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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독 간호사 입니다

국가, 가족, 이웃을 위해 떠나야만 했던 꽃 같은 우리 딸들의 소명과 기록
박경란 저자(글)
정한책방 · 2016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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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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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 간호사 50주년 기념으로 파독 이민 1세대 인터뷰를 기록한『나는 파독 간호사 입니다』. 저자 박경란은 독일 현지에서 인터뷰를 통해 파독 1세대의 육성으로 꼭 말하고 싶은, 그리고 ‘지금은 말할 수 있는’ 퇴적층처럼 쌓인 이야기들을 기록하였다. 국가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고정화된 시선도, 한 인간의 자화자찬의 자서전도 아닌, 독일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평범한 누이와 딸, 즉 민초들의 삶을 소소하게 그렸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그 안에 투영된 삶의 철학과, 다음 세대에 들려주고 싶은 가슴 뭉클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었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경란

저자 박경란은 히틀러의 도시, 프로이센 제국 시절의 흔적이 살아 있는 베를린에 안착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카프카가 왜 베를린을 사랑했는지 몇 년이 지나서야 느낄 수 있었다. 파닥거리는 예술적 생동감과 그 안에 녹아든 다양성으로 나름의 생활 방식을 이루는 이곳은 매력적이었다. 처음엔 이민자 복지단체에서 홍보 협력 일을 하면서 스러져 가는 사람들을 만났고, 점점 만남의 폭은 넓어졌다. 나에게 있어 1세대 파독 근로자들을 만난 건 분명 행운이었다.
카페 유리창, 내 소소한 작업실의 전화기, 비 오는 날의 오후, 진한 에스프레소, 차가운 어깨를 감싸는 회색 카디건. 이 모든 것은 그들과의 만남에서 도움이 된 배경 그림들이다. 그들과 떠난 50년 전 시간 여행은 장밋빛이기도, 차갑고 우울한 추상처럼 다가오기도 했지만 우리를 구원한 것은 지금 현재의 그리움이었다.
저서로는 《나는 독일맥주보다 한국사람이 좋다》 《베를린 오마주》 등이 있으며, 파독 간호사 50주년 기념 희곡 〈베를린에서 온 편지〉를 썼다. 이 희곡은 독일과 한국에서 공연으로 이어져 그들의 50년 삶을 재조명했다. 잡지사 기자로 10년을 일하고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 지금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목차

  • 프롤로그 그녀들의 영혼은 소녀의 날 것이었다

    1. 자유를 찾다, 생의 의미를 찾다 _ 이묵순
    2. 춤은 내 아픔의 치료제 _ 김금선
    3. 20대 청춘의 반을 동독 형무소에서 _ 장현자
    4. 딸의 영화에서 나를 찾다 _ 방영숙
    5. 간호사, 엑스트라 배우, 자원봉사자까지 _ 김은숙
    6. 해군장교의 제복을 벗고 _ 박화자
    7. 노년을 사는 해법, 배움 _ 박말숙
    8. 거침없는 인생, 아우토반처럼 달리다 _ 노미자
    9. 아버지, 마지막은 사랑이었네 _ 박애자
    10. 어느 날 노래가 내게로 왔다 _ 박모아 덕순
    11. 미지의 땅을 향한 호기심 _ 안영임
    12. 더 이상 간호사가 아닌 의사 _ 이민자
    13. 코리안 나이팅게일 정신을 실천하다 _ 정유선
    14. 인생은 내 길을 달리는 마라톤 _ 윤승희
    15. 누구나 인생의 밤에서 낮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있다 _ 이영숙
    16. 35년 후 마지막을 함께한 효부 _ 한도순
    17. 고통이 꿈을 꾸게 한다 _ 석봉건
    18. 우리는 국제시장 부부 _ 안덕례
    19. 벼랑 끝 바위 위에 올라섰지만 _ 정광수
    20. 릴케의 향기가 나는 아버지의 편지 _ 김종숙
    21. 성실의 열매는 달다 _ 김도남

    에필로그 살아남은 자들이 재발견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파독 간호사들의 희노애락 사진모음

추천사

  • 저자와의 인연은 극단 ‘빨간구두’의 파독 간호사 50주년 기념 연극 ‘베를린에서 온 편지’를 관람하면서였다. 극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주연 배우의 어머니는 공연 중이라는 사실을 잊고 객석에서 일어나 환갑이 넘은 딸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불렀다. 그 순간 우리 모두가 파독 간호사였다. 그때의 감동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1978년 9월, 서베를린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독일에 정착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왜 가려고 했을까’, ‘왜 가야만 했을까’ 그들 덕분에 오늘의 기초를 쌓았는데 다 잊고 있어서 안타깝다. 그들의 50년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책이 나와 반갑다.

