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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복지가 농업과 만나는 네덜란드 케어팜을 가다

조예원 저자(글) · 조예원 사진
그물코 · 2020년 0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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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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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복지가 결합해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네덜란드 케어팜 11곳의 이야기
농업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치유하는 케어팜(carefarm), 유럽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의 케어팜이 운영되고 있다. 그 가운데 네덜란드 케어팜은 특히 건강 증진의 목적으로 농업과 복지 서비스를 결합한 성공적인 모델로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첨단 농업 기술과 유기농업을 배우러 전 세계 사람들이 문을 두드린다는 네덜란드 바흐닝언대학에서 ‘건강과 사회’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케어팜을 접했다. 건강의 기본인 먹거리를 생산하고 자연 생태계와 긴밀히 연결된 농업이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건강과도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알게 되었고, 복지의 영역을 농업에 접목시켜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네덜란드 케어팜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그즈음 한국에서 네덜란드 케어팜을 견학하러 오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견학 팀들을 안내하는 일도 여러 차례 했던 저자는 일정상 몇 군데 이름난 케어팜만 바삐 둘러보고 돌아가야 하는 실정이 안타까웠다. 케어팜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농장마다 각기 다른 철학과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몇 군데 케어팜만 보고 그것이 네덜란드 전체 케어팜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그래서 저자는 한국에도 꼭 소개하면 좋을 케어팜 11곳을 꼽아 직접 농장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농장 곳곳을 살펴 글과 사진으로 담았다.

작가정보

저자(글) 조예원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시내 여러 외국계 기업에서 직장인으로 약 13년을 일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일하고 점심시간이면 편리함과 맛 위주로 조리하는 식당을 찾는 직장인의 자연스러운 생활 환경이 건강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에, 이런 환경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 2015년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났다. 바흐닝언대학Wageningen University & Research에서 건강과 사회Health and Society 석사 학위 과정 중 케어파밍care farming을 접하고 한국의 케어파밍에 대한 조사 논문을 썼다. 케어팜을 한국에도 널리 알리고 싶어 네덜란드에서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를 만들어 한국의 사회적 농업 및 치유 농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해왔다. 2020년 설립한 ‘케어앤팜연구소 다온’의 대표로 한국의 케어팜 보급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케어앤팜연구소 다온 www.carefarmdaon.or.kr

목차

  • 들어가는 글
    네덜란드 케어팜 개요

    라임나무가 보호하는 치유 공간 [린드붐케어팜]
    낮은 땅의 진심 [멧하톡케어팜]
    케어팜도 아이디어가 승부한다 [블로멘달케어팜]
    다재다능한 케어팜 [드후퍼농장]
    기본에 충실한 케어팜 [밀마스다이크농장]
    중독인 재활과 프리미엄 식품의 만남 [린덴호프오픈가든]
    동물을 통한 치유 공간 [굿랜드케어팜]
    배우고 싶은 케어팜 [파라다이스농장]
    도심의 힐링 공간, 도시 케어팜 [푸드포굿]
    치매 돌봄과 농장의 성공적인 결합 [에이크후버]
    중증 치매 환자도, 가족도 행복한 케어팜 [드레이헤르스후버]

책 속으로

케어팜은 비단 농업 부문에서만 다원적 농업의 일환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복지 및 헬스케어 분야와 반드시 협업이 필요한 활동입니다. 왜냐하면 장애인, 어르신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데에 활용될 때 그 효용이 더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케어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한국에서 이 책이 많은 분들에게 영감을 주고, 또 올바른 철학으로 운영되는 케어팜이 한국에 많이 생겨나는 데 일조하기를 바랍니다. -11쪽

?네덜란드의 케어팜은 그 규모, 철학, 운영 방식 모두 제각각이지만 농업과 복지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일관된 성격을 갖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만의 공간에서 벗어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사회적인 커뮤니케이션 공동체 활동을 통해 심신을 회복하며, 일부는 기술을 익혀 다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케어팜이 합니다. 그리고 정규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원만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케어팜이 맡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에서 멀어진 어르신들과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의 공동체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지원하고 농장 활동을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도 케어팜의 몫입니다. -19쪽

네덜란드 케어팜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농장에서 하는 일은 곧 노동이고 노동을 했으니 그 대가로 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일을 노동의 가치로만 환산한다면 대부분의 참여객들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만큼 일하기가 어렵고, 농장은 더 이상 이들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겠지요. 보는 관점을 달리해서, 참여객들이 얼만큼의 노동을 제공했는지가 아니라 농장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어떤 효용을 얻었는지를 본다면 케어팜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80쪽

