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서어서문학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 멕시코시티 소재 메트로폴리탄자치대학교에서 〈국민주권과 원주민 자치권의 교차: 멕시코 원주민공동체 역사의 주요 3시기: 1549년, 1812년 그리고 1857년〉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 《식인의 형이상학》(공역), 《깊은 멕시코》(기예르모 본필 바타야 지음) 등이 있다. 원주민 사회에 대한 관심을 출발점으로 삼아 탈식민주의 관점에서 라틴아메리카의 역사, 문화, 사회, 정치 등에 대해 연구, 저술, 강의를 하고 있다.

목차

  •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1부 부정당한 문명

    I. 수천 년의 문명을 품은 땅
    문명의 단련
    인간화된 자연
    이름붙이기: 창조의 행위
    부정당한 얼굴

    II. 인정받은 원주민
    원주민이라는 근거
    원주민 문화의 윤곽

    III. 탈원주민화된 원주민적인 것
    하나 혹은 수많은 삶의 형식
    농민세계
    도시안의 원주민적인 것
    구릿빛 인종과 멋진 사람들
    문화적 분열

    2부 우리는 지금 이곳에 어떻게 도달했는가
    I. 국민 문화의 문제
    II. 식민 질서
    지배의 새로운 방법
    원주민의 창조
    시초의 폭력
    칼 옆의 십자가
    원주민, 유용한 대상

    III. 국민의 단련
    크리오요식 독립
    약속된 땅
    원주민이라는 적

    IV. (혁명화된) 현대
    사그라드는 혁명의 고뇌
    소멸을 통한 원주민의 구원
    상상의 멕시코가 얻은 새로운 얼굴

    V. 원주민 생존의 길
    전사들
    일상적 전략
    강제 도입된 문화의 현존
    투쟁의 새로운 전선

    3부 국가 프로젝트와 문명 프로젝트
    I. 오늘날 우리의 국가
    환영의 균열
    새로운 희망을 심기 위하여
    II. 문명과 대안
    교체, 융합 혹은 다원주의
    문명, 민주주의, 탈식민화
    다원주의의 길
    피할 수 없는 딜레마

    부록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원주민 문명은 죽었고, 혹시나 그 잔재가 남아 있다 해도 그것에는 현재도, 가능한 미래도 없기 때문에 500년 전에 소멸을 선고받은 사라진 화석에 불과한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멕시코와 우리가 건설하고자 하는 멕시코에 대한 긴급한 또 다른 많은 질문과 답이 그 대답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26페이지]

그러한 도시의 작은 라디노 세계에서 원주민적인 것은 모두가 부정하고 모두가 원하지 않기에 어디에나 존재한다. ...... 라디노라는 존재는 특정된 고유의 어떤 존재가 아니라 오로지 원주민이 아닌 존재일 뿐이다. 원주민의 존재가 없다면 라디노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라디노는 원주민에게 행사하는 식민지배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페이지]

민주주의라는 일반 개념은 2세기 전 서구 문명이 주로 바랐던 열망들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상상의 멕시코가 상정한대로 민주주의를 기계적으로 이식하자, 그것은 실제 민족을 비-민족으로 변형시키는 일련의 배제 메커니즘으로 전환된다. 이 묘한 민주주의는 민족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나중에 자신이 헌신할 민족을 창조하는 과제를 수립한다. 놀라운 소수의 민주주의, 국민을 이루는 대다수 집단과 동떨어진 고려에서 출발하는 국가 프로젝트이다. 결국 대다수의 멕시코인이 창조하고 생각하는 것을 비합법적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결국 민족은 민주주의를 위한 장애물이 되어버린다. [123페이지]

“멕시코 역사에서 법에 의해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겨난 적은 거의 없다. 법은 역사적 사건의 근사치거나 그것에 대한 주석이다.” [179페이지]

그들에게 메소아메리카 문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메소아메리카 문명은 그저 관광 포인트에 불과하다. 매체의 대상이 되는 대중, 포로가 된 대중은 상상의 멕시코에 가담한 자이거나 이미 그 상상을 믿는다. 뉴스, 칼럼, 이미지, 소리는 모두(모두라고 하지만 당연히 모두가 아니다)의 손에 닿지는 않지만 갈망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사고방식과 생활방식(문화)을 제시한다. 그것은 상상의 멕시코를 위한 것이다. [217페이지]

깊은 멕시코에 속한 멕시코인들의 의식, 그들의 신념과 그들의 믿음은 여전히 부정당하고, 백지인 양 여겨진다. 그 백지에 각자 자신의 메시지를 적을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느낀다. [220페이지]

