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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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남긴 삶의 흔적을 엿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외국과 교역이 활발했던 항구도시일수록 이문화 유입에 의한 문화적 충돌과 문화적 변이가 많았다. 이는 새로운 다양성과 혼종성을 낳으며 항구도시를 역동적인 곳으로 이끌었다. 조선시대 이후 오늘날까지 한반도 최대의 대외교역항으로서 기능하는 부산항은 이 점에서 항구도시가 갖춘 다양성과 혼종성, 개방성과 포용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세계적인 항구도시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부산항 역시 물리적인 항만시설의 확충만으로 성장할 수는 없었다. 바다와 관련된 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 헌신이 있었기에 부산항은 오늘날의 세계적인 항구도시가 될 수 있었다. 이 점에서 부산항을 세계적인 항구도시로 성장케 하는데 자신의 삶을 바쳤던 바다 사람들을 이제는 올바르게 평가하며 새롭게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총서 (10)
작가정보
저자(글) 부산문화재단 사람 기술 문화 총서 편집위원회
김한근(향토사학자)
박희진(사진가)
반민순(시나리오 작가)
배길남(소설가)
오지은(디자이너)
최원준(시인)
글쓴이
김승(교수)
오지은(디자이너)
김정화(K스토리연구소 대표)
김수우(시인)
김병용(작가)
서경원(작가)
반민순(시나리오 작가)
이현주(미술사학자)
박현주(북칼럼니스트)
김한근(향토사학자)
배길남(소설가)
김성환(작가)
박희진(교수)
원성만(작가)
이용득(부산세관박물관장)
목차
- 총론
부산은 항구도시다 · 김승
1. 부산항에 뿌리내리다
부두에서 시작된 청춘 · 오지은
부산을 들어 올린 거대한 손 · 김정화
수만 톤의 큰 배와 한 몸이 되는 순간 환희를 느낍니다 · 김수우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수상택시 · 김병용
영도 수리조선소와 인간의 애환 · 서경원
2. 바다 위에서 사는 사람들
선원이 뿌리내릴 곳은 세상 어디쯤일까 · 반민순
한 길 사람 속은 몰라도 열 길 물속은 안다 · 이현주
새벽을 여는 사람 · 박현주
역사가 깃든 충무동 여인숙 골목 · 김한근
3. 경계를 넘나들다
부산항에서 출항한 원양산업 · 배길남
부산항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는가? · 김성환
유행(流行)의 시작, 부산항 · 박희진
해상안전 지킴이, 선박교통관제사 · 원성만
부산항 야사
쫓고 쫓기는 사람들 · 이용득
부록
부산항의 역사 · 김한근
책 속으로
“생각해 봐. 배 안에서 장정들이 석탄을 삽으로 퍼 담는데 그 양이 톤 단위면, 육체 노동량을 엄청 필요로 하는 거지. 거기다 삽으로 마대에 퍼 담을 때 가루가 날리고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가루가 얼굴에 묻으니 숨쉬기가 힘들었어. 나는 나대로 석탄 운반량이랑 작업자들 운반량, 적재 과정들을 감시하면서 여러 가지 지시를 해야 하니까 말을 할 때마다 가루가 입으로 들어가. 나중에는 가루가 씹히는 거야. 운반할 때는 또 어떻고. 부두에 바람이 많이 부니까 석탄이 날려서 작업하는 사람들은 눈, 이만 하얗고 이래저래 모두 새까맣게 됐지. 그러니 가루가 눈, 코, 입으로 얼마나 들어갔겠어. 세멘도 그렇고 석고 가루도. 아이고!" - 39p
"일할 때 피곤하긴 하지만 보람도 있습니다. 공장에서 밤에 잠도 안 자고 만들어낸 제품을 안전하게 배에 잘 싣거나 배에서 내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습니다. 작업을 다 마치고 만선 후 배 밧줄을 푸는 순간을 출항 시간이라고 하는데, 배가 출항할 때 보면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고 가장 보람차요. 허치슨에 들어와서 내 가족이 안전하게 잘 생활할 수 있었다는 게 고맙고, 직장 다니면서 IMF가 왔는지도 모르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는 것도 고맙지요." - 57p
“고도의 긴장과 판단력이 만들어내는 집중이 절대적입니다. 거대 선박들이 바로 내 몸처럼 여겨지지요. 접안시킬 때 어마어마한 철판의 미세함을 감지하는 순간이 매우 중요합니다. 마치 내 몸처럼 작은 진동을 감지하고 미세 조정을 통해 부두에 평행으로 부드럽게 접안할 때 거의 예술적인 희열을 느끼지요. 선장이 배를 조선하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선장은 대체적으로 외항의 넓은 수역에서 조선을 담당하지만 도선사는 항내 좁은 수역에서 아주 미세하게 조선하지요. 수만 톤 선박이 내 몸과 하나 되는 순간엔 두려움을 이겨내는 큰 담력도 필요하지요. 속도를 최대한 줄이지 않거나 부두에 평행하지 않고 한 부분만 접촉한다면 그 충격량이 엄청나서 선박이나 부두에 큰 손상을 입히게 됩니다. 안전하고 부드럽게 접안되어 선장들이 “엑셀런트!”하며 엄지손가락을 세울 때 가슴 안에서 프로페셔널의 자부심이 솟구치죠.” - 70p
