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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담론 | Paperback
김태훈 저자(글)
피플파워 · 2017년 0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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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이제껏 ‘도시 스토리텔링’을 이렇게 파고든 책은 없었다
도시의 품격을 바꾼다…자치단체장과 공무원이 먼저 읽어야 할 책

[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은 먼저 인간종 사피엔스를 통해 스토리텔링이 가진 힘을 설명한다. 원시시대부터 시작하는 도시 스토리텔링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과거, 현재, 미래 도시를 샅샅이 훑는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에 유행처럼 휘몰아친 스토리텔링을 조목조목 뜯어본다. 저자는 도시 스토리텔링이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대전의 빵집 성심당, 아일랜드 더블린, 자유의 여신상, 진주유등축제, 시간을 다스리던 달력…. 다양한 예시들은 도시학(都市學)처럼 보이는 이 책을 예상 못한 재미로 이끌고, 동시에 스토리텔링이라는 주제에 오랫동안 파고든 저자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삶과 공간에 대해 다른 시각을 틔어준다. 지역과 도시공동체, 지역의 역사와 문화, 관광, 축제, 홍보 분야에 종사하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특히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무원이 이 책을 읽으면 도시행정의 방향이 달라지고 그 도시의 품격이 높아질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태훈

김태훈

저자 김태훈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지역문화정책 분야에 뜻을 정하고 고향인 경남 창원에 돌아와 창원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공부하며 경남도민일보 공채 1기로 입사해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일하며 기획과 정책개발 및 음악산업진흥 업무 등을 두루 거쳤고, 2011년부터 다시 경남도민일보와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를 세워 마산 원도심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를 기획 추진했고, 지역과 도시 스토리텔링 관련해 대학 강의와 글쓰기, 라디오 방송 등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저서로는 [소리바다는 왜](2010), [스토리텔링 레시피](공저·2014),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2016), [지역공동체와 미디어](2017) 등이 있다.

목차

  • 프롤로그

    1장 이야기와 도시
    허구와 상상 공동
    도시의 탄생
    성과 속
    도시 스토리텔링의 정의

    2장 스토리텔링과 도시 마케팅
    조작주의적 스토리텔링
    한국의 스토리텔링 담론
    도시 마케팅의 등장
    신화 근본주의

    3장 도시 정치
    스토리텔링에 중립은 없다
    중앙정치에 발목 잡힌 지방자치
    지방자치와 도시 스토리텔링
    도시 주권을 창조하는 과정
    주권의 변화와 공간의 변화
    권력자의 도시 서울
    좋은 정치가 만드는 새로운 공간

    4장 도시의 인물
    권위가 세운 인물, 최윤덕의 예
    인물에 반영된 공동체의 가치
    민중이 세운 영웅, 그라쿠스와 전봉준
    시민이 세운 영웅, 스포츠 스타
    평범한 시민, 몰리와 애니
    우리 도시의 대표 인물은?
    기억을 붙잡는 도시
    1980년대의 민중, 21세기의 시민

    5장 도시를 이야기하는 사람들
    조이스와 파묵
    작가의 도시와 독자의 도시 사이
    영감을 재촉하는 시간의 흔적
    시민과 도시의 애착 관계
    도시 이야기? 사람 이야기!

    6장 성스러운 공간과 랜드마크
    경건한 공간이 도시의 중심
    경건한 공간을 둘러싼 갈등
    경건한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살아 있는 경건한 공간
    도시의 상징 랜드마크
    자유여신상이 품고 있는 이야기
    랜드마크에 응축된 이야기

    7장 성스러운 시간과 특별한 사건
    특별한 시간 전략과 공동체의 정체성
    시간 전략에 투영된 세계관
    혁명 정부의 무모한 시간 전략
    도시의 시간, 시민의 시간
    특별한 사건과 성스러운 시간

