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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의 청년들

한국과 중국, 마주침의 현장
책과함께 · 2021년 10월 29일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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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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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그 사이와 너머의 청년들
한중청년들의 일상문화와 생애기획, 마주침의 현장을 찾아서
한국과 중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 그 다른 듯 비슷한 삶의 모습을 현장에서 들여다본다. 한중청년들의 삶의 서사에서 주로 등장하는 주제(교육, 취업과 노동, 창업, 주거와 지역, 소비, 연애와 결혼, 인터넷문화, 대안적 생애기획)를 정해 현장연구를 통해 살폈다. 국경이라는 주권적 경계뿐 아니라 여러 다른 경계와 씨름하면서 만들어가고 있는 다채로운 궤적과 실천의 양상을 만날 수 있다. 문턱을 딛고 규범화된 세계 안에 무사히 안착하기 위해서든, 문턱 너머 세계의 풍경을 바꿔내기 위해서든, 저자들이 만난 한중청년들은 제 몸과 일터, 삶터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수시로 깜빡이는 시대를 살아가고, 살아내고 있다.
1부 ‘친밀성의 풍경’에서는 기존의 통념, 불안, 혐오와 고투하며 때로 친밀성을 위태롭게 자본화하는,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의미의 집-가족을 실천 중인 한중 여성 청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2부 ‘일터와 삶터’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청년들이 취약한 노동 환경, 지역 편차, 공론장의 위계와 씨름하면서 제 일터와 삶터를 모색하고, (불)공정에 대한 감각을 벼리는 과정을 살폈다. 3부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유학과 팬덤, 기술과 창업을 매개로 연결되고, 남한과 북한, 중국 대륙과 대만이 청년들의 여러 활동을 통해 교접하면서 형성되는 ‘마주침의 장소들’을 엮었다.

작가정보

저자(글)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무수한 세계들을 연결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The Specter of “The People”: Urban Poverty in Northeast China》, 편서로 《민간중국》, 《헬조선 인 앤 아웃》,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역서로 《분배정치의 시대》가 있다.

저자(글) 류연미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청년들의 노동, 주거, 정치 등 삶의 다양한 차원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실천들을 찾아내고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다. 현재는 청년들의 비정형 노동과 한국사회에서 일-노동의 의미 변화에 관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저자(글) 이응철

덕성여대 문화인류학전공 교수. 중국, 대만, 한국 청년들의 생활세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글로벌 문화자본의 기대와 차별의 경험 사이에서: 호주 중국인 유학생들의 일상과 생활〉,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의 팬이다: 팬덤의 확산, 덕질의 일상화, 취향의 은폐〉가 있다.

저자(글) 유빙

서울대 인류학과 박사과정. 중국 디지털 문화와 인간의 실천 양식에 대해 관심이 많고, 인터넷 개인방송과 게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중국 ‘쇼장방송(秀场直播)’에 몰려드는 여성 BJ들: 기회와 함정 사이에서〉가 있다.

저자(글)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제조업의 전환 및 고도화, 일자리의 변동을 함께 살피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산업도시 거제와 조선업, 엔지니어의 문제를 함께 다룬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를 썼고, 동료들과 함께 《추월의 시대》도 썼다.

저자(글) 채석진

독립연구자. 디지털 미디어 확산 속에서 구성되는 새로운 양식의 삶, 노동, 정치를 연구해왔다. 주요 논문으로 〈기다리는 시간 제거하기: 음식배달앱 이동노동 실천에 관한 연구〉, 공저로 《다양성의 시대 환대를 말하다》, 《한국 사회 미디어와 소수자 문화정치》, 편저로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등이 있다.

저자(글) 김기호

경희대 국제대학 겸임교수. 경제인류학의 관점에서 중국의 계층 구조 및 소유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중국 사회변동 연구에 있어서 신자유주의 이론틀의 재고찰: 산둥성 포도주 산업의 사례를 중심으로〉가 있다.

저자(글) 우자한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김동인, 주요섭, 이상 등 일제강점기에 활발하게 문필활동을 전개한 작가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말의 통정, 반어적인 차단: 주요섭 소설에 나타난 봉쇄된 인물관계에 대한 고찰〉이 있다.

저자(글) 한선영

독립연구자.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석사. 남북 청년교류활동과 공론장에서 펼쳐지는 미래성의 정치에 대해 학위논문을 썼고, 인프라스트럭쳐와 포스트 사회주의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다. 현재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의 윤리적 문제를 짚는 에스노그래피를 탐색 중이다.

