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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한울림스페셜 · 2021년 10월 15일
9.3
10점 중 9.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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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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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언제나 괜찮다고 말해야 했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았던
장애인의 형제자매, 비장애형제들의 이야기
정신적 장애(발달장애와 정신장애)가 있는 형제를 둔 비장애형제 여섯 명이 쓴 소설 형식의 자전적 에세이다. 장애가정 안에서 비장애형제가 어떤 고민을 안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장애인의 형제자매’로서 성인이 된 지금까지 어떤 혼란과 아픔을 겪었는지, 그동안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비장애형제의 깊은 속마음을 가감 없이 담았다.
우리 사회에서 비장애형제의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다. 장애가족의 이야기를 책이나 영화를 통해 접하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대부분이 장애인 당사자나 그 부모가 겪는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쩌다 비장애형제가 등장하더라도 ‘4인 가족’의 구도를 맞추기 위한 구색이거나 아무 존재감 없는 인물로 묘사되고, 혹은 가족에게 봉사하는 ‘천사 같은 아이’거나 장애형제의 존재를 싫어하고 부정하는 ‘반항아’로 등장할 뿐이다. 그러니 비장애형제가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방법이 별로 없다.
저자들 역시 자라면서 비장애형제를 만난 적이 없었고, ‘비장애형제가 아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부딪치면서 다른 비장애형제를 찾아 나선다. 어렵게 이뤄진 첫 만남에서 서로를 깊이 공감한 이들은 그동안의 어려움이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에 크게 위안을 얻고, 자조모임을 만들어 ‘장애인의 형제자매’가 아닌 ‘오롯한 나’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 책은 그 여정의 결과물로, 우리 사회에 분명 존재하지만 선명히 드러나지 않았던 비장애형제의 목소리를 전한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말한다. 가족과 사회에는 ‘우리가 여기 있다’고. 그리고 비장애형제에게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작가정보

저자(글) 비장애형제 자조모임 ‘나는’ 글

‘나는’(It’s about me!) 정신적 장애인의 청년기 비장애형제 자조모임
누구에게도 쉽게 이해받을 수 없었던 비장애형제가 함께 모이면 깊은 공감을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 안에 갇혀 있던 생각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비장애형제 스스로 자신을 돕고자 만든 모임이다. 2016년부터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대나무숲 티타임’을 운영해왔다. 부모나 장애형제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며 온전한 나로서 살아가는 법을 발견하고,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우리 사회에 비장애형제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강연 등의 활동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으며, 장애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와 콘텐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홈페이지 nanun.org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nanun.teatime/
트위터 @nanun_teatime
인스타그램 @nanun_teatime

목차

  • 추천의 글 _ 고개를 들어 숨을 쉬어도 괜찮습니다 : 김원영(변호사,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저자)
    들어가며 _ 이 책을 읽는 분들께

    프롤로그 _ 그들의 첫 만남

    태은 _ 나에게로 가는 길
    진설 _ 남겨진 사람
    미정 _ 당신들과 나 사이, 띄어쓰기
    소진 _ 말할 수 없었던 비밀
    해수 _ 우리가 처음 가족이 된 날
    서영 _ 일단 나부터 껴안아 보기로 했습니다

    에필로그 _ 그들의 일주일

추천사

  •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의 좋은 언니가 되는 것이 인생의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여기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이 책에는 언제나 괜찮다고 말해야 했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았던, 하지만 그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꼭꼭 마음에 묻어두었던 비장애형제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여섯 명의 비장애형제가 가만가만 털어놓는 이야기는 놀랍도록 닮아있다. 혼란과 고독, 미움과 원망, 사랑과 노력, 인정과 가능성에 대한 이 솔직한 이야기들이 더 많은 비장애형제와 그 곁의 사람들에게 평범히 가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 추천의 글은 독자를 대상으로 써야겠지만 저자들에 대해 좀 더 생각하며 쓸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형제인 것이, 이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인 것이 나는 조금 벅차다고 생각했다. 독자 여러분도 이 마음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특히 여러분이 자신의 목과 어깨를 내밀어 누군가의 호흡을 편하게 만들어주며 세계를 버티는 비장애형제라면, 이제 고개를 들어 당신의 숨을 쉬어도 괜찮다고 이 책이 말해줄 것이다.

