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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과닻 · 2022년 04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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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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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책』은 기후위기, 젠더, 인공지능, 지역, 착취와 돌봄 등 우리 시대가 직면한 다양한 이슈를 ‘제로’라는 키워드로 엮은 책이다. 지구상의 여러 영역에서 벌어지는 과잉 생산과 소비, 우리 내면의 혐오와 차별, 그 앞에서 예술이 갖는 한계와 가능성 등의 문제를 근본적 토대에서부터 돌아보고, ‘제로’ 이후에 새롭게 대면할 내일을 상상한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질문들은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예술사업 선정 프로젝트 《제로의 예술》(강민형, 김화용, 전유진 공동기획)을 바탕으로 한다. 《제로의 예술》은 우리 시대가 직면한 문제들을 종으로 횡으로 연결하며 예술의 견고한 프레임을 돌아보고, 창작가/시민/활동가 등 현장의 목소리를 불러모아 공공의 장을 만드는 기획이었다.

작가정보

저자(글) 강현석

내러티브와 텍토닉에 중점을 두고 있는 SGHS 설계회사의 공동대표다. 일민미술관 《그래픽 디자인 2005~2015》(서울, 2016),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0년 특별전 《상상의 항해》(서울, 2016), 《제16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에 작가로 참여하였고, 2019년 『TVPR-투발루 프로젝트』(www.tvpr.tv)를 출판했다. 현재 스위스 건축가 협회(SIA)의 정회원이며,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글) 고아침

지식과 정보가 누구에 의해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사용되는지 고민하며, 그 과정을 개선하고자 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기술 변화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도록 기술의 장벽을 낮추고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며 다양한 사람의 리터러시를 추구하는 활동을 한다. 인공지능, 데이터과학, 디지털 문화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관심을 둔다.

저자(글) 김영옥

페미니스트로 잘 늙어가기를 연구 주제로, 일로, 활동으로 삼고 있다.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에서 세대 간 호혜적 연대와 성평등하고 정의로운 돌봄 등을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그동안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를 옥희살롱 연구활동가들과 함께, 『노년은 아름다워』와 『흰머리 휘날리며 - 예순 이후 페미니즘』을 단독으로 썼다.

저자(글) 손희정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페미니스트. 『페미니즘 리부트』, 『성평등』, 『다시, 쓰는, 세계』, 『당신이 그린 우주를 보았다』 등을 쓰고 『다크룸』 등을 한국어로 옮겼다. 예전에는 영화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었는데, 요즘은 자신이 없다. 그저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고 세계를 더럽히는 인간의 사치 중 하나는 아닌지 주저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그래도 결국 다시 영화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이런저런 사랑스러운 영화들이 열어준 다양한 상상력에 기대어 글을 썼다.

저자(글) 송수연

제작기술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제작과 기술을 다루는 과정이 창의적이고 비판적 접근이자 사회를 매개하는 생각과 실천으로 확장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및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저자(글) 안팎

안팎과 박종주, 두 개의 이름으로 글을 쓰거나 번역한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시각 이미지를 만드는 페미니스트 ‘프로젝트 노뉴워크(No New Work)’의 동료들 곁에서 주로 퀴어, 재현, 정치 등을 생각하고 있다.

저자(글) 어라우드랩

김보은, 김소은
광고디자인을 했던 김보은과 건축디자인을 했던 김소은이 함께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김보은은 대학원에서 그린디자인을 공부하면서 환경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김소은은 ‘해방촌마을기록단’으로 활동하며 마을의 기록을 모으고 나누는 활동을 해왔다. 어라우드랩은 환경과 지역, 그리고 디자인의 과정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그런 이야기들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해 실험하고 있다.

저자(글) 윤상은

‘무용’이라는 경계 안팎으로 발생되는 흥미로운 지점을 찾아 창작자, 기록가, 교육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안무가. 멈춰있는 것, 버려진 것, 죽어있는 것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고민하며, 최근에는 박제된 여성 이미지를 수집하고 재가동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요 안무작으로는 〈죽은 대상을 위한 디베르티스망〉(2015), 〈Stretched Love 늘어난 사랑〉(2018), 〈죽는 장면〉(2020), 〈Ballet for All〉(2021) 등이 있다. 동료 무용가들의 이야기를 담는 블로그 ‘떵샤의 모던댄스’ 운영자다.

