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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아타루 저자(글) · 김소운 번역
여문책 · 2017년 04월 24일
9.7
10점 중 9.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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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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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니체, 사사키 아타루의 대채로운 인문학적 논의
『제자리걸음을 멈추고』는 사사키 아타루가《야전과 영원》 출간 이전부터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의 대성공에 이르기까지 힘차고 거침없이 춤추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그 시기를 관통해온 약동하는 사유의 흐름을 돌아본다. 《야전과 영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롯해 인문학의 본질, 대안적인 생의 탐구, 참된 죽음의 의미,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 대한 근원적인 비판, 푸코의 ‘정치적 영성’에 관한 논의, 힙합과 혁명의 공통분모, 산책의 효용성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논의가 펼쳐진다.

작가정보

저자(글) 사사키 아타루

저자 사사키 아타루는 작가이자 철학자로 1973년 일본 아오모리에서 태어났다. 도쿄대학 문학부 사상문화학과 졸업 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인문사회연구계 기초문화연구를 전공해 종교학?종교사학 전문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문학박사).
호세이대학 비상근 강사를 거쳐 현재는 도쿄세이카대학 인문학부 준교수로 재직 중이다.
철학적 저서 『야전과 영원?푸코ㆍ라캉ㆍ르장드르』를 비롯해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이 치열한 무력을』, 『춤춰라 우리의 밤을 그리고 이 세계에 오는 아침을 맞이하라』, 『이 나날의 돌림노래』, 『바스러진 대지에 하나의 장소를』 등을 발표했으며, 소설작품으로 『구하 전야』, 『행복했을 적에 그랬던 것처럼』, 『Back 2 Back』(이토 세이코와 공저), 『아키코 그대의 제 문제』, 『밤을 빨아들여서 밤보다 어두운』 등이 있다.

번역 김소운

역자 김소운은 대학 졸업 후 20여 년간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년째 사사키 아타루의 작품과 더불어 고통스럽고도 행복한 춤을 추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는 『춤춰라 우리의 밤을 그리고 이 세계에 오는 아침을 맞이하라』, 『암울한 도쿄』(가제), 『이상심리』(가제), 『고흐가 되어 고흐의 길을 가다』, 『경제고전』, 『사고개혁의 심리학』, 『타로의 미궁』, 『서바이벌 미션』, 『사고력을 키우는 읽기 기술』 등이 있으며, 현재 사사키 아타루의 또 다른 신간 『바스러진 대지에 하나의 장소를』을 즐겁게 번역 중이다. 사사키 아타루의 작품에서 벗어나는 날, 그동안 확 늘어난 흰머리가 다시 검어지고 주름도 쫙 펴져 있는 꿈을 꾸곤 한다.

목차

  • 한국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1부 인문학의 역습
    - 실패하는 혁명이여, 지식과 열광을 발산하라
    - 삶에 대한 모욕, ‘죽음의 이야기’의 반복: 『1Q84』는 문학적으로 잘못되었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2부 제자리걸음을 멈추고
    - 대사일번 절후소생
    - 요괴를 만나다
    - 제자리걸음을 멈추고
    - 실존의 미학 너머에서
    - 시
    - 정치적 영성

    3부 야전과 영원의 지평 혹은 혁명
    - 야전과 영원의 지평이란 무엇인가
    - 이 세계에서 다른 생: 영성·혁명·예술
    - 끝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 ‘ONCE AGAIN’이 혁명이다

    4부 책을 말하다
    - 양서이긴 하나 전제하는 바가 많고 굴절을 잉태한: 푸코의 맹우가 푸코를 말하다
    - ‘이소자키적 세계’의 반석과 동요
    - 햇살 가득한 여행에 미칠 것만 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기록으로
    - 나의 소설관을 바꾼 책 세 권

    발문
    대담자 토론자 질문자 소개

책 속으로

감히 단순하게 도식화하면 이슬람이 그리스를 전한 아버지이며, 유대인이 그것을 번역해준 형이고, 유럽은 그 ‘아들’입니다.
여러분, 유럽인이 반유대주의anti-Semitism(=Antisemitismus)를 외치며 유대인과 아랍인을 왜 그리도 본능적으로 싫어하고 사갈蛇蝎처럼 증오하는지 잘 모르시죠. 어째서 아우슈비츠 같은 수용소에서 그토록 끔찍한 폭력을 휘두를 정도로 증오하는지 아시아인은 도무지 선뜻 이해가 안 갑니다. 제가 대학원생일 때 그 이유를 묻자 한 프랑스 문학 연구자가 당황하면서 “유럽의 풍토병 같은 것”이라고 했던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이것은 칸트의 말을 빌리면 ‘미졸로기Misologie’입니다. ‘학문, 이성, 지식에 대한 증오’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과거의 유럽인은 지적으로 굉장히 열등하지만, 스스로를 방대한 지식을 타고난 지적인 주체로서 조작했습니다. 반유대주의는 거짓말을 해서까지, 스스로를 속이면서까지, 자신의 역사를 ‘수정’해서까지, 그 지적인 열등감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에 뿌리 내린 증오입니다. 미졸로기, 곧 지적인 열등감은 실은 터무니없는 폭력의 참화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지적인 열등감과 원한 때문에 말하는 인간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23~24쪽)

