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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도 사랑하네

변경섭 소설집
변경섭 저자(글)
예옥 · 2016년 0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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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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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섭 소설집『눈사람도 사랑하네』. 표제작인 「눈사람도 사랑하네」를 비롯한 5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자신이 제시하고자 하는 현대적 인간의 문제적 형상을 자연물에서 빌려온다는 특징을 지닌다.

작가정보

저자(글) 변경섭

저자 변경섭은 1961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하였다. 중앙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청년시절 민주화운동청년연합, 민족민주운동연구소, 전교조 참교육실천위원회 등 재야사회단체와 연구소에서 활동하였고, 문학운동에도 관심을 기울여 대중문학단체에서도 활동하며 시, 평론 등 글을 써왔다. 「민족문학운동의 올바른 편제를 위하여」(『정세연구』), 「문학적 욕구의 능동화, 그 시민적 범주와 민중적 범주」(계간 『삶, 사회 그리고 문학』) 등 많은 글을 발표하였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강원도 평창 산골에서 자연과 더불어 글을 쓰고, 틈틈이 조그만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 시집으로 『새는 죽었다』(화남출판사, 2011년)와 장편소설 『종태』(해드림출판사, 2013년)를 출간하였다.

작가의 말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숙제를 해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전에 써 놓았던 작품도 있고 최근에 쓴 작품도 있다. 어두운 터널 속에 있던 청춘과 중압감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던 지난한 삶들을 풀어내보고자 애썼다. 음으로 양으로 내 삶에 그림자가 되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 표하고 싶다. 또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이 작품집을 내게 된 것에 대하여도 감사한다.

목차

  • 작가의 말 ○ 004

    일출을 보러가다 ○ 007
    늑대 ○ 045
    눈사람도 사랑하네 ○ 083
    아그배의 추억 ○ 115
    어느 신경병자의 죽음 ○ 159
    지상의 종소리 ○ 197

    (해설) 야생적 인간에의 향수 | 방민호 ○ 293

출판사 서평

야생적 인간에의 향수
ㅡ 변 경섭의 『눈사람도 사랑하네』에 관하여ㅡ

1.


『눈사람도 사랑하네』의 창작집에는 표제작인 「눈사람도 사랑하네」를 위시한 단편소설이 다섯 편, 「지상의 종소리」라는 제목의 중편소설이 한 편. 여섯 편이 실려 있다. 이 창작집은 마치 할 말만, 쓸 수 있는 말만 하겠다는 듯 그 밖의 사정은 묻지 말라는 듯 시치미를 떼고 있다.
작품들은 때로 작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한데 모아 놓으면 그런 의장들은 점차 뒤로 물러나고 작가의 맨 얼굴에 가까운 형상이 글에 나타난다. 여섯 편의 작품들은 각기 다양한 변주를 이루지만, 결국 작가의 특질을 가리키는 음향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수록작 「일출을 보러가다」에 나타나는 다음의 대조법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가)
청량리역을 빠져나가는 기차 안에서 바라본 서울거리는 자정이 가까운 시각인데도 아직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렇게 밤이 되어도 주위가 환한 것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산란을 위해 닭장 속에 들어가 있는 백색 레그혼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때가 있었다. 긴 하우스 계사鷄舍에는 수많은 닭들의 산란만을 위해 밤낮없이 백열전구를 밝혀두고 있었다. 닭들은 불을 밝히고 있으면 밤을 낮으로 착각을 하고 밤에도 계속해서 알을 낳는다고 한다. 거대한 도시를 뒤덮고 있는 무수한 전구들, 인간을 향해 내리 쏘이고 있는 이 불빛, 나는 홰를 치며 알을 낳았다고 꼬꼬댁, 소리를 치지만 눈은 풀어지고 다리는 힘이 없어 휘청거린다. 저 불빛은 마치 생산을 독려하는 자본주의의 무서운 채찍처럼 느껴졌다

(나)
봉화를 지나 법전, 춘양, 현동, 승부, 석포, 철암, 백산, 도계, 마차리…….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굴을 지나면 또 산이고, 산을 넘으면 작은 마을이 옹송그리고 앉아 있다. 파르스름한 기운을 내뿜으며 미명의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디라고 기억이 되지 않는다. 산등성이를 넘어 달리고 있는데, 저 까마득한 산 아래 조그마한 마을이 보였다. 파르스름한 어둠 저 너머 희미한 사람의 불빛이 새벽안개 속을 뚫고 마치 부드러운 불빛의 가스등처럼 비추고 있었다. 저 마을은 필시 우리가 갈 수 없는, 꿈에도 그리던 마음의 본향인 듯했다. 혹시 천상의 마을이 아닌가 생각했다.

