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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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조선일보 > 2019년 2월 3주 선정
발자크는 『미지의 걸작』에서 분명 시대를 앞서간 사유를 보여준다. 첫 출간 당시 불과 서른두 살이었던 젊은 소설가가 문학이 아닌 회화와 관련해 당대 첨예하게 대립되던 사고들을 담아내고 나아가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 보여준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후대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이 이 짧은 소설로 인해 커다란 충격을 받거나 특별한 영감을 얻은 것도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이 작품이 일군의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의 열광을 넘어, 그리고 “문자로 묘사된 최초의 추상화” 혹은 “추상 회화의 문학적 기원”이라는 평가를 넘어,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고 매혹시킨 데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절대 회화’ 혹은 ‘살아 있는 그림’이라는 인류의 아주 오래된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예술작품, 즉 실재에 대한 재현이 아니라 실재 그 자체로서 우리와 함께 현존하는 예술작품은 사실 인류가 선사시대에 동굴 벽화를 그리면서부터 꾸어 왔던 꿈이다. 실재와 너무나 똑같아서, 혹은 실재보다 더 강렬한 진실성과 존재감을 담고 있어서 그 자체로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는 예술작품에 대한 꿈 또는 상상. 소설은 이 보편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꿈에 대한 추구를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드라마틱한 서사로 풀어낸다.
젊고 패기만만한 젊은 화가 니콜라 푸생. 그는 유명화가 포르뷔스의 집에서 천재 '프랜호퍼'를 만난다. 프랜호퍼는 최고의 회화 실력을 가진 화가로,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걸작 <카트린 레스코>를 10년에 걸쳐 비밀리에 그려왔다. 작품은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젊은 푸생은 이 작품을 본다면 자신도 진정한 걸작을 그릴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그림의 완성을 앞두고 보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이국땅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프랜호퍼. 아직 완성되지 못한 <미지의 걸작>을 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푸생은 자신의 애인이자 뮤즈인 아름다운 '질레트'를 이용하여 프렌호퍼에게 해서는 안 될 제안을 하게 되는데…
작가정보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오노레 드 발자크(Honor de Balzac)는 쉰한 살이란 길지 않은 생애 동안 100여 편의 장편소설과 여러 편의 단편소설, 여섯 편의?희곡과 수많은 콩트를 써냈다.
스무 살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누추한 다락방에서 예비 작가의 삶을 시작한다. 여러 사업 실패로 인해 평생 빚에 시달렸으며, 그로 인해 보통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노동 강도로 글을 써 냈다.
발자크는 자신의 작품 전체를 사회를 이해하는 도구로 삼고자 했다. 철학적 사변이 두드러지는 풍자적이며 사실주의적인 그의 저서들은 오늘날 그를 대문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낭만주의가 꽃을 피운 시대에 사실주의의 문을 연 발자크는 그동안 자신이 써낸 모든 작품과 앞으로 써낼 작품의 목록을 가지고 <인간희극>이란 총서를 기획한다. 등장인물만 2천여 명이 넘는 <인간희극>은 대혁명 직후 프랑스 사회의 파노라마를 정치, 경제, 사회적 영역뿐만 아니라 내밀한 사적 영역까지 넘나들면서 어느 것 하나도 빼놓지 않고 기록하고자 한 발자크적 야심의 산물이다.
'문학의 나폴레옹'이 되고자 했던 발자크는 글을 쓰기 위해 하루에 40잔 가까이?커피를 마신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런 극단적인 과도함은 그에게 돌이키기 힘든?심장질환을 안겨준다. 발자크는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후 1850년 8월 18일 세상을 떠나고 만다.
작품으로 <고리오 영감>, <골짜기의 백합>, <외제니 그랑데> 등이 있다.
목차
- 책 머리에 7
영생의 묘약 15
미지의 걸작 67
1장 질레트 69
2장 카트린 레스코 113
해설
절대 회화 혹은 살아 있는 그림을 향한 꿈 135
부록
영화 <누드 모델 La belle noiseuse> 159
화가와 걸작들 177
추천사
책 속으로
“자, 좋아, 자네 애인의 손을 주조해서 자네 앞에 놓아보게. 자네는 어떤 유사점도 없는 그저 끔찍한 시체 하나를 보게 될 거야. 자네는 결국 그 손을 정확하게 복제하는 대신 그것의 움직임과 생명력을 나타내 줄 인간의 끌을 찾으러 가게 될 걸세. 우리는 사물과 존재들의 정신과 영혼, 인상(人相)을 포착해야 하네. 그래, 효과! 효과를! 하지만 효과는 생명의 부수적 사건이지, 생명 자체는 아니야.” (본문 82페이지)
그가 몹시 조급하고 발작적인 작은 동작들로 너무 빠르게 그렸기 때문에, 젊은 푸생은 마치 그 이상한 인물의 육체 안에 악마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꼈다. 악마가 인간의 의사와 상관없이 환상적으로 손을 잡고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본문 91페이지)
“내 여자, 내 신부를 보여주라고? 내가 순결하게 내 행복을 덮어두었던 그 천을 찢어버리라고? 그건 끔찍한 매춘이나 다름없어! 내가 이 여자와 산 게 벌써 십 년이야. 그녀는 나의 것, 나만의 것이네, 나를 사랑하지. 내가 그녀에게 붓질 할 때마다 그녀가 내게 미소 지어주지 않던가? 그녀는 영혼을 지니고 있고, 그 영혼은 내가 부여한 것이네.” (본문 115페이지)
그는 예술가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걸까? 아니면, 그가 표현하는 생각들은 오랫동안 위대한 작품들을 창작할 때 우리 안에 생기는 그 설명하기 힘든 광신으로부터 오는 걸까? 우리가 언젠가 이 기이한 열정과 화해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본문 117페이지)
기본정보
ISBN | 9791196554804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1월 10일 |
쪽수 | 208쪽 |
크기 |
135 * 195
* 20
mm
/ 287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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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의 단편 소설 두 권을 묶은 "미지의 걸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위의 글들은 읽으면서 몇 귀절을 인용한 것들이다. 미술이란 무엇인가에 머물지 않고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가란 어떤 존재인가, 타인의 외면뿐 아니라 내면을 과연 얼마나 알 수 있고 표현할 수 있을까? 등등의 수많은 질문을 하게 만든다.
물론 이 책에 실린 두 작품 모두 마지막은 죽음으로 끝난다. 한 작품은 종교 내지 종교성 영혼을 다룬다면 다른 작품인 미지의 걸작 역시 종교적 경지와 다르지 않게 영혼을 다루는 예술에 관한 이야기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죽음이 삶의 완성이라고 본다면, 그리고 죽음을 돌이킬 수 없다고 본다면, 예술의 완성도 돌이킬 수 없는 어떤 미지의 세계, 어떤 두려움의 세계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