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한국인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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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정경조는 경희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연세대학교 원주 캠퍼스에서 영문학 석사· 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2002년부터 교양영어 · 영문법· 토익· 토플을 강의했으며, 2011년부터 한국골프대학에 재직 중이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잉태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1980년대에 미국 지향적인 정치학을 공부하면서도, 대학원 석사· 박사 과정에서 영미 소설과 영시, 영미 어린이문학를 읽으면서도 항상 ‘한국인의 소멸’이라는 화두를 놓지 않았다. 함께 지은 책으로『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살맛 나는 한국인의 문화』가 있다.
저자 정수현은 연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호주 시드니대학교(THE UNIVERSITY OF SYDNEY)에서 비교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통번역 과정을 이수함으로써 한국 문화뿐 아니라 ‘다른 언어’,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 왔다. 1995년 호주 시드니 대학교 동아시아학부에서 한국문화 강의를 시작한 이후 지난 20여 년간 외국인들에게 주로 한국 문화 및 한국 문학을 가르쳐 왔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한국문화론을 강의하며, ‘영어로 한국 문화 소개하기’, ‘한국어 교사 양성’ 등 한국어 교육에서 한국 문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글로벌 시대의 ‘한국 문화 교육 전문인’이기를 희망하는 그의 작업은 강의와 글쓰기를 통해 계속되고 있다. 함께 지은 책으로『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 나는 한국인의 문화』가 있다.
목차
- 머리말
Ⅰ. 살 판
1. 장인
2. 신명
3. 벽
4. 춤
5. 판
6. 추임새
7. 까치밥
Ⅱ. 놀 판
8. 다방
9. 주막
10. 짜장면
11. 잔치
12. 도시락
13. 배달
Ⅲ. 뛸 판
14. 태권도
15. 씨름
16. 바둑
17. 활쏘기
18. 골프
19. 등산복
20. 대∼한민국
책 속으로
우리나라의 장인 교육은 교양과 인성 교육을 강조했다.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수년간 뼈를 깎는 견습 기간을 거쳐야 했으며, 이와 같은 견습 기간 동안에는 기술 전수보다는 인격 수양이 그 기초가 되었다. 옛날의 장인은 일을 단순히 일로 여겼다기보다는 하나의 인간이 완성되어가는 도(道)로 여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같은 장인들은 명품, 명기를 만드는 데 일생을 바쳤으며, 자신의 혼을 불태우는 정성을 다했다. --- p.22
‘벽’은 끊을 수 없는 것, 절제할 수 없는 통제 불능의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이성의 산물이 아니라 열정의 산물이다. 통제의 영역이 아니라 일탈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잖고 근엄하신 선비들이 이처럼 벽(癖)을 옹호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세상을 이끌어 가는 동력은 차가운 이성이 아니라 진정성과 열정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사람들의 집념이라는 것을,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일이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p.46
우리에게는 처음부터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었다. 지켜야 할 격식도 어떤 제약도 없었다. 그저 마당에서 펼쳐지는 놀이판에 끼기만 하면 구경꾼 스스로 놀이꾼이 되어 신나게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이 우리 공연 문화의 본질이었다. 판은 예술 행위의 장이기도 하지만 여럿이 한데 어우러져 즐기는 놀이의 터이기도 하다. 판은 절대로 혼자서는 만들 수 없다. 서로가 참여하고 즐기며 공유하는 판에는 우리 고유의 공동체 문화가 물씬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 p.71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듯이 칭찬 역시 상대방의 가치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의 일종이지만 칭찬은 어떠한 결과에 대한 보상의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칭찬하는 이는 관찰자로서 행위자의 한 걸음 옆에 서 있게 된다. 하지만 추임새를 하는 이는 참여자다. 추임새는 참여를 위한 예술적 장치로 추임새로 신명을 북돋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 행위에 몰입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신명의 상승 작용을 낳을 수 있는 추임새는 자기 자신의 적극적인 참여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 p.83
서양의 파티 문화와 달리 우리의 잔칫날은 독특한 나눔 문화인 ‘노느매기’ 정신이 제대로 발휘되는 날이다. ‘노느매기’는 ‘노느다’와 ‘매기다’가 합성된 말이다. ‘노느다’는 물건을 여러 몫으로 가르는 것을, ‘매기다’는 평가하여 정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 집 식구 수나 형편을 두루 판단하여 음식을 배분하고 적당한 양을 공평하게 싸서 잔치가 끝나고 돌아가는 손님 손에 들려 보낸다. (……) 잔칫날은 주변 동네 각설이들도 신나게 타령만 해 주면 밥도 배불리 얻어먹고 동냥통도 가득 채울 수 있었던 날이었다. --- p.157
동양에서는 싸움에 임하되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선호한다. 상대방을 모두 죽여야만 끝나는 싸움이 아니라, 서로가 차지한 집의 크기만으로도 승부를 인정할 수 있는 싸움을, 최소한 두 집만으로도 ‘완생’할 수 있는, 탐욕을 부리지 않는 싸움을 원하기 때문이다. 바둑은 상대방과의 싸움이 아니라 반상 위 자기와의 싸움이고, 상대를 의식하는 것은 기인(碁人)의 태도가 아니다. 이 모습은 수백 번 외세의 침략 속에서도 꼿꼿이 나라를 지켜 온 우리 민족을 닮지 않았는가. --- p.235
출판사 서평
“사람들의 삶은 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도처에 예정되어 있는 재앙을 피하기 위해 애쓰며 사는 반복적인 일상이다. 그러한 일상이 곧 문화다. 그래서 한국인의 문화 시리즈 중 세 번째 책 『살맛 나는 한국인의 문화』에는 한국인들의 살 판, 놀 판, 뛸 판의 모습을 담았다. 삶이라는 무대, ‘판’위에서 재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 애쓴 민초들이 엮어 낸 3막 20장의 연극인 셈이다. ―「머리말」에서
도서출판 삼인에서 이번에 출간된『살맛 나는 한국인의 문화』는 정경조, 정수현이 한국인의 문화에 대해 쓴 세 번째 책이다.『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2013)에서는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한국 문화를 살펴보려고 시도했고,『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2014)에서는 한국인들의 의식주 생활을 통해 한국 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2년 만에 새로 나온 이번 책의 제목은 ‘살맛 나는 한국인의 문화’다. ‘살맛’은 ‘세상을 살아가는 재미나 의욕’을 말한다. ‘살’이란 어근은 ‘살다’, ‘살아가다’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의 연장인 인생, 즉 ‘삶’을 의미한다. 이번 책은 ‘살 판’, ‘놀 판’, ‘뛸 판’이라는 제목 아래 삶이라는 무대, ‘판’ 위에서 벌어지는 우리네 인생을 담았다.