위의 인용에서 (가)는 작중 주인공이 청량리역에서 강릉행 기차를 타고 서울을 빠져 나가는 장면이고 (나)는 기차가 영남 내륙에서 강원 지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장면이다. 작가는 여기서 서울을 닭장으로, 생산을 독려하는 자본주의를 표상하는 공간으로 제시하며, 내륙 깊은 산간의 마을은 우리가 갈 수 없는, 그러나 꿈에도 그리는 마음의 본향, 천상의 마을로 제시한다.
백색 레그혼의 양계장 같은 서울과 지상에서 찾을 수 없는 본향으로서의 산간. 이와 같은 대조법을 이 창작집은 빈번히 나타낸다. 「일출을 보러가다」에서만 해도 작중 주인공 '나'와 왕년의 운동권 후배 '손정미'의 갑작스러운 일출 여행은 이상을 추구한 과거를 안고 도시적 삶의 메커니즘에 지친 두 사람의 도피행, 피안행에 가까운 것으로 그려진다. 물론 작중 여인 손정미는 위기를 겪고 있는 도시의 가족으로의 복귀를 기약하기는 한다.

2.

그런데 이와 같은 대조법은 이 창작집의 작품 「아그배의 추억」에 더욱 전형화되어 나타난다. 이 작품은 일찍이 고향을 떠난 주인공 여훈이 당숙의 부음을 접하여 고향에 내려가 정희라는 옛 친구를 만나는 이야기다. 이 인물들의 사연을 검토하기 전에 이 작품에 관해서 지적해 둘 것은 자연의 물상들에 대한 작가의 살아 있는 지식이다. 이는 작중 인물의 유년 시절에 대한 회상의 형태로 솜씨 있게 제시된다.

(다)
가재는 달래 뿌리가 여물기 시작하고 알을 품을 때가 제격이었다. 다른 때는 맛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잡아먹지 않았다. 그때면 가재가 새끼를 치기 위해 가재 꼬리에 까만 알을 하나 가득 달고 물속을 어기적어기적 걸어 다니거나, 자갈돌 밑에 굴을 파고 들어앉아 밖의 동정을 살피며 더듬이를 조아리고 있을 뿐 행동이 민첩하지 않았다. 우리는 개울의 자갈들을 뒤집어 가재를 잡았다. 가재는 꼬리 부분으로 추진력을 얻어 뒤로 잽싸게 도망가기 때문에 섣불리 손을 먼저 집어넣지 않아야 한다. 돌을 떠들면 흙탕물이 일어 가재를 잘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커다란 집게발로 손가락을 물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흙탕물이 가셔 가재가 잘 보일 때까지 끈기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거기 가재가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 살그머니 가재의 뒤로 손을 집어넣어 움켜잡으면 그만이다. 가재가 어느 정도 먹을 만치 잡히면 모닥불을 피웠다. 모닥불이 거의 타들어갈 무렵 시뻘건 숯덩이들만 남아 이글이글 타고 있을 때, 가재가 불 위에 얹어놓으면 이내 쉬익 쉭, 소리를 내며 가재가 빨갛게 구워진다. 빨갛게 구워진 가재의 딱딱한 등딱지를 떼어내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먹음직스런 간식거리가 되는 것이다. 바삭바삭 부서지는 식감 때문에 가재를 구워 먹는다.

