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전가요의 별들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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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전문기관 추천도서 >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 2021년 선정
이 책은 전체 5개의 장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제1장은 사랑과 이별에 관한 노래들을 다루었으며, 제2장은 가족과 친구에 대한 시가들을 살폈습니다. 제3장은 늙음과 죽음의 문제를 언급한 가요들을 추슬렀으며, 제4장은 사회와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마지막 제5장에서는 일상과 풍류를 읊은 가요들을 뽑아 대략의 모습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지면 관계상 고전가요의 극히 일부 작품만 다룰 수밖에 없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고전가요를 대표하는 작품 위주로 선정하되, 가급적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자 하였습니다.
작가정보
목차
- 5 머리말
제1부 사랑과 이별
12 사랑의 고백! 구애와 유혹의 변주
35 이별의 정한과 격조
53 기녀의 사랑과 숙명
제2부 가족과 친구
76 부부간의 애정과 도리
95 부모자식 간의 골육지정
115 형제우애 그리고 벗과의 진정한 사귐
제3부 늙음과 죽음
138 늙음과 노년의 삶
156 죽음과 그 이후의 세계
174 주술과 종교의 신비
제4부 사회와 정치
194 군신 간의 연모와 원망
213 전란의 체험과 감회
229 지도자의 삶과 길
제5부 일상과 풍류
252 농사일의 즐거움과 애환
272 아녀자의 일상과 그 속내
296 풍류의 멋과 흥
책 속으로
제1부 사랑과 이별
사랑의 고백! 구애와 유혹의 변주
강릉과 삼척 중간쯤에 ‘헌화로(獻花路)’라는 길이 있다. 해돋이 명소로 유명한 정동진에서 시작하여 심곡마을, 금진해안을 거쳐 옥계면에 이르는 약 3㎞ 정도 되는 해안도로다. 한쪽은 수십 미터 높이의 암벽이 해안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굽이치고, 또 다른 한쪽은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길! 그래서 동해바다와 가장 가까운 길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그다지 길지 않지만 헌화로는 참으로 아름답다. 해안절벽은 수직의 각도로 우뚝 서 있다. 그 절벽에는 고생대의 퇴적층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층층이 겹쳐진 무늬는 찰진 시루떡 같다. 억만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시간의 흔적이다. 그 시간의 한쪽 끄트머리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헌화로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숙연한 길이기도 하다.
헌화로! 꽃을 꺾어 바친 길이란 뜻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신라 향가인 〈헌화가(獻花歌)〉에서 따온 이름이다. 〈헌화가〉는 암소를 끌고 가던 어떤 노인이 수로부인(水路婦人)을 사모하여 철쭉꽃을 꺾어 바치며 지어 불렀다는 이야기를 품은 낭만적인 노래다. 그래서 그런지 헌화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더욱 매력적이다.
어느 해 봄날, 헌화로를 따라 걸으면서 생각에 잠겼던 적이 있다. 수로부인에게 꽃을 꺾어 바친 노인의 행위는 구애일까 유혹일까? 과연 구애와 유혹의 차이는 무엇일까? 구애나 유혹 둘 다 사랑을 고백하는 방식인데, 너무도 다른 느낌을 주는 곡절은 무엇 때문일까?
희생적 사랑의 세레나데 : 견우노옹의 〈헌화가〉
〈헌화가〉는 『삼국유사』에 실린 수로부인 이야기 속에 들어있다. 신라 제33대 성덕왕(재위 702~737) 시절에 순정공(純貞公)이 강릉태수로 부임하게 되었다. 때는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초봄이었다. 일행은 서라벌에서 바닷가 쪽으로 나와서 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노정을 택했다. 경주를 벗어나 오랜만에 따뜻한 봄 햇살과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기고 싶었던 것이다.
일행은 경치 좋은 바닷가에 이르러 점심을 먹었다. 옆에는 천 길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었다. 가파른 벼랑이었지만, 일렁이는 푸른 바다와 어울려 몹시 아름다웠다. 수로부인도 가마에서 내려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때 낭떠러지 위에 활짝 핀 꽃이 눈에 들어왔다. 진홍빛 철쭉꽃! 부인은 그 꽃을 갖고 싶었다.
“누가 저 꽃을 꺾어 올 수 없나요?”
그러나 곁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절벽이 너무 가팔라서 사람이 올라갈 수 없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 암소를 끌고 가던 노인이 나섰다. 그는 선뜻선뜻 절벽을 기어 올라가 철쭉꽃을 꺾어왔다. 그리곤 노래를 지어 부르며 꽃을 바쳤다. 이 노래가 바로 4구체 향가 〈헌화가〉이다.
딛배 바회 ?? 자줏빛 바위 끝에
자??온 손 암쇼 노?시고 잡으온 암소 놓게 하시고
나??? 안디 븟??리샤??? 나를 아니 부끄려하시면
곶??? 것가 받???리이다 꽃을 꺾어 받자오리이다 (양주동 현대어역)
자줏빛 바위는 해안가에 있는 검붉은 빛깔의 바위다. 동해안을 따라가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바위였을 게다. 그런 바위 옆에 암소를 놓아두고, 만일 부인께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철쭉꽃을 꺾어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특별한 설명이 필요한 구절도 없고, 낯설거나 난해한 표현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가요 자체보다는 이른바 배경설화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다. 가장 논란이 된 것 중의 하나는 노인의 정체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었다. 고상한 선승(禪僧) 혹은 도교적 신선이라는 주장도 있고, 문자 그대로 시골의 평범한 노인이거나 여인을 탐내는 사나운 사내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수로부인의 정체에 대해서도 무당이냐 아니냐를 두고 흥미로운 견해들이 제기되어 왔다.
