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인쇄 역사에서 근대라 함은 1880년대 이후로 보아야 할 것이다.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이 무너지고 서양의 신문화가 들어오기 시작한 신문화 개화기라 일컫는 1883년 근대화된 서양 인쇄기계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디지털이 출판문화를 온통 뒤바꿔놓은 이때에 아날로그 방식인 LETTER-PRESS(활판인쇄)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접촉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공방북아트센터 김진섭 대표가 20년간 수집한 다양한 레터프레스 관련 자료를 통해 찬란한 출판 역사를 꽃피웠던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고, 그 속에서 책 만드는 다양한 도구의 변천사와 쓰임새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작업은 21세기에 점점 힘을 잃어가는 출판문화의 저력을 재확인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인쇄 문화는 자국의 문화 수준을 대변한다
각자의 환경에서 생성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담아내는 일이 인쇄의 몫이요, 인쇄 문화를 지속가능하게 이끌어가는 일은 결국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끌어올리는 기반이 된다. 사실 활판 인쇄는 책 한 권의 제작 시간이 컴퓨터 인쇄의 10배, 비용은 20배쯤 들어가지만 전자식 인쇄 책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 바로 보존 기간이다. 전자책은 길어야 100년 안팎이지만 활판 인쇄 서적은 500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아 외국에서는 문학전집 등 오래 보관해야 하는 책들은 지금도 활판으로 인쇄해내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감성과 소통하는 예술품으로서 레터프레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절실하다.
레터프레스의 역사는 시대상을 가장 충실히 담아내는 바로미터요, 거울이다
현대의 인쇄는 사진술의 발달, 컴퓨터의 등장, 인터넷의 보급 및 스마트폰과의 융합을 통해 암각화나 양피지에 기록을 보관하던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거치지만, 이러한 흐름이 과연 현대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좀 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인쇄술의 보급이 근대에 이르러 특정 계층의 권력화를 견제하고 사회전반에 걸쳐 새로운 원동력이 되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근대 레터프레스의 역사는 단순한 지식 정보 전달을 넘어 민족정신 고양이라는 지대한 공헌을 해온 문화산업이요, 시대상을 가장 충실히 담아내는 바로미터요, 거울이다. 사실 인쇄산업에서 파생되는 캘리그라피, 제지의 종류 및 제본 방식, 다양한 컬러의 조합으로 이뤄내는 디자인은 단순히 찍어내어 전달하는 기능을 넘어 인쇄를 종합 예술로 승화시켜 준다.
필자는 현대 인쇄술의 관점을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빠르고 정확한 보급 및 대량 생산의 레터프레스가 아닌 각자의 개성과 정성이 드러났던 필사본처럼, 나아가 책이 귀했던 시절 표지가 닳도록 읽었던 한 권의 책이 주는 충만함과 따뜻했던 감동을 다시금 선사해보고자 기획했다.
작가정보
책 만드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이다. 2001년 책공방북아트센터를 설립하여 그때부터 일반인들에게 자신의 손으로 만드는 책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보자고 외치고 있다. 이렇게 책 만드는 문화를 전파하는 것과 함께 또 다른 즐거움이 있는데 그것은 올드 프레스 탐험가가 되어 책과 관련된 기계와 도구들을 찾아 다니는 것이다. 인쇄 기계와 제책 기계부터 시작해 자그마한 도구들까지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묻은 것들을 데려와 오일 통과 브러시를 들고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여 생명을 불어놓고 있다.
그러한 기계들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시간이 그는 가장 즐겁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밀려난 아날로그 기계들은 수많은 장인들의 혼이 묻어있는 동시에 우리의 인쇄 문화가 배어있는 근대 유산이라며 그것들을 자식같이 귀하게 여기며 많은 사람들에게 옛 것 그리고 물성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저서로는 『책잘 만드는 책』, 『디자이너를 완성하는 포트폴리오』, 『책만드는 버스』, 『책잘 만드는 제책』 이 있다. ‘바로끈’, ‘책공방 장정’, ‘누드양장’으로 실용신안등록을 마쳤다.
