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랑한다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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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한복판에서 그녀가 친구, 연인, 일과 이리저리 부딪히며 겪은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연애는 이기는 거라고 허세를 부리면서도, 한밤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보러 택시를 타고 달려가는 “로망”을 못 버리는 이야기. 너무 슬플 땐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걸 실연이 아니라 뽀글 파마를 통해 체험한 에피소드. 문득 밤의 냄새를 느끼면서 행복해하지만, 그 속에 든 콩알만 한 크기의 슬픔을 느낀 경험. 어릴 적 십오야의 밤에 겪었던 신비로운 체험의 비밀이 마침내 풀린 이야기.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마치 짧은 단편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만큼, 작가 특유의 재치와 감성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10년 후에 저자가 덧붙인 마지막 에필로그는 그녀가 10년 전의 자신에게 들려주는 따스한 글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가쿠타 미쓰요
1967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 제1문학부를 졸업하고 1년 뒤인 1990년에 《행복한 유희》로 가이엔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1996년 《조는 밤의 UFO》로 노마문예신인상, 2003년 《공중정원》으로 부인공론문예상, 2005년 《대안의 그녀》로 나오키상, 2006년 《록 엄마》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2007년 《8일째 매미》로 중앙공론문예상, 2012년 《종이달》로 시바타 렌자부로상, 2014년 《내 안의 그녀》로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 등 굵직한 문학상들을 받았다. 또 여러 작품들이 영화나 TV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하는 등 현재 일본문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하나다.
도쿄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어학을 전공하고 통번역사로 일했다. 번역서로 《심호흡의 필요》, 《세상은 아름답다고》, 《나쓰메 소세키 - 인생의 이야기》, 《다자이 오사무 - 내 마음의 문장들》, 《어느 바보의 일생》 등이 있다.
목차
- 1장 밤 저편의 파라다이스
택시를 타고 무작정 달려가는 날까지
선물
옆자리에 앉은 시간
핑크빛 안경
천국과 지옥
선생과 뽀글뽀글 파마
어떻게 사랑한다고 말해
자꾸만 망가져 가네
밤의 냄새
제2부 작은 것에 행복이 깃든다
쓸데없는 건 아냐
나는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한다
십오야의 밤
감추니까 안 되는 거야
도쿄, 가난뱅이의 파라다이스
점 보는 건 너무 재밌어
용기를 내어 붐비는 전철을 타기 위한 몇 가지 고찰
작은 것에 행복이 깃든다
제3부 불완전한 낙원
일상생활 속 데이트의 중요성에 관하여
I’ve been loving you too long
노랑머리의 역습
불완전한 낙원
플리마켓 데이
전화 전쟁
가자! 회사 견학하러
슬픈 벤치
에필로그 - 나의 일상
책 속으로
우리는 언제나 일상 속에서 분명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최고급’ 선물을 가끔씩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풀이 죽어 있을 때 누군가 건넨 엉뚱한 농담일 수도 있고, 뜻밖에 도착한 무덤덤한 편지일 수도 있고, 기쁠 때 함께 웃어주는 얼굴일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을 언제나 느낄 수 있는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리본이 매어져 있지 않은 선물은 못 보고 그냥 지나쳐버리기 일쑤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도 그런 멋진 선물을 계속 마련해야겠다.
p. 26 _ <선물> 중에서
시간은 정말 알 수 없는 친구다. 다정하게 대해주다가도 항상 나를 내친다. 손을 내밀어주다가도 때때로 말도 안 되는 심술을 부린다.
상처를 달래주는 것도 시간이고, 지금 이 한 순간 한 순간을 추억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시간이고, 그 시간들을 아름답게 보존해주는 것도 시간이다. 이토록 위대한 것인데도 언제나 슬픔을 등에 업고 있다.
