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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밤드리

작가 구보 씨의 서울 트레킹
안상윤 저자(글)
휴먼필드 · 2020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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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밤드리 상세 이미지
30여 년 동안 언론에 몸담으면서 다큐멘터리 PD, 탐사보도 프로그램 앵커, 홍콩ㆍ베이징 특파원, 스포츠 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는 저자가 서울의 명소 거리를 거닐며 세밀하게 그려낸 한국 사회의 ‘문화지형’이면서 서울의 ‘도시지형도’다.

작가정보

저자(글) 안상윤

안상윤

1954년 경남 밀양 출신이다. 중국어와 행정학을 전공했다.
KBS와 SBS에서 32년 일했다. 다큐 PD, 홍콩·베이징 특파원, 〈뉴스추적〉 앵커, 스포츠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중국학 교수를 거쳐 월간지 편집 고문으로 일하며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다.
스무 살 무렵부터 서울에서 살았다. 40여 년 세월이다.
걷고 먹고 마시고 듣는 걸 즐긴다.
2008년 스페인 국왕 문화훈장을 받았다.

저서 : 《고종과 메이지》, 《충청도는 왜 웃긴가?》 외

목차

  • 01 동작대교 → 한강 둔치
    저마다 속으로 침잠하며
    혼자 감내해야 하는 쓸쓸한 시대
    빗속이지만 춤은 추어야 한다
    02 동부이촌동
    슬픔을 안주로 삼던
    낭만의 시간들이 세월 저편에 있었다
    03 용산
    변화의 바람 앞에서
    바야흐로 땅의 지문이 바뀌고 있다
    04 한강로 → 갈월동 → 후암동
    결핍의 마음이 향하는 곳엔
    보잘것없는 습관들이 유적처럼 남아 있다
    05 서울역 → 중림동 → 만리동
    정겨운 옛것이 걸음을 멈추게 하고
    어색한 새것은 걸음을 피하게 한다
    06 양동
    모든 스러진 것들에 영광 있으라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오래도록 기억하는 일일 뿐
    07 숭례문
    증오가 부른 파괴
    불멸을 위한 멸함
    08 시청 주변
    죽이려는 증오 정치의 뿌리
    살리려는 음식을 향한 그리움
    09 덕수궁 → 정동
    석조전 수양벚꽃 석어당 살구꽃
    풍경은 저토록 아름다운데
    10 광화문
    깃발을 믿지 마라
    정신이 피폐해지기 쉽다
    11 무교동
    맵고 뜨끈한 음식이 있어
    고단한 삶이 위로받았다
    12 환구단 → 소공동
    공익심이 결여된 공허한 정치,
    철학의 차이가 가른 19세기 한·일의 운명
    13 명동
    세월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결핍의 아름다움이 그리워지는 곳
    14 남산동
    봄이 머무는 언덕
    아름다운 전설이 깃들어 있는 공간
    15 남산 기억의 터
    정신을 놓지 말자
    관용과 치유가 있는 풍경을 잃게 되리니
    16 남산 순환로
    열정적 유위有爲가 있어야
    변방에서 중심으로 향한다
    17 을지로
    변화의 바람을 피하지 않되
    옛것을 잃으면
    마음이 가난해진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18 청계천
    무리를 따르지 마라
    개체의 자존自尊이 흔들린다
    19 익선동
    무수한 걸음들이 오늘의 길을 만들었다
    또 다른 길들도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다
    20 낙원동 → 종묘
    장강의 뒷물이 앞 물을 치듯,
    구시대는 가고 새 시대가 온다
    대립이 아닌 화합의 이름으로
    21 인사동
    배치와 조합을 달리하면
    사물은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할 수 있다
    22 서촌 → 인왕산 자락길 → 자하문 → 세검정 → 삼청동
    관조하자
    자연과 하나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으리니
    23 가회동 → 재동
    개혁은 왕왕 허사가 된다
    미완의 꿈, 미완의 나라
    24 안국동
    열정을 자제하지 못하면 진실을 놓친다
    25 창덕궁
    후원에 꽃 피고 새 울던 풍경
    아스라이 멀어져 간 꿈 같은 시절
    26 종로4가 → 동대문
    한국의 힘, 노래
    대중은 진화한다, 보편성의 방향으로
    27 낙산
    길의 필연성이 예정된 것이라면
    운동의 방향성은 사랑이 결정한다
    28 대학로
    아름다움은 적이 많은 법이다.
    시간만이 원군일 테지만,
    왕왕 그마저도 편들어 주지 않는다. 무지 탓이다.
    29 혜화동 → 성북동
    느슨한 끈 같은 이웃이 될 수는 없나
    삶이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을 터인데