저자(글) 문경연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한국과 대만으로 결혼이주한 중국 여성들의 생애사에 관심이 많고, 최근에는 중국과 대만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일상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대륙배우자는 말한다: 대만내셔널리즘과 중국 출신 결혼이주자의 정치운동〉, 〈‘내 꿈을 고이 접어 나빌레라’: 타이베이시의 춤추는 양안(兩岸) 결혼이주여성들〉이 있다.

저자(글) 펑진니

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 석사. 한국으로 이주한 중국 한류 여성 팬덤에 관해 학위논문을 썼다. 팬덤과 한류에 관심이 많고, 현재는 중국 IT 회사 ByteDance에서 틱톡의 한국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저자(글) 이보고

부경대 글로벌자율전공학부 교수. 중국 청년들의 이동과 이주, 그리고 이들의 도시 정착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주요 논문으로 〈“베이피아오(北漂)”의 부유(浮遊)와 도시 공간의 의미〉, 〈신형성진화(新型城镇化) 개념 속 신세대농민공에 대한 시민화 전략 비판〉이 있다.

목차

  • 들어가며 │조문영│

    1부 친밀성의 풍경
    1 함께 머물러 살기 - 서울 청년 여성들의 공동주거전략 │류연미│
    2 불안을 말하는 청년 여성과 역차별을 주장하는 청년 남성 │김수아│
    3 결혼과 비혼, 고달픈 갈림길에 선 상하이 여성 │이응철│
    4 어둠 속의 빛 - 쇼장방송(秀場直播)으로 삶을 변화시키려는 여성들 │유빙│

    2부 일터와 삶터
    5 공장 찾아가기와 공장 벗어나기 - 동남권 학생들의 일경험과 구직 │양승훈│
    6 배달 플랫폼 노동 청년들의 숨쉬기 │채석진│
    7 베이징에서 살아남기 위한 분투 - 불평등과 능력주의 서사 │김기호│
    8 90년대생 베이징 토박이의 ‘유서 시대(遺書時代)’ │우자한│

    3부 마주침의 장소들
    9 테크노-소셜 밸리의 (비)연결 - 사회혁신 스타트업의 청년들 │조문영│
    10 청년과 북한의 마주침 - 에필로그의 시간과 유령의 시간 │한선영│
    11 접경도시 샤먼에서 마주한 ‘대만 청년’들 │문경연│
    12 대륙 언니들이 왔다 - 중국 한류 팬덤의 한국 이주 │펑진니│
    13 중국 유학생과 “우리만의 글로벌” │이보고│

    필진 소개

책 속으로

들어가며, 9쪽
사실 우리의 경험 세계에서 ‘중국’, ‘한국’, ‘서구’를 명확히 구별하기란 간단치 않다. 내전 같은 돌발 사태가 아니라면, 국경 너머의 삶은 의외로 비슷하다. 초국적 금융, 첨단기술, 각종 비즈니스가 밀집된 글로벌 도시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람, 상품, 서비스, 제도, 지식, 사상, 콘텐츠, 아이템, 맛 등등, 숱한 이동, 연결, 접속의 과정에서 순수하게 ‘한국적’, ‘중국적’인 것을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정치에 관한 한 한국과 중국이 상극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1 함께 머물러 살기 - 서울 청년 여성들의 공동주거전략, 27쪽
결혼은 누구와 살 것인가의 문제만큼이나 어떻게 어디서 살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비혼이라는 선택은 청년들의 주거 문제와도 직결된다. 청년들의 주거 문제, 특히 청년 여성의 주거 문제를 다룰 때 발생하는 난점은 이것이 이행기 청년의 일시적인 과정으로 이해되기 쉽다는 점이다. 주거가 가족과 맺고 있는 긴밀한 관계를 고려할 때 청년의 주거 문제란 ‘아직’ 결혼을 통해 ‘정상가족’을 형성하지 않았으나 언젠가 그러한 생애경로를 밟아 나갈 청년 1인 가구를 그 대표적 표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혼인을 통해 가족 기반의 주거 안정성을 획득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열악한 주거환경을 감당하며 혼자 산다는 납작한 선택지를 모두가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은 비혼 여성으로서 지속가능한 집-가족을 실천하고자 했던 한 청년 가구 구성원들의 주거사 및 주거전략에 대한 기록이자, 지금 이곳에서 청년 여성들이 함께 머물러 산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해석이다.

