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코드 러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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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유명 문장이 수록된 막강의 《욕설》, 그 이후 4년만의 신작 시집
무려 7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시집은 총 99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묵직한 분량이 된 것은 그간 온라인상에 공개하지 않은 미공개 작품을 절반 이상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두 번째 책을 펴내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간 많은 말을 가다듬었고 드디어 세상에 내놓는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시집에선 다소 낯선 기호가 눈에 띄는데, 이건 바로 QR 코드다. 시집을 통틀어 총 8개가 포함되어 있다. 각 목차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마이너 코드’로 시작하는 러브송들이 재생된다. 수록된 ‘마이너 코드’의 노래들은 오로지 『마이너 코드 러브송』의 출간을 위해 제작되었다. 독자는 작가가 스스로 마련한, 다른 외피를 입은 채 자리한 색다른 스펙트럼의 ‘시’를 만날 수 있다. 작가의 무궁한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주목할 만한 기회다.
‘마이너 코드’란 대개 어둡고 슬픈 느낌을 주며 쓸쓸한 인상을 준다. 이러한 마이너 코드로 진행되는 러브송이 어떤 음률을 지녔을지 가늠해 보는 것은, 저마다 시집이 주는 첫인상을 결정하는 필연적인 행위이다. 이 경험을 통해 독자는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청각적 이미지를 단숨에 감각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곧 작가가 마련한 장치를 통해 추상적인 감각의 실체를 조우하게 된다.
“더는 서로를 견디거나 참는 방식으로 사랑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각 부를 짚어 보면, 1부 ‘스쳐 지나간 것은’, 2부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창문을 닫았다’, 3부 ‘비정제 로맨스’, 4부 ‘천국의 블루스’, 5부 ‘from the movie ‘LIFE’’, 6부 ‘유령의 방’, 7부 ‘나는 광장에 서서 날아가는 새를 보았고’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에서 수록하고 있는 시는 주제와 방향성의 측면에서 서로 연결 지어 볼 수 있는데, 특히 1부의 ‘스쳐 지나간 것은’의 경우 시와 시 사이의 장력이 두드러진다. 무엇 하나 떼어놓고 읽을 수 없는 작품들. 목차를 훑는 것만으로도 다채롭고 풍부하다.
작가정보
작가의 말
첫 책인 〈욕설〉에서 ‘시인하겠습니다 나는 사실 시를 못 씁니다’라고 말해놓고 4년 뒤, 두 번째 책으로 시집을 냈다.
사람하기 싫은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남았다. 그러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어떤 일은 잊었으며, 또 어떤 일은 가슴에 사무쳐서 자꾸 만졌다. 갈수록 모양이 변하고, 내 온도를 닮은 사건과 감정은 글이 되어 이렇게 지면에 쓰였다. 내 지문이 가득한 증거를 몰래 숨겨서 혼자 가지고 놀다가 뒤늦게 자수하는 기분이다.