  • 비장애형제의 이야기는 이제까지 제대로 이야기되지 않았던, 이 세상에 없던 이야기다. 이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가족 내에 어떻게 침투하여 가족 관계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미시적 이야기이자, ‘가족’이라는 오랜 관계를 탐험하는 청년들의 성장 서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정신적 장애인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오늘을 고민하는 지금, 이 사회에 너무나도 필요
    한 이야기다.

책 속으로

이 책을 읽으며 ‘비장애형제’인 나의 누나를 생각했다. 누나는 내가 수술을 받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서울의 병원으로 떠나면, 할머니 할아버지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형제의 장애 정도나 부모님의 돌봄 상황 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신체적 장애는 저자들의 말처럼 정신적 장애와 다를 것이다), 비장애형제를 하나로 연결해주는 것은 어린 시절에 겪어야 했던 이 ‘정당한 소외’일 것이다.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이, 언제나 그것을 감당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여겨지는 소외의 경험을 장애인인 나는 느끼지 않았다. 적어도 20대가 된 후에는 나를 사회로부터 배제하고 소외시킨 현실은 정당한 비판의 대상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누나가 경험한 소외는 언제나 당연하고 감내해야 할 것으로 남았다.
비장애형제를 한 세계의 ‘타자’로 만든 것은 형제의 ‘장애’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종류의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느꼈다(물론 그럴 필요가 없음을 알고 있다). ‘장애’가 나를 소외시켰고 나의 형제를 소외시켰다. 이 장애는 우리의 잘못이 아니며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밀접히 관련된 것이라는 (온당한) 주장도 별로 위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장애는 생생하게 가족 안에 자리 잡은 고통스러운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 p5~6 ‘추천의 글’ 중에서

우리는 비장애형제의 서사가 지금보다 더 많이 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이 말해지고, 이 세상에 더 널리 퍼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비장애형제가 장애가정 안에서 어떤 고민을 안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각자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이야기까지 가감 없이 담아내다 보니 인명이나 지명은 모두 가상이지만, 그밖의 내용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한국에서 살아가는 보편적인 비장애형제의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비장애형제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더 많은 사람이 비장애형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계기가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 p12 ‘들어가며’ 중에서

“비장애형제라…. 우리 같은 사람들을 ‘비장애형제’라고 부르는군요?”
처음 듣는 단어에 해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자, 태은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맞아요, 장애인의 비장애인 형제, 비장애형제. 미정 님처럼 저도 그 캠프 뒤로 비장애형제를 또다시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캠프에 대한 기억은 좋게 남아있어요. 최근에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되면서 다른 비장애형제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졌어요. 만약 그때처럼 비장애형제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무엇인가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고요.”
-- p20~21 〈프롤로그, 그들의 첫 만남〉 중에서

친구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마저도 태은은 장애인 동생과 가족 이야기를 했다. 비장애형제라는 정체성에 몰두한 나머지 가족 안에서도 동생의 진로와 교육에 깊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어머니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고 참견을 하면서 태은과 어머니는 점점 밀착되어갔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비장애형제라는 것 말고 진짜 ‘나’는 어떤 사람이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래서한동안 사람들을 만나면 최대한 동생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해 봤어. 그랬더니 할 얘기가 없더라고. 비장애형제가 아닌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던 거야.”
나 자신의 가치가 다른 존재에게 달려있다면 그 삶은 과연 나의 것일까? 태은은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장애인 동생의 착한 언니가 되는 것만이 유일한 존재 가치라고 여겼던 어린 시절의 자신이, 사랑받으려고 끊임없이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가족의 요구에 맞추려고 노력했던 자신이 처음으로 불쌍하게 느껴졌다.
-- p46~47 〈태은 _ 나에게로 가는 길〉 중에서

