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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할 아이바스 저자(글) · 김규진 번역
행복한책읽기 · 2018년 0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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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판타지문학의 대가 미할 아이바스의 소설 국내 완역
2015년 ‘유럽 유토피아 문학상’ 수상작인 『제2의 프라하』가 국내 최초로 완역되었다. 체코를 대표하는 시인, 소설가이자 ‘야로슬라프 사이페르트 문학상’ ‘마그네시아 리테라 문학상’(Magnesia Litera)을 비롯하여 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작가 미할 아이바스의 소설이 국내에 완역되어 소개되는 것은 『제2의 프라하』가 처음이다. 미할 아이바스의 작품은 그 동안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를 비롯하여 전세계 17개국 언어로 번역되었고, 그의 작품들은 『2011년 유럽 베스트 소설집』 등 세계적인 문학선집에는 꼭 수록되는 명작들로 꼽힌다.

그의 많은 작품들 가운데서도 2009년 아마존, 로커스 선정 ‘SF/판타지 소설 베스트 10’ 에 선정되고, 2016년 프랑스 ‘Grand Prix de l’Imaginaire’에 선정되었으며, 2015년에는 ‘유럽 유토피아 문학상’을 수상한 『제2의 프라하』가 원어인 체코어에서 한국어로 완역되어 이번에 첫 출간되었다.
『제2의 프라하』출간을 기념하여, 미할 아이바스는 2018년 서울국제도서전에 주빈국 체코를 대표하는 작가로 공식초청되어 여러 강연회와 세미나들에 참가하며, 6월 28일(일) 13시에는 서울국제도서전 이벤트홀1(A홀)에서 『제2의 프라하』출판기념회 및 저자사인회도 갖는다.

작가정보

저자(글) 미할 아이바스

미할 아이바스 (Michal Ajvaz)는 1949년 프라하 태생이다. 그는 소설가, 수필가, 시인, 번역가 겸 프라하 신학연구소 연구원이며, 남미의 보르헤스처럼 체코의 대표적 환상적 사실주의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미할 아이바스는 프라하 카렐대학에서 체코어와 미학을 전공했다. 그는 15살부터 글을 써 왔고 1989년 첫 시집 『호텔 인터콘티넨탈에서의 살인』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94년까지 노동자로서 여러 가지 잡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문학신문사 편집인, 2003년부터 카렐대학교와 과학아카데미 신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는 2005년 소설 『텅 빈 거리』로 체코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야로슬라프 사이페르트 문학상’을 수상했고, 『룩셈부르크의 정원』은 2012년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어 ‘마그네시아 리테라 문학상’(Magnesia Litera)을 비롯하여 많은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제2의 프라하』로 2015년 프랑스에서 ‘유럽 유토피아 문학상’(Prix Utopiales Europeen)을 받았다. 수많은 소설 외에도 보르헤스에 대한 명상의 책을 썼고, 현상학철학자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의 철학에 대한 저서를 썼다.
그는 또 『바다가 방』 등의 책을 이반 하벨과 공동으로 저술했다. 그의 최신작은 『스스로 창조하는 우주』(2017)이다. 미할 아이바스의 소설들은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한국어 등 모두 17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번역 김규진

역자 김규진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러시아어과에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시카고 대학교 대학원 슬라브어문학과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체코 프라하 카렐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체코 카렐 대학교 한국학과 교환교수를 거쳐 2014년까지 한국외국어대학교 체코·슬로바키아어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명예교수로 체코문학 번역에 전념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부총장과 동유럽학대학장을 지냈다. 전국부총장협의회 회장직을 지냈다. 한국동유럽발칸학회 회장, 세계문학비교학회 부회장, 번역원 이사, 대한민국오페라연합회 상임고문 등을 맡았다. 현재 대학에서 ‘서양문학의 이해와 감상’, ‘카렐 차페크’, ‘동유럽 문화와 예술’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으며 1990년부터 신문 및 잡지 등에 러시아와 동유럽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여행기를 써왔다.
저서로는 『한 권으로 읽는 밀란 쿤데라』 『카렐 차페크 평전』 『일생에 한번은 프라하를 만나라』 『체코현대문학론』 『프라하-매혹적인 유럽의 박물관』 『여행 필수 체코어 회화』 『여행 필수 슬로바키아어 회화』 『러시아·동유럽 문학·예술기행』 등이 있고, 번역서로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별의 왈츠』 카렐 차페크의 소설 『별똥별』 『첫번째 주머니속 이야기』 『압솔루트노 공장』 『체코 단편소설 걸작선』(공역), 편역으로 『러시아문학 입문』 등이 있다.