    발간에 덧붙여·황훈성 이상빈 / 주요 참고문헌

추천사

  • 골목의 역사와 공간을 엮어 짠 이야기 카펫

    21세기 떠오르는 문학비평은 문화지형학이다. 철학적 심리적 비평이 아니라 작품 속의 공간적 배경이 뿜어내는 외면 풍경과 화자의 내면 풍경이 상호 침투하는 과정을 해석하는 문화지형적 비평이다. 이 비평은 당연히 거대담론을 거부하며 결코 융합될 수 없는 일상의 잔편들을 긁어모아서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줌을 비평의 목표로 삼는다. 안상윤 작가의 《서울 밤드리: 작가 구보 씨의 서울 트레킹》은 문화지형적 비평에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구보 씨에게 서울 거리 하나하나는 시공간적으로 정교하게 교직된 페르시아 카펫이다. 외견상 무늬가 또렷하게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자의 내면 풍경, 의식의 흐름과 뒤섞여 시냇물에 비친 하늘 구름 그림자처럼 어른거려 제대로 형상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호머의 《오디세이》도 지중해 연안 지역의 문화지형학을 다룬다. 여기서 화자 오디세이의 내면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외눈박이 키클롭스나 마녀 사이렌 그리고 아마존의 문화행태나 일상생활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20세기 영국의 제임스 조이스는 오디세이의 모험 여행기를 유대계 아일랜드인 레오폴드 블룸의 내면 탐사 여행기 《율리시스》로 바꾸어 버렸다. 1930년대 중엽 박태원은 조이스를 본떠서 더블린을 서울 공간으로 옮겨서 내면 여행을 감행한다. 1960년대 최인훈은 더욱더 깊은 내면 모험 여행을 시도한다. 이제 안상윤은 2020년도에 풍광도 바뀌고 풍속도 바뀌고 그 속의 등장인물들조차 알아보기 힘들게 바뀐 서울의 풍경화를 그리는 시도를 한다. 그의 그림은 내면 풍경보다 외면 풍경 특히 격세지감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골목의 역사와 공간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여기 멋진 이야기 카펫을 완성한다. 그 과정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역사 문학 음악 미술 등 인문 예술 전반에 걸친 압도하는 박학강기와 그것을 풀어놓는 현하지변은 필자와 같은 눌변의 댐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다.