    8장 축제
    엉뚱하게 시작된 축제
    관광 도시? 축제 도시!
    축제는 성스러운 시간의 재현
    우리 축제는 안녕합니까?
    축제의 본질을 찾아서

    9장 문화예술과 스포츠
    에스토니아의 노래와 춤
    노래와 춤으로 확인하는 공동체의 정체성
    시민이 선택하는 문화예술
    스포츠가 창조하는 신화
    몸에 새기는 이야기
    사회체육과 공동체 네트워크

    10장 향토기업 향토음식
    자기 도시에 밀착하는 성심당
    대전과 성심당이 함께 만든 이야기
    향토 기업의 문화적 잠재력
    향토음식에 대한 도시 문화정책
    향토음식과 도시 정체성

    11장 공동체 미디어와 스토리텔링 네트워크
    대안 미디어와 공동체의 목소리
    커뮤니케이션 하부구조
    붕괴된 하부구조의 재건

    에필로그

책 속으로

도시 관계자들에게 스토리텔링은 거의 ‘맹신’에 가깝다. 스토리텔링만 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물론 우수 사례라고 불리는 곳들도 제법 있다. 서울의 북촌이라든지, 대구의 김광석 거리라든지, 통영의 동피랑이라든지, 전주의 한옥마을이라든지 사람들 입과 소셜미디어 타임라인을 오르내리며 유명세를 치르는 장소들이 그것들이다. 하지만 이들 사례를 과연 스토리텔링의 성공적인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 상권이 살아나는 것이 과연 스토리텔링의 목적이 되어야 할까?
이런 사례들과 마주할 때 나는 항상 질문한다. “스토리텔링이 과연 무엇일까?” “스토리텔링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도시를 스토리텔링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스토리텔링 계획이, 스토리텔링 사업이 도처에서 넘쳐나는 이때에, 과도한 스토리텔링이 도시 공동체에 갈등을 일으키기 시작한 이때에 우리는 이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자기 도시에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면 정말 좋은 것일까? 그 인기 때문에 임대료가 올라가면 성공이라고 평가해야 할까? (본문 8쪽)

던바의 숫자라고 불리는 150명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의미 있는 단위가 되고 있다. 조직 전문가들은 종교든, 기업이든, 군대든 150명을 기준으로 무리를 조직하고 또 관리하는 전략을 세운다. 심지어 사회적 관계를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환경에서도 이용자들의 의미 있는 관계 숫자를 평균 내보면 150명에 수렴한다. 150명은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친밀감을 느끼는 한편, 같은 편으로서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계 숫자인 셈이다.
따라서 한 무리가 이 숫자를 넘어갈 때 보통은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신흥 반체제 세력이 등장해 기존의 리더십에 반기를 든다. 기존 리더십이 그 세력을 제압하지 못하면 무리는 둘로 쪼개지든지 아니면 해체되는 수순을 밟는다. 이런 분리 현상은 강한 리더십이 작동하지 않는 종교단체나 사회 봉사단체 등에서 자주 일어난다.
만약 인간도 이 정도로 무리지어 살아간다면 20~80마리씩 무리지어 살아가는 침팬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스런’ 150명을 크게 뛰어넘는 집단을 조직하는 데 성공했다. 허구의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믿는 무리들을 조직해 본격적인 집단 생활을 시작했다. 바로 ‘도시’가 탄생한 것이다. (본문 18쪽)

이듬해인 1981년 소설과 황석영과 음악가 김종율이 함께 만든 노래극 [넋풀이-빛의 결혼식]이 탄생했다. 이 노래극은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1979년에 사망한 들불야학 동료 박기순 사이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것이었다. 바로 이 노래극에 광주 항쟁의 상징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삽입돼 있었다. 이 노래는 광주민주화운동의 노래이면서 동시에 윤상원을 기리는 노래로 오늘날까지 불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광주시민에게 윤상원이란 존재는 각별하다. 윤상원의 생가가 있는 광산구와 윤상원기녑사업회는 2016년 6월 ‘2030 윤상원 열사 기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윤상원 기념관과 윤상원민주인권시립도서관 설립, 생가 정비, 광주시내 윤상원 기념시설 설치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부산의 최동원 광주의 윤상원이라면 현재의 도시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굳이 조선시대나 그 이전의 인물을 호출하지 않아도 이 정도의 인물을 보유하고 있다면 현재 이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에 동일한 울림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이 살았던 삶, 실천했던 행동들이라면 도시공동체가 함께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를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본문 109쪽)