목차

  • 제1장 보라색 표지의 책ㆍ7
    제2장 대학 도서관에서ㆍ15
    제3장 페트르진 산ㆍ31
    제4장 말라스트라나 카페ㆍ45
    제5장 정원ㆍ59
    제6장 야간 강의ㆍ70
    제7장 축제ㆍ85
    제8장 포호르젤레츠에 있는 비스트로 식당ㆍ100
    제9장 종탑에서ㆍ113
    제10장 차가운 유리ㆍ123
    제11장 마이젤 거리의 가게ㆍ132
    제12장 싸움ㆍ152
    제13장 카렐다리ㆍ167
    제14장 뱀 집 레스토랑ㆍ176
    제15장 침대보ㆍ184
    제16장 가오리ㆍ197
    제17장 수문에서ㆍ207
    제18장 정거장에서ㆍ223
    제19장 계단ㆍ238
    제20장 정글ㆍ252
    제21장 석조 성당ㆍ268
    제22장 출발점ㆍ281

    작품 해설ㆍ297
    역자 소개ㆍ310

추천사

  • “체코 작가 마할 아이바스의 텍스트는 영리한 상상의 증거일 뿐만 아니라 독서의 어려움을 음미하는 정신의 증거이다. 언어는 지식의 전달을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그것이 의사소통하고자 하는 바로 그 세계의 필수 구성요소이다. 그러한 세계를 읽는다는 것은 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며, 당신을 감염시키고, 상처 입히고, 해독을 끼치고 그리고 사로잡게 한다.”

책 속으로

나는 책장에 있는 높낮이가 다른 여러 책등을 따라서 내 손가락을 움직여갔다. 갑자기 내 손가락이 국민경제에 관해 프랑스어로 쓰인 두꺼운 선집과, 찢어진 책등에 『소와 말의 조산법』라는 제목이 붙은 책 사이의 어두운 틈 속으로 빠져버렸다. 그 틈 밑바닥에서 나는 매우 부드러운 책등을 만질 수 있었다. 안간힘을 다해 나는 책장 깊은 곳에서 진한 보라색 벨벳 제본의 책을 꺼냈다. 거기에는 책 제목도 저자 이름도 없었다.
나는 책을 펼쳤다. 책 페이지들은 알 수 없는 이상한 문자로 인쇄되어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책을 뒤적였다. 창밖 눈보라를 상기시키는 책 앞뒤의 속 백지에 있는 뒤틀린 아라베스크 무늬를 잠시 동안 살펴보다가 다시 책을 덮었다. 책 한 권을 꺼낸 후 생겨난 틈새 공간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던 두 학술논문 자료들 사이로 다시 그 책을 쑤셔 넣었다.
나는 계속해서 책장을 따라가다가, 잠시 멈칫하다 다시 돌아와 진열된 책들 사이에서 조금 전 그 보라색 책을 반쯤 꺼낸 채 잡고 있었다. 조금 전에 한 것처럼 다시 그 책을 가지런히 되돌려 놓고 다른 책들을 살펴보는 것은, 바깥 눈보라 속으로 나가 거리를 따라 걷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쉬웠다.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기억할 것도, 잊어버릴 것도 없었다. -8p

그렇습니다. 저는 당신이 가지고 온 책에 있는 글자와 똑같은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놀라움에 젖어 알 수 없는 글자가 있는 페이지를 넘기고 있어서 달콤한 냄새가 방안에 퍼지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오래지 않아 그 글자들은 이상하게 변형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글자들의 줄에서는 계속해서 그 어떤 물결이 규칙적으로 요동쳤고, 글자는 마치 누군가 규칙적으로 불어서 이글거리며 불타는 석탄처럼 규칙적인 리듬을 가지고 밝아졌다가 꺼지곤 했습니다. 밝아질 때마다 저는 알 수 없는, 점증하는 희열을 느꼈습니다. 진동은 점점 더 빨라졌으나 곧 모든 것이 금세 꺼져버렸고, 책 본문들에는 마치 죽은 딱정벌레처럼 검은 글자들이 있었습니다. 희열의 느낌은 혐오와 공포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때 저는 깊은 포효소리를 들었습니다. 창문 바깥을 바라보니, 페트르진 산 뒤로부터 약 1킬로미터 높이의 쓰나미가 물결치며 밀려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천천히 가까워지더니 페트르진 산비탈을 무너뜨리고 동시에 전망대를 파괴했습니다. 저는 눈을 감고 무서운 쓰나미의 습격을 기다렸습니다. 포효소리는 계속해서 강해지다가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저는 잠시 눈을 감고 이상한 죽음의 고요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눈을 뜨고 바라보았더니, 검은 물의 벽이 꼼짝도 하지 않고 창 너머 손닿을 거리에 있었습니다. 저는 창밖으로 몸을 굽혀 손가락을 차가운 물속으로 집어넣었습니다.” -19p