이 가재 이야기에 이어서는 중태기라는 이름을 가진 물고기 잡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제시된다. 이와 같은 장면은 자연을 벗 삼아 성장한 전원생활의 기억 없이는 하기 어려운 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자연에 대한 작가적 지식은 시내뿐만 아니라 산과 들에 대한 묘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라)
거기까지 가는 길은 한쪽으로 다랑논이, 다른 한쪽으로는 산자락이 면해 있는 좁은 오솔길이다. 길옆에는 철마다 다르긴 해도 갖가지 들꽃들이 피어 만발했다. 봄이면 흐드러진 진달래로부터 노란 병아리마냥 앙증맞게 바람에 흔들리는 양지꽃, 찔레순 꺾어먹던 하얀 찔레꽃, 허리 굽은 할미꽃, 하얀 티밥이 뿌려진 듯한 조팝나무꽃, 여름에는 망초꽃, 가시가 많아 건드리지도 않았던 엉겅퀴꽃, 어쩐지 애달파 보이는 노란 달맞이꽃, 입술연지 같은 빨간 오이풀꽃, 고고해 보이는 하늘나리꽃, 깜찍하게 작은 자줏빛 칡꽃, 그리고 산나물 뜯으러 갔던 할머니가 어김없이 손자 먹으라고 꺾어다주던 시큼한 싱아에 이르기까지, 가을에는 한들거리는 구절초 등을 볼 수 있었으며, 가끔 산딸기, 애기사과, 으름, 다래도 따먹을 수 있었다. 거기에 아그배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위의 인용에는 진달래, 양지꽃, 찔레꽃, 할미꽃, 조팝나무꽃, 망초꽃, 엉겅퀴꽃, 달맞이꽃, 오이풀꽃, 하늘나리꽃, 칡꽃, 싱아, 구절초, 산딸기, 애기사과, 으름, 다래, 아그배 같은 자연의 식생들이 구체적인 실감을 가지고 열거되어 있다. 과연, 자연의 아들다운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그배의 추억」은 이러한 구체적 실감을 배경 삼아 여훈과 정희, 고향을 떠나 신산스러운 삶을 경험한 두 인물의 재회를 그린다. 여훈은 도시에서 운동권이 되어 사회단체를 전전하다 뒤늦게 취직은 했지만 경제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생활을 이어간다. 정희 역시 서울에 가 공장에 다니다 결혼했고, 노동운동에 관계하던 남편이 우여곡절 끝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마트에서 일하다 낙향해 있다. 두 사람에게 고향을 떠난 도시에서의 삶은 삶의 유형과 방식에 관계없이 고통과 소외로 점철되었다.

이야기 속에서 두 사람은 서울을 떠난 고향에서 해후하여 사람들의 눈을 피해 하룻밤의 사랑을 한다. 변경섭 작가의 작품들에서 사랑은 도시적 삶의 피폐를 넘거나 견딜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매개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 사랑은 순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3.

이 창작집의 가장 중요한 매력이자 특장 역시 자연에 대한 작가의 식견에 관계되어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작가는 자신이 제시하고자 하는 현대적 인간의 문제적 형상을 자연물에서 빌려오며, 그것은 더할 수 없는 비유적, 특히 상징적 기능을 떠맡는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모두 세 가지 예를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앞의 장에서 언급한 「아그배의 추억」에 나타나는 아그배의 비유다. 작중 정희는 여훈을 향해 자신들이 산야에 나는 아그배와 같이 쓰고 떫은,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이라 한다.

(마)
“그 아그배가 꼭 우리들 인생 같더라구. 네 당숙두 그렇구. 쓰고 떫고, 아무도 따먹지 않는 쓸쓸하고 외로운 열매. 난 그 아그배가 어쩐지 불쌍해서 좋아. 내 지쳐가는 삶두 그렇구, 너두 그렇구. 그래서 언제부턴지 세상 외롭고 불쌍한 것들을 좋아하기로 했지. 아그배처럼.”

