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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

홍시커뮤니케이션 · 2015년 12월 30일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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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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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부터 팝업스토어까지, 도시의 작은 랜드마크 파빌리온의 기능을 찾아서!
『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는 천막부터 누정, 현대미술에서 팝업 스토어까지 다양성과 깊은 역사성을 지닌 파빌리온을 재발견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파빌리온은 우리 주변의 크고 작은 건축 유형을 통해 흔히 만날 수 있지만 대중들에게 파빌리온이라는 개념은 낯설다. 그래서 저자들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파빌리온 사례들을 드러내고 그것들이 비추는 이야기들을 풀어 주었다. 아울러 파빌리온의 문화사, 이 땅의 파빌리온 역사, 건축, 미술, 디자인계의 핫이슈가 된 오늘의 파빌리온까지 들려준다. 책은 150컷 이상의 도판을 수록해 다양한 파빌리온 형태를 소개하고 있으며 매그넘 작가 요나스 벤딕센, 건축 사진가 이완 반 등의 사진 ‘작품’을 포함해 볼거리도 풍부하게 수록했다.

작가정보

저자(글) 송하엽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조건영의 기산건축사무소와 건설 현장에서 수련 후 미시건대학교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 [파사드 포쉐: 창-벽의 기능적 표상]으로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필라델피아에서 스튜디오 강사를 하며 건축가로 활동했으며 현재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대안건축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역서로 [표면으로 읽는 건축](2009)이 있으며, 저서로 [랜드마크: 도시들 경쟁하다](2014), [전환기의 한국 건축과 4.3 그룹](2014, 공저)이 있다. 2014~2015년 서울건축문화제에서 [담박소쇄노들: 여름건축학교], [한강감정: 한강건축상상전]을 기획했다.

저자(글) 최춘웅

최춘웅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최춘웅은 건축과 무대미술을 공부했다. 가운데보다 테두리를 좋아하고 명백한 것보다 오묘한 것을 좋아하며, 좋은 건축을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믿는 흐릿한 태도 때문에 늘 고민하는 시간이 작업하는 시간보다 많다. 공장, 농장, 학교, 집 등 건물도 설계하지만 임시적 설치 작업도 건축이라고 믿고 열심히 만든다. 최근 아트선재 건축프로젝트 [출구전략]을 전시했고, 일민미술관 [기둥서점], 기무사 [무위를 위한 초대]를 선보였다. 옛 배수펌프장 자리에 아티스트 김소라와 협력하여 [소행성 G]라는 파빌리온도 만들었다. 현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글) 김영민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조경과 건축을 공부하고 하버드디자인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조경설계회사 SWA Group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번역서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 있으며 근대에 등장한 상업적 공원의 사회적 의미를 고찰한 [공원을 읽다]를 포함 [용산공원], [조경관] 등을 비롯한 다수의 공저가 있다. 지금까지 도시를 경관의 맥락에서 다루고자 하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중심으로 학술 연구를 진행해 왔고, 대표적인 연구 프로젝트로는 ‘용산공원 종합기본계획 보완방안’이 있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국내외 다수의 공모전과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다양한 방면의 실천을 이론과 함께 병행하고 있다.

저자(글) 소현수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서울시립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조경을 공부한 뒤 이원조경과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에서 실무 후 조경기술사를 취득하였다. 우리 선조의 삶이 축적된 결과물인 전통경관을 생태학적으로 해석하는 전통생태학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저로 [오늘, 옛 경관을 다시 읽다]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조경설계 키워드 52]에는 우리나라 전통조경에 대한 원고를 작성하고 첨부하였다. 학술 논문으로서 [누정원림을 통해 본 전통요소의 생태적 해석]과 [차경을 통해 본 소쇄원 원림의 구조]는 파빌리온으로 전통 정자를 이해하고자 하는 관점과 관련된 연구이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에서 조경사造景史와 조경미학을 가르치며 역사문화경관연구실을 운영하면서 오늘날 조경 현장에서 전통경관의 역할 찾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저자(글) 조수진

