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 아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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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용묵의 대표작 <백치 아다다>는 돈에 의해 왜곡되는 인간 심리를 파헤친 작품으로 벙어리 아다다의 삶과 죽음을 통해 물욕에 물든 사회의 불합리를 지적하면서, 불구적 조건과 물질적 탐욕으로 인해 비극적 인생을 마감해야 했던 수난당하는 여성을 형상화하였다. 이런 소설 구조는 <마부>에서도 똑같이 보이는데, 반반한 얼굴 때문에 아내가 달아났다고 생각하는 홀아비 응팔이가 새장가를 들기 위해 열심히 일해 번 돈을 가로채는 초시를 통해 식민 자본주의가 확산된 1930년대를 배경으로 ‘돈’을 물신화하는 세태에 깊이 침윤된 황금만능주의를 비판하였다.
<캉가루의 조상이>에서는 신체적 불구자의 내면적 순수함에 애정을 느끼고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세태에 대한 일종의 문명비판을 시도하기도 했고, 특히 자신이 미치광이가 되어버린 억울한 사연을 선생님께 쓰는 편지형식으로 된 <준광인전>에서 보여주는 거짓 뉴스의 피해는 그 당시도 현시대와 다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총서 (31)
작가정보

본명 하태용河泰鏞. 1904년 평안북도 선천의 대지주 집안에서 태어나 신학문을 반대하는 할아버지 밑에서 한문을 수학하였다. 향리의 삼봉공립보통학교에 다닐 때 순흥 안씨 안정옥과 혼인하였다. 졸업 후 몰래 상경하여 1921년 중동학교, 1922년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잠깐씩 다녔으나 그때마다 할아버지에 의하여 귀향하여야만 하였다. 약 4년 동안 고향에서 홀로 외국문학서적을 탐독하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도요 대학에서 수학하였으나 가산이 파산돼 1931년 귀국하였으며, 그 뒤 조선일보 등에서 근무하였다.
1945년 정비석과 함께 잡지 <대조>를 발행하였고, 1948년 김억과 함께 출판사 수선사를 창립하기도 하였으나, 1925년 5월 <조선문단> 제8호에 단편 <상환相換>으로 등단한 이래 대체로 성실한 작가생활을 했다.
사실성과 낭만성을 아우른 예술 지상주의적 작품을 쓴 그는 《병풍에 그린 닭이》 《백치 아다다》 《별을 헨다》 등의 작품집 등을 남겼으며, 1961년 자택에서 위암으로 사망했다.
저자(글) 전석순 (추천인)
1983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200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회전의자>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2011년 장편소설 《철수 사용 설명서》로 오늘의작가상을 받았다. 중편소설 《밤이 아홉이라도》와 장편소설 《거의 모든 거짓말》 등이 있다.
목차
- 목소리를 삼키고 머뭇거리다가 웅크리고야 마는 _ 전석순
상환相換
최 서방崔書房
인두지주人頭蜘蛛
제비를 그리는 마음
백치 아다다
고절苦節
연애삽화戀愛揮話
심월心月
장벽障壁
목가牧歌
오리알
심원心猿
청춘도
병풍에 그린 닭이
유앵기流鶯記
붕우朋友
캉가루의 조상이
마부馬夫
부부夫歸
준광인전準狂人傳
계용묵 연보
추천사
-
“역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결국 주저앉아 숨죽인 울음을 삼키는 사람의 이야기”
책 속으로
최 서방 pp. 31~32
“이번에도 회계가 채 안 되는군. 모두 오십이 원인데.”
하고 다시 계산을 틀어본다.
“어떻게 그렇게 되오.”
최 서방은 자기의 예산과는 엄청나게 틀린다는 듯이 깜짝 놀라며 이렇게 반문을 했다.
“본(원금)이 사십 원에 변(이자)을 십이 원 더 놓으니까.”
“무어 그 돈에다 변까지 놓아요?”
“변을 안 놓으면 어쩌나. 나도 남의 돈을 빚낸 것인데.”
“그렇다기로 변은 제해주세요.”
“그 돈으로 자네 부처가 일 년이란 열두 달을 먹고 산 것인데 변을 안 물단 게 안 돼 안 돼 건.”
그는 엉터리없는 수작이라는 듯이 ‘안 돼’ 하는 ‘돼’ 자에 힘을 주었다.