여훈과 정희의 소년소녀 시절의 만남의 추억에 연결되어 있는 이 아그배는 배는 배로되 쓰고 떫어 아무도 먹지 않는 배다. 정희는 서울에 올라가 살아온 자신의 삶을 아그배와 같은 존재가 되어온 과정으로 이해한다. 특히, 남편을 잃고 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해 온 것은 쓰디쓴 경험으로 각인되어 있다.
다음으로 이 창작집의 표제작인 「눈사람도 사랑하네」 역시 그와 같은 자연물의 비유법을 보여준다.
이 소설의 주인공 '나'는 수도권의 P 시에 있는 작은 기업의 사원으로 지방에 공장을 설립하는 프로젝트 건으로 지방 출장을 다니게 된다. 이 작품은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은정이라는 소읍의 여인과 '나'의 사랑 이야기다. 회사의 압박과 아내의 강짜 사이에서 시달리는 그에게 소읍의 여자는 삶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 은정 여인 또한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까지 빼앗긴 채 홀로 살아간다는 점에서 소외된 존재로서는 마찬가지고, '나'의 '도피'는 끝내 실패로 귀착된다. 소읍의 삶에도 이혼과 직업 찾기라는 도시적 문제가 현안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일출을 보러가다」보다 심각한 작가의 현실 인식을 드러낸다. 아무튼, 이로써 '나'의 지방 출장행은 삶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다. 작가는 이 두 사람의 사랑을 눈사람의 사랑으로 제시한다. 도시적 삶의 메커니즘에 저항하지 못한 채 시나브로 녹아드는 '나'의 삶의 형식을 작가는 은정 여인의 목소리를 빌려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바)
“당신은 꼭 눈사람 같아요. 내가 어렸을 때 눈이 펑펑 내리면 오빠랑 눈을 뭉쳐서 눈사람을 만들어놓고는 마당 한구석에다 세워놓잖아요. 바로 그 눈사람…… 눈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겨우내 녹았다 얼었다 하다가 서서히 흔적도 없이 사라지잖아요. 요즘은 겨울에도 너무 따뜻해서 금방 녹아 없어져 버리긴 하지만…… 당신이 그 눈사람 같아요. 어찌 당신만 그러겠어요? 세상 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그냥, 지켜만 보고, 애만 태우다 속 문드러지는 사람, 겨울 추위에 온몸이 드러나도 누구 하나 쳐다보지 않는 눈사람 같은 사람들 말예요. 물론 나도 마찬가지예요. 살면서 너무 힘들었어요. 사실 여태껏 내 의지대로 살아본 게 없는 거 같아요. 그러니 눈사람인 당신을 사랑한 거예요. 나도 당신과 똑같은 눈사람이니까…… 정말 당신을 사랑한 거예요.”

겨우내 녹았다 얼었다 하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이 눈사람의 형상은 도시적 메커니즘에 순치된 현대 인간에 대한 탁월한 상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작중 주인공이나 이 여인이나 모두 눈사람같이 살아가는 존재라는 작가적 진단에서 우리는 세계에 대한 그의 날카롭고도 연민 어린 비평의식을 발견치 않을 수 없다.
마지막 하나의 예는 「늑대」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에서 발견된다. 이 작품은 도시적 현대성에 순치되기를 거절하고 자연적 존재로의 귀환을 꿈꾸는 작가적 사유가 잘 나타난 것으로, 이에 관해서는 장을 옮겨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4.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자유를 위한 갈망은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탈출을 감행할 가치가 있었나 보다”라는 것이다. 이로부터 작가는 엽사인 태주와 수의관 정우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하얼빈에서 들여온 늑대 ‘아리’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작가는 이 늑대 이야기를 위해 여러 가지 조사와 공부를 한 흔적이 작품에 역력하다. 작중에 등장하는 늑대 서사들도 그렇고 한국 토종늑대의 멸종과 한국 늑대 복원 사업에 관한 이야기, 곰 사육 이야기, 탈출 늑대나 곰 생포 또는 사살 작전 같은 것들도 이 작품이 취재를 통해 이야기의 재료를 충실히 하였음을 보여준다.
한국 토종늑대 복원을 위해 하얼빈에서 들여온 늑돌이와 늑순이, 그중의 암놈을 수의관 정수는 아리라 이름 붙였고, 이야기의 주된 뼈대는 이 아리의 탈출기를 둘러싼 회상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야생 늑대의 형상은 이 창작집 전체의 주제의식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처음에 토종늑대 복원을 위해 두 마리 늑대를 서울대공원에서 국립수목원으로 옮길 때 늑돌이가 탈출을 시도하다 꼬리를 다치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다시 잡혀 들어온 늑돌이에 관해 작중 화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사)
물론 탈출한 이후 추위와 허기로 몰골이 볼품없었고, 다시 잡혔을 때는 어딘가 두려움에 떨며 구석으로 자꾸 숨어들어가려는 모습을 보였던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지만 안정을 찾고 국립수목원 산림동물원 늑대우리에 풀어놓아졌을 때의 그 위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늑돌이는 늑순이가 다가와도 거드름을 피며 거들떠보지도 않고 높은 곳에 앉아 숲 속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울어대는 긴 늑대울음은 숲 속 멀리 퍼져나가도록 우렁찼다. 그 울음소리의 전율을 잊을 수가 없었다. 숲 속이 일순간 정지되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는 구슬픈 소리였는지, 아니면 자기의 위용을 과시하는 우렁찬 목소리였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가슴을 후벼 파는 듯 슬프면서도 우렁찬 묘한 여운의 늑대울음이었다