  • 영화 속에서 혹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스치듯 지나갔을 파독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났다. 청춘을 지나왔던 파독 간호사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이렇듯 섬세한 시선과 따뜻한 호흡으로 만날 수 있다니…. 잔잔히 그 역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책 속으로

금선은 동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했다. 사실 그녀가 독일에 온 이유는 동생 때문이었다. 남동생이 공부를 곧잘 했다. 하지만 보조기에 의지해서 움직이는 선천성 소아마비를 가지고 있었다. 어릴 때 동네 아이들이 남동생을 ‘병신’이라고 놀리면 똑순이 금선이 바람막이가 되어주었다. 동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_ p28

당시에는 마늘 냄새를 아는 독일인들이 거의 없었다. 사실 마늘 냄새는 그리 유쾌하진 않다. 오랜만에 마늘장아찌를 보자 밥을 한 솥 해서 실컷 먹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 나올 이야기지만 그때는 직장을 그만두라고 할까봐 두려웠다. 옆에 있던 독일인 수간호사가 은숙이 마늘을 많이 먹었다고 말했고, 의사는 당장 집에 가라고 다그쳤다. 은숙은 너무 서러워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고, 그날 결국 일을 하지 못하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하지만 음식에 제한이 있으면 있을수록 복받쳐 오르는 갈증은 심해져 갔다. 음식은 훈련을 통해서 제어되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_ p63

애자는 그때 이별이 힘들어서라기보다 서러워서 울었다. 떠나는 딸에게 독일에서 건강하게 있다 돌아오라는 말이 아닌, 돈만 벌어서 보내라고 하는 말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애자는 효녀였다. 어머니가 눈에 밟혔다. 용돈 몇 마르크만 남겨놓고 전부 한국으로 송금했다. 눈물의 빵이라는 말은 그에 빗대어 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3년이 지나니 계약이 끝나 한국에 아예 들어가거나 방문하곤 했다. 하지만 애자는 갈 수가 없었다. 아버지에게 가고 싶다고 하니 ‘비행기 값 아까우니 그 돈을 보내라’고 했다. 결국 독일 온 지 11년만인 1977년에야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_ p101

딸의 아빠는 한국으로 돌아간 후 10년 후에 장문의 편지를 병원으로 보내왔다. 너무 미안하다고, 너무 잘못했다고. 유선은 과거가 되어버린 청춘의 때였을 뿐이다, 라고 말했다. 그 또한 한국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기에 시간의 늪 속에 그저 남겨두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유선은 20년 동안 고국을 방문한 적이 없을 정도로 한국과 단절하고 살았다. _ p138

그녀의 열정에는 남편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다. 남편을 처음 만난 것은 75년 무렵, 독일 지하철 안이었다. 비록 얼굴색이 검었지만 첫인상이 똑똑하고 야무져 보였다. 남편 피터는 우간다 출신으로, 당시 베를린 공과대학에서 공부하고 지멘스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다. 결혼한다고 한국에 소식을 알렸을 때 오빠들의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유는 피부색이었다. 80년에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무덤에 세워진 비석에 자식들의 이름을 새겨 넣었는데, 딸 정광수 옆에 사위 피터의 이름은 새겨 넣지 않았다. 나중에 오빠가 독일에 와 정 씨가 사는 모습을 보고서야 안심을 했다고 한다. _ p192

출판사 서평

파독 간호사 50주년 기념, 파독 이민 1세대 인터뷰 기록집
2016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 출판 콘텐츠 최고 관심작!
MBC 〈무한도전〉, 영화 〈국제시장〉에 소개됐던 그녀들의 위대한 희망 메시지!


2015년 가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해외에 거주 중인 한국인들에게 따뜻한 밥상을 배달하는 ‘배달의 무도’ 편으로 꾸며져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무도 멤버 정형돈은 독일에서 파독 간호사 한 분을 만나 43년간 독일에 머물러야 했던 가슴 아픈, 하지만 당당했던 이야기를 들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1,000만 영화 리스트에 오른 〈국제시장〉에도 파독 간호사의 사연이 등장한다. 60~70년대 실업문제 해소와 외화획득을 위해 독일로 떠나야 했던 우리의 딸들. 10여 년간 약 1만 1,000명이 머나먼 타국으로 떠나 고생과 그리움을 머금고 살아야 했다. 그들의 이야기가 영화 한 켠에 고스란히 담겼었다.

대한민국 경제 건설의 방점을 찍었던 파독 간호사 역사가 올해로 반세기를 맞았다.
20대의 나이팅게일이 칠십대 노구의 시간 속에 남았다. 지금 남아 있는 이들보다 떠나간 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요즘, 파란만장한 이방인의 설움도 점점 세월 속에 함몰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민 1세대의 이야기는 기록이 전무하다. 당시 한국은 먹고 살기 힘든 시대의 한 가운데 있었고, 감히 기록할 수 있는 여력도 없었다.
다행히 근현대사의 획을 긋는 파독 1세대는 아직 현존하고 있는 분들이다. 그들 삶의 기록은 우리 역사의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저자 박경란은 독일 현지에서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육성으로 꼭 말하고 싶은, 그리고 ‘지금은 말할 수 있는’ 퇴적층처럼 쌓인 이야기들을 기록하였다.
국가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고정화된 시선도, 한 인간의 자화자찬의 자서전도 아닌, 독일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평범한 누이와 딸, 즉 민초들의 삶을 소소하게 그렸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그 안에 투영된 삶의 철학과, 다음 세대에 들려주고 싶은 가슴 뭉클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었다.
중간 세대에 투입된 저자 또한 이방인으로 공감과 소통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고, 자연스럽게 세대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고 평범한 파독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시대가 발산한 토양 속에서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로 실타래 풀리듯 흘러나왔다.