진설은 그런 행동을 참을 수가 없었다. 조현병이 있다고 다 저렇게 살아도 될 리가 없지 않은가. 조현병이 무슨 국가 공인 개차반 자격증도 아니고. 원래대로라면 보호자인 부모가 그의 재교육을 책임지는 것이 맞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모는 아들이 조현병을 이겨내고 다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했고, 자연히 그가 조현병과 함께하는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재활 치료에 소홀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가장 참지 못하는 사람이 독박을 뒤집어쓰게 되어있고, 따라서 그 역할은 자연스럽게 오롯이 진설의 몫으로 넘어갔다.
어린아이 티를 벗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열다섯 살 중 학생이 그 역할을 결코 감당할 리 없었지만, 진설에게 다른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 진설은 그저 지병으로 고생하는 어머니의 마른 뺨이 조현병을 짊어진 그보다 더 불쌍해 보일 따름이었다. 그리고 ‘우리 집엔 이제 너밖에 없다’며 진설의 등을 두드리는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진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가족이야? 아니면 너야? 네가 먼저 살리고 싶은 게 누군지 잘 생각해보라고.”
그때 진설은 어렸고, 그만큼 어리석었으며, 또 아주 필사적이었다. 자기 한 명이 희생하면 가족이 전부 살 수 있다고 믿었고, 자신이 노력하면 무너진 가정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밖에 없다는 일종의 우월감인지 사명감인지 모를 감정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다. 비극의 전조였다.
-- p97~98 〈진설 _ 남겨진 사람〉 중에서

말이 쉽지, 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그렇고, 어쩜 그렇게 자기들밖에 모를까. 미정은 그날 온종일 꺽꺽 울면서 Family-oriented가 얼마나 자신의 삶을 옭아매고 있는지를 어렴풋이 깨달았다. 엄마, 아빠의 말을 잘 듣고, 오빠의 장애를 개의치 않고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잘 돌보고, 틈날 때마다 조부모님의 식사를 준비하고 챙겨드리는 착한 딸, 그런 딸로 살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바람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폭풍 같은 한 달이 지나갔다. 미정은 한국 땅에서 가족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말든 애써 외면하고 당장 눈 앞에 펼쳐진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최대한 누렸다. 부모님도 늘 충실하게 중재자의 역할을 하던 착한 딸의 ‘파업’을 결국에는 받아들이고 두 분 사이의 흐트러진 조각들을 삐거덕거리며 스스로 맞춰 나간 듯했다.
‘다신 오지 않을’ 시간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미정은 ‘Family-oriented’라는 쳇바퀴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집구석이라는 것도 이상하고,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집구석을 보며 자신이 박탈감을 느끼는 것도 이상했다. 미정은 미정이고, 가족은 가족이다. 서로의 삶에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한 게 아니었다. 미정은 이사실을 깨달은 자신이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 p160-161 〈미정 _ 당신들과 나 사이, 띄어쓰기〉 중에서

“넌 진짜 자기 얘기를 너무 안 해.”
소진은 거짓말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깜짝 놀랐다. 3년간의 연기가 물거품이 된 느낌이었다. 가족에 대해 숨기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끝내 이런 말을 듣게 되다니, 소진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애써 화제를 돌렸다. 지금은 그 친구와 연락도 뜸해졌지만, 그날 들었던 그 한마디는 이후로도 몇 년 동안 소진을 괴롭혔다.
‘티 안 나게 동생을 숨기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결국에는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는구나. 연기하는 거 너무 피곤해. 나한테도 동생 얘기, 가족 얘기를 맘 편하게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장애형제가 있다는 걸 내 약점으로 보지 않는 친구, 아니 나랑 똑같이 장애형제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친구를 만나고 싶다.’
이런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고 지내온 지 4년. 소진의 우울은 그 응어리가 곪을 대로 곪은 것이었고, 드디어 터질 게 터진 것이었다.
-- p169~170 〈소진 _ 말할 수 없는 비밀〉 중에서