비록 탈출에 실패한 나머지 일시적으로 웅자가 위축되기는 하였으나 본디 야생적 존재인 늑돌이는 오연한 태도로 길고도 우렁찬 울음소리를 잃지 않는 존재로 나타난다.
또, 이와 같은 늑대는 “굳센 다리로 늠름하게 앞을 응시”하고, “귀는 항상 빳빳이 일어서 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고, “원래 경계심뿐만 아니라 인내심도 대단한 동물”이며, “사람이 데려다 아무리 애정을 쏟아도”, "자기 영역을 절대로 양보하지 않으며, 결국 광야로 돌아가고 싶은 야성을 잃지 않는” 동물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 속에서 암컷 늑대 아리는 탈출 시도 끝에 엽사인 태주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둔다. 하지만 작중 말미 부분에 가서 밝혀진 뜻밖의 사실은 수의관인 정우가 아리의 탈출을 방조했다는 점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아리를 탈출시켜서 자유를 찾아주자” 함에 그 뜻이 있었고,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세상 자체가 창살 없는 감옥”이라 한 정우의 세계 인식에 있었다 할 수 있다. 즉, 정우에게 있어 늑대 아리는 정우 자신의 구속적 삶을 자의식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기제였다 할 수 있다.
이렇듯 ‘늑대’에서 수컷 야생 늑대 늑돌이와 암컷 늑순이 아리는 야생성, 곧 자연적 존재로서의 힘과 가치를 잃지 않은 존엄한 존재의 표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맥락에서 우리는 「어느 신경병자의 죽음」이라는 또 다른 작품에 나오는 K의 죽음을 풀이할 수 있다.
작중의 K는 1980년대의 학생 및 사회운동이 낳은 비극적 인물로 끝내 그 이후의 현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자살로써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는 학생운동의 시대에 속해 있었지만 완전한 투사도 아니요, 학교를 나온 후 대기업에도 들어갔지만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고시공부에도 뛰어 들었지만 끝내 실패한 채 떠돌이의 삶을 살아간다. 그는 우리에 갇힌 사자처럼 창살 없는 감옥 같은 세상 속을 포효하며 우왕좌왕, 동으로 서로 바람처럼 떠돌다 끝내 동해안 정동진 아래 심곡리 벼랑에서 바다로 몸을 던지고 만다.
작중에서 그의 죽음은 절벽에 끝없이 다가가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에 비유된다.

(아)
해안을 들이치는 파도가 포말로 부서졌다. 바로 옆에 꽤 높은 바위가 솟아 있었다. 수만 년 해식으로 깎이고 깎인 바위가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B는 그 바위 위로 올라갔다. 그 바위 위에 K가 올라갔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도 따라 올라갔다. 파도가 바로 아래까지 쳐 올라오다가 모래성이 일시에 부서지듯이 하얀 포말이 부서져 내려갔다. 그러는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K가 한 말이 생각났다. 여기가 틀림없다고 생각되었다.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을 황홀하게 쳐다보다 왔다는…… 파도가 들이치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니 하얀 포말에 하얗게 웃고 있는 K의 얼굴이 그려졌다. 나는 그 포말에 그려지는 K의 모습을 보고 갑자기 울컥, 감정이 복받쳤다.