저자(글) 채효정

정치학자.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해직 강사.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 정치사상과 철학을 기반으로 정치, 교육, 노동, 생태 등 사회문제를 연구하며, 민주주의 위기와 불평등 문제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지배 언어에 맞서 지배당하지 않는 언어와 사유로 세계를 재해석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대지와 현장에 뿌리내린 연구자가 되고자 노력한다.

저자(글) 최명애

인문지리학자로 인간 너머 지리학과 정치생태학의 접근법을 이용해 야생 동물 및 자연 보전을 연구하고 있다. 고래 관광과 포경, DMZ 두루미,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자연 보전, 생태관광 등을 연구했다.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연구조교수.

저자(글) 최승준

미디어아티스트로 활동하며 대학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을 가르치다가 현재는 유치원에서 일하고 있다. 어린이들과 〈호기심 킁킁〉이란 수업으로 만나고 있고, AI를 활용한 프롬프트 프로그래밍으로 창작 작업을 하고 있다. 인간에게서 배우는 기계의 학습과 기계의 학습에서 성찰하는 인간의 배움에 관심이 많다.

저자(글) 헤더 데이비스

작가, 연구자, 교수이다. 페미니스트와 퀴어 이론을 통해, 정착민 식민주의의 맥락에서 생태학, 물질성, 현대 예술을 연구한다.

저자(글) 예술육아소셜클럽

김다은, 민경영, 박주원, 신승주, 이경희, 임유빈, 정유희
‘예술육아소셜클럽’은 예술인이자 부모인 이들이 예술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콜렉티브이다. 부모 예술인이 마주하는 돌봄 노동, 경력 단절 등의 이슈를 환대의 연대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한다. 우리는 각자의 개인적이며 구체적인 경험과 이야기 수집을 토대로 예술계 내의 편향된 인식과 제도적 변화의 지점을 살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저자(글) 이규동

건축을 전공한 후 상업, 주거, 전시장 등의 공간과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들었다. 하나의 공사를 진행할 때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는지를 알게 되고, 그것이 폐기물 처리장에 쌓여 거대한 산을 만드는 것을 본 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고 있다. 현재는 도시를 떠나 제주에서 만난 동물들과 에 겨워 살고 있다.

목차

  • 02 제로의 책 / 여는 글
    06 제로를 위한 디자인 잡담 / 어라우드랩
    26 메타버그 세계관 / 최승준
    48 재야생화: 인류세의 미래를 위한 대담한 상상 / 최명애
    66 부모 예술가를 배제하지 않는 방법 / 부록1
    70 모든 몸을 위한 발레 / 윤상은
    81 창살과 영혼 / 손희정
    101 셀카의 기술 / 고아침
    110 구축 없는 건축의 구축 / 강현석
    132 집과 숲 / 김영주 인터뷰
    156 필패하는 말과 토대 없는 믿음 / 안팎
    170 어떤 것도 버리지 않기 위한 조각들 / 부록2
    176 이것은 상상력의 싸움이다 / 채효정
    206 데이터셋 그리고 팅커링 / 송수연
    223 퀴어 자손 / 헤더 데이비스
    235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하여 / 김영옥
    258 함께한 사람들
    255 만든 사람들
    257 도판 출처

책 속으로

첫문장: 근데 제로가 뭘까?

p.65
인간과 비인간의 삶 그 자체는 재난 이후에도 계속된다. 체르노빌이나 허리케인 카트리나,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19 사례에서 보듯, 폐허 속에서도 야생 동물은 생육하고 번성하며, 삶은 이어지고, 꿈과 희망들은 펼쳐진다. 인류세는 종식과 절멸의 서사만이 아니며, 폐허 속에서 생성되는 ‘재기’와 ‘풍성함’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p.28
세계 인구의 36~45퍼센트 정도는 아직 인터넷에 접근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죠. 인터넷을 쓰지 못하는 곳에 대형 드론을 띄워 인터넷 접근 문턱을 낮추자는 페이스북의 아퀼라 프로젝트는 2016년에 시작해 2018년에 종료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지에 풍선을 띄워 무선 인터넷을 공급하는 구글의 룬 프로젝트는 2011년에 시작해 2021년 1월에 종료했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에는 인터넷이라는 중요한 매체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유통 기한’이 있는 선한 의도와 동시에 아직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는 인류의 절반이 있는 시장을 개척하고 사업의 규모를 키우려는 영리적 의도가 공존한다고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p.184
‘탈석탄’에서는 석탄만 아니라 석탄노동자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탈석탄 지역의 노동자와 주민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숫자’는 알려주지 않는다. 숫자는 많은 것을 속일 수 있다.

