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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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모아온 책과 영화의 기록
작가정보
목차
- 프롤로그
추신을 덧붙이는 마음
중력이 있는 곳
바베트가 말한 것
열심히 했는데 안되면 어쩌죠?
어쩐지 미운 사람
작은 집, 넓은 방
파니핑크 내 인생엔 네가 필요해
정원사의 시간
따뜻하고 귀여운, 우동 한 그릇
패배의 기쁨
청춘의 빛
영화 만드는 여자들
오랫동안 좋아해 왔어요
포스트잇의 실패
우리 둘의 10킬로그램
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어른을 위한 용기
죽음을 향해 한 걸음
이 아름다운 모순
나는 두려움을 마신다
그렇게 부모가 된다
눈물의 정당함
나는 당신이 부러워요
어른이 된다는 것
S 씨에게
에필로그
이야기를 듣는 마음
책 속으로
편지에서 추신은 사실 없어도 좋은 부분이다. 본문에 전해야 할 이야기를 다 썼다면 굳이 추신을 쓸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종종 추신을 덧붙인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추신을 쓰기도 한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고 싶으나 차마 하지 못하는 속마음이 담긴 문장은 본문이 아니라 추신에 쓰인다. (중략) 그리고 거기에 나 자신의 이야기를 추신처럼 덧붙인다. 굳이 없어도 되는 이야기지만 이 추신을 통해 내가 보내는 편지가 더 풍성해지기를 바란다. 친애하는 독자의 마음에 이 편지가 더 착 달라붙기를 바란다. 동시에 이 이야기들은 내 인생의 수많은 S 씨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추신일 수도 있다. 나라는 인간이 갇혀 있던 좁은 틀을 넘어 더 넓고 더 깊은 세계에 발을 디딜 용기를 선물한 이들에게 보내는 추신.
〈프롤로그, 추신을 덧붙이는 마음〉 중에서
나에게 글쓰기는 산책과도 같다. 버스 노선과 집과 직장과 술집을 오가는 패터슨 씨의 산책길처럼. 나는 그 길을 나의 리듬과 속도로 걷는다. 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이 길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안다. 하지만 그 길에서 무엇을 마주치게 될지는 알지 못한다. 게다가 나에게는 언제나 선택권이 있다. 이 길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할 선택권이. 어찌 됐든 집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되니까.
〈1장 중력이 있는 곳, 바베트가 말한 것〉 중에서
나, 나쁘지 않아. 누가 뭐라고 해도 그곳에서 도망가는 내가 맞는 거야. 그 사람을 싫어하는 나도 틀리지 않아. 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그렇게 생각해도 되는 거지. 그래도 되는 거지, 나.
마스다 미리, 《아무래도 싫은 사람》 중에서
몇 년 전 누군가를 심하게 미워했었다. 지금은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실 자다가 깨어나 위가 쪼그라드는 아픔에 몸부림을 칠 정도로 심각한 미움의 덫이었다. 만약 내가 그 덫에 여전히 갇혀 있었더라면 나는 이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미움의 한가운데서 미움을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하다.
〈1장 중력이 있는 곳, 어쩐지 미운 사람〉 중에서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그 와중에도 나는 학교를 모두 졸업했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고, 직장에 들어갔고, 그 모든 전화를 걸어냈다는 사실을. 결혼도 했고, 아이도 둘이나 낳아서 길렀다는 것을. 심지어 나에게는 내 인생이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내가 이 세상의 부적응자가 아니라는 표식이 되어주는 가족과 친구들과 동료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조금씩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다. 이제 나는 그 여자애를 다독일 줄 알게 되었다.
‘알아, 나도. 내가 무섭다는 걸. 하지만 지난번에도 해냈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도 할 수 있어. 처음엔 당황하고 무섭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늘 그랬던 것처럼.’
〈3장 어른을 위한 용기, 나는 두려움을 마신다〉 중에서
어른의 나이에도 어른인 척만 하지 진짜로 어른은 못된 나는 매 순간 등골이 서늘해진다. 인생은 거대한 파도처럼 덮쳐온다. 어른에게도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사랑한 모든 책과 영화들이, 그 이야기들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일종의 용기였다고 생각한다. 내게 가장 필요한 것, 이 어려운 인생을 헤쳐나갈 용기.
〈에필로그, 이야기를 듣는 마음〉 중에서
출판사 서평
주목 할 장면
길고 긴 편지 끝에 덧붙이는 또 다른 마음, 추신’
추신의 또 다른 뜻, ‘후기’. 좋은 영화와 책에는 반드시 좋은 후기가 남는다. 이야기를 듣고 보고 기다리고, 아쉬운 마음에 글로 후기를 적어보는 마음. 이 책에는 아끼는 이야기에 대한 작가의 사려 깊은 마음이 곳곳에 배어있다. 한수희 작가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때 습관처럼 영화와 책 속의 이야기들을 수집해왔다. 이제 그 이야기 끝에 후기를 남기며 긴 편지의 추신과도 같은 글들을 멀리 보내려 한다. 어딘가에서 이 책을 읽고 있을 독자, 수신인에게 덧붙이는 추신은 무척 진솔하고 또 따뜻할 것이다. 그녀가 쌓아온 추신을 찬찬히 읽고 있으면 편지를 부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땅에 발을 단단히 붙인 사람들의 ‘이야기’
책 속에 모인 이야기엔 비슷한 사람들의 삶이 있다. 완벽하지 않은 인생, 그 속에서 발버둥 치는 사람들,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노력하는 사람들, 실패하고 좌절하며 그럼에도 다시 걸어보겠다고, 일어나려는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있다. 이들의 일상은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만 어느새 이 모든 장면들이 우리 주변의 흔한 풍경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갈등을 버텨내고 있는 등장인물이 곧 나 자신임을 알게 된다. 교훈을 얻고 희망을 찾는 지점이 결코 밝고 명랑한, 성공을 비추는 순간만은 아닐 것이다. 어둡고 거친 길을 걸으며 고난을 겪는 과정에서 우리는 ‘진짜’ 희망을 찾는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다. ‘과연 이 모든 이야기와 삶이 누군가 지어낸 허구일 뿐일까?’ 분명한 건 허구 속에서 현실을 찾는 과정, 작가는 그 안에서 기쁨을 느끼고 살아갈 힘을 얻고 있다.
아껴온 이야기 속에서 찾아낸 ‘용기’
한수희 작가는 자신이 쓴 책과 영화의 후기를 이야기 뒤의 또 다른 이야기라고 말한다. 투박하고 좋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 가장 필요했던 것은 ‘용기’였다고 말한다. 어려운 인생을 헤쳐갈 어떤 용기 말이다. 이 일련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책에서 작가가 전하는 용기는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이나 이루지 못한 것을 갖기 위한 오기가 아닐 것이다. 그저 어제 살았듯 오늘을 살며 괜찮은 내일을 위해 꾸준히 해온 모든 일. 그것을 ‘용기’라는 말로 대신한다.
기본정보
ISBN | 9791188311767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9월 21일 |
쪽수 | 220쪽 |
크기 |
138 * 210
* 22
mm
/ 35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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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숙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