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리티라는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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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총서 (4)
작가정보
문학평론가. 부산외대 한국어문화학부 조교수. 비평전문 계간지『오늘의 문예비평』편집위원, 인문그루브 ‘지튼(Z-tn)’ 연구원. 1977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하였다. 비평연구모임 <해석과 판단>에서 공부하였으며,『오늘의 문예비평』에「‘말’하는 ‘입’으로서의 문학관」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함께 낸 책으로『지역이라는 아포리아』,『비평의 윤리, 윤리의 비평』,『공존과 충돌』,『부산시민의제사전 2014』,『지역·주체·소수자 담론과 욕망 표상』,『불가능한 대화들』,『세계문학의 가장자리에서』,『비평의 비평』,『차이의 해석과 문화적 시선』등이 있으며, 제10회 봉생청년문화상(문학부문)과 제38회 이주홍문학상(문학연구부문)을 수상하였다. 첫 평론집 『로컬리티라는 환영』은 ‘지역/문단’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점멸시키고 있는 ‘허구적 유대’의 정치회로를 분쇄하기 위한 비평적 분투이다. 문학과 인문학이 우리 삶의 억압적 감성 구조를 변화시키는 실천적 방법이 되기를 바라지만, 많은 이들이 문학을 잘 아는 것보다는 ‘문학적인 삶’에 더 가까워지기를 희망한다.
목차
- 머리말 : 조금 더 나은 삶이 가능하다면
1부. 프롤로그 : 표준적인 것과 지역적인 것
국어의 외항外港 : 지역, 지역어, 지역문학
2부. 비평의 시차視差와 저항의 장소성
비평(가)의 로케이션과 소명
비평의 시좌 : 신경숙 사태를 보는 다른 곳
혁명의 장소와 증언의 (불)가능성
혁명의 재현과 저항의 (탈)신성화
3부. 비평의 불화不和와 연대의 (불)가능성
판타지로서의 지역문인공동체
불화의 공동체 : 지역학문공동체와 침묵의 공모
로컬 트러블 : 지역, 세대, 불화, 비평
지역 문학관과 공간의 문화정치
4부. 에필로그 : 지역/문학의 분투와 분열
시/삶의 곤혹 : 시적 실천의 양상과 자기 분열
미주
엔딩 크레딧 : thanks for U
추천사
-
‘환영’은 위험하다. 그것은 견딜 수 없는 현실조차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든다. 이 책은 이 ‘환영’이라는 포장을 걷어냄으로써 ‘로컬’의 맨얼굴을 가시화하려는 도발적인 시도이다. 사람들은 대개 이 세계의 맨얼굴에 관심이 없다. 문학은 실상(實像)을 선호하지만, 세상은 허상(虛像)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환영’에 균열을 만든 존재들이 지금껏 어떤 운명에 처했는가를 알고 있다. 하지만 ‘로컬’이라는 기호가 ‘환영’이기를 중단할 때에야 비로소 ‘로컬’은 사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로컬’을 진정으로 사유하는 방법에 대한 비평적 제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로컬’을 사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환영으로서의 ‘로컬’을 부정해야 한다는 ‘독(毒)’을 품고 있는 치명적인 제안이다.
(문학평론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
부산 지역에서 로컬을 논하는 목소리는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로컬은 이미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로컬의 진정성 있는 회복은 불가능하다. 이 책에는 ‘타협적 로컬리티’의 가증스러움을 파쇄하고 부수는 ‘날선 목소리’가 담겨 있다. 저자는 ‘로컬’이 소비재로 전락하여 ‘아름답게’ 소모되는 현실에 분노하며, “로컬리티라는 환영”과 온몸으로 부딪히고 있다. 로컬이 비평의 공간으로 탄생하는 것은 이 순간이다.