최 서방은 보통의 농채와도 다른 이물푼 삯(인수세)에 고가의 변을 지우는 데는 젖 먹던 밸까지 일어났으나 송 지주의 성질을 잘 아는 그는 암만 빌어야 안 될 줄 알고 아예 아무 말도 안 했다.
실상 그는 말하기도 싫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태반이 넉 섬씩이지. 한 섬에 십 원씩 치고도 모자라는 십이 원을 어쩌나? 오라 가만있자, 또 짚이 있것다. 짚이 마흔 단이니까 스무 단씩이지. 그러면 한 단에 십 전씩 치고 이 원, 응응 겨우 우수 떼논 그래 십이 원은 어쩔 테야?”
그는 최 서방이 그리 해주겠다는 승낙도 얻지 않고 자기 혼자 이렇게 결산을 치고 다짜고짜로 일꾼들을 시켜 한 섬도 남기지 않고 모두 자기네 곳간으로 끌어들였다.
백치 아다다 pp. 81~82
아다다는 수롱이에게 돈이 있다 해도 실로 그렇게 많은 돈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 많은 돈으로 밭을 산다는 소리에 지금까지 꿈꾸어오던 모든 행복이 여지없이도 일시에 깨어지는 것만 같았던 것이다. 돈으로 인해서 그렇게 행복할 수 있던 자기의 신세는 남편(전남편)의 마음을 악하게 만듦으로 그리고 시부모
의 눈까지 가리는 것이 되어, 필야엔 쫓겨나지 아니치 못하게 되던 일을 생각하면 돈 소리만 들어도 마음은 좋지 않던 것인데, 이제 한 푼 없는 알몸인 줄 알았던 수롱에게도 그렇게 많은 돈이 있어 그것으로 밭을 산다고 기꺼워하는 것을 볼 때, 그 돈의 밑천은 장래 자기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기보다는 몽둥이를 가져다주는 데 지나지 못하는 것 같았고, 밭에다 조를 심는다는 것은 불행의 씨를 심는다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다다는 그저 섬으로 왔거니 조개나 굴 같은 것을 캐어서 그날그날을 살아가야 할 것만이 수롱의 사랑을 받는 데 더할 수 없는 살림인 줄만 안다. 그래서 이러한 살림이 얼마나 즐거우랴! 혼자 속으로 축복을 하며 수롱을 위하여 일층 벌기에 힘을 써야 할 것을 생각해오던 것이다.
“고롬 논을 사재나? 밭이 싫으문?”
수롱은 아다다의 의견이 알고 싶어 이렇게 또 물었다.
그러나 아다다는 그냥 힘없는 고개만 주억일 뿐이었다. 논을 산대도 그것은 똑같은 불행을 사는 데 있을 것이다. 돈이 있는 이상 어느 것이든지간 사기는 반드시 사고야 말 남편의 심사이었음에 머리를 흔들어댔자 소용이 없을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 근본 불행인 돈을 어찌할 수 없는 이상엔 잠시라도 남편의 마음을 거슬림으로 불쾌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아는 때문이었다.
“흥! 논이 좋은 줄은 너두 아누나! 그러나 가난한 놈에겐 밭이 논보다 나았디 나아…….”
하고, 수롱이는 기어이 밭을 사기로 그 달음에 거간을 내세웠다.
준광인전 pp. 334~335
선생님! 저는 기가 막히었노이다. 지금껏 제 지방 사람들이 저를 가리켜 위인이 똑똑하다고 그렇게 신용을 하여왔다는 것은 제가 결코 선생님에게 대해서 하는 저의 자랑이 아니노이다. 그러나, 선생님! 김철호가 미쳤다는 풍설이 돌아가자부터는 저의 신용은 납작하여지고 말았노이다. 범사에 있어 도무지 저와는 말하
기를 싫어하고 자리를 같이하여주지 않노이다. 따라서 저는 저 호올로 이 세상에서 인생의 뒷골목 길을 걷지 않으면 안 되었노이다. 그리고 선생님! 아이들의 놀림을 받지 않으면 또 안 되었노이다. 미쳤다는 제 입에서 어떠한 허튼 말이 나오나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이 가령, 우스운 말이라면 그것을 들으므로 서로 웃어, 웃음으로써 한때의 행복을 삼으려는, 다시 말씀하오면 즉 저라는 물건으로써 쾌락의 대상을 삼으려는 일종 향락을 위할 따름이었노이다.