  • 낭만적 인본주의자의 도시지형학

    동작대교 남단에서 출발해 성북동에서 끝나는 여정.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강남에서 출발해 우리에게 익숙한 종로구와 중구의 장소들을 거쳐 북한산 자락에서 끝이 나는 도시 여행을 그려낸 책을 통해 상윤 형은 우리에게 무수한 추억을 소환한다. 그러나 그냥 길을 걷는 것이 아니다. 길에서는 문화에 대한 형의 해박한 지식이 거리와 지역에 대한 역사적, 개인적 기억과 교차한다. 서양의 문학작품, 영화, 가요와 팝송이 수시로 등장하며, 로맨티스트의 감성에 들어맞는 많은 술집도 예외일 수 없다. 명증한 시선이 바라보는 세상만사가 취한 눈으로 보는 세상과 즐겁게, 때로는 고통스럽게 만나고 있는 느낌이다. 무수한 삶이 명멸했던 도시를 채우고 있는 기억을 불러내면서 상윤 형은 한 개인을 점철한,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을 거쳐 간 다양한 코드들을 정직하고도 성실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인본주의자의 성찰이다. 상윤 형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서서 스러져가는 모든 것, 시간의 흐름에 떠라 변색해가는 무수한 대상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책을 한결같이 관통하고 있는 입장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고,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광풍인 편 가르기에 대한 거부다. 일견 ‘회색인’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형은 근본이 휴머니스트다. 그리고 저잣거리의 악다구니를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미학자다. 스쳐 지나가는 많은 거리가 상윤 형에게 각인시킨 이미지를 들여다보며 우리는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 대한민국의 거대한 단위와 얼마나 살을 맞대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건 공포스러운 느낌이자 행복한 경험이기도 하다.
    길과 거리는 거대한 역사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다. 예를 들어 프랑스 도시 아미엥은 쥘 베른의 기억과 체코 도시 프라하는 프란츠 카프카가 그려낸 인간의 광기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자신의 고향 알제리의 산들 풍경과 닮았다는 이유로 카뮈가 말년에 찾아간 남프랑스의 루르마랭을, 자크 카르티에가 대서양 바다 건너편 미지의 세계를 꿈꾸었던 생말로를 우리는 기꺼이 찾아간다. 그 속에서 작가의 절망을, 하나의 도시가 뿜어내는 열기와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이다. 아마 그런 모습은 길이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고, 살아있음에 대한 경외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며, 우리가 택해야 할 길에 대한 고민을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길을 가며 각성하는 풍경은 그 어떤 모습보다 더 경건해 보인다.
    상윤 형은 박태원, 최인훈의 계보를 이어 서울의 지형학을 새로 보완하려 든다. 그 누가 형의 의도에 감히 반기를 들 수 있으랴. 우리 모두에게 서울역은, 삼청공원은, 정동길은 모두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소녀 혹은 소년에 대한 기억을 채운 장소들이 아닌가. 다시 만나고 싶어도 영원히 만날 수 없고, 만에 하나 다시 만난다 할지라도 처음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픈… 오늘날 그 어떤 집도 대학생 학생증을 내밀 때 외상 술을 주지 않는다. 그 누구도 사랑하고픈 대상의 집 전화번호를 따낼 때의 떨림을 거의 공유하고 있지 않다. 그 시절의 도시라는 공간은 참 넓고도 막막했으며, 그런 만큼 시공간의 크기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도시의 비정함은 점점 더 강도를 더해가면서 낭만의 공간을 잠식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의미에서 길과 거리에 대한 기억은 더욱 소중해지고 있지 않은지? 서울에 대한 상윤 형의 그 풍요로운 기억 속에서 나는 사람의 땀 냄새를 찾아낸다. 오늘도 서울 어느 구석의 술집에서 〈April come she will〉을 부르면서 옛 추억을 소환하고 계실 형 모습이 그립다.

    p.s. : 갑자기 등장하는 남프랑스와 반 고흐에 대한 기억. 생뚱맞고 신선했다. 서울을 그토록 사랑하는 형도 때로는 숨이 막혔던 모양이다.

책 속으로

예로부터 ‘길’은 이중적 의미로 쓰여왔다. 걷는 길과 방법으로서의 길이었다. 길을 걸으며 방법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道’와 ‘Way’를 모두 이중적 의미로 사용하며 길 속에서 길을 찾으려 한 거 보면 길을 걷는 행위는 사유를 동반하는 것이 된다. 그러한 사실을 필자는 2004년 가을 스페인 북부의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확인한 바 있다. 한 달여간 프랑스 남부의 생 장 피에드 포르에서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부를 가로질러 대서양 가까운 산티아고까지 8백여 km를 걷는 동안 줄곧 생각에 빠졌다. 혼자 길을 가야 했으므로 다른 방법이 없었던 까닭이다.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홀가분해지는 경험을 하며 희로애락의 감정들에서 벗어나 편안한 마음 상태로 바뀌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걷는다는 것의 위대함을 깨치게 되었다. 스님들이 왜 만행을 하며, 수도사들이 왜 순례의 길에 오르는지 이해되었다. 불편함과 부족함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고요함과 고독함에 익숙해지며, 따뜻함과 친절함에 감사하고, 아름다움에서 힘을 얻던 여정이었다. //‘서문’ 중에서