나는 실제로 페트르진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아직도 모른다. 나는 어떤 비밀 종파를 만났던 것일까? 나는 새로운 종교의 발생을 목격했던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어쩌면 페트르진 지하에서 확장되기 시작해 나중에는 전 세계를 지배할지도 모른다. 그 반대로 지하 예배는 사라지는 고대 종교의 최후의 몸부림이었던 것일까?
그 사원을 방문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종교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프라하에 모인 외국인들이었을까? 아니면 그들은 수세기 동안 드러나지 않은 채 우리들과 함께 살아온 것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우리 도시에 이웃해 있는 어떤 미지의 도시의 경계선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일까? 그것은 우리들의 제도가 소비하지 못하고 버린 쓰레기로부터 자라난 도시가 아닐까? 아니면 그들이 우리보다 여기에 먼저 도착했고, 우리가 떠나도 그들이 우리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우리가 거의 무관심했던 현지토박이들의 사회였을까? 그 도시의 청사진은 무엇일까? 도시 행정구역은 어떻게 나누어지고, 법률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간선도로들, 광장들과 환하게 빛나는 궁전이 딸린 정원들은 어디에 있을까? -44p

출판사 서평

보르헤스의 후계자, 체코 판타지문학의 대가 미할 아이바스

아르헨티나의 환상적 사실주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1899 - 1986)의 전통의 후계자요, 기나긴 역사와 특별함을 지닌 체코 판타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이야기되는 미할 아이바스의 대표작 『제2의 프라하』는 우리들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물음표를 던지며, 존재의 근원과 우리의 인식방법에 대한 전환을 가져오는 소설이다.
그의 대표작 『제2의 프라하』는 또 다른 프라하에 관한 소설이며, 책을 좋아하는 주인공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라하의 저 너머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도시를 탐험하는 이야기다. 프란츠 카프카, 카렐 차페크, 레오 페루츠(Leo Perutz), 구스타프 메이링크(Gustav Meyrink)에 이르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것을 다루었던 프라하 출신 작가들의 소설에 심취한 아이바스는 『제2의 프라하』에서 대체 가능한 다른 우주를 다룬 소설을 제공한다. 『제2의 프라하』의 가장 큰 매력은 제1의 세계와 제2의 세계를 중첩시키는 것이다.
프라하에 대한 이 이상하고 애정 어린 찬양에서 미할 아이바스는 카프카의 도시에 귀신들, 유령들, 괴짜들을, 말하는 동물들 그리고 움직이는 게 불가능한 동상들을, 관광객들에게 매우 친숙한 이 도시의 주변에 잠복해 있는 모든 것들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제2의 프라하』는 발견의 소설이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제2의 또다른 세계에 친숙해지게 하는 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판타지소설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어드벤처소설 같지만,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 존재와 인식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 빠지게 되는 철학적 소설이기도 하다.

우리가 모르는. 또다른 프라하?

『제2의 프라하』는 또 다른 프라하에 관한 소설이다. 소설은 책을 좋아하는 주인공이 해독할 수 없는 신비로운 문자로 씌어진, 이상한 보라빛을 발하는 책 한 권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이상한 문자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하는 강렬한 열망이 생긴 주인공은 다른 사람들도 그런 책을 만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그 책이 또 다른 세계의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으며 그 책 독자들의 주위에는 기이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알게 된다.
『제2의 프라하』는 무미건조한 세상과 겹쳐 보이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프라하’에 대한 환상적인 가이드북이다. 거기에서는 도서관이 정글로 변하고, 비밀스런 통로가 우리들 다리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물결이 우리들의 침대보에 찰랑거린다.