역설적이게도 진주 남강유등축제의 유료화 파동은 진주시민은 물론 인근 지역민들에게도 축제의 본질을 묻는 중요한 기회가 됐다. 축제를 왜 하는지? 축제의 주인이 과연 누구인지? 축제는 어떻게 준비되고 진행되어야 하는지? 거리에서 시민들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토론회가 열리고 사례들이 수집됐다. 이듬해 진주시는 유료화 정책을 고수했지만 가림막은 대폭 완화했다. 유등축제 유료화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논쟁은 진주 시민 스스로 자존심을 회복했다고 느낄 때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현재 우리나라 도시 축제들이 노정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은 축제를 ‘도시 마케팅’의 도구로 바라보기 때문에 발생한다. 도시마케팅은 원래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아래에서 글로벌 금융과 다국적 기업을 자기 도시에 유치하기 벌이는 홍보 및 프로모션 활동을 가리킨다. 글로벌 자본을 상대로 이런 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도시는 사실 지구상에 많지 않다. 최소한 인구 천만을 넘나드는 메트로폴리탄 도시들이 이 대열에 서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마케팅을 해낼 수 있는

출판사 서평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장의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담론’
20년 차 유행어 ‘스토리텔링’은 도시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았나

‘이야기 듣기’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시작된다. 부모는 아이에게 말을 걸고, 동화책을 읽어준다. 아이는 태어난 후에도 늘 이야기와 함께 자란다. 할아버지, 할머니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그 시절 이야기를 습득한다. 이렇게 오고 가는 이야기는 세대를 통하고 연결해 끈끈한 이야기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결속한 공동체 중 ‘도시’라는 공유 영역을 디디고 사는 사람들은 도시 공동체가 된다. 선택이 아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들은 도시와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간다.

[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은 행복한 도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 도시 스토리텔링, 학문적 용어 같아 왠지 어렵게 느껴진다.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도시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이 생소한 이라도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도시 스토리텔링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를 저자는 정돈된 문체로 꼼꼼히 풀어냈다. 책장을 넘길수록 흡입력이 더해진다. 읽다 보면 도시 스토리텔링이 나와 동떨어진 주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도시라는 공간에 기대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우리가 사는 도시, 바로 나의 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실 유등 축제를 전면 유료화한다는 방침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의견은 엇비슷하게 갈렸다. 지난 몇 년 간 교통 문제로 시민 전체가 워낙 고생을 해온 터라 유료화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러나 그 유료화에 가림막까지 포함됐을 거라고 예상한 시민은 거의 없었다. 워낙 난데없었던 만큼 시민들의 불만과 반대도 거세게 일어났다. 단순히 가림막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가림막은 돈의 논리에 포획된 오늘날의 축제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했고, 적지 않은 시민들이 그 앞에서 모욕감을 느꼈다.’

저자는 도시를 휘감고 있는 스토리텔링을 조목조목 짚어 낸다. 이야깃거리가 자연스럽게 도시와 어우러진 사례와 그렇지 못한 억지스러운 사례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이처럼 성심당은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대전에 집착한다.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해달라는 요청을 직접 받고도 고사한 이유 또한 대전에 기반을 둔 성심당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대신 성심당은 대전 소재의 롯데백화점과 대전역에 분점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분점을 내더라도 대전을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윤덕 장상을 대하는 창원시민들의 정서는 대체로 뜨악하다.…조선시대 초기에 활약한 장군에게서 21세기를 사는 창원시민들이 정서적인 공감대를 찾기가 어려워서다. 창원시민들은 단지 창원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사람’으로 여기지는 않는 것 같다.’