역설적으로 사람들 간 관계의 강도가 약해지는 게 혁신과 창의를 촉발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구보 씨는 SNS에서 만나는 외국 친구가 “코로나가 밉지만, COVID 이후 공원을 산책하고 벤치에서 책을 읽고 준비해 간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빵집에서 빵을 사서 먹거나 싸간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을 때우고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는 일상을 갖게 돼 행복하다.”라고 피력하는 걸 보면서 시선이 차분하고 마음이 고요하면 풍경도 그에 걸맞게 평화로운 모습으로 찾아온다는 사실과 함께 그 평화를 코로나가 가져다주었음을 발견한다. 구보 씨는 어쩌면 코로나 위기 상황이 부조리 속에서 재미를 찾으며 살아가는 법과 그 필요성을 비로소 이해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겠다는 전망도 해본다. 해방 이후 오랜 세월 편을 갈라가며 격렬하게 대치했던 진영의 싸움도 개인의 무관심 속에 덧없이 종결되면서, 역설적으로 관용과 연대의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3p

충신교회 뒤에는 ‘크레이지 호스’와 ‘전원’ 등의 카페도 있었다. 당시로서는 세련된 분위기였던 이 카페들은 장안의 애주가들 사이에 명성이 자자했다. ‘전원’의 여주인은 가수 서유석 씨와 인연을 맺어 더욱 유명해졌다. 구보 씨는 ‘크레이지 호스’를 1983년 소설가 김주영 선생이 이끌어 처음 가보았다. 김 선생은 둘이 마시는데도 안주를 이것저것 많이 시켰다. 미안한 마음에 만류하자 선생이 말했다. “많이 먹읍시다. 나는 푸짐하게 차려놓고 먹는 게 좋아요.” 그는 경상북도 청송에서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배를 곯았던 서러운 기억을 안고 있었다. 남의 집 밭 무를 뽑아 먹다 야단맞고, 학습 준비물을 마련하지 못해 혼나고, 진달래꽃으로 허기를 달랬다. 크레파스 살 돈이 없어서 빌린 흰색 크레파스로 하늘을 처리했다가 벌을 받기도 했다. 스무 살 무렵 서울을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안동역에서 중앙선을 무임 승차했다가 몇 차례나 역무원에게 적발돼 강제 하차당했던 눈물겨운 사연도 갖고 있었다. 경상북도 어느 간이역의 캄캄한 어둠 속에 내팽개쳐지던 때의 절망감과 비애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27

옛 양정고를 나서면서 구보 씨는 길 건너 만리재 골목에 있는 이발소 한 군데를 떠올린다. 서울에서 가장 유서 깊은 이발소이다. 이 ‘성우이용원’은 나그네의 걸음을 절로 멈추게 한다. 이 건물의 외관에 시선을 빼앗기면 들어가 보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되는 까닭이다. 곧 무너질 것만 같은 이 낡은 건물은 유려한 아웃 라인으로 생명감을 유지한다. 구보 씨는 그 선이 예전에 보았던 만화가 박수동의 선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구보 씨의 눈에 사물은 선이 예뻐야 돋보이는 법이다. 나무나 돌, 집, 자동차, 그릇 등도 그러하지만, 사람의 자태도 그러하다. 승무를 추는 비구니의 춤사위나 골퍼 타이거 우즈의 스윙, 노 목수의 대패질 등이 이루는 동작 선은 미감으로 충만하다고 느낀다. 구보 씨는 잠시 다리를 쉴 겸 머리를 다듬기로 한다. 이발사의 손길을 느껴보기 위함이다. 내부는 의자 둘, 대기석 그리고 세면대로 4평 공간을 구성한다. 아니나 다를까 ‘바리칸’ 대신 가위로 머리를 깎고, 물뿌리개로 머리를 감기고, 비누 거품으로 면도를 한다. 선풍기를 가운 아래에 넣어 에어컨을 대신한다. 모두가 아련한 옛 이발소 풍경이다. 밀레의 〈만종〉 그림만 붙어 있으면 영락없는 50~60년대 이발소 풍경이 완성될 터이다. 정적 속에 싸각거리는 가위 소리를 듣고 있자니 사르르 졸음이 몰려온다. 1952년생인 이발사 이남열 씨는 1927년에 외조부가 문을 연 이곳을 선친에 이어 3대째 이어오고 있다. 허물고 새 건물을 짓자는 유혹을 여러 차례 거절했다. 의자와 가위, 면도기 그리고 거품 솔도 모두 윗대 어른들이 쓰던 그대로이다. 그는 '문화유적지'를 지키는 완고한 '문화지킴이'이다. 이 이용원 덕에 이 길의 역사성은 그 깊이를 더한다. //57~58p