[책속으로 추가]

이튿날 밤 나는 모스테츠카 거리를 따라 걷고 있었다. 내 앞에는 한 노인이 힘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우리 도시 청소부의 옷차림을 닮은 헐거운 바지와 패드 재킷을 입은 그의 굽은 등을 보았다. 그는 앞에 바퀴가 둘 달린 손수레를 밀고 있었고 거기에는 여러 가지 깡통과 봉지들이 가득했다. 그 손수레로부터 각종 연장 같은 것들의 나무 손잡이들이 툭 불거져 나와 있었다. 다리에 도착하자 그는 성 코스마와 다미안 동상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동상 받침대에 숨겨져 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문을 열었다.
아,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나는 일생 동안 거의 매일 카렐다리를 걸어 다녔지만 동상 받침대 밑에 작은 문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 문 뒤에 움푹 파진 곳으로부터 불빛이 나타났고 눈 위에 반사되었다. 동상으로부터 도깨비가 기어 나올까, 그 틈새로부터 용의 머리가 튀어나올까, 아니면 지하 호수로부터 솟구치는 용암의 뜨겁고 빨간 격류가 흘러나올까?
불 켜진 틈새로부터 작지만 약 오십 센티미터 정도 되고, 빛을 발하는 주걱모양의 가지 진 뿔을 가진 엘크가 뛰어나왔다. 엘크는 쾌활하게 눈 위를 뛰어다니기 시작했고, 아마도 건초 사료가 들어 있는 자루에 머리를 쑤셔 넣으려고 발버둥치는 것 같았다. 패드 재킷을 입은 사람은 손수레에서 꺼낸 빗자루로 엘크를 쫓아버렸다.
-167p

“당신은 마법의 부적이 필요해서 오셨습니까, 아니면 운을 점치러 왔습니까?”
그에게 나는 정글 반대편에 있고, 잃어버린 도시로부터 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는 젊었을 때 당신의 도시를 가 본적이 있습니다.” 성당의 수호자는 말했다. “그것은 오래 전이었지요. 하지만 당신은 무엇에 홀려서 이 위험한 여행을 감행했습니까? 당신은 책 페이지들 사이에서 자라는 진주를 찾아 정글 속 깊숙이 모험을 떠나거나, 가죽이 금 무게만큼 비싼 희귀하고 털이 텁수룩한 악어를 사냥하기 위하여 모험을 떠나는 그런 종류의 사람같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모두 정글 속에서 동화 같은 보물을 찾기를 꿈꾸지만, 거친 숲의 천사들이 그들을 따라다니기 시작하면서 음탕하고 꿈같은 서사시를 끊임없이 읊어대거나, 급성장하는 식물군에 의해서 압도당할 때, 그들은 결국에는 혼을 빼앗겨버리지요. 그들이 머리를 베고 누워 있는 책들은 그들의 육체 속으로 자라나고, 표지는 그들의 피부와 책 페이지와 합쳐지고, 바람은 끊임없이 그들의 전 육체에 가득 차 있는 책 페이지들을 넘기지요.”
나는 왠지 그 은둔자에게 믿음이 가서 그에게 헌 서점의 선반에서 발견한 그 신비한 책에 대해, 그리고 제2의 도시에 대한 탐구를 이야기해주었다. 그는 주의를 집중하여 내 말을 들었다. 내가 이야기를 다 끝내자, 그는 내게 더 가까이 오라고 손가락으로 내게 신호를 보내고, 또 나보고 그에게 몸을 굽히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는 뼈만 남은 앙상한 손을 내 어깨에 얹고 더 낮게 끌어당기며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 여행은 쓸모가 없었소, 당신은 아무 쓸모없이 모험을 감행한 거라오. 당신에게 뭔가 말해줄 게 있소…. 하지만 여기는 말고 밖으로 나갑시다.”
나는 그의 속삭임 속에서 불안을 느꼈다. 그는 이 정글 속 동굴에서 누구의 귀를 두려워했을까? 그는 주석제단 옆에서 하나님이 그의 말을 듣거나 아니면 이 석벽에 도청장치라도 설치했다고 생각했을까?
-270p