예전에는 통선 허가 업무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허가받은 용도 외에는 돈벌이 수단이 막혔다. 부산에 부두가 있기에 배들이 찾아오고 통선도 그 덕에 먹고 살 수 있지만, 감만항이 생기면서 부두에 정박할 수 있는 공간이 커졌고, 자연스레 일거리가 줄어들었다. 그들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 85p
“〈국제시장〉이라는 영화 봤소? 거 보면 광부들, 뭐 간호사들, 참 비참한, 꽃 같은 청춘들이 돈 많이 준다니 지원해서 갔지요. 월남파병도. 물론 돈 벌라고 갔지만 고생을 얼마나 많이 했소. 그런데 그 사람들의 아픔이 있듯이 원양도 그 이상의 아픔이 있거든요. 더하면 더했지, 그보다 좋다고는 못해요. 지금이야 세상이 너무 바뀌었지만, 그때는 집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아도 집에 갈 수가 없으니까 전보도 안 보여줍니다. 안 보여주다가 귀국할 때쯤 주기도 했어요. 배 안 타 본 사람은 모릅니다.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니까요.” - 124p
어로장은 선단의 생존경쟁에서 선원들과 회사, 가족이 모두 직결되어 이들의 삶을 지켜주는 가장 핵심적인 중책이다. 한 선망의 거래처만 해도 50군데가 넘으며, 선단의 선원 수만 해도 73명, 회사직원을 포함하면 80~90명 정도의 생계가 어로장의 능력인 어획량에 매달려 있는 구조이다. 이 밖에 공생 관계라 할 수 있는, 공동어시장에서 고기를 선별하는 사람, 경매사, 냉동 공장 등 조업하는 이들을 비롯해 많은 사업과 산업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 130p
“단단한 땅을 딛고 일을 하는 것에 비해 파도치는 바다 위에서 일을 하는 건 위험이 더 큽니다. 배 위에서 숙식을 하면서 조업을 할 때, 때로 선원들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순간을 맞기도 합니다. 땅 위에 수확 철이 있는 것처럼, 바다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를 가득 실은 만선이 부산공동어시장을 찾아오면 풍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처음 어시장을 찾아왔을 때 느꼈던 마음이지요. 생산자와 소비자의 요구와 만족이 조화를 이루는 시장을 형성하는 첫걸음이 어시장의 경매라고 생각합니다. 어선이 다른 위판장을 찾아가지 않고 부산공동어시장을 계속 찾아오게 하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경매사는 책임감과 보람을 번갈아 느끼면서 일합니다.” - 157p
원양어선의 선상 반란사건과 같은 대형사건들이 아닌 부산항의 해양경찰로서 소소한 사건과 에피소드를 묻는 말에 강석광 씨는 “1년 연중 바다에서 실종이나 사망 사건은 약 1,000건 가까이 발생한다. 물론 부산을 포함하여 국내와 외항선까지 포함하여 연중 1,000건 발생하는데 그중에서 20~30%는 실종이라고 보면 되고 나머지는 선원들이 작업하다가 사망하거나 바다에 뛰어내려 자살하는 경우 또는 선박 사고와 침몰 사고 등도 있다. 그러한 사건사고들 중에서 부산의 해양경찰은 1,000건 중 20%가 넘어서는 사건들을 담당하고 있다.”라고 답하였다. - 213p
“부산불꽃축제 때면 광안대교 주변 바다가 어마어마합니다. 저희가 가장 긴장을 많이 할 때죠. 밤에 관광객을 태운 배가 100척 이상 한꺼번에 모이니까요. 요트에서부터 작은 배, 큰 배, 여객선, 유람선 등등 100척이 넘는 배가 광안대교 주위에 한 줄로 줄을 쫘악~ 서죠. 저희들이 미리 입항한다는 연락을 받고, 계획을 짜서 배 위치를 정하고 줄을 세웁니다. 부산 배만 있는 것이 아니고 울산, 거제, 통영 등지에서도 유람선들이 옵니다. 정말 장관이죠. 저희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하지만 그다음 날 부산불꽃축제가 아무런 사고 없이 대성공 뉴스 나오면 피로가 싹 가시고 마음이 뿌듯하죠. 부산항이 아니면 어디서 그런 기분 느끼겠습니까?” - 223p
부산항을 통한 밀수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가 해상 밀수로서 대부분이 선원에 의한 밀수였고, 두 번째는 여행자 밀수로서 주로 페리호를 통한 보따리상들의 과다 반입 물품이 해당된다. 세 번째는 부산항을 통한 수출입 화물 가운데 합법을 가장한 밀수이다. 주로 서류상 신고 물품과 현품이 다른 것을 말하는데, 한때 중국산 참깨나 고추와 같은 농산물 밀수 등이 이와 같은 방법으로 밀·반입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컨테이너가 밀수품을 은닉하고 운반하는 용구로서 악용되어졌다. 이러한 부산항 밀수 형태 가운데서 가장 악명을 떨친 밀수는 전후 대마도를 거점으로 활개 치던 해상 특공대 밀수였고, 부산에서 밀항해 간 밀수 우두머리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아 막후 역할을 했다. - 233p
