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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침묵에게

이향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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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 저자(글)
문학실험실 · 2019년 0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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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 시집 [침묵이 침묵에게].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해온 저자의 다양한 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향

시인. 1964년 경상북도 감포에서 태어나,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시집 『희다』(문학동네)를 펴냈다.

목차

  • 1부

    비탈
    나무의 밤
    어둠 덩어리
    밤에게
    당신이 내 잠 속으로 들어와
    재즈
    밤의 카페들
    물기가 맺히지 않았다면
    꽃이 시들 때
    목마름
    한여름 축 늘어진 이파리처럼
    흰 새처럼
    눈빛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네
    오늘 아침 네 영혼으로 눈 내리는 걸 보네

    2부

    유리문 안에서 1
    바닷가의 집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후의 그림자
    균열
    비늘
    빈 벽을 더듬어
    저쪽 눈물이 이쪽으로 왔는지

    슬쩍 물러나줄 때가 있다
    내력
    감은사지
    히말라야
    그에게는 벗어버리지 못한 냄새가 있다


    3부

    새해
    깃털
    휴가
    창문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녀에게 1
    이른 새벽 뭉개진 고양이 다리 위로

    저를 감당하지 못해
    만만한 게 그것이어서
    그녀에게 2
    청첩장
    낭독회의 밤
    누가 슬픔을 데려오는지
    바라나시
    태풍은 멀리 있다는데

    4부

    물가의 밤
    정지해 있는 시간 속으로 여름은 흘러가고
    열기구
    유리문 안에서 2
    유리문 안에서 3
    인형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흰 그림자
    그녀에게 3
    냄새
    미처 돌아가지 못한
    너의 실루엣이 어른거려
    반쯤 가려질 때
    잎들
    흘러내리고 있다
    입구

    시인의 말
    해설_고요한 응시와 호흡으로 살아낸 시간_조원규

출판사 서평

침묵과 소멸 사이를 떠도는 언어의 순례자
2013년 첫 시집 [희다] 이후, 5년 만에 이향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시인은 침묵과 소멸 사이를 떠도는 순례의 여정을 정제된 언어로 그려낸다. “텅 비어가는 몸을 가누지 못해 삶이 마냥 서운한 여인아 […] 당신 몸을 흔들면 출렁일 저 그늘의 바림(gradation)을 어쩌려고, 내내 눈을 감고만 있는가. 몸을 기울면 콸콸 쏟아질 저 그늘의 마음에 우리는 무어라 이름 붙일 것인가” 첫 시집의 해설에서 양경언 평론가가 던진 질문에 두 번째 시집 [침묵이 침묵에게]는 그 ‘그늘의 마음’을 ‘침묵’이라는 익숙하지만 익숙해질 수 없는 ‘고요의 상태’ 속으로 옮겨둔다.

물컹한 어둠이 덩어리째 왔다 갓 태어난 짐승의 새끼에게서 나는 냄새를 가지고 왔다 실핏줄 같은 온기가 있어 물기가 맺히는 듯했다 축축한 어둠을 주무르자 붉은 길이 생겼다 길을 따라 뿌리가 품었던 말이 제 몸을 찢고 나오는 걸까 한밤에 새끼를 낳아본 어미의 몸부림처럼 몸을 비틀어 나무는 붉은 꽃을 낳고 있다
[어둠 덩어리] 전문

“슬픔이 찾아오지 않은 지 오래다, 슬픔이 돌아오지 않은 지 오래다”
다른 삶을 떠올릴 수 없는 소외의 지경에서는 스스로 낯설어지고 사물과 풍경은 아득하거나 망연해진다. 때때로 세상 곳곳에서 우리가 그렇고, 어떤 경위에선가 느려지거나 멈춰 고이는 삶 속에선 더욱 그러하다. 이향의 시는 “다시 흔들릴 수 있도록 바람은 불어오지 않을 때, 우리는 삶을 어찌할 수 있는가. 슬픔이 찾아오지 않아 눈동자 흐릴 일도 없는 삶, 그렇게 평온하고 괜찮을까? 이 물음에 답을 구하는 시들 속에 시인의 삶과 세월이 숨죽여 흐르고 맺혀 있다. 슬픔에 관한 사정을 알기 위하여 시인 이향은 도처에서 눈을, 눈동자들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된다.”(조원규 문학평론가)

순례의 길에서 허공으로 시를 한 행 한 행 던지며, 걸어온 시간
“순간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시를 쓰는 걸까. 어쩌면 눈에 찍혀 잊히지 않는 그 순간을 살려두고 싶어 쓰는지 모른다. 가령, 어릴 적 살았던 허물어져가는 집에 대해, 탱자나무 가시에 기필코 기어오르는 넝쿨에 대해, 창문에 부딪쳐 떨어진 그 날개에 대해, 진실을 증명하려던 죽음에 대해 그 순간을 가장 진실하게 절실하게 말해보려는 노력이야말로 시 가까이 가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감아버렸던 순간들, 이제 네 앞을 버티고 비켜주지 않는다.” (시인의 말 중에서)

구름이 하늘로 스며드는지 하늘이 구름으로 번지는지
어딘가로
누구에게로
저렇게 스며들 수 있다면
머리는 구름이 되고 하늘이 되고 구분이 없고
원죄 속에서 내 몸이 나온 것처럼 내가 여자인 것처럼
원래 그 옷을 입고 그 운동화를 신고 온 것처럼
그랬던 것처럼
너에게로 스미고 번져서
하늘과 구름이
그렇듯
이미 내가 나여도 당신의 엄마가 아니어도 당신의 딸이 아니어도
그래서 눈빛이 다른 것처럼
그것이 달라서 집으로 가는 길이 느려도
너에게로 스미고 번져서
하늘과 구름처럼 같이 가보는 것
그렇게 떠다녀 보는 것
그렇게 파고들어 보는 것

[눈빛] 전문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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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5622795
발행(출시)일자 2019년 01월 22일
쪽수 142쪽
크기
115 * 183 mm
총권수 1권
시리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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