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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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그는 때로는 은유적으로, 때로는 상징적으로 언어를 구사함으로써 독자의 마음에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파문을 남긴다. 무엇보다도 최준의 시를 읽으며 우리는 인간의 본질을 생각하고, 삶의 가치를 성찰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얻는다.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에 의하면 “당신과 같은 것들을 믿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진짜 대화가 아니다.(Real dialogue isn’t about talking to people who believe the same things as you.)” 참된 대화,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의 영토를 확장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와 다른 것들을 믿는 사람들과 스스럼없는 대화가 이루어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한 길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다. 최준의 시를 읽으며 사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독자가 많아지기를 소망하는 이유 역시 다르지 않다.
작가정보
시인은 1963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1984년 『월간문학』, 1990년 『문학사상』(시)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199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시조)에 당선했다. 시집으로 『너 아직 거기서』 『개』 『나 없는 세상에 던진다』 『뿔라부안라뚜 해안의 고양이』 『집에 관한 명상 혹은, 길 찾기』(3인 시집), 『슬라브식 연애』(3인 시집), 인도네시아 번역시집 『Orang Suci, Pohon Kelapa』 등이 있다.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 2020년 충북 우수창작활동 지원사업자로 선정되었다.
작가의 말
삶의 시간이 늘 버겁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어제와
살아 있으니 살아야 하는 오늘과
미지의 내일 사이에 늘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
시간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가?
누구도 정의하지 못한 시간을 여직 버티면서
고단한 삶을 함께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살아 있는 한
지상의 모든 이들도 더불어 살아 있기를.
사랑한다. 문명과 자연을, 사람을,
시간을 공평하게 나누어 가진
생시의 한 시절을 함께했다는 그 인연만으로도.
이천이십 년 가을 끝자락
최 준
목차
- 1부 가여운 추억
시간의 물리학·10
동화처럼 마을에도·11
나비·12
대척점의 당신, 나무·14
건너와 너머·16
다음날·18
슬로비디오·20
머리통이 없는 공원·22
하늘바둑판·24
가여운 추억·26
나는 거미 아저씨·27
나뭇잎 귀·28
주목朱木·30
사월의 장례식·31
만항재·32
베짱이와 탬버린·34
모서리가 없다·36
우물에 대한 기억·38
수련 일기·40
근작시·42
21세기 벽암록碧巖錄·44
팔호 광장·46
꼬리뼈의 시간·48
2부 내 안의 운동장
디아스포라·52
저녁의 기억력·54
울분·56
현관의 수사학·59
호흡법·60
백로·62
칸트의 산책로·64
행성·66
슬픔의 바깥·68
내력·70
일견一見·72
목전目前·74
그리고·76
내 안의 운동장·78
저녁 일곱 시·80
걸어오던 사람·82
오래된 밥·84
너무 큰 욕조에서의 독서·85
두 걸음 뒤·88
미루나무 폭포·90
아흔아홉 개의 표지판이 있는 길·92
3부 그 나이쯤 되면
엑스트라·96
다음은 일요일·98
물의 회상·100
모든 존재는 신화적이다·102
전화기가 고장 났다·104
유월의 구름·106
발 시림과 치 떨림·108
새가슴 인형극·110
3월·113
관음증에 대한 의심·114
네모 물고기·116
새의 실종·118
당신의 정체·120
회상, 4월·122
속삭임에 대하여·123
그 나이쯤 되면·124
저, 봄산의 아우성·126
헤드라이트·128
부화孵化·130
까마귀·132
슬픔 택배·134
저쪽·136
요술 냉장고·138
빵들의 무덤·140
미련·142
해설 | 권온_인간의 본질과 삶의 가치·144
책 속으로
*본문 일부
1부 가여운 추억
시간의 물리학
물에 젖는 속도로 옷이 마른다면