경제적 가치에 밀려 어마어마한 이야깃거리가 사라져버린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

‘지난 42년간 한일합섬을 거쳐간 누이들 숫자를 모두 합치면 몇 명이나 될까? 모르긴 해도 최소 10만 명은 넘지 않을까? 이들이 공장 일을 그만두고 꾸린 가정도 수만 개에 이르지 않을까? 그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과 관계들이 만들어 냈을 법한 이야기들을 한 번 상상해보자.…안타깝게도 마산시는 한일합섬이라는 시간의 흔적을 도시에 남기는 데 실패했다. 이야기의 흐름은 단절됐고 수많은 이야기 씨앗들은 허공에 흩어져버렸다.’

도시에 이야기 하나가 안착하는 건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억지로 붙인다고 붙지도 않는다. 도시와 시민이 상호작용을 하며 배어 나온 이야기라면 억지 부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우리나라 도시들이 추구해야 할 랜드마크 정책도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오일머니로 중무장한 사우디 제다의 킹덤 타워와 높이 경쟁을 계속 하기 보다는, 스페인 빌바오처럼 낯설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만 집중하기보다는, 자유의 여신상이나 더블린의 첨탑처럼 공동체가 간직한 이야기들을 응축하는 새로운 상징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나라 도시들에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20년 차 유행어인 ‘스토리텔링’. 도시는 여전히 스토리텔링을 맹신한다. 저자는 이제 방법을 바꾸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스토리텔링 덕분에 누구의 삶이 나아졌는지, 시민인가 자본인가? 아니면 권력과 자본이 결합한 토호인가? 스토리텔링이 돈벌이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경제적 효과는 나중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면 좋을 일이다. 스토리텔링은 마술봉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이 당장 도시를 반짝거리게 해줄 거라는 기대를 버리라고 저자는 꼬집는다. 대신 수년간의 스토리텔링 연구를 통해 정리한 노하우를 전한다.

도시 스토리텔링에 대해 저자가 이토록 꾸준히 얘기하는 이유는 하나다. 도시 스토리텔링은 시민의 삶에 바로 닿아있기 때문이다. 삶의 질에 도시 스토리텔링이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도시 스토리텔링을 활용해야 한다고 저자는 외친다.

