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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숭깊은 문장에 담다”
이 시대의 상처와 어울리고 연대하며 ‘시간의 진실’을 기록해온 정양 시인의 산문집
우리의 역사 속에 남겨진 상처들을 성찰적인 언어로 기록해온 정양 시인이 새 산문집 『아슬아슬한 꽃자리』를 펴냈다. 그는 가벼운 언어로 점철된 현실 속에서 시 이전의 존재를 고민하는 ‘시의 구도자’ 역할을 자임해왔다. 현실에서 소외된 존재들의 쓸쓸함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세상의 남루를 껴안으며 그들의 고통을 자신의 내면에 각인시켰다. 그의 시에서 나타나는 슬픔은 개인적 차원이 아닌 ‘큰 슬픔’에서 기인한 것이기에 어렵고 현학적인 어휘들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시를 통해 구체성의 언어로 시대의 아픔을 적확하게 드러내온 시인은 이번 산문집을 통해 시와 삶이 교감하는 순간들을 느티나무의 너른 그늘과 같은 문장들로 직조한다.
작가정보
목차
- 책머리에_거대한 산이자 그늘이신_이병초 6
1부 시와 삶의 교감交感
나의 삶 나의 문학 15
식민지의 봄날이 맑기만 하다 37
시인이 직접 고른 나의 성장시 42
입에 익은 말, 몸에 익은 말 48
꽃구슬과 만화책 52
애인과 남친과 문학 54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57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 60
희망고문 63
선별적 복지보다 선별적 증세를 66
부르다가 죽을 이름이여 69
우리에게는 독립기념일이 없다 72
역사가 진실의 함정인가 75
전라도와 아그똥 78
역사가 악마의 작품인가 83
고운 시가 주는 위협과 기대 때문에 86
알바들의 어제와 오늘 89
보릿고개와 씻나락 91
세월은 약인가 독인가 93
가난하고 높고 외롭고 쓸쓸한 - 백석문학상 수상소감 95
아슬아슬한 꽃자리 - 구상문학상 수상소감 97
낮은 목소리들이 99
2부 내 거친 숨소리 내가 듣는다
내 거친 숨소리 내가 듣는다-김영춘 시집 해설 105
주눅들지 않는 당당한 토종의 꿈- 정군수 시집 『늙은 느티나무에게』 해설 122
보통사람의 삶에 대한 갈망과 그 시적 변용- 김선 시집 해설 143
다시 한 몸이 되고 싶은 시와 노래- 김은숙 시집 해설 162
근대와 나의 문학 - 북경사범대학에서 발표한 한중작가대회 주제발표 183
정양 연보 190
정양의 책들 193
출판사 서평
1부 ‘시와 삶의 교감’에서는 삶으로 품어낸 문학, 혹은 오랫동안 시인의 삶을 품어준 문학에 대한 산문들이 담겨 있다. 아버지를 잃었던 한국전쟁 시기, 직장에서 쫓겨나 수배되고 투옥되었던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 그리고 훌륭하게 길러낸 제자들과 함께한 정년퇴임 때까지, 모든 순간에 길동무처럼 자신과 함께해온 문학을 시인은 산문 속에서 친근한 목소리로 불러낸다. 그의 문장 속에서 문학은 특정한 장르로 존재하지 않고, 구전되는 이야기 혹은 대중가요에서나 느낄 수 있을 법한 '입말'의 질감을 띠며 독자들에게 전해진다. 시인의 시 작품뿐만 아니라 만화책, 윤흥길의 단편 소설, 어릴 적 친구와의 소소한 일화 등 여러 이야기들이 산문들 속에 담겨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시인의 입으로 재현되며 좀 더 구수하고 투박해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는 문학보다 더 문학적인 것을 표현하며, 딱딱한 껍질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속살과 같은 문학을 보여준다. “서울말의 주변언어라는 열등적 혐의가 관용적으로 묻어 있는 ‘사투리’나 ‘방언’보다는 요즘 자주 쓰이는 탯말이라는 말이 나는 훨씬 정답다.”(「입에 익은 말, 몸에 익은 말」)고 시인이 밝힌 것처럼, 그는 내용 없는 형식으로서만 인간들 사이에서 교환되는 “몸에 익은 말”들을 “입에 익은 말로 바꿔치기”하는 것이 시인으로서의, 그리고 산문가로서의 자신의 역할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2학년 한 학기 동안 『어린 예술가』를 수백 번은 족히 읽었을 것이다. 그 만화를 읽을 때마다 나는 눈물을 흘렸고 어떤 때는 흑흑 흐느끼기도 했다. 만화책 『어린 예술가』는 내가 최초로 읽은 감동적인 문학작품인 셈이다. 그 『어린 예술가』를 수백 번 읽는 동안 나는 어느 정도 우리글에 자신이 생겨 국어 시간에 책 읽을 사람을 선생님이 고를 때마다 맨 먼저 손을 들곤 했다. 내 이름자도 잘 못 쓰던 나는 『어린 예술가』 덕분에 책을 잘 읽는다는 선생님의 칭찬도 여러 번 들었다.