p.95
사실 중요한 건 영혼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맥두걸의 ‘21그램설’이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어떤 방법으로도 인간 영혼의 존재 여부는 판명될 수 없을 테니까. 그보다 ‘나만이 고결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인간의 나르시시즘이 세계를 어떻게 폐허로 만들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일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그것이 ‘영혼’이라는 찬란한 말의 효용이다.

p.128
이 미완성 건축은 45층의 콘크리트 뼈대와 바닥, 그리고 부분적으로 시공되다 멈춘 유리 외피의 모습으로 장기간 방치됐다. 2007년부터 이 ‘죽은 거인’의 몸체에 사람들의 생기가 닿기 시작했다. 카라카스 변두리의 무허가 빈민촌에서 쫓겨난 이들이 하나둘씩 그 텅 빈 공간을 점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 2014년에는 약 3천여 명의 주민들이 다비드 타워를 무단 점유하여 거주지로 삼았다.

p.162
비장애인의 세계에서 장애인의 몸이 충분히 준비하고 완벽히 연습된 상태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이들은 언제나 시기상조인 상태로 무대에 오른다. 드랙 퍼포머들은 흔히 스스로를 성별화된 단어 - 퀸이나 킹 - 로 칭하면서도, 그리고 그 성별의 기호들로 자신을 치장하면서도, ‘충분히’ 그 성별이 되기를 시도하는 대신 말도 안 되는 괴상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런 무대들은 필패하는 몸짓이 여는 공간이다.

p.193
기후위기를 시각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벌겋게 달아오른 지구, 녹아 흘러내리는 지구 이미지는 진부해졌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그 자체가 지구 위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인간을 상정한다. 근대인의 관점, 지구에 불을 지른 그 인간의 관점 말이다. 나오미 클라인은 『이것은 모든 것을 바꾼다』에서 푸른 별 지구라는 표상이 지구인의 위치를 지구 밖으로 이동시켜왔다고 지적한다. 불타는 지구 역시 마찬가지로 우리의 시선을 외부자의 관점으로 이동시킨다. 그 시점은 우리 집이 불타고 있는데도 자신을 밖에서 불구경하는 구경꾼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p.248
심리학은 ‘네 안의 울고 있는 아이’를 만나라고 권한다. 유년기가 누구에게나 언제나 더할 나위 없이 따스하고 순연한 햇살로 빛나는 건 아니기에, 어둡고 축축한 그늘에서 여전히 울면서, 일으켜 세워줄 누군가의 손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 아이를 만나는 일은 자기가 누구인가를 계보학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에 필수일 것이다. 그런데 내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유년기의 아이뿐이 아니다. 노년기의 할머니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할머니가 내게 손을 내밀고 있다. 내게 들려줄 말이 있다.

출판사 서평

● 출판사 소개

돛과닻
미술가 김영글이 운영하는 1인 출판사. 인간의 마음과 장르의 경계를 탐구하는 책을 펴낸다.

다른 책: 〈노아와 슈바르츠와 쿠로와 현〉, 〈고양이 행성의 기록〉, 〈나는 있어 고양이〉, 〈모나미 153 연대기〉

● 출판사 제공 ‘여는글’

이 책은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예술사업 선정 프로젝트 《제로의 예술》(강민형 김화용 전유진 공동기획)을 바탕으로 한다. 《제로의 예술》은 우리 시대가 직면한 문제들을 종으로 횡으로 연결하며 예술의 견고한 프레임을 돌아보고, 창작가/시민/활동가 등 현장의 목소리를 불러모아 공공의 장을 만드는 기획이었다. 젠더 문제에서 인공지능 윤리까지, 미술 재료에서 기후위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총 46회의 워크숍과 14회의 강연을 열고, 웹진과 페스티벌 등 온오프라인을 무대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1개월간의 프로젝트는 일단락을 맺었다. 그러나 남겨진 고민들은 아직 가야 할 길이 있다. 더 긴 호흡의 대화, 더 많은 상상과 실천을 마련하기 위해, 각기 다른 문제의식을 지닌 언어들을 새로이 모아 『제로의 책』이라는 이름으로 엮었다.

이 책을 디자인한 어라우드랩은 생산과 소비의 매개자인 디자이너의 역할을 고민하며, ‘제로’라는 단어를 나침반으로 세워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방향을 가늠해 본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6850173
발행(출시)일자 2022년 04월 08일
쪽수 260쪽
크기
131 * 250 * 18 mm / 520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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