지역과 도시공동체, 지역의 역사와 문화, 관광, 축제, 홍보 분야에 종사하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특히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무원이 이 책을 읽으면 도시행정의 방향이 달라지고 그 도시의 품격이 높아질 것이다. 그 행정을 감시·비판하는 지역신문 기자들도 꼭 봐야 할 책.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86351154
발행(출시)일자 2017년 06월 12일
쪽수 296쪽
크기
146 * 211 * 18 mm / 418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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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고장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살기에 나쁘진 않았으나 도심에서 멀다는 이유로 집값이 저렴했다.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몇 해 전부터 대형 공연장 등 문화시설 유치에 성공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정부의 공식 발표가 이어졌고,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부동산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과거보다 지역에서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의 가짓수가 증가한다는 건 분명 장점일 것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과연 그 문화라 하는 것이 지역주민이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타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지금의 고요한 분위기를 해하는 결과를 낳는다면 집값이 올라갔다며 마냥 좋아할 수 없을 것이다. 만에 하나 시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흉물마냥 전락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선 안 되겠지만 그러지 말란 법은 없다.
2010년을 넘어오면서 곳곳에서 파괴된 마을공동체의 회복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 3인 이상만 모이면 공모 등을 통해 자신들이 하고픈 사업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지역 내 새로운 분위기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 존재했다. 한 모임, 한 사람이 행한 것이 정답마냥 퍼져나갔다. 너도나도 마을을 가꾸겠다며 벽화 그리기 사업을 펼친 것이 한 예다. 개개인이 자신의 집 담벼락을 공공을 위해 내어주는 과정이 쉬웠을 리 없다. 문제는 그렇게 완성된 벽화가 불과 2-3년 안에 훼손된다는 점에 있다. 주인의식을 갖고 이를 돌보는 사람이 많지 않고, 혹 그런 주체가 명확하더라도 관리에 적잖은 비용이 필요하다. 지역 주민의 참여에 의해 탄생했으나 왠지 이는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 회복은 아니지 싶다.
생태계는 다양성을 지녔을 때 건강할 수 있다. 도시 또한 마찬가지다.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는 심심하다. 모든 건물의 생김새가 비슷하고,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의 생활 패턴이 그러하다. 무엇보다도 도시의 생성 과정에서 기존의 자생적으로 이루어지던 많은 움직임들이 뿌리 뽑혔다. 아무런 스토리도 간직하지 아니 한 도시, 폭력 위에 싹 튼 도시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음이 안타깝다.
저자는 스토리를 만들고자 각 지자체가 힘 쏟고 있는 현실을 주목했다. 안타깝지만 그의 눈에, 아니 대다수의 시선에 우리의 도시는 스토리텔링을 하기에 그저 약하디 약해 보일 따름이다. 일단 모든 것이 중앙이 너무도 편중돼 있는 현실이 문제다. 중앙에서 지방의 실정을 고려치 않은 채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에 옮긴다. 70년대 우리 사회를 급격히 발전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는 새마을 운동의 경우 친 군부적인 인물들이 대거 지방에 안착하는 계기가 됐다. 시키면 한다는 군인 정신에 입각해 이식한 문화는 그간 지역에 존재했던 다양한 목소리를 앗아갔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선거로 선출하는 제도가 도입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지방자치는 요원하다. 재정자립도가 낮아 중앙정부에 손을 벌려야 하는 지역일수록 독자적으로 지역 특색을 고려한 정책을 펼치기란 힘들다. 중앙의 눈치를 보고 중앙의 요구에 응할 때 비로소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자치가 아니다.
성공 이데올로기에 대한 열띤 욕구 또한 도시의 스토리텔링은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저자는 창원시가 최윤덕 장군을 내세운 걸 사례로 꼬집었다. 창원은 최윤덕 장군이 태어난 장소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구나 최윤덕 장군이 활약한 시대는 조선 초기다. 오늘날로부터 너무나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다 보니 지역 주민들의 최윤덕 장군에 대한 이해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이나 오르한 파묵의 이스탄불과 비교했을 때 최윤덕은 창원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오늘날 곳곳에 도입되고 있는 축제를 볼 때도 이러한 시선은 지양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렸으며 상권에서 축제기간 동안 얼마의 매출을 올렸는지를 통해 우리는 축제의 성패를 평가한다. 허나 그와 같은 수치에 지역 주민의 삶까지 담아낼 순 없다. 스페인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토마토 축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역 주민들이 축제를 진정으로 즐겼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한 움직임이 스토리텔링을 이끌 원동력이라고 예측했다. 중앙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는 소식을 메인으로 뽑아낼 수 있는 지역 미디어는 지역 주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줄 것이다. 지역 미디어가 생성한 뉴스를 접하며 성장한 이들은 공동의 스토리를 나누며 하나의 도시 안에서 응집력을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시간이 얼마가 필요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새로운 움직임에는 어김없이 반작용이 따르듯 이 또한 반대와 우려의 역풍을 받고 더디 행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 옳은 방향을 향해 걷고 있다고 믿고 싶다. 지금은 비록 혼자일 수도 있으나, 걷다 보면 언젠가 서로가 만날 수 있는 날이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굳건히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내 안의 이야기도 도시의 풍성한 스토리를 일구는 자양분으로 작용하는 그 날, 비로소 우린 파편화된 개인이 아닌 ‘공동체’에 속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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