대안건축연구실 연구원
조수진은 중앙대학교 건축학부를 졸업하고 친환경 건축 관련 실무 경험을 쌓은 후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파빌리온을 일종의 설치건축의 영역에서 바라본 [인스톨레이션 건축: 시간성, 유연성, 윤리성의 특징에 대한 연구] 논문으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건축과 대중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여러 연구 및 전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일상 공간에 설치되는 건축 형태에 관심이 많다. 설치건축, 랜드마크 등을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저자(글) 정다영

정다영

저자 정다영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정다영은 건축과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월간 [공간]에서 건축 전문 기자로 일했다. 2011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재직하며 건축 부문 전시 기획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젊은건축가포럼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기획한 전시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첫 번째 파빌리온 프로젝트인 [아트폴리 큐브릭](2012)을 비롯,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2013),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2014), [장소의 재탄생](도코모모코리아와 공동기획, 2014), [아키토피아의 실험](2015) 등이 있다. 화이트 큐브를 벗어난 장소에서의 건축 전시에도 관심이 많으며, 그 일환으로 프로젝트 팀으로 참여한 전시 [어반 매니페스토 2024](서촌 일대, 2014)를 공동기획했다.

저자(글) 함성호

함성호

시인.건축설계사무소 EON 대표
함성호는 강원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곽재환의 [맥], [공간] 등에서 건축설계 실무를 하고 2000년 EON을 설립했다. 1990년 [문학과 사회] 여름호에 시를 발표했으며, 1991년 [공간] 건축평론 신인상을 받았다. 시집으로 [56억 7천만 년의 고독], [성타즈마할], [너무 아름다운 병], [키르티무카]가 있으며, 티베트 기행산문집 [허무의 기록], 만화비평집 [만화당 인생], 건축평론집 [건축의 스트레스], [당신을 위해 지은 집], [철학으로 읽는 옛집], [반하는 건축],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을 썼다. 현재 건축설계사무소 EON 대표.

저자(글) 조현정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조현정은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남가주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전후 일본의 건축과 시각문화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3년부터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로 부임해 미술사와 건축사를 가르치고 있다. 박람회 건축을 포함해, 건축과 미술의 교류, 재난과 건축, 한일 예술 교류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자(글) 이수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이수연은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하였다. 사무소(SAMUSO)를 거쳐 2008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재직하였다. 2015년부터 코넬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에 합류하여 동시대 미디어 아트와 영화, 퍼포먼스 등 예술 외연의 확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0년 국립현대미술관 미디어 소장품 전시 [조용한 행성의 바깥]에 이어 2011년 [청계천 프로젝트], [소통의 기술: 안리살라, 함양아, 필립 파레노, 호르헤 파르도], 2012년 영국 헤이워드 갤러리와 함께 진행한 퍼포먼스 전시 [MOVE] 및 2013년 3개년 독일?한국 간 국제예술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된 전시 [Korea-NRW 예술 교류 전시]를 기획하였다.

저자(글) 김희정

독립 큐레이터
김희정은 한국과 영국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현재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건축이 도시와 대중들에게 일상화되어 스스로 외연을 넓히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파빌리온은 그 고민의 씨앗으로 졸업 논문의 주제가 되었다. 공간, 도시, 기억을 키워드로 순간의 건축이 영원으로 기억되는 파빌리온에 관한 내용을 담은 [포스트 파빌리온: 이벤트 및 비엔날레에서 건축의 역할과 그 이후]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젊은건축가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공동기획한 전시로 [어반 유토피안 리빙](aA디자인뮤지엄, 2013), [큐리어스 키친](구슬모아당구장, 2014), [어반 매니페스토 2024]전이 있다.