- 「만화 『어린 예술가』」중에서, 본문 17~18쪽
71년 10월 유신 이후 「끝」이라는 의도적인 제목의 시를 끝으로 삼고 나는 시 쓰기를 그만두었다. 울고 싶을 때 뺨 맞은 격이랄까, 내 게으름과 유신이라는 시대적 절망감이 서로 제 때 만난 야합이었던 것 같다. 누구처럼 절필선언 같은 걸 할 군번도 물론 아니었고 내가 시 쓰기를 그만두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눈여겨 주지도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시보다는 무기가 필요하겠다 싶었지만 나에게는 그럴 용기도 조직도 물론 없었다. 나는 무기 대신 어렵사리 카메라를 하나 사들고 내 주변의 천해지는 것들 사라지는 것들의 허무와 고통과 진실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마침 내가 재직하고 있던 학교(전주신흥고등학교)에는 내가 쓸 수 있는 암실이 하나 있어서 나는 그 암실에서 번번이 통금시간이 지나도록 내가 찍은 사진들의 암실작업에 몰두하곤 했다.
- 「윤흥길의 장마와 구렁이」중에서, 본문 32~33쪽
오랜 교직생활 탓인지 나는 강의할 때나 글을 쓸 때 입에 익은 표준말을 주로 쓴다. 내가 써온 산문들은 거의 표준말이고 내가 쓴 수백 편의 시들 속에도 몸에 익은 말이 섞이거나 그 탯말투를 적극적으로 표음처리한 건 몇 편 안 된다. 그런데도 어떤 이들은 날더러 전라도말로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우리가 사랑하는 탯말에 대하여 실로 미안함을 금할 길이 없다.
제주도에서 발행되는 어떤 문예동인지는 제주도 탯말로 산문을 쓰는 특집이 매호마다 엮어진다고 한다. 나라와 민족과 지역과 종교와 문화의 필연적 경계를 함부로 무너뜨리는 백인들의 세계화 전략, 그리고 어쩌면 그 백인들의 세계화와 꽤나 닮아 있는 표준말의 음험하고 몰상식한 폭력에 살뜰히 맞짱뜨는 제주도 문인들의 용기와 슬기가 못내 부럽다.
- 「입에 익은 말, 몸에 익은 말」 중에서, 본문 50쪽
2부 ‘내 거친 숨소리 내가 듣는다’에서는 평론가이기도 한 저자가 다른 시인들의 작품에 대해 해설한 것들을 묶었다. 1부의 글보다는 좀 더 문학 텍스트들에 집중하고 있지만, 해설에서 돋보이는 부분에는 여전히 그의 ‘입말’이 담겨 있다. ‘컨텍스트에 대한 풍부한 해석’이라고만 부르기에는 아쉬운 작가·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이 거기에 있다. 예컨대 김영춘 시인의 시집 해설에서는 저자가 시인과 함께했던 포장마차가 소환되고, 정군수 시인의 시집 해설에서는 익숙하지 못했던 자신의 전원 생활에 대한 얘기가 텍스트 속에서 피어오르며, 김은숙 시인의 시집 해설에서는 우리가 잊어버린 ‘노래’에 대한 인식, “빈 소주병에 젓가락이나 수저를 꽂고 그걸 무릎에 낀 채 장단을 맞추며 질펀하게” 부르는 노래에 대한 기억이 시 텍스트들 사이에서 소환된다.