2 불안을 말하는 청년 여성과 역차별을 주장하는 청년 남성, 63쪽
최근 안티 페미니즘의 주요한 기조는 페미니즘이 역차별을 조장하는 불평등 사상이라는 인식에 근거하는데, 특히 이것이 청년 세대와 관련되어 문제가 되는 것은 과거의 성차별 문제를 지금 해결하려고 하고 있고, 특히 현재 정부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인식 세계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 남성은 과거의 성차별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여성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과거의 차별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현재의 젊은 남성들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본다. 역차별 담론은 현재를 기점으로 일단 성별 갈등으로 표출되며, 과거의 성차별을 현재에 교정하는 것이므로, 현재의 20대 여성은 과거의 성차별을 보상받는 주체로, 20대 남성은 과거의 성차별 때문에 피해를 받는 주체로 그려지게 된다.

3 결혼과 비혼, 고달픈 갈림길에 선 상하이 여성, 89쪽
중국에서는 2010년을 전후하여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잉여여성’이라는 호명을 통해 비난하는 태도가 강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노동력 부족, 낮은 출생률, 노인 요양 등의 여러 문제를 여성의 비혼 탓으로 돌리며, 여성은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고 노인을 돌봐야 한다는 관념을 당연한 것처럼 유포하는 가부장적 국가와 미디어의 역할이 크다. 결혼의 사회적 가치가 독신의 사회적 가치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독신으로 사는 것은 자기 의지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 무엇인가 부족하고 모자라 타의에 의해 ‘선택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잉여여성’은 실패한 사람으로 치부되고,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이런 경멸적 시선의 대상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4 어둠 속의 빛 - 쇼장방송(秀場直播)으로 삶을 변화시키려는 여성들, 115쪽
BJ라는 직업은 일반 직업과 다르게 잠재력이 크고, 수입이 무한히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여성 BJ의 수입은 따거를 만나는 ‘운’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따라서 이 여성들은 항상 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온유는 한때 호주로 유학을 가고 싶었다. 그가 유학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바로 복권을 사는 것이었다. 온유에게 BJ라는 직업은 복권과 마찬가지로 하루 만에 인생을 바꿀 기회이자 희망이었다. 그는 ‘어둠 속의 빛’으로 이를 표현했다. “삶에 희망을 주잖아요. 우리처럼 어둠 속에 사는 사람은 빛을 얼마나 갈망하는지 모르시죠. 아주 작은 확률이라도 해보고 싶어요.”

5 공장 찾아가기와 공장 벗어나기 - 동남권 학생들의 일경험과 구직, 142쪽
지역 청년들의 모습은 ‘이벤트’로만 등장하고 있다. 서울로 향한 지방대생이 겪게 되는 주거의 어려움이나 일자리 구하기의 어려움은 미디어에 등장하지만, 지방에 거주하면서 지방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청년들의 모습은 미디어에 등장하지 않는다. 지역의 노동은 지속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나 산재 등 ‘사건’으로만 등장하기 일쑤다. 이벤트로 지역 청년들이 등장할 때마다 지역은 ‘이상한’ 것들의 집합이 되며, 지역 청년들은 하등한 청년들이 되기 일쑤다. 심지어 고등교육을 마쳤음에도 고등교육을 마친 자격을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지역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제약’은 소멸된다.

6 배달 플랫폼 노동 청년들의 숨쉬기, 176-177쪽
심지어 배달 노동자들은 음식을 전달하는 공간에서조차 흔하게 제거되어야 하는 존재로 취급받는다. 주요 노동 공간인 아파트를 예로 들어보자. 아파트는 배달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출입하는 공간이자, 가장 기피하는 공간이다. 특히 고급 아파트는 입구부터 감시 카메라와 인터폰으로 외부인을 감시하고 차단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자동차로 지하주차장으로 곧장 들어가서 출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스마트’ 기기로 신분을 확인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이 사는 층으로 올라가는 이동 동선은 외부인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을 추구한다. 이러한 공간들은 배달 노동자가 배달하는 음식은 원하지만 배달 노동자의 몸은 원하지 않는다.