누군가 원주민공동체 혹은 전통적 농민공동체에서 왜 이런 일들을 하느냐고, 예를 들어, 어떤 의례를 진행하는 이유를 물으면 자주 나올 답은 다음과 같다. 해오던 것이니까. 더 깊이 파고들어보면, 아마 의례에 참석한 사람들 다수가 그 의례의 의미를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의례를 진행하는 사람들에게 이제 더 이상 실질적 의미를 가지지 않는 형식적 행위라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의례들은 비합리적인 전통주의를 드러내는 어처구니없는 행위들로 보일 수 있고, 그런 식민화된 이데올로기적 틀 안에서 보자면 그런 의례들은 21세기의 문턱에서 동시대적 존재가 되기에는 원주민 문화가 근본적으로 부적격하다는 증거이자, 원시주의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로 다루어진다. 그러나 전통적 행위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자기 행위의 이유를 말로 설명해낼 수 없을지라도, 식민지배라는 맥락 속에서는 그러한 행위에 대한 애착을 다른 방법으로 이해해야 한다. [230페이지]

상상의 멕시코는 실재의 멕시코, 즉 깊은 멕시코와 단단히 뒤얽혀 있다. 강제적 도입과 끈질긴 저항 사이에서 나는 넘어지고 일어나고, 나로서 존재하길 그만두지만 나는 나이기에 다시 나로 돌아오고, 양보하고 요구하고, 수용하고 거부한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는 버틴다. [244페이지]

출판사 서평

상상의 멕시코가 부정했던 깊은 멕시코를 경유하여 오늘날의 멕시코를 읽는다.

치첸이차의 경이로운 건축에 매료되었다면,
토르티야의 맛을 음미해 보았다면,
백년초가 매달린 노팔과 용설란이 서있는 황량한 풍경이 궁금했다면,
알록달록 수놓인 전통 복색에 눈길이 머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메소아메리카 문명을 아는 것이다.

메소아메리카 문명은 기원전 1500년경 오늘날 멕시코 땅에 등장했다. 오늘날 멕시코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된 치첸이차, 테오티우아칸, 팔렌케 등의 유적지는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메소아메리카 문명이 남긴 흔적이다. 메소아메리카 문명의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문화들이 발전해 나갔다. 각각의 문화들은 멕시코시티의 국립인류학박물관 전시실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메소아메리카 문명은 박제되어 우리 앞에 전시된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바로 지금 소칼로에서 춤추는 젊은이들도, 멕시코시티 남부 운하의 치남파에서 기르는 채소와 꽃도, 토르티야부터 엘로테까지 변신을 거듭하는 주요 식재료인 옥수수도, 오아하카주와 치아파스주 소도시에서 들려오는 원주민어도, 메소아메리카 문명을 이어받고 그 문명을 다음 세대에게 전수하고 있다.

많은 사회가 서구 유럽을 본보기로 삼아 자신을 왜곡하고 변형시켰다. 멕시코도 예외는 아니었다. 멕시코에 유럽인이 도착한 순간부터 서구 문명을 이곳에서 실현하려는 지속적인 시도가 있었다. 19세기 초 독립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정치경제적 엘리트의 관념 속 ‘상상의 멕시코’는,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는 손에 만져지고,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는 ‘깊은 멕시코’를 부정했다. 지금의 나를 부정하고, 타인에게 내 모습을 찾아 헤맨 것이 멕시코의 역사이다. 인류학자인 기예르모 본필 바타야는 부정당하고 가려진 메소아메리카 문명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알려준다. 500년 동안 부정당했지만, 자신이기를 멈추지 않은 메소아메리카 문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이미 익숙해진 탈식민화 담론의 멕시코 버전이 아니다. 이 책은 정교한 이론을 전개하거나, 대단한 지성들과 어깨를 견주려는 분석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이 책은, 저자가 멕시코의 원주민으로부터 ”배운 것을 더듬더듬 번역“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탈식민적 행위의 기록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메소아메리카 문명의 과거와 현재를 읽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부단히 행동하는 인류학자의 모습까지 발견할 수 있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원서(번역서)명/저자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7004599
발행(출시)일자 2021년 02월 26일
쪽수 304쪽
크기
140 * 211 * 27 mm / 497 g
총권수 1권
원서(번역서)명/저자명 Mexico profundo / Deep Mexico : Una civilizacion negada / A Denied Civilization/Guillermo Bonfil Bat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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