구보 씨는 남대문에서 시청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시청 앞 ‘먹자 타운’에는 구보 씨가 스무 살 무렵에 자주 찾던 고추장돼지불고기집이 아직 남아 있다. ‘남매집’이다. 손바닥 크기의 동그란 돼지고기 덩어리에 고추장을 발라 연탄불 위에서 구워 먹는 그 음식은 떠올리기만 해도 입 안에 침이 고인다. 저녁 장사를 하는 집이라 낮에는 닫혀 있다. 구보 씨에게 그 음식점은 일주일에 4일 가르치고 2만 원을 받던 1973년 무렵, 아르바이트 월급을 받던 날에만 올 수 있었던 곳이었다. 하숙비 1만 2천 원을 내고 나면 남는 8천 원으로 한 달 용돈을 해야 하던 시절이어서 여유가 없었다. 그런 절절함이 작용한 연유로 이 집 고추장돼지불고기는 맛을 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맛을 결정하는 절반의 요소는 그 음식을 둘러싼 환경에 있다고 구보 씨는 생각한다. 잠시 회상에 빠져 있던 구보 씨는 플라자 호텔 방향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다가 어떤 술집 앞에 놓인 글귀를 발견하고 미소를 짓는다. 문장이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술이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원래 나쁜 사람을 술이 드러나게 해 준다.”

시내를 걷다 보면 가끔 이런 촌철살인 글들을 만나곤 한다. //79p

더러 매운 걸 한번 먹어줘야 할 때가 있다. 몸이 원하는 것이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무교동 낙지’가 당기고 입에는 절로 침이 고인다. 일단 그 생각에 사로잡히면 찾지 않고는 배겨낼 재간이 없다. ‘무교동 낙지’에 대한 구보 씨의 향수는 커서 요즘도 옛 ‘무교동 낙지’ 맛을 계승하고 있다는 몇몇 집들을 찾곤 하는데 무언가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중국산 냉동 낙지를 쓰는 데다 마늘 값이 비싸진 까닭에 매운맛을 내는 방법이 예전 같지 않은 탓일 것으로 여긴다. 설탕을 넣는 까닭도 있다. ‘달달한’ 것을 선호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입맛을 고려한 까닭이겠지만, 낙지볶음은 단맛이 나면 무언가 ‘옳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무교동 ‘원조 낙지집’과 청계천 1가 천변에 있다 종각으로 옮긴 ‘우정낙지’가 마늘로 매운맛을 내고 있어서 지금은 그 두 집을 주로 찾는다. 구보 씨는 지금도 무언가가 허전하다고 느끼는 날엔 통통한 낙지의 식감을 느끼면서 마늘로 매운맛을 내던 옛 ‘무교동 낙지볶음’을 간절히 만나고 싶어진다. //116p

남산 순환로는 서울을 찾는 배낭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코스이기도 하다. 일본과 중국의 젊은이들이 자주 목격된다. 구보 씨는 2년 전쯤 이 길에서 젊은 러시아 여성 두 명과 조우한 적이 있었다. 20대 초중반의 대학생과 직장인이었는데 남산 전망대 가는 길을 물어오면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구보 씨가 “어떻게 배낭 여행지로 한국을 택했느냐?”라고 물었더니 대답이 의외였다. “BTS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 나라를 보고 싶었다.”라는 대답이었다. 의외였다. 단순히 좋아하는 가수의 나라라는 이유로 찾아온 것이었다. 구보 씨는 원래 남산 케이블카를 거쳐 명동 쪽으로 빠질 생각이었으나 그들을 안내해 타워까지 같이 걷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밀레니얼세대의 젊은이들은 확실히 그 전 세대들과 달라!”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BTS가 빌보드 1위에 오르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때긴 했으나 러시아에서까지 팬들이 찾아올 정도라고는 짐작도 못 했었다. 모스크바도 아니고 첼랴빈스크라는 카자흐스탄과의 변경 도시에서도 BTS가 인기몰이를 한다니, 구보 씨는 그저 놀랄 따름이었다. 타워에서 생맥주를 한 잔씩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들은 전망대로 올라가고 구보 씨는 다시 을지로로 방향을 잡고 걸으며 K-pop의 위상을 곰곰이 생각했었다. BTS 열기는 2020년 6월 현재도 수그러들 줄을 모르고 있다. //166p