7 베이징에서 살아남기 위한 분투 - 불평등과 능력주의 서사, 195쪽
실제 중국 대도시에서 청년 세대가 결혼을 하고 자녀를 양육하며 가정을 이루는 과정은 한국에서보다 더 절박하고 위태해 보인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집값은 이미 서울의 집값 수준을 넘어섰는데 중국 청년들의 평균 소득은 한국의 절반에 미치지 못해 소득 대비 집값은 훨씬 더 높게 체감된다. 집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한국처럼 전세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월세도 가파르게 상승하여 불안정한 주거 환경에 처하기 쉽다. 게다가 외지인 청년의 경우 중국의 호구(戶口) 제도로 인해 교육, 의료 등 사회복지 혜택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베이징에 정착하는 데에 이중의 장벽을 느끼게 된다.

8 90년대생 베이징 토박이의 ‘유서 시대(遺書時代)’, 228-229쪽
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공대생 한 명이 기숙사 옥상에서 뛰어내려 젊은 생을 마감했다. 목숨을 끊기 전에 남긴 유서에서 그는 마지막 심경을 드러냈다. “안녕, 친구여. 안녕, 사랑하는 친구여. 그대는 내 마음속에 있네.” 예세닌의 시구가 적힌 이 유서의 행간에 중국 청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선택의 단일화’ 문제가 잠재되어 있다. “난징대 학생이 분신했다!” “후난대 4학년 여학생이 목을 매고 자살했다!” 학업, 취업 등 과도한 경쟁에 내몰려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국의 청년들은 최근 코로나 팬데믹 상황까지 겹쳐져 더욱 광범위한 위기에 처했고, 결국 중국에 ‘유서 시대’를 열었다.

9 테크노-소셜 밸리의 (비)연결 - 사회혁신 스타트업의 청년들, 300쪽
서울과 선전에서 내가 만난 청년들은 국가나 자본의 횡포에 비판적이고, 창업이 청년 거버넌스의 치트키로 성행하는 현실을 간파할 만큼 영리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운동”이나 “투쟁”은 이전 시대의 잔존물로 남았고, 대신 기업이 소셜, 창의, 커뮤니티, 네트워크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흡수하며 변신을 거듭하는 가장 급진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기업가 청년들이 사회의 비참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가치와 의의, 혁신과 임팩트를 논할 수 있는 세계, ‘자유민주주의’ 한국과 ‘사회주의’ 중국 엘리트 청년들 간의 정서적 유대가 제 나라의 다른 계층 청년들과의 교감보다 더 뚜렷한 세계가 내가 본 테크노-소셜 벨리의 풍경이었다.

10 청년과 북한의 마주침 - 에필로그의 시간과 유령의 시간, 311쪽
남북교류 활동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북한은 이러한 얼룩이 깨끗하게 씻겨 내려간 맑은 얼굴의 청년이다. 북한 영토는 청년들과 새로운 연결을 통해 남한 개발의 과오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백지의 무대로 탈바꿈한다. 단둥, 디엠지, 훈춘, 유튜브, 신년사와 결합하고, 반사되어 비추는 북한 미래의 청사진은 남한 사회의 지난 압축성장의 공과(功過)를 비추는 거울 담론의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 청년이 어떤 행위자로 등장하고,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는 상당히 흥미로운 문제다.

11 접경도시 샤먼에서 마주한 ‘대만 청년’들, 357-358쪽
샤먼에서는 이 청년들의 움직임이 ‘대만’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샤먼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라오장은 커피와 디저트를 통해 대만의 ‘맛’을 알리고 있고, 라오화는 현지인까지 즐길 수 있는 여행 상품을 개발하며 ‘대만’이 가미된 여행을 홍보하며, 나나는 대만의 ‘교육’ 프로그램을 샤먼에 알리는 일을 담당했다. 반면, 아메이는 더 나아가 샤먼에서의 생활을 브이로그를 통해 대만 사람들과 중국 사람들에게 알리며 쌍방향으로 소통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물리적인 단절 속에서도 당분간 이렇게 서로를 알아가고 연결하는 현상들은 지속될 전망이다.

12 대륙 언니들이 왔다 - 중국 한류 팬덤의 한국 이주, 362쪽
한국 아이돌의 한국 팬들 사이에 중국 팬을 지칭하는 특별한 표현이 있는데, 바로 ‘대륙 언니’라는 말이다. 여기서 ‘대륙’은 중국 국적뿐 아니라, 중국 팬이 스타에 대한 서포트 규모가 큰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국 팬의 인원수가 한국 팬보다 훨씬 많은데다 서포트 모금에 큰돈을 기여한 중국 팬도 많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관광비자와 유학비자 정책이 완화되면서 한국에 찾아온 대륙 언니들도 많아졌다. 스타와 문화산업의 관계에서 이들은 틀림없이 가장 충실한 소비자다.