이는 분명 우리의 역사이자 생생한 기록이다. 하지만 오늘날 누구 하나 ‘파독’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겨두고 있지 못하다. 한 명이라도 더 잊혀져가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절박한 바람에 저자는 《나는 파독 간호사입니다》를 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기획안만으로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16년 우수출판콘텐츠’로 이 책을 선정해 가장 기대되는 작품 중 하나로 소개했다.

눈물 아닌 당당함으로 빛나는 파독 간호사들의 타향살이 파노라마 21
“당신들이 있어 고맙습니다.”


독일에서 ‘연꽃’, ‘블루엔젤’이라 불렸던 파독 간호사들의 역사가 반세기가 되었다. 처음 독일에 올 때 그들에게 베일처럼 불투명했던 곳은 이제 익숙한 땅이 되었고, 그들이 품었던 미래는 이제 먼 과거가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심장은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허공으로 내달렸다. 무언가를 향한 그리움은 퇴적층처럼 견고히 쌓여갔다. 고향에서 산 시간보다 이국에서 산 세월이 많았지만 여전히 대한의 누이가 되고 싶은 그들. 빠르게 시간을 헤치고 달려왔던 그들이지만 청춘의 기억만큼은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추억했다. 언젠가 파독 간호사 몇 분과 함께 독일의 시골 마을을 여행한 적이 있다. 호젓한 오솔길 가에는 소담스런 들꽃이 무성했다. 그중 일흔이 넘은 한 분이 제비꽃을 꺾어서 자신의 머리에 꽂았다. 다른 이들도 다가와 모두 꽃을 꽂고는 소녀처럼 까르르 웃었다. 그녀들의 영혼은 소녀의 날 것이었다.
_ 프롤로그 중에서

아픈 근현대사로 알려져 있는 파독 간호사 이야기이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21명의 우리 딸들은 이를 슬픔과 아픔이 아닌 당당함과 솔직함으로 걸러낸다. 60년대식 쿨함을 보이며 파독 간호사들 중 최초로 자동차를 구입한 이묵순, 낯선 땅에서 어려움을 춤으로 승화한 김금선, 그곳에서 노래하는 자아를 찾은 박모아 덕순, 간호사로 만족하지 않고 의사가 된 이민자, 남편과 함께 아프리카 질병 퇴치에 앞장선 정광수 등 낯설게 여겨왔던 파독 간호사들의 과거 생활사는 저자의 인터뷰를 통해 밝고 따뜻하게 드러나 더욱 예상치 못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녀들의 병동생활 역시 한번쯤은 더듬고 싶은 추억의 감정으로 세세히 그려낸다. 덩치가 큰 독일 환자를 옮기다가 다쳤다는 이야기, 정신 이상자들을 가슴으로 보듬으며 눈물을 쏟은 스토리, 현지 간호사들의 시기 질투에 당당하게 맞서 불의를 고쳐나간 에피소드들은 읽기만 해도 가슴 후련해지는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광주일보〉 등 여러 매체에 소개된 애국심 가득한 인터뷰 칼럼과 틈틈이 정리해둔 뭉클한 내용을 한 권으로 엮어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발전의 태동이 된 파독 간호사들을 영웅적으로 높이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야사로만 사라질까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낸 소명의식으로 한 페이지씩 채워나갔을 뿐이다. 오직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저자는 이 책 곳곳에서 밝힌다. 당신들이 있어 고맙습니다, 라는 표현과 함께 출간되어 고맙습니다, 라고 덧붙여야 할 책임에 분명하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87685029
발행(출시)일자 2016년 11월 25일
쪽수 228쪽
크기
136 * 211 * 20 mm / 231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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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는 그때 이별이 힘들어서라기보다 서러워서 울었다. 떠나는 딸에게 독일에서 건강하게 있다 돌아오라는 말이 아닌, 돈만 벌어서 보내라고 하는 말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애자는 효녀였다. 어머니가 눈에 밟혔다. 용돈 몇 마르크만 남겨놓고 전부 한국으로 송금했다. 눈물의 빵이라는 말은 그에 빗대어 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3년이 지나니 계약이 끝나 한국에 아예 들어가거나 방문하곤 했다. 하지만 애자는 갈 수가 없었다. 아버지에게 가고 싶다고 하니 ‘비행기 값 아까우니 그 돈을 보내라’고 했다. 결국 독일 온 지 11년만인 1977년에야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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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는 그때 이별이 힘들어서라기보다 서러워서 울었다. 떠나는 딸에게 독일에서 건강하게 있다 돌아오라는 말이 아닌, 돈만 벌어서 보내라고 하는 말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애자는 효녀였다. 어머니가 눈에 밟혔다. 용돈 몇 마르크만 남겨놓고 전부 한국으로 송금했다. 눈물의 빵이라는 말은 그에 빗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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