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섬돌에 새기는 눈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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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박훈
목차
- 1
011 _ 내 노래는
012 _ 눈 오는 밤
013 _ 썰매
014 _ 가을추억
015 _ 아랫목 밥
016 _ 아비의 유언
017 _ 노동자는 죽어서 울지 않는다
018 _ 그날
021 _ 나를 잠들게 한다
022 _ 나는 오늘 운다
024 _ 불바다
025 _ 조끼
026 _ 영정사진
027 _ 너덜한 핏줄
028 _ 짚불을 보다
029 _ 그렇게 사는 거야
031 _ 386을 위한 변명
033 _ 화해할 수 없을 거야
035 _ 운주사
036 _ 낙엽
037 _ 백장암
038 _ 기억의 냄새
039 _ 두고 온 그리움
040 _ 어미된 날
041 _ 난처함에 대하는 기술적 예의
2
개보다 못한 인생 _ 045
세월 _ 046
퇴락 _ 048
붉은 목련을 추모하며 _ 049
벚꽃을 보다 _ 050
이유 _ 051
부풀어 오는 땅 _ 052
꽃비 _ 054
칼 _ 055
눈물의 어원 _ 056
길거리 인생 _ 057
징검다리 _ 058
대지의 어미에게 _ 059
게바라 _ 060
할러데이 _ 061
바람 따라 눕는 자들 _ 062
혁명의 노래 _ 063
혁명이라는 말 _ 064
오늘도 혁명을 꿈꾼다 _ 065
노동계급 _ 067
물신화(物神化) _ 074
기억을 지우는 몸부림의 흔적이 있을까 _ 075
심연 _ 076
인연 _ 077
발문 _ 078
추천의 글 _ 091
시인의 말 _ 095
책 속으로
내 노래는
눈 내리는 날이면 여덟 살의 난 일찍 일어나
눈을 쓸고 엄마, 아빠, 형 동생 신발을
가지런히 놓으며 그들이 땅을 밟길 원했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눈이 내려
땅을 덮을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눈은 내리고 난 다시 그 눈을 쓸어냈다.
내 노래의 시작이었다.
설거지가 쌓여있는 날이면 열두 살 소년은
엄마가 시장 갔다 오기 전에
기쁘게 부엌을 보라고 치웠지만
무우 팔러간 엄마는 오지 않았다.
졸음 오는 밤, 모락 피어난 찐빵 냄새는
내 노래의 시작이었다.
열다섯 살 소년은 다시는 엄마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내 노래의 시작이었다.
아랫목 밥
아버지가 탄광에 갇혀 일주일 만에 집에 돌아온
날, 엄마는 아랫목 이불 속에 놓아두었던 밥을 말없
이 꺼내 밥상에 올린다. 술 취한 아버지를 눈구덩이
에서 끄집어 내 온 날, 아버지가 어린 직장 상사한테
술병으로 머리 깨져 들어온 날, 엄마는 아랫목 이불
속에 놓아두었던 밥을 말없이 꺼내 밥상에 올린다.
아버지가 진폐로 돌아가신 날, 엄마는 아랫목 이불
속에 놓아두었던 밥을 말없이 꺼내 제사상에 올렸다.
아비의 유언
아버지는 문경, 태백, 정선, 보령, 화순 탄광을 돌
아다니면서 33년 막장 인생을 살았다. 대학 들어가
데모하다 아비와 밥상을 마주한 날. 찌개와 반찬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시퍼런 식칼을 든 아비는 “니가
뭘 안다고”“찔러 죽이세요” 아비와 아들은 그 뒤
로 말을 섞지 않았다.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투쟁으로 당신의 아들이 연일 신문, 방송에 나쁜 새
끼로 나오는 날에 아비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어미
한테 “자식 하나는 잘 두었다” 했다 한다. 일 년 뒤
아비가 죽어 장례 치르는 날. 어미가 귀가 멀어 듣지
못하는 아들한테 해 준 말이다. 아비의 유언이었다.
칼
바다를 보고 자란 고드름은 진도 앞바다 해풍을 맞아
칼이 되어 처마 밑 누군가를 죽이려 했다. 그러나 칼은
여유롭게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져 섬돌에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내가 살아온 날의 기억을 돌에 새기는 눈물로.
출판사 서평
폐허만이 새롭다 - 황경민(시인)
2014년 4월 16일 이후 일 년 간 박변은 대략 400여 편의 시를 썼다. 변호사인 그가 시를 쓰고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하자 그의 시를 두고 잘 쓰니 못 쓰니, 시니 아니니, 왜 갑자기 시냐는 둥 말이 많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그저’ 시를 썼다.