2020년 12월, 6kg의 무거운 존레논(개)을 안고
막강
목차
- 서문
1부 스쳐 지나간 것은
오랜 지병 / 연서 / 오래된 연인 / 이 겨울에 / 애인 1 / 퇴거 / 화분 / 속초 / 현기증 / 모르는 이야기 / 애인 2 / 잔병 / 시나리오 / 인터뷰 / 클로버 무덤 / 수월리 / 손꿈치 / 나의, 작은 / 카피캣 / 우울증의 애인 / 스쳐 지나간 것은
2부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창문을 닫았다
하나의 하나 / 만약 / 화가 / 봄비 / 시차 / 너무 문학적인 / in dreams / 조각 / 너머의 알람 / 너의 아름다움을 나의 그림자가 볼까 봐 /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창문을 닫았다
3부 비정제 로맨스
우리, 우리 / 열일곱 / …… / 음성 녹음 1 / 옛날 애인 / 잠꼬대 / 한 베개 / 음성 녹음 2 / 흠집 / 사운드트랙 / 비정제 로맨스
4부 천국의 블루스
12년 전 그 밤 / 상아의 이야기 / 선화 / 종(種)은 떨어진 검정을 수집한다 / 즐거운 나의 집 / 습격 / 일곱 꼬마 / 증오의 힘 / 천국의 냄새 / 오후의 오후 / 故 / 낮잠 / 그것 / 피 / 어떤 말 / 상아의 소리 / 심리상담센터 / 천국의 블루스
5부 from the movie ‘LIFE’
미성년 / 당신 - 피 / 장맛비 / 몽타주 / 프리미엄 / 드렁큰 라이브 세션 / minor chord love song / 미사여구 / 월세 / 세기말 로맨티스트 / 새봄 / 파란 / 빌어먹을예술가 / from the movie ‘LIFE’
6부 유령의 방
이상한 체질 / 결혼행진곡 / 나는 / 발치의 기록 / 보컬리스트 / A-OK / 메모리 펠리스 / 적의 / 혐오론 / 달동네 / 핏줄 / 어른의 걱정은 유년의 용기를 먹고 자란다. / 탈선 / 새벽에 걸려온 전화 / 유령의 방
7부 나는 광장에 서서 날아가는 새를 보았고
점성술 / 죽어야 사는 여자 / 벌레 / “괜찮지 않아요” / 모국어 / 침묵의 전시회 / 개 / 나는 광장에 서서 날아가는 새를 보았고 / 개가 죽는 마을
책 속으로
첫문장 | 문득 슬픈 얼굴을 보면 무엇도 버티지 말자, 함께 저지르자, 나쁜 말들로 등을 떠밀어주고 싶어
가슴 떨려 잠 못 이루는 건, 매일 함께 자고 일어나는 일해 비해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략)
더는 서로를 견디거나 참는 방식으로 사랑하지 않는다.
-「오래된 연인」 中
이상할 정도로 빨리 줄어드는 우주를 알고 있습니까? 벌써 반이나 사라진 이 행성은 급속도로 우리 설 곳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이계의 기습, 정체를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습니다 말하지 않기로 합니다 내가 끝을 짐작하지 않고 싶었듯 당신도 꼭 그럴 테니까요
(중략)
주전자에 물을 받다가 창밖으로 하늘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합니다
-「현기증」 中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사랑할 수 없다. 나는 너를 그때처럼 사랑할 수 없다. 전처럼 뜨겁지 않고 정신없지 않다. 나는 너에게 미치지 않고 간절해지지 않으며 목숨을 걸지 않는다. 너는 나를 감동시키지 않는다. 너는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지 못한다. 나 역시 너를 흔들어놓지 않는다. 너의 민낯을 보기 위해 손톱을 세우지 않는다. 너를 위해 노래하지 않는다. 사랑에 빠진 너의 눈빛에 건방져지지 않는다.
나는 너를 열망하지 않는다.
너의 이해할 수 없는 아픔에 숨죽여 울지 않는다.
이 모든 사실이 너와 나를 슬프게 할 것을 안다.
-「애인 2」 中
너무 추상적인 여름의 시들
열정적으로 소모되는 단어들의 기형적 떼죽음
사랑하다 죽어버릴 두 운명은
서로의 이름 위에 작대기 몇 개 더 그어서 나오는 숫자를 맹신하고
정점은 너무 좁아서 함께 서려면 누군가 등을 내어줘야 된다고 믿는다
당연한 소릴!
(맹렬히 바보가 되어간다. 망가지는 혀를 부끄러워하진 마
‘ㅎ’가 웃기게 생겨서 웃을 수 있듯
우리를 죽일 수 있는 건 우리뿐이잖니)
-「비정제 로맨스」 中
“왜 나에게 미치지 않아?”
할 수 있다면 가슴을 열어 보여주고 싶어
피를 흘리지 않아도 아프고 살을 가르지 않아도 치욕스러운 사랑에 대하여
알려주고 싶어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에게 얼마나 미쳐있는지
사랑해, 증오해, 담벼락에 쓰이던 말은 카페 테이블로 옮겨왔고
한 세기를 통틀어 미쳐버린 청춘들
망가진 것과 이상한 것을 혼동한다
-「minor chord love song」 中
‘너를 사랑해’는 너무 많이 썼어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많이 쓰였어
전부 수거해서 싹 다 죽여야 돼
‘너를 사랑해’가 티를 못 내서 그렇지 잠도 안 재우고 학대당했는데
멀쩡할 리가 있겠어?