“해수야, 사실 난 20대 초반에 엄마와 싸우는 건 흔한 일이라고 생각해. 성인이 되면서 가족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에서 부모님과 말다툼하는 일 정도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그런데 너는 유난히 엄마한테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왜 그러는 거야?”
정우의 질문에 해수가 반사적으로 툭 내뱉듯 말했다.
“선배, 나는 장애인 동생이 있어. 동생이 자폐인이야.”
정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그래, 그렇구나. 그래서?”
정우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한 번 더 물었다. 해수는 무슨 말을 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던 정우가 왜이걸 이해하지 못하는지 답답해하며 다시 말했다.
“내 동생이 장애인이라니까. 그래서 내가 잘해야 해.”
“그래, 그런데 동생에게 장애가 있는 거랑 엄마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게 무슨 상관인데?”
해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듣고 보니 자신이 생각해도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당황한 나머지 해수는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아니, 동생이 아프니까 내가 더 잘해야지. 착한 딸, 좋은 누나. 그게 내 역할이란 말이야. 그래서….”
해수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그러게.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동생에게 장애가 있으니 나는 가족으로부터 떠날 수 없다고 말하는 건가? 내가 현수를 핑계 삼고 있나? 부모님에게 좋은 딸, 현수에게 좋은 누나인 게 정말 나의 전부인가?
해수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세계가 조용히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 p215~216 〈해수, 우리가 처음 가족이 된 날〉 중에서

서영은 그제야 자신에게 씌워져 있던 멍에를 정면으로 마주

출판사 서평

언제나 괜찮다고 말해야 했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았던
장애인의 형제자매, 비장애형제들의 이야기

정신적 장애(발달장애와 정신장애)가 있는 형제를 둔 비장애형제 여섯 명이 쓴 소설 형식의 자전적 에세이다. 장애가정 안에서 비장애형제가 어떤 고민을 안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장애인의 형제자매’로서 성인이 된 지금까지 어떤 혼란과 아픔을 겪었는지, 그동안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비장애형제의 깊은 속마음을 가감 없이 담았다.
우리 사회에서 비장애형제의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다. 장애가족의 이야기를 책이나 영화를 통해 접하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대부분이 장애인 당사자나 그 부모가 겪는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쩌다 비장애형제가 등장하더라도 ‘4인 가족’의 구도를 맞추기 위한 구색이거나 아무 존재감 없는 인물로 묘사되고, 혹은 가족에게 봉사하는 ‘천사 같은 아이’거나 장애형제의 존재를 싫어하고 부정하는 ‘반항아’로 등장할 뿐이다. 그러니 비장애형제가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방법이 별로 없다.
저자들 역시 자라면서 비장애형제를 만난 적이 없었고, ‘비장애형제가 아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부딪치면서 다른 비장애형제를 찾아 나선다. 어렵게 이뤄진 첫 만남에서 서로를 깊이 공감한 이들은 그동안의 어려움이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에 크게 위안을 얻고, 자조모임을 만들어 ‘장애인의 형제자매’가 아닌 ‘오롯한 나’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 책은 그 여정의 결과물로, 우리 사회에 분명 존재하지만 선명히 드러나지 않았던 비장애형제의 목소리를 전한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말한다. 가족과 사회에는 ‘우리가 여기 있다’고. 그리고 비장애형제에게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 ‘착한 아이’가 되어야 했던 비장애형제들
장애자녀를 둔 부모가 마주해야 했지만 차마 직면하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을 말하다