(계간『오늘의 문예비평』편집장)
책 속으로
시좌 視座 란 주체의 로케이션에 입각해 미지의 세계와 낯선 타자를 만나는 사유 체계이자 과정이다. 그러므로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보는가, 하는 것은 단순한 생활 조건의 인지 여부가 아니라, 주체와 타자가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지각하는 시선과 사고의 발명 과정이다. 즉, ‘시좌’는 비평의 조건과 가능성을 통찰하게 한다. 왜냐하면 이는 비평의 한계와 과제를 함께 사유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37p
레이먼드 윌리엄스는 “역사의 사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시작된다”고 하였지만, 지금 내가 선 이곳이 과연 그러한 사유/비평의 출발점인지는 확언할 수 없다. 다만, 비평적 시좌의 갱신과 통찰을 통해 이 무력한 글쓰기를 이어나갈 뿐이다. 새로운 비평의 가능성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그것을 잊지 않을 뿐이다. - 48p
비평은 특정 장르의 언술 형식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촉구하고 제기하는 다양한 ‘질문’을 통해 동시대적 삶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언어와 감수성을 발명하는 실천적 개입이자 자기 혁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신경숙 사태 이후의 비평의 역할과 가능성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창비』와 『문동』의 ‘실패’를 사유하고 성찰하며 재전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특정한 매체의 부도덕함을 비난하는 수준을 상회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정도의 자기 점검 이후에야, 우리는 힘겹게 신경숙 사태를 마주할 수 있다. - 60p
지역은 혁명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이를테면, 마산과 부산, 3·15와 4·19의 기억은 냉각된 역사에 온기를 주입한다. 추모의 열기는 국가의 관리 속에서 집단지성화되며, 문학연구자는 약속된 분량만큼의 애도를 전각한다. 이 글 역시 정해진 원고 매수에 맞게끔 재조직화되어 제출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또 하나의 기록이자 추모의 방편이 될 것이다’라고는 쓰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투쟁의 기억이 “보편사의 방법론인 가산 加算 적” “사실의 더미” 속에 매몰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 71p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3·15’를 ‘4·19 혁명’의 계보학에서 이탈시키는 ‘혁명의 서사’가 아니며, ‘3·15’, ‘김주열’을 신화로 재현하는 ‘의거의 서사’가 아니라, ‘혁명’을 신화화하는 모든 개념 자체를 기각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열정 ?lan 의 화약고로 타오르고 있는 전복적사건, 즉 ‘신적 폭력’의 순간을 함께 하는 것이다. - 110p
지역문학공동체는 창작, 교육 활동, 연구, 비평 등을 통해 상호‘소통’하면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문학사회에서 ‘동상이몽’하거나, ‘한 자리’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지역문학공동체는 ‘관심’으로 포장된 ‘무관심의 비평적 응대’ 속에서도 시적 주체되기를 포기하지 않는 문학적 실천을 지향하여야 한다. 이것만이 지역의 문학을 해석학적 악순환에서 구출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 139p
이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문학이라는 것이 결국 골방에서 혼자 창작하고 작은 에꼴에서 자기 성취나 뽐내는 나르시시즘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문학은 내성적 언어를 통해 사적 취향을 향유하는 문예의 마당이 아니라, 특정한 가치나 신념을 생산하고 분배하기 위해 교전交戰하는 쟁투의 장인 것이다. - 173p
이 와중에도, 새 문학관(‘부산문학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지역의 브랜드 창출과 문화콘텐츠 생산이라는 공정은 지금 이 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문학관이 도시문화산업의 대상으로 ‘활용’ 가능성을 부여받는 순간, 지자체의 관심과 재정 지원도 활발해질 것이다. 그러나 도시개발 전략의 순기능 창출보다 중요한 것은 문학관의 존재 조건을 반성적으로 사유하는 것이다. 문학과 자본의 이중주, 그 경계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다시 문학(들)이기 때문이다. - 216p
비평은 선택과 배제이며, 그래서 비평은 무사공평한 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시 작품에 대한 ‘공평’하지 못한 선택이 반드시 ‘공정’하지 못한 해석 행위인 것만은 아니다. 즉, 시 텍스트의 내적 차이를 궤멸시키고 무화하는 ‘무사공평의 비평(학)’이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 주어지는 텍스트와 마주하며 하나의 비평적 궤적을 충실히 그려나갈 뿐이다. 지면의 한계상, 이 자리에서 다 말하지 못한 시인과 시에 대해서는 향후 연속 작업을 통해 새롭게 가늠할 것을 약속한다. - 238p
출판사 서평
●온갖 욕망과 갈등, 협잡과 정치가 난무하는 공간 - 지역(local)
로컬리티라는 환영, 그리고 투쟁
지역의 문학/문화는 소중하다. 하지만 그것을 창조하는 과정은 생각만큼 조화롭거나 평화롭지 않다. 오히려 때로는 치졸하고 비루한 욕망, 세속적인 갈등, 협잡과 정치가 난무하는 장소야말로 지역 local 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문학을 창작/비평한다는 자의식이, 지역이라는 존재 조건을 ‘신성 장소’로 숭배하는 제의의 발문이 되거나 혹은 우리 안의 후진성을 옹호하는 알리바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비슷한 경우를 목격할 때가 있다. 지역에서 문학/비평을 한다는 것은 ‘중앙중심주의’라는 권위적 문화주의와 대결하는 민주적 투쟁인 동시에, 우리 안의 토착적 기득권을 내파(內波)하는 자기 혁명의 과정이기도 하다.