시간이 상처를 달래주어도,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해주어도, 즐거운 추억만을 모아주어도, 나는 왠지 슬펐다.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릴 듯한 가냘픈 슬픔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속에서 지금도 반짝이고 있다.
p. 33 _ <옆자리에 앉은 시간> 중에서
혼자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큰 착각이었던 것 같아. 얼마 전에 여러 가지 힘든 일이 있었는데 사람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 나한테 상처 주는 것도 사람이고, 우울하게 만드는 것도 사람인데, 이렇게 날 구해주는 것도 역시 사람이네.”
추운 날에 따뜻한 코코아를 호로록 홀짝일 때처럼 가슴 안쪽이 포옥 하고 따스해졌다.
p. 40 <핑크빛 안경> 중에서
밤 풍경의 색깔은 언제나 다르지만, 밤의 냄새는 언제나 똑같다. 어느 계절이든 문득 밤의 냄새를 느끼면 그럭저럭 행복해지고, 또 그 밑바닥에는 슬픈 기분이 콩알만 한 크기로 반짝거린다.
p. 77 <밤의 냄새> 중에서
네가 보낸 그 즐거운 나날들이 지나가버린다고 해도, 또 다른 모습의 즐거움, 그때그때 나이에서만 받아들일 수 있는 즐거움이 얼마든지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까 실컷 웃고 나서 괜히 슬퍼할 필요는 없어. p. 220 <에필로그 ? 나의 일상> 중에서
출판사 서평
나오키 상 수상 작가 가쿠타 미쓰요가 소설가의 꿈을 안고 살던 무명작가 시절에 쓴 그녀의 첫 에세이다. 많은 베스트셀러를 내고 유명 문학상도 받은 그녀는 이제 데뷔한 지 20년이 훌쩍 넘어 중년에 접어들었고, 문단에서도 인정받는 중견 작가가 되었다. 졸업하고 발표한 첫 장편소설로 가이엔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니 비교적 순탄하게 작가의 길을 걸어 왔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에세이 속 젊은 날의 그녀는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는 여느 젊은이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사랑, 일, 친구, 모든 게 불안하고 불확실하지만, 남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한 사람의 어엿한 어른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고 사회에 발을 내딛긴 했지만, 여전히 20대의 한복판에서 좌충우돌하며 열심히 삶을 배우는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에세이 속에는 그녀가 젊은 날 만나고 스쳐 지나간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과의 관계에서 때로는 상처받고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결국 그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도 사람밖에 없다는 걸 깨닫는다. “혹시 내가 또다시 병에 걸린다면 그걸 위로해주는 것도 역시 사람밖에 없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된다 해도, 그걸 낫게 하는 건 나 자신도 의사도 아닌 함께 웃어주는 사람뿐이다”라고.
시간이 훌쩍 흘러 10년 전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쓴 에필로그도 인상적이다. 일거리가 늘고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이 되었다. 서른이 넘으면 이런저런 고민들도 없어지겠지 생각했지만 여전히 삶의 고민들은 계속된다. 젊음이 끝나면 모든 즐거움이 사라질 것만 같아 슬퍼하는 10년 전의 자신에게 10년 후의 그녀는 말한다. “네가 보낸 그 즐거운 나날들이 지나가버린다고 해도, 또 다른 모습의 즐거움, 그때그때 나이에서만 받아들일 수 있는 즐거움이 얼마든지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까 실컷 웃고 나서 괜히 슬퍼할 필요는 없어”. 즐거움의 종류, 행복에 대한 감정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그녀의 말처럼 삶은 그때그때 나이에서만 받아들일 수 있는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아아, 그때 나도 그랬지’ 하고 오래전의 추억을 떠올릴 사람도 있을 테고, 또 ‘맞아, 맞아, 나도 똑같아’ 하고 맞장구를 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책을 읽는 잠깐 동안만이라도 옛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젊은 날의 고민과 열정을 안고 살아가는 또래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운 기분이 들지 않을까.
기본정보
ISBN | 9791195992232 |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12월 17일 | ||
쪽수 | 220쪽 | ||
크기 |
126 * 189
* 18
mm
/ 282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愛してるなんていうわけないだろ/角田光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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