드후퍼농장 농장주 알폰스Alfons 씨는 참여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목표와 미래의 삶에 주목합니다. ?다른 농장에서처럼 일을 함께 하며 돕지만, 드후퍼농장 참여객들에겐 플러스 알파가 있습니다. 바로 직업 코칭이죠. “우리 농장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실 일반적인 직업을 갖기가 힘들어요. 어떤 사람들은 단지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합니다. 하지만 좀 더 일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달라요. 많은 이들이 사회로 돌아가고 싶어하고 그러기 위한 연결 다리를 원하죠.” -90쪽

솔직히 고객들의 생산성은 5~20% 정도밖에 안돼요. 하지만 우리는 직원과 고객 구분 없이 모두가 책임자로서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고객들의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소중하고 보람 있게 보내게끔 하는 것입니다. 제가 항상 외치는 말이 있는데 “자, 해낼 수 있어요!”에요. ?이런 식으로 고객들을 격려하는 게 항상 효과가 있지는 않지만, 장애 때문에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던 일을 마침내 성공하면 그게 가져오는 성취감은 어마어마하죠. 제가 고객들에게 기대하는 첫 번째는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신감을 갖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생산성까지 올릴 수 있다면야 더 좋겠지만, 그게 우선은 아니죠. 그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117쪽

요나단 씨는 이 농장에 오지 않았으면 거리에서 살았을 사람들이 지금은 비싼 값에 팔리는 프리미엄 농산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냐고 반문하며 재활에 대한 철학에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150쪽

동물을 키우고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는 공간에서 농업과 돌봄은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농장을 찾는 성인과 어르신 고객들은, 사회성이 좋고 침착해서 돌봄에 적합하다 알려진 파이어 레드(Fire Red) 종의 소를 돌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더 많은 고기 생산만을 생각한다면 다른 종의 소도 있지만 돌봄에 적합한 소를 일부러 들여온 것이죠.
?깨진 계란을 골라내고 채소밭에서 일하는 것도 고객들의 주요 일과 중 하나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온실에서 일하는 한 고객은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 치유되는 느낌이 들어 이 온실을 찾는다고 해요. -184쪽

처음에는 돌봄 제공만으로 시작한 농장이 농업을 본격적으로 병행하게 된 이유를 물었어요. 네덜란드 정부 지원이 케어팜의 초기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지만, 더 이상 정부가 지원하는 케어 수입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캐롤라인 씨는 말합니다. 케어 부문에 대한 전체 복지 예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죠. ?여러 외부 요인에 따라 가격이 변화하는 농업 생산에 비하면 정부의 케어 지원은 여전히 안정적인 수입원입니다. 하지만 이윤 창출을 위한 기업이 아닌 케어팜으로서 농장을 유지하려면 꾸준히 여러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캐롤라인 씨는 강조합니다. 네덜란드의 이런 경험은 한국에서 앞으로 케어팜이 발전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데 있어 염두에 두면 좋을 것입니다. -192~193쪽

도시 사람들은 건물 안에서만 생활하면서 머릿속은 항상 걱정으로 가득 차 있죠. 농장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일하는 그 순간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과 교감하고,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받아들이며 즐기게 되죠. 마치 스포츠처럼요. 여기서 일하는 건 다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것처럼 그냥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과 같아요. -218쪽

?네덜란드에서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케어팜의 형태는 다양합니다. ?중증의 노인성 질환자만을 받아 전문 인력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어팜도 있고, 성인 고객과 섞여 있는 공간에서 소규모로 개인의 요구 사항에 맞는 일대일 돌봄을 제공하는 곳도 있습니다. 또 에이크후버처럼 비교적 경증의 치매 어르신들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케어팜도 있습니다. 네덜란드 정부에서는 환자들이 이런 시설을 이용하는 비용을 증상의 경중에 따라, 그리고 개인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합니다. 보건의료 관점에서 케어팜이라는 옵션이 치매 돌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죠. -232쪽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으면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요양 시설에서는 치매 환자들이 스스로 안전하게 밖에 나오기 어렵다 보니, 사실상 건물 안에 감금되어 있는 셈인데요. 드레이헤르스후버에서는 정원을 거닐며 노래를 부르거나 동물을 돌보는 치매 환자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집 앞에 나와 야외에서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할 수 있어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거실에서 야외로 통하는 면이 창문 대신 개방형 문으로 되어 있어서 어르신들이 자유롭게 안팎을 오갈 수 있습니다. -253쪽