펭귄들은 더 이상 태양이 필요 없겠지
세상 뒷길을 떠돌다 마음 젖었네
한 번 젖으니 다시 마르지 않네
동화처럼 마을에도
깜빡 잊고 해를 그려 넣지 않아서
아침이 오지 않았던 날이 있었네
거미줄에 걸린 달을 놔두고
거미가 죽어버려서
창문 열지 못했던 밤이 있었네
한 아이가 어제의 일기를 오늘 쓰고
한 아이가 레고 강아지를 만들던 겨울 내내
협곡열차를 타고
사냥 간 어른들이 돌아오지 않는 마을
아이들은 아침을 기다리며
눈 속에서 튀밥처럼 자랐네
돌아온 어른들이 없는데
겨울이 가고
조팝꽃이 지붕보다 더 크게 희었네
나비
꽃에게서 말 배우는 아이를 만난 적 있다
아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숲을 소요하다가
밤이면 인근 개나리공원 벤치에서
망사 팬티 차림으로 새우잠을 잤다
하늘 흐린 날 자전거를 타고 가다
천변 산책로에서 마주친 아이는
낮술에 취해 있었다 비척비척
불을 붙이려고 양귀비 붉은 꽃술에
입술을 대었다
나는 양말목에 감춰두었던 라이터를 꺼내려다
페달을 다시 밟았다 아이의 폐부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을지도 몰랐기에
그날 밤부터 사나흘 비가 내려
세상이 다 젖었다 자전거 탈 수 없는 시간이
방안으로 흘러들었다 나는 블라인드를 내리고
오래전에 읽었던 동식물도감을 펼쳐
숲에서 얻어 입었을 게 분명한
댄디풍 아이의 무늬 옷을 훔쳐보았다
아이를 마지막으로 만난 건
시월의 장미정원 그늘 아래서였다 나는
떨어진 꽃잎 하나를 주워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진동 핸드폰처럼 파르르 이어지는 떨림에
담 결린 듯, 옆구리가 자꾸 아팠다
자전거를 처마에 기대 세워놓고
털외투를 꺼내 입었다 발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으며 생각했지만
알 수 없었다 가을의 그 떨림이
아이가 배운 말의 전부였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아이는 지상에 없었던 건지
온몸이 날개인 눈발이 날려
먼 산이 지워지는 겨울 저녁이었다
대척점의 당신, 나무
나는 나를 번역하지 않았어 지금까지
나는 당신의 중얼거림 밖에서 살아왔으니
의자로, 기둥으로, 불을 품은 육체로
다음 세대에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이념으로
무장한 적 없으니
오, 하지만 당신은
자신이 아직도 태양의 아들임을
알지 못하네
가슴에 드리운 두꺼운 그늘을 뛰어넘으면
밝음이 오리라 기대하며 살지
다만 나는 나였을 뿐 당신이 아니었으니
당신이 아니었던 게 나의 잘못이라면
별은 무엇이고 달은 무엇인가
당신이 자신에게 질문하는 순간
아는가
당신은 내가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을
내 속의 얼굴이
당신의 나이테로 불리는 주름이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을
낮과 밤을 나누어 살아가지만
예나 지금이나 나는 당신이 아니고
당신은 오늘도 내가 아니네
건너와 너머
산을 읽었다 아니,
산을 가뒀다 지난가을
단 한 번 간 주말 산행에서
나는 산을 비웃었다
칼라 문신을 전신에 새긴 산의
정적을 답보하면서, 우스웠다 어제 내린 비로
산은 속이 좀 상했던지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어야 했지만
지상에 남아 있는 우산이나 우비는 더 이상 없었다
머지않아 옷 벗고 추워져야 할 텐데
문장의 끝에 있어야 할 마침표가
올해도 안 보였다
무언가가 더 있어야 할 것만 같았는데
없는 것이 있었다
산의 머리맡에서 쉼표 하나 겨우, 황급히 찍어 놓고는
갔던 길을 다시 돌아 내려왔다
더럽게 예의 없다고,
신고 갔던 운동화가 투덜거렸다
숨 가삐 올라갔던 그게 산이었는지, 아니면
나였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끝내 말하지 못했지만
나는 별들의 서식처를 여전히 염탐하고
버릇없는 그들의 운행을 부러워하고
생각하고, 고민한다 눈 내린 다음 날
밤에만 떠오를 달에 대해
내일의 폭설을 다시 허락할지도 모를
태양의 너그러운 운행에 대해
오늘도, 오늘은
오늘이 없어서 무사하다
다음날
눈이 내려도 바깥은 여전히 살아 있는 자들만의 우주일까
양파의 흰 뿌리가 남녘 바닷가에서 자라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당신은 붉은 흙보다
지난여름 물빛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수면 아래서 남몰래 둥글어지는 것들에 대해
한순간 진지해지기도 하겠지만
당신과 내가 구름이라 이름 부르는
늙은 고래의 희망은 여전히 허공에 있다
이 순간에도 그는 온몸으로 파도를 다림질해
자신의 거대 육체가 소멸할 시간을 염탐하고 있는 중
하지만 때로 길은 꿈과 내통하지 않기도 하는 것이어서
모든 게 비밀인 채 문득 걸음 멈추는 시계가 있다
심장이 멎지 않는 한
그 박동은 십이월의 창문 너머로 뛰쳐나간다
작년의 그 길로, 마치 처음이라는 듯이