출판사 서평
ㆍ 부산항에 뿌리내린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의 이야기까지
부산항을 가득 채우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다
『부산항사람들』에는 부산항을 가득 채우는 다채로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부에서는 부두하역노동자의 삶부터 시작해 크레인 기사, 도선사, 수상택시 노동자, 영도 수리조선소 노동자의 애환 등 부산항에 뿌리내려 사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어서 2부에서는 원양어선 노동자, 어로장, 경매사, 그리고 부산항 노동자들의 삶을 담고 있는 충무동 여인숙 골목 등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3부는 원양산업의 역사, 부산항의 과거와 미래, 해양경찰, 선박교통관제사 등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부산항 야사(野史)에서는 부산항을 무대로 한 밀수ㆍ밀항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부록에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부산항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있다.
“최근 북항재개발로 인해 충장대로 일대에 고층 건물들이 생겨나면서 산복도로의 부산항 조망권 문제와 함께 그동안 북항에 입항하는 선박의 길잡이가 되었던 수정동 산마루의 도등(Leading Light) 불빛 역시 가려지는 상황에 처했다. 이러한 결과들은 기본적으로 부산이 항구도시이자 바다에 기대어 많은 사람이 살았던 삶의 터전이었다는 점을 망각한 데서 기인한다. 부산항의 미래를 설계하는 북항재개발은 부산항의 과거와 현재의 낡음을 가리고 미래의 새로움만 채운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부산항을 일구어 온 해민(海民)들의 짙은 삶의 흔적을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또 누구나 도심에서 그 흔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때, 부산항은 진정 세계적 해양문화도시로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 총론 「부산은 항구도시다」(김승) 中
ㆍ 부산의 시장, 점포, 만화, 마을버스, 다방, 해녀, 마을 그리고 부산항사람들까지
부산 문화의 속살을 기록하고 있는 ‘부산문화재단 사람·기술·문화 총서 시리즈’
부산문화재단은 부산문화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부산다움’에 대한 가치를 발굴하고 문화로 소통하기 위해 〈부산문화재단 사람ㆍ기술ㆍ문화 총서 시리즈〉를 2015년도부터 발간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부산문화재단 기획홍보팀이 주축이 되어 지역의 다양한 전문가 및 지역출판사와 협업하며 진행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소재를 활용하여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를 찾아내고 발굴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부산 문화의 속살을 기록해 남기고자 한다.
2015년, 제1권『사람을 품다, 이야기를 담다 - 부산의 시장』 출간을 시작으로 제2권『세월을 머금다, 솜씨를 담다 - 부산의 점포』, 제3권『생각을 그리다, 문화가 되다 - 부산의 만화』, 제4권『까꼬막을 오르다 이바구를 만나다 - 부산의 마을버스』, 제5권『추억을 마시다 공간에 스며들다 - 부산의 다방』, 제6권 『자연을 건지다 삶을 보듬다 - 부산의 해녀』, 제7권 『기억을 품다 흔적을 더듬다 - 부산의 마을』까지 매년 한 권씩 출간되었다. 그리고 2021년, 제8권 『부산항을 가득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 부산항사람들』을 세상 밖에 선보인다.
기본정보
ISBN | 9791168260245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2월 17일 | ||
쪽수 | 272쪽 | ||
크기 |
144 * 207
* 34
mm
/ 439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부산문화재단 사람 기술 문화 총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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