저자(글) 최장원

건축사무소 건축농장 소장
최장원은 중앙대학교 건축학과와 컬럼비아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2013년에 건축사무소 건축농장을 설립하여 디자인과 예술 분야에서 건축과의 소통방식을 탐구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뉴욕현대미술관, 현대카드가 공동주최한 ‘젊은건축가프로그램’ 첫번째 당선 작가(프로젝트 팀 문지방)로 선정되어 [신선놀음](2014)이라는 파빌리온을 선보였다. 광화문 광장에 난민주간을 기념하기 위한 [점들의 이야기 축제](2013)를 제안했으며, [재료의 건축/건축의 재료](금호미술관, 2015)전에 파빌리온 작가로 참여했으며 [이영희 바람: 바램](동대문디자인플라자, 2015)전 공간기획을 맡았다. [주말예술농장] 프로젝트로 2015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2015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건축부문]을 수상하였다.

기획 파레르곤 포럼

파레르곤(parergon) 포럼은 ‘주변부’를 뜻하는 이름대로 대안적인 건축 활동을 모색하는 학자, 건축가, 큐레이터가 모인 연구 모임이다. 건축의 영역을 확장하는 매체와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주류 건축의 대안으로서 파빌리온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도시의 결핍을 채우고, 매개자의 역할을 하는 이 작고도 약한 장소의 가능성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이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 건축, 미술, 조경 분야의 전문가 여러분을 초대해 이 책을 기획하고 함께 쓰기로 했다.

목차

  • 프롤로그. 파빌리온은 도시의 작은 랜드마크다 (파레르곤 포럼)

    1부. 역사의 파빌리온: 잊혀진 기억과 정신

    1. 황제의 파빌리온부터 은둔자의 오두막까지 (송하엽)
    2. 폴리: 욕망의 피신처에서 저항의 매개체로 (최춘웅)

    2부. 우리의 파빌리온: 파빌리온과 문화

    3. 누정의 역설: 무위의 경계에서 인위를 얻다 (김영민, 소현수)
    4. 가건물의 시대: 판자촌에서 모델하우스까지 (정다영, 조수진)
    5. 기억의 場: 中의 공간, 空의 가능성 (함성호)

    3부. 진화하는 파빌리온: 이벤트에서 성찰로

    6. 만국박람회와 파빌리온 (조현정)
    7. 미술과 파빌리온: 마주하는 경계 (이수연)
    8. 파빌리온에 비친 시대의 자화상 (김희정, 최장원)

    에필로그. 도시에 저항하는 돈키호테 (송하엽)

출판사 서평

도시의 ‘작은 랜드마크’로 각광받고 있는 파빌리온의 역사와 가능성과 재미를 꿰뚫는 단 한 권의 책!
의미충만한 21세기의 인문학, 파빌리온을 읽다.


그것은 광화문 광장의 천막이기도 하고 19세기 중반 유럽을 깜짝 놀라게 한 건축물 수정궁(Crystal Palace)이기도 하다. 파리의 상징 에펠탑도 원래는 그것이었다. 동양의 누각과 정자는 우리의 일상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그것의 일종이다. 그것들 모두가 파빌리온(pavilion)의 하나다.
『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는 천막부터 누정, 현대미술에서 팝업 스토어까지 다양성과 깊은 역사성을 지닌 파빌리온을 재발견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파빌리온의 문화사, 이 땅의 파빌리온 역사, 건축, 미술, 디자인계의 핫이슈가 된 오늘의 파빌리온까지 거의 모든 면을 이야기한다. 『랜드마크; 도시들 경쟁하다』의 저자 송하엽, 시인이자 건축가인 함성호, 카이스트 인문학부의 조현정 교수,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이수연,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에 [신선놀음]이라는 파빌리온을 설치한 건축가 최장원 등 파빌리온에 관해 할말이 있는 저자 11명이 이 책을 함께 썼다.
파빌리온은 우리 주변의 크고 작은 건축 유형을 통해 흔히 만날 수 있지만 대중에게 파빌리온이라는 개념은 아직 낯설다. 그래서 저자들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파빌리온 사례들을 드러내고 그것들이 비추는 이야기들을 풀어 주었다. 150컷 이상의 도판을 수록해 다양한 파빌리온 형태를 소개하고 있으며 매그넘 작가 요나스 벤딕센, 건축 사진가 이완 반 등의 사진 ‘작품’을 포함하여 보는 맛도 있는 책이다.
친숙해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파빌리온은 이 책을 통해 진면목을 보여 준다. 『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는 도시의 작은 ‘랜드마크’로 각광받고 있는 파빌리온의 역사성과 가능성과 재미를 읽는 단 한 권의 책이다.