내가 만약 ‘너를 사랑해’라면
이따위로 굴려지는 비참한 인생, 받아들여지지 않은 너를 사랑해가 될까 봐 무서워서 벌벌 떠는 인생, 그만하고 싶습니다, 그냥 죽여주세요, 끝내주세요, ‘너를 사랑해’로 태어났지만, 사실은, 누구도 사랑하고 싶지 않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해방시켜주세요, 끝내주세요, 아작을 내주세요……
-「미사여구」 中
출판사 서평
“문득 슬픈 얼굴을 보면 무엇도 버티지 말자, 함께 저지르자, 나쁜 말들로 등을 떠밀어주고 싶어”라는 말로 시집은 시작된다. 막강의 시는 그야말로 저지르는 일들을 기록한 일기처럼 다가온다. 함부로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기로 하거나 각자의 방식으로 창문을 닫는다. 주로 ‘당신’으로 호명하는 대상은 ‘연서’의 대상인 동시에 ‘애인’이기도 하고, ‘오래된 연인’이기도 하고, ‘우울증의 애인’인 동시에 ‘열일곱’이었던 자가 된다.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슬픈 사랑, 닳고 닳은 사랑, 그럼에도 사랑’이 될 것이다. 자기 바깥의 세계에 열렬히 집중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연민하며 지난날을 보듬어는 태도를 지닌 시집이다.
전작인 『욕설』과의 두드러진 차이점이 있다면, 현재까지도 ‘비정제 로맨스’를 꿈꾼다며 써내려간 문장과는 달리 그의 언어는 정제되어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더는 ‘욕설’같이 직설적이고 지독하고 치밀하고 예리하게 파고들지 않는다. ‘더는 서로를 견디거나 참는 방식으로 사랑하지’도 않는다. 외려 한층 다듬어진 문장으로, 덤덤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로맨스’를 말한다. 물론, 여기서의 로맨스는 ‘마이너 코드’로 처절하게 외롭고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이 부분은 작가의 전작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막강만의 고유한 감성과 색이다. 『마이너 코드 러브송』에서는 자신의 결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완벽하게 해낸 셈이다.
“바람이 떠난 창문도 창문일 수 있듯, 웃지 않는 순간도 사랑일 수 있을까”(「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창문을 닫았다」), “나를 얼마나 사랑해?”(「minor chord love song」)라는 물음처럼 ‘사랑’의 존재와 실체와 그 유무는 끊임없이 시 세계에서의 구질구질한 현실을 지각하게 한다. 반면, 시에서는 자주 ‘모래 소리’를 듣는다. 모래와 함께 파도가 치는 먼 곳의 섬을 떠올리는 과정이 반복되며 이상적인 풍경이 ‘사랑’으로 골몰하는 일상의 공간에 태연하게 파고든다. 실재하는 현실 속 실체를 확인할 길 없는 감정과, 허구의 공간 속 더없이 리얼하게 들려오는 모래 소리의 대조. 그 아이러니를 발견하다 보면 이제는 막강, 그를 여지없이 영영 시인이라 호명하고 싶어진다.
마지막 장인 ‘나는 광장에 서서 날아가는 새를 보았고’에 수록된 마지막 작품은 이 시집에서 유일하게 시가 아닌 작품이다. 작가의 요청으로 수록된 산문은 ‘개가 죽는 마을’. 마을에선 자꾸자꾸 개가 죽고, ‘아무에게도 들려줄 수 없는 비극’이 놓여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연히 페이지를 넘기며 그 비극을 목격했고 성립할 수 없는 문장을 만든 공범자가 되었다. 다시금 작가의 말을 빌려올 차례다. 함께 저지르자.
기본정보
ISBN | 9791196201043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1월 01일 | ||
쪽수 | 184쪽 | ||
크기 |
133 * 191
* 13
mm
/ 256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검은펜 시리즈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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