선생님! 정신이 멀쩡하여 이렇게 미친 사람의 대우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제 자신을 생각할 때 울고 싶도록 가슴이 아팠노이다. 아니, 선생님! 이런 것뿐이었겠노이까. 근거도 없는 허무한 풍설이 저를 이끌고 자꾸자꾸 파멸의 구렁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노이다. 김철호는 벌써 인간의 궤도를 벗어난 사람이다. 도덕과 예의는 물론 그에게는 오륜이 없다. 계집을 함부로 농락하고 사람을 치기가 일쑤다. 선생님! 글쎄, 이러한 풍설까지 도는 것이었노이다.
선생님! 저는 저에게 대하여 세상 사람들이 이러한 태도를 취할 때 자신이 파멸의 밑바닥에 떨어져 들어가는 것보다 허무한 풍설을 그대로 듣고, 믿는 그들이 오히려 더 불쌍하게 생각키었노이다. 이렇게도 세상은 어두운 것인가. 기분에서 기분으로 마치 의식이 없는 그것과도 같이 허공을 떠돌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그들의 존재임을 알았을 때, 선생님! 참으로 가슴이 아팠노이다.
출판사 서평
소외와 핍박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하는 인물들에 대한
생의 비애와 삶의 질곡을 담담하게 성찰한 작품
전석순 작가가 쓴 계용묵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해설 수록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는 누구나 제목 정도는 알고 있으나 대개는 읽지 않은, 위대한 한국문학을 즐겁게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즐겁고 친절한 전집’을 위해 총서 각 권에는 현재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들이 “내 생애 첫 한국문학”이라는 주제로 쓴 작품에 대한 인상기, 혹은 기성작가를 추억하며 쓴 오마주 작품을 어려운 해설 대신 수록하였고, 오래전에 절판되어 현재 단행본으로는 만날 수 없는 작품들까지도 발굴해 묶어 국내 한국문학 총서 중 최다 작품을 수록하였다.
한국문학을 권하다 34 《백치 아다다》는 낭만적이고 모호한 현실 인식을 걷어내고 당대적 삶의 실상을 생생하게 포착해낸 계용묵의 작품들을 모은 단편전집으로, 1925년부터 1939년까지 발표한 단편소설 20편을 담았다. 계용묵은 지주와 소작인의 갈등을 그린 첫 발표작 <최 서방>을 시작으로 현실성을 강조한 작품을 선보이다가 <백치 아다다>를 통해 이전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순수 지향적 세계를 펼쳐 보였다. 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정교함을 추구하는 동시에 문장 구사의 정확성을 통해 문장기교의 향상에 기여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백치 아다다》에는 전석순 작가가 쓴 해설글이 수록되어 있어, 독자들은 계용묵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될 것이다.
[출간 의의 및 특징]
계용묵은 작품 속에서 인물들을 통해 당대 현실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고발하기 위해 정치·사회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거시적 사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일상적 삶의 국면에서 개개인이 맞닥뜨리는 미시적 문제에 집중한 작가로 평가된다. 이러한 작가의 올곧은 작가정신으로 인해 시대의 폭압을 비켜나가면서도 문학작품으로서의 품격을 잃지 않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의 문제의식은 개인이 지닌 도덕적 가치 자체가 현실에 대해 아무런 힘과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절망에서 비롯된다. 여기에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가로막는 사회 구조적 폭력이 깔려 있다. 가령 소작농과 지주의 관계를 다룬 <최 서방>을 보면, 한 해 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빚만 남은 딱한 사정이 나온다. 탈곡하며 추수의 즐거움을 누려야 할 순간이 미처 갚지 못한 빚에 빚만 더하는 형국으로 바뀐 것이다. 이렇듯 계용묵은 개인의 노력과 자질이 변수가 될 수 없는 지점에서 현실의 추악한 진실을 길어낸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세월의 간극을 넘어서 계용묵 소설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개인이 부딪치는 문제가 여전하다는 데 있다.