그러나 재미있게도 구식 대학과 지식의 실상을 비판하고 혁신적인 일을 벌이려고 할 때 그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고전으로 회귀합니다. 중세대학도 12세기 혁명에서, 즉 고전으로 돌아가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것은 이슬람에서 배운 고대 그리스로 회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타도하려고 하고, 또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는 사람들도 역시 고전 고대로, 그리스로, 로마로, 히브리로 돌아갑니다. 언제나 수단은 같습니다. 항상 회귀하는 것만이 ‘진정으로 새로운 것’의 개시를 고합니다. 어리석은 향수도, 통속적인 유행도 아닌 진정한 회귀와 진정한 새로움의 개시를. 그래서 ‘르네상스’입니다. 뭔가 시작하려고 생각했다면 ‘전대미문의 고서’를 발견해서 거기로 회귀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가장 빠르다기보다는 이 세상에서 진정한 혁명의 유일한 시발점입니다. (35쪽)

어쨌거나 내세의 삶으로 바꾸는, 즉 선종에서 말하는 ‘대사일번 절후소생大死一番 絶後蘇生’만이 문제다. 크게 한번 죽어서 앞뒤의 모든 생각이 끊어지고 다시 살아나야 이 세상은 완전히 달라진다는 뜻의 이 말을 그는 ‘재차 어머니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열반이라고 불렀다. 너의 죽음은 두려워할 만한 가치가 없다. 죽지 않는 것을, 영원히 이어지는 삶을 두려워하라. 윤회라는 이 교리만 삼킬 수 있다면 그토록 위협당해온 죽음으로부터 쉽게 구원받는다. 대신 영영 이어지는 삶이 ‘고苦’가 되는 것이다. 이상이 적어도 원시불전에 피력되어 있는 기괴한 그러나 경탄할 만큼 아슬아슬한 반전이다. (125쪽)

실제로 힙합이 탄생한 장소는 당국이 관리하는 철저히 인공적으로 조성된 환경이었습니다. 유색 인종들이 가난에 찌들어 살도록, 그러나 마약에 빠져 서로 싸우는 자유만은 주어진 듯이 통제된 환경. 그러나 거기에서 무엇이 탄생했습니까? 놀랍도록 혁신적인 세계문화global culture, 힙합이 탄생했습니다. 아무리 관리된 환경에서도 난생처음 듣는, 권력을 전복시키는 목소리들은 반드시 들려옵니다. 그편에 서기로 했죠, 더 재미있으니까. (220쪽)

창작하는 사람 편에 서서 글을 쓰는 것은 알몸으로 지뢰밭을 내달리는 격입니다. 제 생각이 틀려서 다음 순간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릅니다. 적에게 감쪽같이 이용당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221쪽)

출판사 서평

“비보이의 자세를 견지하는 현대사상가” 사사키 아타루의 신간!
인문학의 본질, 예술, 혁명, 정치적 영성, 참된 죽음의 의미 등 다채로운 논의가 종횡무진 펼쳐진다