종로 2가 낙원상가와 종로 3가 사이에 익선동이 위치한다. 이곳은 자그마한 한옥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서울지명사전을 보면, 1914년 일제시대 때 동명을 정하면서 익동과 정선방의 이름을 합성하면서 익선동이 되었다.
이 유서 깊은 공간은 조선 최초의 뉴타운이었다. 1920년대에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정세권의 건양사가 기획했다. 모두가 10평 남짓한 작은 평수의 조선집이었다. ‘한옥’은 1990년대부터 쓴 표현이고 이전엔 ‘기와집’, 그리고 그 전엔 ‘조선집’이라 불렀다. 경남 함양 출신의 정세권은 경성 땅을 일본인에게 내주지 않기 위해 경성으로 올라와 이런 주택사업을 시작했다. 이 익선동은 당시 가성비가 좋아 조선인들의 환영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출판사 서평

낭만적 인본주의자의 도시지형학, 골목의 역사와 공간을 엮어 짠 이야기 카펫-

저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들을 움츠리게 만들던 7월의 어느 이른 아침 문을 박차고 나와 밤늦게까지(밤드리) 시내 곳곳을 거닐며 서울과 서울 사람들, 그리고 ‘서울’이라는 소쿠리에 담겨 있는 한국 사회의 면면을 살핀다. 여기에 지난 역사와 문화, 현실 정치는 물론 개인의 기억과 추억들이 꼬리를 물고 소환되어 “한 개인을 점철한,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을 거쳐 간 다양한 코드들을 정직하고도 성실하게 기록”(이상빈, ‘낭만적 인본주의자의 도시지형학’)한다.
‘작가 구보 씨의 서울 트레킹’이라는 부제는 1930년대 박태원과 1970년대 최인훈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서 빌려온 것으로 이 책의 서술 형식을 보여준다. 저자는 “오래 전 한 소설가가 시도했던 방식을 재현해보려 한다. 소설이 아닌 수필의 형식으로, 간접화법이 아닌 직접화법으로 2020년 현재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을 짚고자 한다.”라고 서문에 적고 있다. 이른바 ‘걸으며 생각하기’다.

“1930년대 중엽 박태원은 조이스를 본떠서 더블린을 서울 공간으로 옮겨서 내면 여행을 감행한다. 1960년대 최인훈은 더욱더 깊은 내면 모험 여행을 시도한다. 이제 안상윤은 2020년도에 풍광도 바뀌고 풍속도 바뀌고 그 속의 등장인물들조차 알아보기 힘들게 바뀐 서울의 풍경화를 그리는 시도를 한다.”(황훈성, ‘골목의 역사와 공간을 엮어 짠 이야기 카펫’)

서울 강북 지역의 명소들을 법정동과 문화권 등으로 묶어 스물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했고, 직접 촬영한 230여 컷의 컬러사진을 수록하여 읽고 보는 재미를 더할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서울문화지도’ 역할을 하는 데도 부족함이 없다. 저자의 만보(漫步) 코스는 동작대교 → 한강 둔치 → 동부이촌동 → 용산 → 한강로 → 갈월동 → 후암동 → 서울역 → 중림동 → 만리동 → 양동 → 숭례문 → 시청 주변 → 덕수궁 → 정동 → 광화문 → 무교동 → 환구단 → 소공동 → 명동 → 남산동 → 남산 기억의 터 → 남산 순환로 → 을지로 → 청계천 → 익선동 → 낙원동 → 종묘 → 인사동 → 서촌 → 인왕산 자락길 → 자하문 → 세검정 → 삼청동 → 가회동 → 재동 → 안국동 → 창덕궁 → 종로4가 → 동대문 → 낙산 → 대학로 → 혜화동 → 성북동 순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6843359
발행(출시)일자 2020년 12월 17일
쪽수 376쪽
크기
152 * 225 * 30 mm / 704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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