세계와 시절과 사람과 얽힌 지난 50년을 그는 그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그만의 언어를 찾아서 썼다. 그의 시작은 기억의 화석을 발굴하는 작업이면서, 동시에 그만의 시어(목소리)를 발굴하는 작업이었다.
그에게 기억은 아직 미해결의 과제였으며, 화해불가능한 세계였다. 그 화해불가능성을 대면하기 위해 그는 시를 선택한 것이다. 왜냐하면 시는, 어줍잖게 모순을 해결하거나 해소시키지 않는, 모순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대면하는 양식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는 시를 썼다. 밤만 되면 시와 마주 앉았다. 번개처럼 시를 쓰고, 벼락처럼 시를 낭송했다. 술을 마시다가 썼고, 술에 취해 썼고, 술에서 깨며 썼다.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있잖아야. 시가 나를 살린 거 같아야.”
그는 시를 통해 치유받았다. 시가 그에게 와서 치유 받은 게 아니라, 그가 시에게 가서 치유 받은 게 아니라, 시가 그에게 치료제를 선사한 게 아니라, 그는 시에게서 아무 것도 받지 않았기에, 그저 닫힌 시의 문을 두드림으로써, 그 두드림의 행위로써 치유 받았다.
그렇게 400여 편의 시를 쏟아낸 후 그는 한 동안 허탈감에 빠진 듯 시를 쓰지 못했(않았)다. 술을 마셔도, 술이 취해도 ‘시’는 떠오르지 않았다. 시는 찾아오지 않았다. 시의 문을 두드리려고 해도 시의 문은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자기 안으로, 기억 속으로 향하는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는 시를 폐업했고, 시는 그를 해고했고, 언어는 총파업을 결행했다. 룸펜 같은 햇볕만이 상투적 세계를, 적나라한 세상을 비출 뿐이었다.
한 동안 그를 휩쓴 태풍이 잦아들자 그는 드디어 폐허를 만난 것이었다. 세계는 황폐해졌고, 언어는 소멸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폐허의 바닥에서 그는 무용지물이 돼 버린 것이다. 그렇게 그는 다시 불임의 시간, 불능의 시간, 절망의 시간을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 다 가고 없는 카페에서 그가 말했다.
“야, 큰일났다야. 이제 대낮에 시를 쓴다야. 일해야 되는데 자꾸 대낮에 시가 떠오른다야.”
“하하하하, 아이고, 드디어 무병이 났네. 무병이 났어. 허허, 굶어죽게 생겼네.”
그렇게 유용성의 시간이 다 허물어진 자리에서, 그저 무용한 존재가 되어 그저 무심한 폐허의 시간을 거친 뒤에야 다시 그 매정했던 시는 그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 폐허의 바닥에서 또 다른 세계와 또 다를 기억과 또 다를 언어가, 또 다른 박변 앞에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그것은 술이라는 안간힘, 기억이라는 캄캄함, 밤이라는 웅크림이 아니라 벌건 백주대낮에 꽃을 꽂고 돌아다니는 미친년처럼 출몰하기 시작했다. 기억의 내부가 아니라 기억의 바깥이, 나라는 환상이 아니라 너(타자)라는 외부가, 유토피아라는 관념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현실이 그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모든 새로움은 폐허에서 다시 시작된다.
박훈의 야매시작 사례가 이 사실을 증명한다.
박훈 변호사가 마흔 아홉 편의 시를 묶어 시집을 내기로 했을 때 나는 누구보다도 기뻤다. 왜냐하면 시공부나 시습작을 거치지 않은 그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시를 쓰고, 스스로 발표하고, 시집을 묶는 그 행위가 무척 통쾌했기 때문이다.
‘시 혹은 시인’이라는 환상, ‘문단 혹은 문학’이라는 제도와 권위 따위에 결코 주눅들지 않는 그의 무모함과 천진함이 내겐 시 자체로 보였기 때문이다.
50대의 율사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만의 언어로 시를 쓰고 스스로 시인이 됐다. 이 사실을 부정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잣대를 과연 누가 지니고 있는가?
끝으로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시는 어떤 시적 성취를 이루었는가?’ 하는 기존에 시를 읽던 관습의 눈으로 이 시집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기에 묶인 마흔 아홉 편의 시는 그 한 편 한 편이 하나의 시-삶을 향해 달려간다. 그 끝에 박훈이라는 인간이 있다. 그 박훈이라는 한 편의 시를 읽어주기를 바란다. 인간은 누구나 한 편의 시며, 한 편의 시는 그 인간을 드러낸다는 믿음을 당신이 잃지 않았다면 말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5759699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5월 18일 |
쪽수 | 96쪽 |
크기 |
133 * 195
* 13
mm
/ 20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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