그간 “일본의 니체”로 널리 알려져 온 사사키 아타루는 국내에도 이미 확고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젊은 철학자다. 이 책은 그를 일약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의 반열에 올려놓은 대작 『야전과 영원』을 펴낸 이후 일본 도처에서 쇄도한 강연, 인터뷰, 대담, 토론, 기고 중 일부를 선별하여 묶은 것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하나로 수렴되는 지점은 ‘진정한 인문학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학과 종교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르장드르와 같은 문헌학자ㆍ철학자의 길을 걷는 동시에 직접 소설을 쓰기도 하며 언제 어디서고 거침없는 비판을 지속해온 지성인의 면모가 이번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야전과 영원』 출간 이전부터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의 대성공에 이르기까지 힘차고 거침없이 춤추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그 시기를 관통해온 약동하는 사유의 흐름을 돌아본다. 『야전과 영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롯해 인문학의 본질, 대안적인 생의 탐구, 참된 죽음의 의미,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 대한 근원적인 비판, 푸코의 ‘정치적 영성’에 관한 논의, 힙합과 혁명의 공통분모, 산책의 효용성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논의가 펼쳐진다.
“역시 그의 매력은 망설임 없는 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망설임과 그 망설임을 억누르는 긴장이 담긴 시적인 한마디 한마디가 전율을 느끼게 한다.”
그와 인터뷰를 했던 다구치 히로유키라는 이의 평이다. 그 인터뷰에 따르면 숱한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하던 『야전과 영원』을 제대로 알아본 이들은 소설가, 시인, 사진가 등 직접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언뜻 철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힙합에도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사상가 사사키 아타루의 마르지 않는 매력에 또 한 번 즐겁게 빠져볼 만하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지난겨울 전국의 광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우리의 ‘촛불혁명’에 대한 깊은 감탄과 진정 어린 찬사, 상대적으로 부끄러워하는 소회를 솔직히 드러낸 ‘한국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수록되어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더 살가운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 ‘옳거니, 좋아 해보자!’라고 기운을 주는 사상

사사키 아타루는 다양한 수식어를 가진 철학자다. 그만큼 여러 면에서 매력을 발산한다는 의미다. 그중에서도 단연 그를 ‘믿음직한 사상가’로 느껴지게 하는 면모는 다음과 같은 언설들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상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이렇게 다양하게 공부해야 하나? 앞으로는 뭘 해도 허사인가’ 하고 난처하게 만드는 사상이고, 다른 하나는 ‘옳거니, 좋아 해보자’라고 기운을 주는 사상입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척척박사여도 전자는 쓸모가 없습니다. 사상의 가치가 없습니다. 참으로 순진한 소리한다 싶으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괴테가 활력도 주지 않고 설교만 해대는 사람은 딱 질색이라고 단언한 말을 니체가 희희낙락하며 인용합니다. (268쪽)

니체는 “진리의 옹호자가 가장 드문 것은 진리를 말하는 것이 위험할 때가 아니라 진리가 지루할 때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지루하고, 당연한 말일지라도 옳은 얘기면 미사여구든 라임이든 총동원해서 재미있게 들려줘야 한다는 게 저의 소박한 생각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은 당연해서 시시할지도 모릅니다. (228~229쪽)

참고문헌을 명시하는 또 다른 이유는 둘도 없는 기쁨입니다. 단적으로 유쾌합니다. 존경해서 발췌한 참고문헌을 명시하고 공유하는 것은 순수하게 즐거운 일이니까요. 공유하는 집단은 스스로 고립된 당파와는 딴판이지요. 가령 저는 각주에서 전부 말합니다. 숨기지 않습니다. 문장 속에서도 고유명사는 전부 밝히고 유래는 낱낱이 파헤칩니다. 카드는 전부 공개합니다. 그래야 모르는 힙합의 유래도 조사하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정말로 그러한 보편적이고 공명정대하게 출처를 공유하는 기쁨을 모든 사람과 나누고 싶은 절실한 열망 때문입니다. 각주를 다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 역시 제가 힙합을 좋아해서가 아닌지 문득 생각하기도 합니다. (238쪽)

◆ 의식적으로 선택한 ‘무지’의 힘

정보과잉, 대학과잉의 시대에 그는 대학, 특히 대학의 교양학부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자고 말한다. 작금의 대학은 부패했으며 애초 교양학부의 출발은 대부분의 유럽인이 문맹이었던 데다 체계적인 학문과 변변한 책도 없어서 ‘자유학예 7과목’이라는 문법, 수사학, 논리학, 산술, 천문학, 기하학, 음악밖에 가르칠 수가 없었던 것에 기인한다고. 더불어 온갖 분야에서 전문가입네 하는 자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지식과 정보를 둘러싼 착취와 공포의 구도에 구체적으로 저항해야만 하며, 설사 무지하다고 비난당할지언정 필요하다면 의식적으로 무지를 택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정치적인 저항이라고.
더불어 어려운 책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무작정 붙들고 읽으면 된다고 강조하며 이런 일화를 들려준다.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기자가 『안티 오이디푸스: 자본주의와 분열증L'Anti-OEdipe: Capitalisme et schizophrenie』은 난해해서 전문가도 이해할 수가 없다더라고 했더니 들뢰즈는 태연히 전문가만 모른다고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열렬히 지지하는 간호사와 항만 노동자들이 보낸 팬레터에 감격했다고 합니다. 들뢰즈는 그것을 ‘조우遭遇’라고 말합니다. 분명 입문서를 읽은 적도 없을뿐더러 학교 문턱에도 못 가보고, 정규 교육과정도 밟지 않은 사람들이 20세기 굴지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책을 읽는 것은 조우는커녕 기적에 가깝죠. 그러나 그 정도의 기적은 세상에 흔합니다. / 애초에 독자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 위한답시고 쉽게 쓰는 것은 권위적인 태도입니다. 독자를 얕보고 업신여기는 짓이죠. 그런 식으로 쓴 글이 무조건 먹히는 것은 아닙니다. (150쪽)

