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비교문학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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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내용이 무거울 수 있는 문학과 미술의 경계를 조금이나마 편하고 가볍게 다가가고자 편지의 형식을 빌렸다. 또한 코로나 시절에 맞게 의견이 교환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자 강정화는 말한다. “많은 생각을, 또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스스로 정의하는 문학과 미술의 경계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공부에 대해서 찬찬히 되짚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같지만 다른 시각을 가진 선생님의 생각을 들으며, 당연하다 여겼던 제 안의 생각들에 의심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둘이어서 가능했겠지요.”
“문학과 미술 혹은 미술과 문학의 비교. 그것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호쾌하게 답을 내고 싶지만, 사실 답은 없습니다. 이 책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우리에게 여전히 결론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바라는 바가 있다면 그 결론 앞으로 최대한 다가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편지 쓰기를 멈추지 않을 예정입니다. 혼자였다면 지쳤을 이 길을 신 선생님이 함께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저자 신이연은 답한다. “삶의 여러 갈림길에서 공부를 택했고, 분명 이쪽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끝은커녕 길이라는 것조차 희미한 벌판을 헤매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다 저만치 혼자서 뚜벅뚜벅 걷고 계신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죠. ‘혼자가 아니구나’ 느꼈습니다.”
“미술과 문학. 문학과 미술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또 많이 배웠습니다. 반가움은 깊은 동지애로, 애틋함으로, 그리고 깊은 존경과 애정으로 변해 갔습니다. 맞아요. 정답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미래도 여전히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한 장면을 그릴 수 있다면 이런 것일까요. 우리처럼 겁 없는 어느 한 사람이 예술이라는 넓은 벌판 위에 선 거예요. 일단은 용기를 냈지만, 그 사람 역시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던 중이었겠죠? 당황한 와중에 저기 한쪽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를 발견한 거예요.”
작가정보
고려대학교에서 비교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동아대학교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근대 문학과 미술을 연구하며, 1930년대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문학이 미술에 머물던 시대』, 『피고 지고 꿈』, 『걷고 보고 쓰는 일』이 있다.
목차
- 시작하며
첫 마음을 담아
반가운 조우, 미술과 문학의 경계에서
그럼에도 ‘경계’가 필요한
미술관에 전시된 시, 문학일까? 미술일까?
결합의 조건과 차이
국립현대미술 전시를 보고
예술 속 미술과 문학
문학이 미술에 머물던 시대
미술이라는 ‘언어’
그럼에도
마지막 편지
책 속으로
선생님도 겪었다시피 문학과 미술을 함께 공부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고,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도 많은데 말입니다. 물론 비교문학을 공부하면서 문학과 타 장르에 관한 연구를 하는 선생님을 많이 만났어요. 모르긴 몰라도 우리 전공처럼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사람들이 많은 곳은 없을 거예요. (13쪽)
누군가는 궁금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미술과 문학을 함께 공부하는 게 뭐가 그렇게 고민거리라는 거지? 하면서요. 네, 맞아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미술과 문학은 꽤 친연성을 가진 예술 장르입니다. 두 장르를 나란히 놓는 것 자체가 크게 이질감을 주지 않기 때문에 공부하기에도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두 장르가 가깝다는 생각은 의외로 인상에 그칠 때가 많아요. (23쪽)
특히 문학 작품을 전시관에 둔다면 그것은 문학일까, 미술일까 하는 질문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라 머리가 징 하고 울렸습니다. 전시장 안에 문학 작품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거든요. (42쪽)
문학과 미술의 비교라는 비교문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선생님께서 쓰셨던 ‘시서화일체론’을 읽고 무릎을 탁! 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왜냐면 저는 여태껏 글과 그림이 하나였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52쪽)
선생님께서 마지막에 주신 질문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문학과 미술을 함께해야 할 이유에 대해서요. 제가 두 장르를 함께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 내면의 이유라면, 외면의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63쪽)
한 차례 말씀드린 적 있지만, 저는 학부에서 미술을, 그리고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했습니다. 문학을 공부하는 중에도 “왜 하필 (미술에서) 문학이야?”라는 질문을 종종 받았습니다. 여기에 대한 제 대답은 대체로 비슷했어요. “둘은 매체만 다를 뿐 비슷한 장르인 것 같아”였죠. 미술은 시각 언어를, 문학은 문자 언어를 도구로 활용할 뿐 작가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독자에게 전한다는 점에서 두 장르는 상당히 유사한 작동 원리를 가졌다고 생각했습니다. (103쪽)
처음 ‘연구’라는 걸 시작했을 때는 두 영역이 겹치는 듯 겹치지 않았습니다. 석사 논문으로 시인 백석과 화가 김환기를 다뤘던 것만으로도 알 수 있죠. 1930년대 우리 문예사를 살펴보는 방향에서 시인과 화가를 다뤘을 뿐이지 두 사람이 어떤 영향을 직접적으로 주고받았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서로의 글에 서로가 등장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1916년생인 백석, 그리고 1917년생인 김환기는 각자 시인과 화가로서 자신의 자리에서 활발하게 창작을 이어간 작가들이었습니다. (119쪽)
그러나 ‘문화 연구’ 대해서라면 부끄럽지만, 박사 과정에 진학하기 전까지 문자 그대로 금시초문이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제게 ‘문화’라는 것은 개인과 사회가 상호 관계 하는, 어떤 무한의 영역 정도로만 이해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잘은 몰라도 미술과 문학을 나란히 두고 관찰한다고 상상했을 때, ‘문화’는 그 둘을 동시에 내려놓을 수 있는 충분한 크기의 캔버스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문제는 그 캔버스가 커도 너무 커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늠해야 할지 당혹스러웠다는 것이지만요. (143쪽)
출판사 서평
“우리의 이야기가 결론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바라는 바가 있다면 결론 앞으로 최대한 다가가는 것입니다.”
문학과 미술 또는 미술과 문학을 함께 연구하는 저자 강정화와 신이연은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요?
몇 번의 편지를 통해 이 두 사람은 각자가 생각하는 비교문학을 정리하고, 끊임없이 상대에게 문학과 미술 또는 미술과 문학의 경계를 묻고 들었습니다.
당연하게도 물론 두 사람의 편지에는 결론이 없습니다. 다만 각자 방식대로 문학과 미술을 사랑하고, 문학과 미술의 친연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저자 강정화는 근대 문학과 미술의 연구자로, 저자 신이연은 미술 작가이면서 큐레이터로 살아가면서 문학과 미술 두 세계를 나란히 두고 보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하며 결론 없는 우리의 이야기가 글자와 말을 오가며 끝없이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기본정보
ISBN | 9791191840247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2월 27일 |
쪽수 | 184쪽 |
크기 |
141 * 201
* 16
mm
/ 28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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