절벽 바위에 제 몸을 짓이겨 포말로 부서져 버리는 파도. 작중 화자인 '나'가 K의 투신 자살 속에서 발견한 것은 그가 살아온 철옹성 같은 사회를 향해 온몸과 정신을 가지고 부딪혀 가는 한 인간의 초상이다.
이것은 작가가 ‘늑대’를 통하여 제시하고자 한 것과 뜻이 같다. K나 아리 같은 야생적 존재들은 끝내 순치될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의 삶의 야생성을 가지고 순사할지언정 길들여질 수 없다.

5.

필자는 이처럼 K를 통하여 작가가 제시하고자 한 인간형을 한국적인 남성 히스테리 환자의 그것으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접한 크리스티나 폰 브라운의 저술에 따르면 히스테리는 자연적 성으로서의 남성, 여성을 개념적, 관념적 남성과 여성으로 대체해 이해하고자 했던 인간의 문명적 정신 질환이다. 이 병은 주로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며 역사의 무게와 불합리에 짓눌려 살아가야 하는 인간 공통의 반응 양식으로, 특히 19세기에서 20세기 초로 나아가는 세계전쟁 시대의 남성들에게 전쟁 경련증 같은 형태로 나타났다.
히스테리 하면 보통 몸을 활처럼 휘게 하는 여성 히스테리 반응을 상기한다. 하지만 이 반응방식은 역사의 한때의 과정에서 사라졌고, 이후로는 신체 외형적으로는 보다 완화된, 그러나 문명적 부조리에 대한 총체적 거부 반응으로서의 의미는 그대로 유지되는 방식으로 지속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히스테리의 맥락에서 작가 변경섭의 창착집에 나타난 인물들, 특히 K를 위시한 인물들의 현실 반응들을 이 시대 한국사회의 문명적 병리 현상에 대한 히스테리적 거부 반응으로 읽는다.
그들은 독재체제라는 무겁고 어두운 시기에 젊음을 보낸 후 각기 아버지와 어머니, 남편과 아내, 또는 각박한 자본주의 메커니즘의 부속물로서의 생활에 적응해야 했다. 이것은 그들로 하여금 탈출, 일탈, 거부, 자살, 의무 방기 같은 다양한 병리 현상을 나타내도록 한다.
인간이 야생, 그 본연적 생명의 가치를 안고 인공적 문명의 부속물이 될 때의 고통과 그에 대한 거부 반응을 날카롭게 제시함에 이 창작집의 특장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인간의 문제를 야생성, 본향의 상실에서 본 점에서, 그러면서도 자본주의 메커니즘의 작동방식을 냉정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가 변경섭은 저 멀리 이효석의 작풍에 직접 연결된다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효석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정말 그런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의 「산」,「들」, 「영라」 같은 작품과 변경섭의 「아그배의 추억」 같은 작품을 비교해 보라 권하고 싶다. 도시적 문명이 야생적 인간을 억압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그 본원적 회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두 작가는 내밀하게 통한다.
―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문학평론가)

변경섭의 소설은 전환기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자화상이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삶의 틀에 포획되어 있음이자 그 포획됨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갈망이다. 그러나 그 자유의 갈망이 만들어내는 작은 몸짓들은 시지프스가 밀어올리는 바위처럼 위로 오르다 끊임없이 되굴러 떨어진다. 그 반복되는 추락은 삶을 서서히 무너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갈망의 몸짓들을 결코 그만 둘 수 없다는데 변경섭 소설의 비극성이 있다. 변경섭은 이 비극적 미학을 ‘눈사람’이란 말로 요약한다. 세워진 자리에 붙박혀서 그곳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에의 갈망과 사랑의 몸짓으로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며 서서히 녹아서 없어지는. 그런데 모름지기 전환기가 아니었던 시대가 어디 있으며, 전환기를 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변경섭의 깊이 파고드는 섬세한 언어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가 닿고 있다.
― 시인 김진경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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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5359448
발행(출시)일자 2016년 07월 30일
쪽수 309쪽
크기
146 * 210 * 19 mm / 417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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