신명 나는 한국인들의 살 판, 놀 판, 뛸 판!
이 책에서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설명하면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신명’이다. 신명은 ‘흥겨운 신이나 멋’으로 정의되는 순우리말이다. 우리는 춤판이나 굿판에서 한(恨)을 풀기도 하고, 노동요를 부르며 일의 능률을 올리기도 하고, 놀이를 통한 공동체적 유대감으로 일상의 고단함을 이겨 내고 삶의 원동력을 찾기도 한다. 이렇게 신명은 한국인들의 현실 생활을 매우 역동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홍보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다. 한국인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내고 치열한 투쟁 끝에 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바로 ‘신명’이 있었다.
신명은 우리 민족의 ‘뜨거운 마음’, 즉 열정(熱情)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이는 ‘쿨(cool)’한 서양 문화와 대비되는 점이기도 하다. 박제가를 비롯한 조선 후기 실학자들은 한 가지 일에 미친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면서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not crazy, not get it)’는 의미로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사자성어를 즐겨 사용했다. 이 책에서는 벽(癖)이라고 하는, 미친 듯이 빠져드는 감정적 몰입 상황을 다룬다. 점잖고 근엄했던 선비들이 벽을 옹호한 까닭은 세상을 이끌어 가는 동력이 차가운 이성이 아니라 진정성과 열정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사람들의 집념이라는 것을,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일이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 함께 어울리고 나누는 한국의 공동체 문화
신명은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다 함께 어울릴 때 나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는 공연장에서 서양인에 비해 좀 더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운 한국인의 관람 태도가 우리의 독특한 공연 문화 전통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서양에서는 관객의 참여를 철저히 배제한 닫힌 공간, ‘무대’에서 공연이 이루어진다. 반면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공연자와 관객이 따로 없이 함께 어우러지는 열린 마당, 즉 ‘판’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추임새도 이러한 ‘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판에서는 소리꾼을 북돋아 주는 고수(鼓手)의 추임새만이 아니라, 객석에서 “얼~쑤” 하는 구경꾼의 추임새도 중요하다. 2002년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외치던 붉은 악마의 함성 소리도 축구 선수들을 격려하는 하나의 추임새였다.
다 함께 어울려 신명을 내는 날로는 우리네 잔칫날도 있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사교 목적이 큰 서양의 파티(party)와 달리, 잔치는 알고 지내는 사람들끼리 맛있는 음식을 같이 만들어 먹고 즐기는 자리다. 먹을거리를 챙겨 주는 넉넉한 손길은 그날 함께한 손님뿐 아니라, 그 집 식구들에게까지 미친다. 식구 수나 형편을 두루 고려하여 음식을 배분하고 적당한 양을 공평하게 싸서 잔치가 끝나고 돌아가는 손님 손에 들려 보낸다. 우리는 이렇게 즐거움은 나누어야 배가 되는 걸 알고 있는 민족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사람만이 아니라 자연에까지 나눔을 베풀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감나무에서 붉게 익은 감을 딸 때도 감나무 꼭대기에 열린 감 하나는 따지 않고, ‘까치밥’이라고 불렀다. 겨울철에 배고픈 새가 먹을 수 있게 남겨 둔 것이다. 짚신도 듬성듬성 엮어 튼튼하지 않게 만들었는데, 벌레를 밟아서 죽이는 일이 생길까 봐 그랬다고 한다. 심지어 점심이나 새참을 먹을 때 첫술을 뜨고 “고수레” 하고 외치며 근방을 다스리는 귀신에게 먼저 인사를 드리고 농사가 풍년이 들게 해 달라고 기원하기도 했다.
어느 문화에서건 사람들에게는 울음과 웃음, 좌절과 환희, 슬픔과 기쁨이 모두 필요하다. 우리 조상들은 노래와 춤, 놀이를 통해 삶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5000년의 무구한 역사를 이어 왔다. 이 책은 우리 민족이 왜 무엇 때문에 어떻게 신명을 냈는지 그 근본적 사고가 무엇인가를 밝혀 나간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한국인의 생활상을 흥미롭게 전달해 주는 이야기이자, 한국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유익한 길잡이가 되기 바란다.
기본정보
ISBN | 9791196175948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10월 30일 |
쪽수 | 295쪽 |
크기 |
127 * 187
* 18
mm
/ 309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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