◆ 혁명은 텍스트의 정보화에 대한 봉기

사사키 아타루의 책에 빠짐없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혁명’이다. 그러나 그 혁명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정치적 혁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근본적인 혁명, 모든 것이 텍스트에서 비롯되며 결국 텍스트로 수렴되는 혁명이다. 여기서 텍스트는 단순한 글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춤, 음악, 그림 등 모든 예술적 장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수많은 독자를 열광시켰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의 부제인 ‘책과 혁명에 대한 닷새 밤의 기록’이 잘 말해주듯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텍스트’에 대한 그의 천착이 이르는 곳이 혁명의 발생지점인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실제로 프랑스 근대사에서도 혁명은 텍스트의 정보화에 대한 봉기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1848년의 2월 혁명, 파리코뮌, 인민전선의 기쁨의 파업에는 항상 시인들의 봉기가 일어났습니다. 보들레르는 거리에서 전단을 뿌리고, 랭보는 파리로 달려가며, 프레베르는 공장에서 연극을 합니다. 요컨대 텍스트의 원리주의에 맞서서 투쟁을 벌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봉기의 결과물은 보통선거와 유급휴가제도 같은 법적인 표상, 다시 말해 텍스트로 회수됩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혁명 혹은 봉기는 문학과 함께 불가피하다고도 할 수 있지요.(153~154쪽)

한마디로 말해서 혁명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카구치 안고가 말했다시피 앞으로 일어날 혁명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는 생각은 오산입니다. 역시 여기서도 ‘하나’와 ‘전부’에 대한 욕망이 문제입니다. 단 한 번의 혁명으로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그나저나 혁명은 가능하다는 당연한 말을 왜 새삼스레 부르짖어야 하는지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말처럼 왜 당장이라도 다른 형태의 혁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폭력혁명은 혁명의 수많은 형태 중 하나일 뿐입니다. 글 쓰고, 노래하고, 춤추고, 그리는, 본래는 틀림없이 정치적이고 예술적이기도 한 갖가지 기예의 열매(이것을 통틀어서 르장드르는 ‘텍스트’라고 합니다만) 모두가 혁명입니다. 태곳적부터 인간은 스스로를 통치해왔습니다. 그런데 중세 해석자혁명 이후로 이 텍스트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해서 정보와 정보를 담아 운반하는 서류와 데이터베이스만이 규범과 정치에 관련된다는 역사적?지리적으로 한정된 관념이 출현합니다. 그 관념은 식민지주의 때문에 세계로 수출되었고, 규범과 정치는 정보화하고 말았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형태로 저항할 가능성도 감소되었으니 단순한 폭력의 분출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정보와 폭력의 이항대립에 갇혀버렸습니다. 이러한 통치의 정보화 작용으로 오늘날 혁명은 폭력혁명만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통치에서 텍스트의 정치적 혁명에 힘을 발휘하는 일이 전무하다고는 할 수 없지요. 때로는 강제력 행사가 불가피한 경우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폭력혁명이 전부라는 생각은 역사적으로도 완전히 협소한 시각입니다. 폭력이야말로 급진적이다? 새롭고 급진적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모든 것은 정보다’라는 말만큼이나 신물 나고 고리타분합니다. (155~156쪽)

혁명은 역시 유럽에서 생긴 개념입니다. 가장 최초의 혁명은 12세기에 일어난 중세 해석자혁명입니다. 실은 그것도 6세기의 유스티아누스 대제가 제정한, 제정했지만 완전히 사라진 『로마법대전』으로 돌아가라는 운동이었습니다. 600년을 되감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근대가 탄생했습니다. 그러한 ‘회귀’가 말하자면 ‘옛것과의 새로운 관계’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것, 참신한 것을 창조한다는 뜻입니다. (245쪽)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원서(번역서)명/저자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87700142
발행(출시)일자 2017년 04월 24일
쪽수 292쪽
크기
145 * 216 * 23 mm / 391 g
총권수 1권
원서(번역서)명/저자명 アナレクタ 1/佐#木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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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어렵다 그래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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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쉬 사사키 아타루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저자의 넓고 깊은 지식을 한없이 흡수하고 싶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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