중세의 천막부터 도심의 팝업 스토어까지, 파빌리온은 역사다

1520년 6월 7일부터 24일 사이 영국의 헨리 8세와 프랑스의 프란시스 1세가 양국 간의 평화협정을 기념하기 위한 만남을 가졌다. 일종의 정상회담을 위해 성대한 의전이 준비되었는데 왕실은 물론 귀족, 성직자, 군인 등 참여 인원의 규모도 어마어마했다(헨리 8세의 수행을 위해 3,997명, 말 2,087필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이 만남을 위해 많은 임시 구조물, 즉 파빌리온이 만들어져야 했는데 화려하기가 ‘황금 천의 캠프(The Field of the Cloth of Gold)’라고 부를 정도였다. 16세기 기록화(본문 44-45쪽 도판)를 보면 영국 국왕을 따르는 긴 행렬 가운데 번쩍이는 천막 구조물이 눈부시다.
서양에 파빌리온이 있다면 동양에는 누각과 정자가 있다. 기원전 5세기경 주나라의 역사서에 제후들이 유희의 장소로서 정원에 누각이나 정자를 꾸미는 대목이 자주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유사』에 신라와 백제의 왕들이 궁궐에 정원을 조성하고 정자와 누각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처음 등장한다. 기록을 보면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누정의 수는 크게 증가하는데 조선 초기인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된 누정의 수 60개는 조선 후기의 『여지도서』에 이르면 1,023개에 이른다. (본문 80쪽)
1982년 워싱턴 D.C에 마야 린(Maya Lin)이 설치한 대작 기념비 [베트남 참전용사비Vietnam Veterans Memorial]는 전쟁으로 죽어간 병사들의 이름을 새겨 넣은 작업이다. 조각과 건축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위치한 이 기념비는 설치 과정부터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전쟁을 영광과 숭고함으로 윤색하는 통상적인 기념비와 달리 마야 린의 작업은 전쟁의 상처를 현재화시키는 논쟁적인 작업이었다. [베트남 참전용사비]는 조각이면서 동시에 전쟁을 겪은 이들이 돌아와서 최종적으로 살게 되는 집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곱씹고 잃어버렸던 감각을 되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업은 최근 뜨겁게 조명받고 있는 파빌리온들의 경향과 맥을 같이 한다. (본문 168쪽-171쪽)
중세 유럽 왕실의 텐트, 동양의 누정, 현대미술…… 이처럼 파빌리온이라는 전통을 이루는 건축 형태는 서로 무관한 듯 보일 정도이며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파빌리온은 무엇일까? 파빌리온의 원래 의미는 온전한 건축물이 아닌 가설 건물이나 임시 구조체를 뜻한다. 영구적인 건축물이 아니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모호하고 용도가 변화무쌍하다. 이 책에서 파빌리온의 기원과 근대 이전의 역사를 개괄한 [황제의 파빌리온부터 은둔자의 오두막까지]에서는 간단히 ‘보자기’에 비유한다.