13 중국 유학생과 “우리만의 글로벌”, 413쪽
우리에게 자신들의 청춘과 미래를 의탁한 유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한국의 대학 수업 방식이 발표식·토론식이어서, 중국 대학에서의 주입식·강의식 방식보다 우수하다고 하는 중국 학생들의 평가에 만족할 일은 전혀 아니다. 현실을 돌아보면, 우리는 이들이 듣고 있는 강의 가운데 절반 이상을 이해하지 못해도 그냥 방치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도, 교수든 학생이든 기초 수학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업의 내부에서 배제해왔다. 대학 도처에 도색되어 있는 글로벌의 구호가 이들 유학생들을 단순히 교육 서비스에 대한 구매자로서만 상정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우리는 글로벌의 가치가 정작 누구로부터, 또 무엇을 실천하고 교육함으로써 시작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긴 안목에서 이들을 어떻게 우리의 성원으로 포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기에 도달했다.

출판사 서평

국경에 구속되지 않는 청년 담론에
새로운 타자(他者)로서 중국 청년을 초대하다

오늘날 청년 세대는 국경에 온전히 구속되지 않는 다양한 연결성을 보인다. 근래에 세계 여러 지역에서 수행된 청년 연구가 보여주듯, 예측불허의 금융자본주의와 거대한 불평등, 노동 불안정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경험은 개별 영토에 고이지 않고 지구 곳곳을 가로지른다. 청년 담론의 핵심어가 된 ‘불안’은 한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지역적·역사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수많은 현장을 관통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청년’이란 주제로 방대한 연구 성과가 축적되고 활발한 공론장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 지식 생산의 장을 낯설게 바라보기 위해 참조할 만한 타자(他者)는 의외로 빈약하다. 청년 세대에 관한 공론장은 한국 사회에 담을 두르거나, 한국 청년들의 경험을 해석하는 암묵적인 준거로 ‘서구’를 대화자로 소환하는 근대적 관행을 반복한다. 그나마 국내에 꾸준히 번역되어온 일본 청년에 관한 연구들은 주로 한국 청년의 근접한 ‘미래’를 들여다볼 프리즘으로 소환된다. 이러한 비교 접근에서 한국과 중국의 청년들을 마주 볼 수 있게 하는 연구는 거의 없었다. 지리적·역사적으로 일본만큼 가까운 곳이 중국이고,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절반 이상이 중국 국적인 데서 보듯 청년들 간의 접촉 또한 빈번한데도 말이다.
《문턱의 청년들》은 ‘한중청년들의 일상문화와 생애기획: 마주침의 현장을 찾아서’란 제목으로 2017년 여름부터 3년 동안 수행한 공동연구를 기반으로 엮은 책이다. 한중청년들의 삶의 서사에서 주로 등장하는 주제들(교육, 취업과 노동, 창업, 주거와 지역, 소비, 연애와 결혼, 인터넷문화, 대안적 생애기획)을 정하고, 각 주제를 심도 있게 파고들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국경이라는 주권적 경계뿐 아니라 자신을 가로지르는 여러 다른 경계와 씨름하면서 어떤 궤적과 실천을 만드는가를 현장연구를 통해 살폈다.