애플북스의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는 그동안 전체 원고가 아닌 편집본으로 출간되었거나 잡지에만 소개되어 단행본으로 출간된 적 없는 작품들까지 최대한 모아 총서로 묶었다. 현재 발간된 한국문학 전집 중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수록한 전집이라 하겠다. 종이책은 물론 전자책으로도 함께 제작되어 각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대학교의 도서관은 물론 기업 자료실에도 꼭 필요한 책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86639894 |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1월 10일 | ||
쪽수 | 344쪽 | ||
크기 |
142 * 210
* 24
mm
/ 423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한국문학을 권하다
|
Klover 리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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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계용묵이 1925년에서 1939년까지 발표한 단편소설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말 그대로 단편소설이 주는 최대의 장점인 짧은 소설들은 읽기에는 아주 좋았다. 백치 아다다는 소설책으로 처음 읽어보았는데 소설 속 주인공인 아다다의 슬픈 삶이 애처로우면서도 그 미련함에 살짝 화도 나고 안타깝기도 했다. 아다다가 조금만 더 똑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부모마저 아다다를 감싸주지 않는 그녀의 삶이 슬펐다. 경험이 주는 중요함에 대한 이치로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시대적 상황 역시 그녀의 부모나 주변인들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긴 했다. 계용묵 외 한국단편 소설들을 통해 종종 낯선 속어와 방언을 만난다. 읽기도 힘들고 무슨 뜻을 지닌 단어인지도 모름에 몰입을 살짝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 책 역시나 그러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답답함을 내게 안겨주었고.
단편소설이 주는 여운보다 소설가 전석순이 들려주는 계용묵 소설 이야기가 가슴에 더 다가왔다. 계용묵의 묘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소설 속 인물들... 나는 아직 그들을 만나지 못함이 아쉽다.
사실 고전 혹은 명작이라고 불리는 예전의 작품들은 많으나 도스토예프스키, 헤르만 헤세 등 외국 작가들의 이름은 친숙하고 오히려 한국 문학 작품보다도 많이 찾아 읽은 반면 정작 한국 작가의 작품은 읽은 것을 찾기가 힘들었다. 과거 교과서에서 등장하는 소설쯤이 아니면 말이다. 사실 그래서 생긴 한국 문학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고 어느 정도 두려움도 있었는데, 계용묵의 소설은 어렵지 않고 쉬이 읽히는 편이었던 것 같다. 슬픈 이야기지만 현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이니 더욱 주목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옛 한국 문학은 어려울 것이라는 은연중의 선입견을 깨준 소설이기도 했다.
※ 본 게시글은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이 책 "백치 아다다" 는 작가 계용묵의 단편 모음집으로 이뤄진 책이지만 그의 작품에녹아있는 물질 숭배에 대한 인간군상의 모습들을 오늘에 회자시켜 우리 삶의 거울로삼을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백치? 뇌에 장애나 질환이 있어 지능이 아주 낮은 상태의 인물이며 아다다는 흔히 선천적언어 장애를 갖고 있는 벙어리들이 말을 할때 내는 표현이고 보면 지능도 낮고 벙어리이기까지 한 아다다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가히 온전함은 찾아볼 수 없고 온갖 멸시와억압, 능멸과 폭력까지도 서슴치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이되 인간이기를 포기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되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존재이지만아다다는 사랑과 헌신으로 시댁의 가족들을 대하지만 여유로운 생활로 접어든 남편은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는 그야말로 바람을 피우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다는시댁에서 쫓겨나고 그녀와 비슷한 처지인 수롱과 의지하지만 함께 새로운 삶을 살자고하는 수롱의 돈을, 지금껏 자신을 괴롭혀온 모든 사람들의 의식속에 존재하는 물욕으로인해 사람을 사람같이 보지 않는 행태를 일으킨 원흉이라 보고 돈이 없어지면 행복을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행복을 위해 물속으로 돈 뭉치를 던져 넣지만 수롱에게발견되 만신창이가 되도록 구타당하고 죽음을 맞게 된다.