“파빌리온은 일종의 보자기 같은 것이다. 태곳적부터 아끼는 물건을 감싸는 데 가죽이나 보자기를 사용해 왔듯이 파빌리온이라는 구조물은 그 아래 사람을 위한 것으로 재빨리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천막이나 커튼 같은 것 말이다. 사람의 몸을 보호하는 것은 옷, 물건을 감싸는 것은 보자기, 임시적으로 사람들이 햇빛과 비를 피하는 것은 천막이나 우산이다. 즉, 태곳적부터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가건물은 시작된 것이다. 넓은 나뭇잎, 부드러운 가죽, 실로 짠 옷, 천막 등이 가장 먼저 찾아지는 손쉬운 소재들이다. 파빌리온은 이렇게 가벼운 재료들이 나무와 돌 같은 기둥들에 걸쳐져서 그 아래 사람이 서/앉아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파빌리온의 실체는 천이 매달린 기둥 있는 침대와 거의 비슷했다. 그 아래 왕이나 종교 지도자가 앉거나, 시장 좌판이 벌어지며, 사람들이 앉아 얘기를 나누고, 또한 축제의 장이 되는 모습이었다. 마치 위에서 보면 천으로 된 파빌리온이 사람들을 보자기처럼 가려 주고 있는 형국이었다.” - [황제의 파빌리온부터 은둔자의 오두막까지], 29쪽

알렉산더의 텐트, 교황의 캐노피, 상여, 18세기 영국 정원의 신비주의의 오두막,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로맨틱한 장소로 등장한 파빌리온 등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그 임시성에서 비롯된 유희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임시성과 유희성은 합리성과 추상미를 추구하는 근대건축에서는 배제의 대상이 된다. 유럽 정원의 작은 쉼터인 폴리(folly)가 20세기 들어 잊혀진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던 폴리는 20세기 후반 들어 공공적 기능을 담아 부활하게 된다. 이 책은 20세기 후반 들어 주목되는 폴리를 가장자리 건축(margin architecture), 임시건축(temporary architecture), 구호건축(philanthropic architecture)의 유형으로 나눠 조망해 보인다.

이동시청부터 신선놀음까지, 파빌리온은 삶과 문화다

왕과 귀족에게 임시건축은 유희의 공간이었겠지만 가난한 서민에게는 벗어나고 싶은 절망의 장소가 된다. 작가 김훈의 자전적 에세이 [가건물의 시대 속에서]의 배경이 되는 부산의 판자촌이 그렇다. 이 책은 전후 산업화 시대 동안 우리와 함께한 파빌리온 유형들인 판자촌, 이동시청, 쿤스트디스코, 모델하우스를 되돌아본다. 파빌리온은 “우리 현실을 아주 투명한 거울처럼 비춘다.”
책은 세 가지 큰 줄기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역사의 파빌리온: 잊혀진 기억과 정신]에서는 주로 현대적인 영역에서만 해석되었던 파빌리온의 역사적 기원을 들추고 그것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본다. 또한 주류 건축의 대안적 공간으로서 파빌리온이 담고 있는 정신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들여다보았다. 2부 [우리의 파빌리온: 파빌리온과 문화]는 파빌리온이 단순히 현대적인 산물이거나 서양의 그것만은 아님을, 파빌리온이 내재한 본질적 특성들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서 물리적으로 혹은 정서적으로 안착되었는지 살펴본다. 조선시대의 정자에서, 1960~70년대 국가 개조와 개발 붐 속에서 피어오른 가건물에 대한 이야기와 2010년 광주 구도심 재생을 위해 기획된 광주폴리까지 우리 땅에 자리 잡은 파빌리온의 흔적들과 의미를 들춰본다. 3부 [진화하는 파빌리온: 이벤트에서 성찰로]에서는 파빌리온이 박람회 국가관처럼 특정 목적을 소화하는 효율적인 구조체에서 저항의 도구이자 여러 분야의 경계를 확장하는 매개체로서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자체가 성찰을 위한 도구이자 도시의 소규모 랜드마크로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 최근 사례들을 통해 살펴본다.
저자들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파빌리온 사례들을 드러내고 그것들이 비추는 이야기들을 풀어 주었다. 글에 등장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가 담고 있는 시대정신과 배경들은 당시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는 또 다른 거울이기도 하다.