한중청년들의 일상문화와 생애기획,
그 마주침의 현장

이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1부 ‘친밀성의 풍경’에서는 기존의 통념, 불안, 혐오와 고투하며 때로 친밀성을 위태롭게 자본화하는,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의미의 집-가족을 실천 중인 한중 여성 청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2부 ‘일터와 삶터’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청년들이 취약한 노동 환경, 지역 편차, 공론장의 위계와 씨름하면서 제 일터와 삶터를 모색하고, (불)공정에 대한 감각을 벼리는 과정을 살폈다. 3부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유학과 팬덤, 기술과 창업을 매개로 연결되고, 남한과 북한, 중국 대륙과 대만이 청년들의 여러 활동을 통해 교접하면서 형성되는 ‘마주침의 장소들’을 엮었다.
이 책에 수록된 13편의 글에서, 청년들은 한국에서든 중국에서든 문턱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취업이 힘들고 집값이 폭등하면서 ‘성인기’ 진입을 위해 통상 요구되는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보니, 문턱의 의례는 뜨겁고 역동적인 커뮤니타스(communitas)라기보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시험에 가까워졌다. 성년식, 입학식, 졸업식, 결혼식 등 ‘성인’ 지위로의 이행에 인정과 의미를 부여하는 기존 의례들이 쇠퇴하고, “동지 의식과 커뮤니타스적 유대”를 되살리기보다 커리어 축적과 잠깐의 욕구 분출을 위한 이벤트가 늘어났다. 청년기의 불확실성을 감수할 만하다고 여기게 했던 안정적인 미래의 기대가 사라지면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어불성설이 된 것 같다.
문턱에 머문 삶의 모습은 그래도 꽤 다채롭다. 커뮤니타스를 생성해낼 만한 에너지 자체가 소진된 삶, 경이의 순간이 사라진 일상에 익숙해진 삶도 있다. 어떤 삶은 정상성의 궤도에서 탈선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다른 어떤 삶은 창업, 투자, 기술 혁신, 팬덤, 이주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문턱에 생기를 입힌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차별과 불평등에 좌절하고, 누군가는 공모한다. 어떤 삶은 결혼을 거부하거나 비혈연적 가족을 만들면서 (이전 질서의 복원과 다른 방식으로) 문턱 너머를 구상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강력한 규범과 구속에 휘청거린다.

한중청년,
근대 국가가 지운 책무를 이반하다

오늘날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불거진 세대 갈등은 밀레니얼 청년들이 더는 구국과 애국, 사회적 생산과 재생산의 과업을 자신의 책무로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또는 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가족-사회-국가 간 강한 결속과 의무에서 벗어난 몸, 개인의 내면을 돌보고 자유를 열망하는 몸은 디지털 문화의 범람과 소비문화의 확산을 따라 이른바 ‘MZ세대’ 청년의 지배적 표상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삶의 불안이 생애기획에 균열을 일으키면서, 속박을 거부하는 몸은 압박감, 박탈감, 무력감으로 위축된 또 다른 몸과 밀착되고 있다. 한국의 ‘88만 원 세대’, ‘n포 세대’, ‘살코기 세대’, ‘욜로(YOLO)’, ‘달관 세대’, 중국의 ‘개미족(蚁族)’, ‘팡누(房奴)’, ‘캥거루족(啃老族)’, ‘댜오쓰(屌絲)’, ‘소확행(小確幸)’ 등, 지난 20여 년 동안 등장한 유행어는 모두 일을 통한 경제적 독립, 결혼과 출산을 통한 사회적 재생산 등 청년 세대가 수행하리라 기대되는 규범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거나 의문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중국 정부가 학원비 부담을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사교육 철폐라는 강수를 두고, 한국에서 출산장려금과 우대정책을 양산해도 여전히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꼴찌라는 사실에서 보듯, 여성 청년이 양육, 교육의 과도한 부담을 감수해가면서까지 개인의 생애기획과 국가의 백년대계를 접붙이는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그 사이와 너머의 청년들이
새로운 공생의 지도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하여

저자들이 만난 청년의 삶들을 ‘한국’과 ‘중국’으로 간단히 구분해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한중청년을 횡단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영토를 중심으로 구심력을 발휘해온 다양한 힘들을 무시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의 제도적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서울-지방의 양극화, 분단체제, 중국의 국가사회주의와 정치검열, 뿌리 깊은 도농이원구조와 양안관계 같은 역사적·제도적 차이들이 글로벌 정치경제의 불안정성, 첨단기술의 발전과 노동 유연화, 초국적 교류와 배타적 민족주의의 동시 성장이라는 공통적 흐름과 복잡하게 얽히면서 한중청년들의 감각, 인식, 실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각 글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문턱을 딛고 규범화된 세계 안에 무사히 안착하기 위해서든 문턱 너머 세계의 풍경을 바꿔내기 위해서든, 저자들이 만난 한중청년들은 제 몸과 일터, 삶터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수시로 깜빡이는 시대를 살아가고, 살아내고 있다. ‘홍위병’, ‘이대녀·이대남’ 같은 편협하고 위험한 수사에서 벗어나 한국과 중국, 그 사이와 너머의 삶들을 진지하게 탐색하고, 국가, 세대 등 기존 경계에 매몰되지 않는 방향으로 공생의 지도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1432275
발행(출시)일자 2021년 10월 29일
쪽수 420쪽
크기
153 * 215 * 25 mm / 572 g
총권수 1권

Klover 리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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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10점
/집중돼요
한국 청년들의 현주소에 한발짝 다가서며 잘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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