이 책은 태은, 진설, 미정, 소진, 해수, 서영, 이 여섯 명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부모 말씀 잘 듣는 착한 아이’ ‘뭐든 잘하는 아이’, ‘장애동생의 좋은 언니’ 그리고 엄마의 ‘고민상담자’로 자라면서 엄마와 점점 밀착해가는 태은, 아들의 조현병을 인정하지 못하는 부모 대신 오빠를 조현병 이후의 삶에 적응시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진설, 가족이 있어 자신이 존재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있어 가족이 존재하는 건지 헷갈릴 만큼 ‘착한 딸로, 집안의 ‘경찰’이자, ‘중재자’로 성장한 미정, 초등학교 1학년 때 일기장에 ‘엄마가 없을 때는 내가 엄마’라고 쓸 정도로 동생을 잘 돌보는 ‘좋은 누나’ 해수…. 이 역할은 비장애형제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날 떠날까 봐’, 그리고 부모님이 자신도 바라봐주길 바라고 ‘내가 잘하면 나도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노력은 보상받지 못한다. 가족은 늘 장애형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부모의 시선은 여전히 장애형제만을 향한다. 게다가 저자 대부분은 어린 시절부터 ‘형제의 장애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 ‘장애형제가 네 약점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다.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장애형제의 존재를 숨기고 성장하면서 많은 비장애형제가 고립된다. 비장애형제라면 당연히 장애형제를 사랑해야 하고, 장애형제보다 당연히 잘해야 하며, 당연히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이여야 한다는 인식이 이들을 짓누른다. 소외감, 부모님에 대한 원망, 장애형제에 대한 미움을 느끼지만,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아픔을 나누지 못한다. 결국 용기 내어 ‘나도 힘들다’고 호소하면 가족은 ‘널 믿는다’며 더 잘할 것을 요구하거나 ‘너까지 왜 그러냐’ ‘그러면 나 죽는다’는 말을 돌려준다(태은). 장애형제에게는 차마 하지 못하는 “안 돼!” “하지 마!”라는 말을 비장애형제에게는 서슴없이 던지고(진설), 관심을 요구하면 ‘넌 멀쩡하잖니’ ‘장애가 있는 형제를 질투하느냐’라고 반응한다(서영). 비장애형제 스스로도 ‘내가 뭘 힘들어?’ 하며 자기감정을 부정하고다(태은), 그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잘못되었다고 여기며(미정), ‘내 형제에게 장애가 없었으면’ 하는 생각만으로 죄책감을 느낀다(해수). 이렇게 갈 곳을 잃은 감정과 말이 고이고 썩어 상처가 된다.
이 책은 이렇듯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가족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장애형제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에 어떤 어려움과 혼란을 겪는지를 잘 드러낸다. 만약 당신이 장애자녀와 비장애자녀를 모두 키우는 부모라면, 이 책에서 직면해야 했지만 차마 마주할 수 없었던 불편한 진실을 접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이를 계기로 비장애자녀와 좀 더 성숙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 세상의 비장애형제에에 전하는 메시지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비장애형제의 서사가 더 많이 쓰이고 이야기되는 사회를 꿈꾸다

이 책을 쓴 여섯 명의 비장애형제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자라면서 자신과 같은 비장애형제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고, 심지어 그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 ‘장애인의 형제자매가 아닌, 나는 누구지?’라는 질문을 떠올리고서야 다른 비장애형제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고민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해하며 서로를 찾아나선다.
이 책은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던 비장애형제가 자조모임을 통해 어떤 변화를 겪는지를 잘 보여준다. 자신과 같은 문제와 어려움을 느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쉽게 이해받을 수 없었던 감정을 깊이 공감받을 수 있다는 게 따뜻한 위로이자 연대감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비장애형제가 오롯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갖는다는 것 자체로 숨통이 트이고 해방감을 준다.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 최초의 정신적 장애인을 형제로 둔 청년들의 모임 ‘나는’이 탄생한다.
저자들은 말한다. ‘좀 더 일찍 만났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만약 그랬다면 가족을 삶의 중심에 두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같은 비장애형제여도 각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비장애형제라는 게 영향을 미칠 수는 있을지언정 그 자체가 삶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었고, 선택은 각자의 몫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좀 더 일찍 만나지 못했을까?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등록장애인 수는 263만3000명, 전체 인구의 5.1퍼센트. 많은 비장애형제는 다 어디에 있을까? 왜 그들의 이야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 걸까? 우리 사회에 비장애형제들의 서사가 너무 없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저자들은 자신들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공개하기로 결심한다. 우리 사회에서 비장애형제의 서사가 지금보다 더 많이 쓰이고, 더 많이 말해지고, 더 널리 퍼지기를 바라면서. 이 책이 더 많은 사람이 비장애형제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선언한다. 우리는 ‘비장애형제이지만, 비장애형제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장애형제가 있는 환경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형제라면 ‘당연히’ 이래야 한다는 기대와 압박에 떠밀려서가 아니라, 자신이 삶의 중심이 되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비장애형제이기만 한’ 내가 아닌, ‘비장애형제이기도 한’ 나로 살아가겠다고.
이 책은 장애형제도, 부모도 아닌, 비장애형제가 주인공이 되어 장애가정을 이야기하는 첫 책이다. 비장애형제가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의하고 가족 관계를 재정립해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만약 당신이 비장애형제라면 이 책을 통해 위안을 얻고 지금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1973020
발행(출시)일자 2021년 10월 15일
쪽수 288쪽
크기
141 * 211 * 22 mm / 391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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