이러한 입말의 질감을 가진 도입부 해설은 중 후반부의 촘촘하고 세련된 분석들과 손을 꼭 잡으며, 하나의 문학 장르로서의 시의 원리와 한 사람의 내면의 목소리라는 시의 본질이 한 자리에서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독자들은 그의 해설과 마주하며 ‘몸에 익은’ 건조한 언어로 시를 읽어내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살아 숨쉬는 생생한 언어로 시와 어울리게 된다. 저자가 엮어낸 시 해설은 시인과 독자가, 발화자와 청자가 함께할 때에만 그 울림을 보존할 수 있는 문학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속성 육계나 속성 토종닭들 때문에 토종닭이 그 설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것처럼 시인들이 우글거리는 우리 문단에서 그 우글거리는 그늘에 가려 주눅 들어 지내는 시인도 하나둘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아예 시 쓰기를 그만둔 시인, 시를 쓰면서도 시인이 된 걸 후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시인이 많다. 그게 다 속성으로 우글거리는 시인들 탓이 크겠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시인 정군수는 결코 주눅 드는 법이 없다. 그의 왕성한 창작활동과 열정적 창작 교육은 후배들에게 좋은 모범을 보여준다. 그는 이런저런 문단 행사에 누구보다도 궂은일에 앞장선다. 선배들에게 깎듯하고 후배들에게 너그럽고 동료들에게 호탕한 시인 정군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결코 주눅 들지 않고 시적 신념과 대범함을 함께 지니고 사는 당당한 토종이다.
- 「주눅들지 않는 당당한 토종의 꿈. 정군수 시집 『늙은 느티나무에게』 해설」 중에서, 본문 125쪽
원寃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좌절된 그리움의 절망적 응결체다. 한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슬픔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응결된 절망을 슬픔으로 해체시키고 육화肉化하는 참담한 삶의 슬기다. 원은 한의 형성과정이고 한은 그 원의 응어리를 삭이어 우리의 정서적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는 철학적 고안이다. 그 원과 한과 상처와 슬픔의 음영을 겹겹이 쌓인 먼 산의 능선으로 멀리 바라보면서 비로소 보통사람의 삶에 편안하게 안기는 김선 시인, 그의 삶과 시의 궤적이 알뜰히 담겨 있는 이 시집은 그를 아끼는 우리 모두에게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다가온다.
- 「보통사람의 삶에 대한 갈망과 그 시적 변용. 김선 시집 해설」 중에서, 본문 161쪽
새의 날갯짓이 뿌린 노래가 가루가 되어 시냇물이 되고 그 시냇물 돌돌거리는 소리가 자갈이라는 촉매를 통해서 다시 새의 노래 속에 스며드는 과정이나, 그 소리가 또 바람을 만나 하늘 구만리 별자리로 떠돌다가 강가에 한줄기 길이 되어 놓여 있는 이런 풍경과 그 상상력은 이게 노래인지 시인지 얼핏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한 시인의 시세계를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법이지만 김은숙 시인의 시에는 위에 인용해본 시에서처럼 노래가 되고 싶은 풍경이나 풍경이 되고 싶은 노래가 많다. 시와 노래가 서로 한몸이 되려는 꿈이 김은숙 시인의 목소리를 그처럼 포근하게 가다듬은 것인지 그런 노래 솜씨가 그로 하여금 마침내 시를 쓰게 하는 것인지는 정작 본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 「다시 한 몸이 되고 싶은 시와 노래. 김은숙 시집 해설」 중에서, 본문 165쪽
그동안 많은 독자들이 정양의 시와 산문을 통해서 시대와 역사가 남긴 불편한 진실을 배웠고, 도저한 깊이로 통찰해내는 역사 감각의 언어 속에서 우리 내면의 상처와 마주할 수 있었다. 이번에 그가 출간한 『아슬아슬한 꽃자리』를 통해 독자들은 시대의 상흔을 외면하지 않는 시인의 올곧은 시선을 ‘입말’의 형태로 만날 수 있다. 형식이 아닌 삶 그 자체로서의 문학을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의 산문 속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현재의 모순까지 새것에 함부로 묻히는 차갑고 건조한 현실에서 벗어나 뜨겁게 맥동하는 인간의 언어와 마주하게 된다. 정양 시인의 산문집은 팬데믹과 추위, 그리고 사회적 고립으로 냉랭해진 우리의 가슴을 잠시나마 녹여줄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05663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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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출시)일자 | 2022년 02월 04일 |
쪽수 | 193쪽 |
크기 |
153 * 211
* 18
mm
/ 278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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