도시에 저항하는 돈키호테, 파빌리온의 메시지에 주목하라

“도시에 일정기간 설치되었다가 없어지는 파빌리온은 다른 건물에 비해서 자유롭다. 만국박람회의 파빌리온은 한 나라의 기술과 표현을 집약하고, 도시의 심장부에 일시적으로 설치되는 파빌리온은 익명적인 도시의 시스템과는 다른 색다른 감정을 유발하는 장치로서, 때로는 돈키호테 같은 익살스런 무모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표현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저항의 매개체가 되며, 재난이 있을 때 사람들을 돕는 틀이 되기도 한다. 파빌리온은 자연과 도시 시스템의 흐름 속에 생기지 않는 창조적인 행위를 유발하며 도시에 여러 감정을 채운다.” - [에필로그: 도시에 저항하는 돈키호테], 235쪽

건축가들은 빌딩이나 집과 같은 건물에 쉽게 하지 못하는 건축적 실험을 파빌리온에서 감행한다. 이 책을 기획한 건축 연구모임인 ‘파레르곤 포럼’은 “이 작고도 약한 장소의 가능성을 찾아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만든 파빌리온들(렘 콜하스의 서울 [프라다 트랜스포머], 자하 하디드의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도 잠시 설치되었다 철거되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파빌리온은 작고도 약한 장소이며 그래서 자세히 알게 되면 애틋해 보이기도 한다. 그 작고도 약한 장소로서 파빌리온이 가진 역설적인 힘을 드러내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고 한다. 개발 무용론이란 말도 들린다. 이런 시대에 파빌리온은 작은 시도, 작은 구조의 중요성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키며 오늘날 주목받고 있다. 도시의 포장마차, ‘젊은건축가’들의 파빌리온 작업들, 논쟁적인 광주폴리, 번화가의 팝업스토어 등 일상 속의 무수한 파빌리온들의 공공적 역할이 커지고 있다. 가건물이었다가 파리의 상징이 된 에펠탑도 있지만 이벤트 이후의 용도가 고려되지 않아 민망하게 남아 있을 뿐인 여수 엑스포 한국관은 반면교사격이다. 과연 파빌리온은 어떻게 우리 곁에 자리매김해야 할까?
『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가 마지막으로 소개한 파빌리온은 남극기지 [핼리 VI]다. 얼음 위에 건설되어야 하는 열악한 건축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1967년 이래 진화를 거듭해 6세대에 이른 [핼리]는 스키발 구조(ski base structure)를 채택한다. 수시로 이동하는 얼음 지반 위에서 지속가능한 기지로 존재하기 위해 파빌리온 특유의 이동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왜 지금 파빌리온이 주목되는지 남극기지 [핼리]는 선명히 대답하는 파빌리온 중 하나다. 누구나 변화를 말하는 시대에 실상은 구호에 그치기 십상이지만 파빌리온은 특유의 가변성으로 차가운 도시에 다양한 감정을 불어넣으며 작은 랜드마크로 제 역할을 해내곤 한다. 『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는 파빌리온이라는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최초의 책이며, 파빌리온이란 (동네 정자처럼) 그 속에서 즐겨 볼 만한 흥미로운 장소이며, (반 시게루의 종이 보호소처럼) 사회에 기여하는 공공재이며, (21세기 엑스포 파빌리온들처럼) 꼭 읽어야 할 인문학임을 공감케 할 것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86198148
발행(출시)일자 2015년 12월 30일
쪽수 252쪽
크기
150 * 218 mm / 366 g
총권수 1권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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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파빌리온의 역사가 생각보다 깊고 그 기능들이 시대와 함께 변화해 왔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파빌리온처럼 임시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 참 와닿는다. 또 유토피아적인 파빌리온이 언젠가는 없어져야 할 한계를 가진 임시 건축이라는 점 또한 매우 매력적이다. 이 책은 파빌리온은 우리 도시에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건강한 메시지로 도시가 풍요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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