현재 전북 완주군 삼례 책마을에서 책공방북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책이 완성되는 처음부터 끝까지의 전 과정을 한 곳에서 배울 수 있는 예술대안학교를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작가의 말
감성과 소통의 예술품, 레터프레스
사진으로 보는 레터프레스는 우리 선배 장인들이 100년 전부터 사용했던 책 만드는 기계들이다. 그때는 자동화된 기계도 없었고, 오직 사람의 손 기술로 책의 의도를 정확히 재현하였다. 주조 기술자, 문선 기술자, 활판 인쇄 기술자, 지형 기술자, 활판 수리 기술자, 석판 교정자, 사진 식자 기술자, 청타식자 기술자, 수제판 기술자, 연마 기술자, 마스터 기술자, 대수조합 기술자, 사철 기술자, 선압 기술자, 양장 제책 기술자, 한식 제책 기술자, 배접 기술자, 수제책 기술자, 도비 기술자 등이 사용했던 책 만드는 기계와 도구를 찾아서 1999년 충무로, 일산, 성수동, 대구, 부산, 광주, 전주, 충청도, 경기도 일대 등 전국에 흩어져 있던 기계들을 하나하나 모아, 닦고 기름 치고, 전문가를 모셔 고치고, 수리하여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만들어 놓았다. 기계들이 유리관 속에 있는 유물이 아니라 관람객들에게 웅장한 모습으로 가동하여 정확하게 사용하는 원리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한 책 만드는 기계 도록이 아직 출판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고, 인쇄 종주국가에서 인쇄 도감 한 권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결국 필자가 가지고 있는 기계들을 중심으로 작은 결과물을 세상에 내보낸다. 더 멋진 작업들이 이 책을 시발점으로 확장되었으면 한다. 우리 선배들이 사용했던 손때가 묻어 있는 책 만드는 기계들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여 다음 세대에 잘 전해지길 기대한다.
목차
- 제1부 간략하게 살펴 본 한국 레터프레스의 역사
1. 쿠텐베르크로부터 시작된 ‘혁명’
2. 개화와 함께 시작된 한국 레터프레스
3. 박문국에서 인쇄한 최초의 신문 「한성순보」의 창간
4. 최초의 민간 인쇄소, 광인사
5. 한국 레터프레스에 많은 영향을 미친 서구 선교사들
6. 배재학당 인쇄부와 「독립신문」
7. 구한말의 인쇄시설들
8. 대한제국의 민간 인쇄시설들
9. 최초 윤전인쇄기로 인쇄한 「대한매일신보」의 등장
10. 100년된 인쇄소 보진재의 창립
11. 독립선언서와 한국인 인쇄소들
12. 최초의 인쇄 전람회와 「동아일보」사건
13. 대형 레터프레스 자체 제작으로 인쇄의 새로운 도약
14. 인쇄인 노동조합의 결성
15. 8ㆍ15 해방과 인쇄시장의 변화
16. 6ㆍ25로 인한 피해와 UN의 도움
17. 전후 복구사업과 새로운 글꼴의 개발
18. 인쇄인들의 해외 연수와 인쇄시장의 혁신
19. 인쇄업계의 자구 노력과 청주고인쇄박물관
20. 컴퓨터의 등장과 ‘새로운’ 인쇄
참고문헌
제2부 사진으로 보는 레터프레스의 모든 것
1. 활판 인쇄
2. 평압인쇄기, 하이델베르그
3. 수동 오프셋교정기
4. 활자 주조기
5. 줄치기, 펜 줄치기, 목괘선
6. 판화 인쇄기, 오목판 수동인쇄기
7. 금박기
8. 사철기, 엮음기
9. 호부장기계
10. 압착기
11. 재단기
12. 제책용 미싱기, 제책용 재봉틀, 미싱철매기
13. 책등 홈기계
14. 책함, 겉상자 호침기
15. 책모서리 재단기
16. 접지기
17. 천공기, 타공기
18. 합지 재단기
19. 줄내기
20. 국ㆍ한문 활자 케이스
21. 캐비닛
22. 팬터그래프, 명찰기
출판사 서평
2013년 삼례문화예술촌을 만들기 위해 책공방이 이곳에 내려오면서 준비한 것은 완주군에만 있는 콘텐츠로 책마을을 추진하는 것이다. 완주군은 건물만 덩그러니 있는 마을이 아닌 다른 지역에 없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책을 선택했고 책의 물성이 담긴 책 만드는 기계, 책 만들던 도구, 장인이 만든 수제책 등의 자료를 갖고 있는 책공방은 이와 관련한 전시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또한 연구하기 위해 출판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완주군과 완주군수의 책에 대한 차별화된 시선 덕분이다. 지자체장의 이런 관점이 높을수록 지역에서의 차별화된 문화가 살아남을 수 있다. 책공방은 완주에 자리잡은 이후 매년 일 년 동안 공을 들여 과거에는 흔했으나 지금은 귀해져 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것을 자유출판이라 칭한다.
책공방의 일년일책 프로젝트는 책 만드는 문화, 기록하는 삶, 자유출판을 향한 발걸음이다. 특히 자유출판은 팔리고 읽히는 책이 좋은 책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꼭 필요한 기록을 보존해 보자는 의도에서 시작하였다. 또한 시간이 오래 흘러도 그 분야를 알기 위해 꼭 필요한 참고도서가 될 만한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96543501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10월 01일 |
쪽수 | 152쪽 |
크기 |
190 * 249
* 20
mm
/ 609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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