나는 불안을 느끼며 재빨리 책을 덮었다. 나는 이제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확실히 알았다. 이방인의 글씨들이 책장에 퍼졌고, 괴저(壞疽)처럼 자라났다. 나는 재빨리 감염된 보라색 책을 끄집어냈고, 방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책이 숨겨져 있던 장소를 찾았다. 이해할 수 없는 글씨에 의해서 상처받은 책장이 아직도 고쳐질 수 있을까?
그러고 나서 나는 일어서서 나 자신의 불안에 대해 웃음을 지었다. 나는 그 책을 다시 책장에 꽂아 넣었다.
둥글고 가시가 있는 문자들이여, 확산하게 하라. 어두운 구석에서 호랑이가 양탄자를 따라 오게 하라. 숨겨진 바다의 파도가 집 깊숙이 있는 불 켜진 방의 바로 중앙으로 굴러 오게 하라.
나는 도대체 더 이상 무엇을 두려워한단 말인가? 나는 갑자기 왜 제2의 프라하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는지를 깨달았다. 나는 파도치는 침대커버 위에서 맴돌던 헬리콥터의 자동소총이, 눈보라 속의 상어들이, 또는 알웨이라의 불안한 칼날이 왜 진정한 장애가 되지 않는지 이유를 알았다.
나는 제2의 프라하가 누구든지 떠나고 싶은 자에게 문을 활짝 개방해야 하고, 그들이 택하는 모든 길이 그들을 번쩍이는 궁전들과 정원들로 안내해야 한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다.
-284p

그의 대표작 『제2의 프라하』는 또 다른 프라하에 관한 소설이다. 책을 좋아하는 주인공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라하의 저 너머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도시를 탐험하는 이야기다. 프란츠 카프카, 카렐 차페크, 레오 페루츠(Leo Perutz), 구스타프 메이링크(Gustav Meyrink)에 이르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것을 다루었던 프라하 출신 작가들의 소설에 심취한 아이바스는 『제2의 프라하』에서 대체 가능한 다른 우주를 다룬 소설을 제공한다. 『제2의 프라하』의 가장 큰 매력은 제1의 세계와 제2의 세계를 중첩시키는 것이다.

『제2의 프라하』는 이런 유의 소설이 그렇듯이 해독할 수 없는 신비로운 문자로 씌어진, 이상한 보라빛을 발하는 책 한 권으로 시작한다. 이 이상한 문자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하는 강렬한 열망이 생긴 소설 속 화자(주인공)는 다른 사람들도 그런 책을 만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그 책이 또 다른 세계의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으면, 그 책 독자들의 주위에는 기이한 변화들이 일어나는 또 세계가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즉 그 세계는 “피아노가 바다 게로 변해서 침실 주위를 기어 다니는” 이상한 초현실의 세계이다.
-300p


『제2의 프라하』는 발견의 소설이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제2의 또다른 세계에 친숙해지게 하는 소설이다.
프라하에 대한 이 이상하고 애정 어린 찬양에서 미할 아이바스는 카프카의 도시에 귀신들, 유령들, 괴짜들을, 말하는 동물들 그리고 움직이는 게 불가능한 동상들을, 관광객들에게 매우 친숙한 이 도시의 주변에 잠복해 있는 모든 것들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게 한다. 『제2의 프라하』는 무미건조한 세상과 겹쳐 보이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프라하’에 대한 환상적인 가이드북이다. 거기에서는 도서관이 정글로 변하고, 비밀스런 통로가 우리들 다리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물결이 우리들의 침대보에 찰랑거린다.

아르헨티나의 환상적 사실주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1899 - 1986)의 전통의 후계자요, 기나긴 역사와 특별함을 지닌 체코 판타지 문학의 한 계열로서 아이바스의 『제2의 프라하』는 우리들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물음표를 던지며 이 세계에 빛을 비춘다.
-304p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원서(번역서)명/저자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88502097
발행(출시)일자 2018년 06월 15일
쪽수 311쪽
크기
121 * 187 * 17 mm / 299 g
총권수 1권
원서(번역서)명/저자명 Druhe mesto/Mchal Ajvaz

Klover 리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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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2.5점
흠..개인적으로 점수를 많이 줄 수가 없네요. 번역 탓인건지 문체 탓인건지 스토리에 집중도 안되고..기대했는데 좀 별로였어요..
10점 중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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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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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생각보다 작고 얇은 책이네요. 뭐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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