출판사 서평

네덜란드 케어팜의 시작은 1990년대 후반, 발달장애와 같은 정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농장에서 일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러한 활동이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농가 경제와 보건복지 분야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이에 네덜란드 농업부와 보건복지스포츠부는 1999년 ‘농업과케어국가지원센터’를 만들어 케어팜 지원 체계를 만들었고, 1998년 75개였던 케어팜은 2009년 1,000개 이상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농업과케어국가지원센터’가 활동을 종료한 2010년부터는 케어팜 관련 농업인들의 연합체인 ‘케어팜연합’이 만들어져 케어팜의 품질 관리와 정보 교류 등의 활동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2019년 기준 네덜란드 케어팜은 1,200여 곳에 이른다.

그렇다면 케어팜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이루어지고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저자가 소개하는 열한 곳의 케어팜을 따라가다 보면 농업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저마다 다른 철학과 방식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대도시 한가운데 공원 부지를 빌려 장애인, 어르신, 난민, 실업자 등의 참여객들과 지역 주민들인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각종 채소와 과일을 기르는 도시 케어팜 푸드포굿. 돌봄에 적합한 품종의 소를 일부러 들여와 키우고, 9,000마리 닭을 방사해 기르며, 유기재배로 기른 채소와 과일을 전국 유통망을 가진 마트에 판매까지 하는 파라다이스농장. 말, 양, 사슴, 알파카, 돼지, 오리, 염소, 닭 등 모든 동물을 교육과 심리 치료 목적으로 활용하는 굿랜드케어팜. 약물이나 알콜 중독으로 시설에서 지내거나 노숙자로 살던 사람들의 재활을 돕는 린덴호프오픈가든. 그저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로서 실제 유용한 일을 함으로써 성취감을 느끼는 과정에 재활의 핵심이 있다고 말하는 린덴호프오픈가든 운영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중독인 재활과 돌봄에 케어팜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젖소를 방목해 기르고 우유를 짜 치즈를 만들어 농장 직판장에서 판매까지 모든 일들을 발달장애나 자폐 같은 정신 문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린드붐케어팜. 신체 장애, 정신 장애, 치매 어르신, 약물 중독자, 재활중인 환자까지 서로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멧하톡농장은 원래 소를 기르던 목장이었는데 덩치 큰 동물을 어려워하는 고객들을 위해 양 농장으로 바꾼 곳이다. 직업 교육 기관과 연계해 정식 직업 훈련 과정을 밟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는 멧하톡농장은 일반적인 생산 농장에서 케어팜으로 전환한 사례의 모델로 꼽힌다. 발달장애, 청각장애, 뇌손상, 치매 등 다양한 증상을 가진 성인 참여객들과 일반적인 농업 활동을 하는 한편, 자전거 수리로 주목받는 밀마스다이크농장. 수리한 자전거를 판매도 하는데, 이 일에 흥미를 느낀 한 참여객은 자전거 전문 수리공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한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마지막 두 곳의 케어팜은 치매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케어팜으로 주목할 만하다. 에이크후버는 치매를 비롯한 여러 노인성 질환으로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해 다양한 데이케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케어팜이다. 드레이헤르스후버는 중증 치매 어르신들이 말년을 인간답고 최대한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곳을 만들자고 결심한 아버지와 딸이 함께 만든 케어팜. 부녀는 병원이나 시설 같은 사각형 건물에서 거의 갇혀 지내야 하는 곳이 아닌, 가정집 분위기의 거주 공간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곳으로 농장을 택했고, 거주형 케어팜 드레이헤르스후버를 만들었다.

네덜란드 케어팜은 농촌이라는 환경을 배경으로 농업을 통한 여러 활동을 돌봄 서비스와 결합함으로써 다양한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자폐, 발달장애 같은 정신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 치매 어르신,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와 청소년, 약물과 알콜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사람, 장기 실업으로 재기하고자 하는 사람 등 복지 형태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자체 복지과를 통해 케어팜을 이용할 수 있다. 지자체는 복지 예산으로 해당 돌봄 비용을 지급해 케어팜의 운영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에서는 2020년 3월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치유농업법)’이 통과되어 치유농업 연구와 보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막 치유농업 분야의 첫걸음을 딛고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은 농업과 복지를 결합한 한국형 케어팜을 구상하는 많은 이들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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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88375233
발행(출시)일자 2020년 09월 10일
쪽수 264쪽
크기
148 * 210 mm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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