우리의 삶에서 돈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우리 삶의 전부를규정짖는 존재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돈의 노예가 되면 자신을 잃게 되고 그야말로 노예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돈은 돌고 돈다고 했다. 있을때도 있는가 하면 없을때도 있음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어야우리의 삶에 돈이 갖는 비중을 저울질 할 수 있을 것이다.돈이 주는 매력은 무한정 일것 같지만 실상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나이들면서 알게되는 인생이자 삶의 교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애플북스 / 백치 아다다 / 계용묵 단편전집 1
갓 중학생이 되었을 때 엄마가 사다주었던 한국문학단편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 바로 '백치 아다다'였다. 먹고 사는게 비루하지 않을만큼의 재산을 가진 아다다의 집은 열아홉이 되도록 혼처가 나타나지 않아 논뙈기를 지참금으로 붙인다는 조건으로 겨우 시집을 보낼 수 있었으나 먹고사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가진 것 없고 그런 연유로 장가도 못갔던 남편과 시댁 식구들은 지참금으로 가져온 논뙈기와 고분고분 말도 잘들으며 일도 열심히하는 아다다를 복덩이라 여기며 다섯해동안 예뻐해주었지만 점점 재산에 눈이 멀었던 남편이 아다다를 때리기 시작하고 평소 아다다를 예뻐해주던 시아버지가 나서 아들을 나무라는 일이 잦아지면서 남편은 재산을 가지고 집을 나가고 이년의 시간이 흘러 집나갔던 남편이 부자가 되어 말도 잘하고 어른들 공경하는 예쁜 처자를 데리고 들어왔으니 아다다를 향한 남편의 매질은 더욱 거세어질 수 밖에...그리하여 다시 친정으로 쫓겨온 아다다를 친정어머니는 다시 시댁으로 가라며 모진 구박과 매질을 일삼는다. 그런 아다다를 눈여겨 보던 이가 있었으니 부모형제 없이 가난하여 서른이 되도록 장가도 못갔던 수롱은 날마다 친정어머니로부터 매질을 당하는 아다다를 위로하고 구슬러 이윽고 둘은 야반도주를 하게 된다. 집에서 떨어진 어느 외딴 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보려는 수롱과 아다다, 새로운 터전에서 수롱은 아다다에게 자신이 지금껏 악착같이 모아둔 돈으로 밭을 사서 농사를 시작하자고 얘기하지만 그 말을 듣는 아다다의 표정은 어둡기만하다. 날이 밝으면 수롱은 모아둔 돈으로 밭을 흥정하러 나갈것임이 분명하여 아다다는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고 수롱이 깨어나기 전 둘둘 말아둔 돈을 가지고 바닷가에 가서 모두 버려버린다. 빨리 떠내려가지 않고 둥둥 떠있는 돈들을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아다다 등뒤로 수롱이 나타나고 바다 위에 흩어진 돈들을 보게되면서 이들은 파국을 맡게 된다.
중학생 때 읽었던 대부분의 한국문학단편집 중에 유독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 백치 아다다와 김동리의 감자였었는데 대략적인 시대상을 안다고해도 두 작품이 주는 내용이 너무 강렬하여 소설을 읽은 후 삶에 대한 허무함이 느껴져 밤잠을 못이뤘던 기억이 있다. 다시 읽게 된 '백치 아다다' 역시 그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수롱이 모아둔 돈으로 밭을 일구며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불안한 아다다의 마음이 전해져 아다다만큼이나 심장이 요동치는 기분을 느껴야했으니 몇십년이 지나도 강렬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소설이 나에게는 '백치 아다다'이다.
동시대에 비슷한 작품들을 냈던 작가들보다 계용묵 단편들은 비교적 단어의 이해가 쉬운 편이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작품마다 꽤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와 몰입하여 읽게 된다.
자본과 토지, 지주와 소농들에 대한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최서방'에서도 일년내내 등골휘게 일하였음에도 본전도 못찾고 도리어 빚을 지고마는 소농들의 팍팍한 삶은 결국 물도 설고 말도 설은 타향으로 향하게 되는 이야기에서 어느 시대나 되풀이되어지는 자본주의의 실상이 고민스럽게 다가왔다.
계용묵 단편전집 1편에서는 20편의 단편들이 다양한 시대적 이야기를 담고 있어 또한 다양한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사실 지금 2019년에는 자본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해가 간다. 황금만능주의의 정점이고, 그 정점이 계속 될 거라는 시대인데, 이 생각은 ‘과거’에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줬다. 아다다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 돈을 벌었지만, 돈 때문에 상처를 받았고, 또 그럴 조짐을 보이자 마자 그런 돈 뭉치를 던져버리는 행위는 어찌보면 아다다의 입장에선 이해가 갔다. 하지만 적어도 상대방 얘기를 조금이라도 더 들어줬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그 외에 여러 작품을 봤는데, 카페라는 단어가 작품이라는 시대에도 있다는 점은 신기했다. 또한 작품 속에서 사투리가 단편 작품 속에 있다는 점은 그 시대엔 사투리가 지금에 비해 좀 더 활성화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에 비해 시골을 좀 더 배경으로 한 건 일제 시대였지만, 산업 시대이긴 했지만 한국은 아직 덜 가졌다고 생각한다.
이 단편집을 다 담아서 책을 냈는데, 20대 초반에 쓰여진 작품도 있고, 30대에 쓰여진 작품, 그리고 40대에 쓰여진 작품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연도별로 목차를 새겨놓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