그러면 당신은 양파와 태양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겠지만
건너와 탈주에 익숙해진 바람처럼
지상의 육체들이나 맘껏 탐닉하다 떠나겠지만
해마다 거듭해 온 이 진부한 숨바꼭질은
간밤에 눈이 내렸기에 가능한 놀이였다
사라진 길 위에서 태어난 눈알들이
오늘의 당신을 일제히 외면하고 있다
슬로비디오
겨울 강가를 걷다가 보았다
머리 위 버드나무에서 날개 퍼덕이는
새 한 마리
앙상한 나뭇가지가 된 발목이 묶여
어디로도 날아가지 못하는
검은 비닐봉지
알겠다 지난여름 한때
강물이 그 높이로 흘러갔던 것
상류 어디쯤에서
행로 잃고 물살에 떠밀려오던 저 새를
강이 나무에게로 되돌려주었던 것
내가 지나왔던 언덕을 다 쌓아 올려도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높이에다
한 마리 새를 부려놓고 떠났던 것
그러니까 저 새는
겨울과 봄 그리고 다시 여름이 올 때까지
저렇게 날개 퍼덕이고 있겠다
그러다가 강물이 작년의 수위를 회복하는 날
비로소 하류로 날아갈 수 있겠다 가서는
다시 돌아올 수 없겠다
먼 산 백설이 눈부신 오후
오늘은 할머니의 스물네 번째 기일忌日이다
영정을 들고
상여보다 먼저 얼음 언 여울을 건너갔던
흑백 사진의 기억이 있다
출판사 서평
최준의 시집 ?칸트의 산책로?에 수록된 일군의 시에는 ‘인간’의 본질을 향한 신선한 질문이 그득하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지상에서의 짧은 한때를 영위하는 인간을 치열하게 탐구한다. 이 글은 그의 질문과 탐구를 이해하는데 바우만의 진술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목朱木」, 「모서리가 없다」, 「현관의 수사학」, 「내 안의 운동장」, 「걸어오던 사람」, 「오래된 밥」, 「물의 회상」, 「미련」 등 최 준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인간의 삶을 사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 글은 시인이 세우고 가꾸는 존재론 또는 운명론에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 최 준의 시에 담긴 철학 또는 사상(思想)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때이다.
어울려 놀 적엔 모든 게 다 좋았네
한 뼘 땅을 빼앗기고도
언젠가는 되찾으리라는 믿음으로 병뚜껑을 튕겼네
흙 묻은 손이 마침내
빈병이 되기까지
병의 정수리를 안간힘으로 틀어막고 있던 그것
수액이 몽땅 빠져나간 자리에 들어차던
바람의 투명한 육체
비워내면 언젠가는 다시 채워질 줄 알았으나
꿈이었네 운동장은 한없이 작아지고
아이들은 흩어졌네 빼앗고 뺏긴 땅을 놔둔 채
산 넘고
물을 건넜네
아니었을 테지 바람이 있긴 있었던가
빈 교실에서 유령의 손가락이 치던 풍금소리가
뒷산 참나무 숲의 저녁을 푸르게 키웠던가
이제는 한 채 벼랑으로 서 있는 운동장
머지않아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구름들
아래
내가 된 풀들의 무성한 범람
그러니, 불어가네 아이들 없는 교실 유리창 너머로
끝없이 꺾어진 골목의 미로 속으로
나보다 길어진 그림자를 데리고
운동장을 옮기네
바람의 속삭임이 계속되고 있네
모든 게 한철이었을 뿐
내일의 오늘은
아무도 나의 어제를 질문할 권리가 없네
-「내 안의 운동장」 전문
최 준 시인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시에는 ‘운동장’이라는 공간이 있고 ‘나’라는 이름의 시적 화자 또는 인물이 있으며 ‘바람’으로 표현되는 시간도 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좌표 속에서 작동하는 인간의 삶은 유동적이다. 운동장에서 흙을 묻히며 함께 놀던 아이들은 언젠가 “산 넘고/ 물을 건”너서 각자 흩어져야 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유(有)’가 ‘무(無)’로 변하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인간은 삶의 본질이 한바탕 ‘꿈’이자 ‘비극’임을 깨닫는다. “바람의 속삭임이 계속되고”, ‘나’는 “구름들”이나 “풀들”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인식에 도달한다. “모든 게 한철이었을 뿐”이라는 아픈 진술은 진실의 힘으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기본정보
ISBN | 9791189205867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2월 31일 | ||
쪽수 | 144쪽 | ||
크기 |
128 * 211
* 13
mm
/ 189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황금알 시인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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