지역/문학은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직조하는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지역은 실존적 장소인 동시에, 절박한 투쟁의 공간이다. 누군가와 문학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분명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다만, 그 선한 마음의 정체와 가치를 판별하는 것은 비평(가)의 몫이다. 비평은 불화를 통해 조화에 이르는 변증법적 실천 과정이며, 이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로컬리티 locality 라는 환영과 싸워야 한다.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지역의 문학/비평을 향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
문학/비평을 한다는 것은 좋은 삶의 형식이 무엇인지를 탐문하는 가치 투쟁의 과정이며, 그것은 철저한 자기 성찰 속에서만 가능해진다. 문학/비평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이십 년 넘게 공부하고 있지만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 답한다. 어쩌면 평생 답을 내놓지 못할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물음은 ‘문학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되묻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투의 가해자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은 시인과 이윤택 연출가의 작품을 부분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또 그 문장들과 충돌하고 있다.「김주열」이라는 작품을 쓰며 혁명의 순정함을 노래했던 시인은, 이제 가장 추악한 ‘미투의 가해자’로 호명되고 있다. 또한 기성세대의 문화적 권위주의와 부당한 권력에 저항한 것으로 평가받아 온 이윤택의 이중적 행태도 충격적이다. 저자의 평문은 미투 운동 이전에 발표한 글이지만 비평가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기 위해 이 부분을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자기 성찰이 부재한 지역/문학이 어떻게 추락하고 분열될 수 있는지를 사유하고 있다. 결국 저자는 지역/문학이 문화적 응전을 통해 우리 사회의 권위주의와 맞서 싸우면서도, 또 다른 부당한 권력의 사용자가 되지 않는지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며, 그것이 지역/문학이 가야할 진정한 길이라 말한다. 우리는 모두 문학과 삶, 분투와 분열, 그 가파른 칼날 위에 서 있는 셈이다.
‘1부 프롤로그’와 ‘3부 비평의 불화不和와 연대의 (불)가능성’에 수록되어 있는 글은 대부분 저자가 초기에 쓴 평문이다. 지역문단의 이중적 잣대와 집단적 허위의식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다루었다. ‘2부 비평의 시차視差와 저항의 장소성’에 수록된 평문은 그러한 삶/문학의 가능성을 지역/비평이라는 시좌 속에서 모색해 본 글이다. 마지막으로 ‘4부 에필로그’에 수록된 비평은 지역에서의 문학적 분투가 어떻게 분열되고 착종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상학적 텍스트이다.
●‘비평의 바다’를 항해하는 두두 비평선의 시작
인간의,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며
비평(criticism)은 가치 판단이다. 비평적 사고와 글쓰기는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타격하는 언어적 불화를 통해 인간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정초하고자 하는 가치 투쟁이다. 두두출판사의 비평문 시리즈는 한국 사회의 이념적 금기를 부수며 건강한 공동체의 가치를 직조하고자 하는 사회학적 실천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비평의 바다’란 기득권의 견고한 상징체계를 ‘범람’하는 사유의 파고이다.
- 두두 편집부
기본정보
ISBN | 9791196456214 |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12월 05일 | ||
쪽수 | 260쪽 | ||
크기 |
139 * 224
* 22
mm
/ 347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비평의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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