이와 더불어, 시의 내용과 의미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도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몇몇 국면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눈여겨볼 부분은 노인이 암소를 놓았다고 하지 않고, 수로부인이 암소를 놓게 했다는 표현이다. ‘놓게 하다’의 주어는 수로부인이다. 수로부인은 절세의 미인이었다. 높은 산이나 큰 연못을 지날 때마다 신령이 나타나 부인을 빼앗아 갔다고 한다. 그 정도로 수로부인은 매력적인 미모의 소유자였다. 비너스에 견줄만한 한국판 미의 여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노인이 암소를 놓게 된 까닭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수로부인의 치명적 아름다움이 노인으로 하여금 고삐를 놓게 한 것이다. 고삐를 놓았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수로의 미모에 반하여 그동안 고수해왔던 삶의 태도나 방식을 바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인이 스님이었다면 파계를 결심했다는 의미이고, 그저 평범한 노인이었다면 고백을 결심했다는 뜻일 게다. 또한,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면 꽃을 꺾어 바치겠다는 것도, 세속적 남녀관계 그 이상의 초월적 사랑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암시한다.
일반적으로 〈헌화가〉는 민요계열에 속하는 서정시로 분류한다. 그 근거는 다양하다. 형태적 측면에서 〈헌화가〉는 민요에서 두루 나타나는 4구체 혹은 두 줄 형식의 짧은 노래이다. 표현적 측면에서 화려한 수식어나 비유 대신 일상적인 말을 그대로 쓰고 있다. 내용적 측면에서 남녀 사이의 진솔한 마음과 은근한 정서를 담고 있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아울러, 문화적 측면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혹은 여자가 남자에게 물건을 바치면서 구애하는 풍습과 연관이 있다. 『시경』을 보면 이러한 구애 풍습의 일면을 보여주는 멋진 작품이 여럿 실려 있다.
바라건대 둘째 도련님아
우리 마을을 넘나들지 마세요.
내가 심은 버드나무를 꺾지 마세요.
어찌 감히 그것이 아까워서일까
부모님이 두렵기 때문이에요.
둘째 도련님도 그립지만
부모님의 말씀이
또한 두렵답니다.
- 〈장중자(將仲子)〉 제1연
어떤 낭자가 둘째 도련님의 구애를 만류하는 시가이다. 아마 예전에는 집에 버드나무를 심어 울타리로 삼는데 그것을 꺾어 구애하는 풍속이 있었나 보다. 낭자는 도련님을 깊이 연모한다. 그렇지만 사랑과 부모님 말씀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다. 도련님을 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고, 부모님 말씀 또한 두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낭자는 사랑을 거절한다기보다 일시적으로 구애를 유보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별의 통보나 사랑의 종말을 원치 않는다는 말이다. 도리어 그 이면에는 도련님의 저돌적인 구애를 기다리는 듯한 역설적인 느낌도 있다. 젊은 남녀 사이의 살가운 ‘밀당(밀고 당기기의 줄임말)’을 보는 것 같다.
이처럼 〈장중자〉는 구애의 풍속을 담은 민요풍의 시가인데, 〈헌화가〉와 닮은 구석이 있다. 둘 다 나무를 꺾어 구애의 마음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도련님은 버드나무를 꺾고, 노인은 철쭉꽃을 꺾는다. 버드나무나 철쭉꽃은 둘 다 봄을 대표하는 식물이며, 마음 설레는 열정적 사랑을 상징한다. 그런 나무를 꺾는다는 것은 사랑의 성취를 의미한다. 이렇게 두 시가는 남자가 나무를 꺾어 사랑을 표현하는 구애의 노래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헌화가의 성격을 다 드러냈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무언가 ‘신의 한 수’가 빠진 듯한 느낌이다. 그것은 바로 청춘과 중년이라는 세월의 무게 차이 때문이 아닐까. 〈장중자〉의 시적화자는 처녀이고 그 대상은 총각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청춘 남녀가 부르는 구애의 노래다. 따라서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하지만 〈헌화가〉는 사뭇 다르다. 시적화자는 노인이고 그 대상은 수로부인이다. 노인이 미혼인지 기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수로부인은 분명 남편이 있는 기혼여성이다. 그녀가 몇 살이나 먹었는지 모르지만 중년 여성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년을 훌쩍 넘긴 두 남녀가 부르는 구애의 노래! 이것이 〈헌화가〉의 독특한 면모이다.
그러므로 〈헌화가〉에 나타난 구애는 뜨겁지 않으면서 은근하다. 저돌적이지 않다. 신중하고 희생적인 자세로 상대에게 다가간다. 천 길 낭떠러지를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하게 여성의 요구를 채워준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지도 않고 자신의 욕망을 앞세우지도 않는다. 노인의 구
애에는 애틋함이나 설렘, 간절함이 겉으로 표출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깊고 진지하게 느껴진다. 진솔하면서도 완숙하다. 이삼 월쯤 불어오는 꽃샘바람처럼 차갑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다. 어떤 특별한 보상도 바라지 않는, 오로지 상대방의 행복을 위한 희생적 사랑의 고백이다. 이것이 바로 완숙한 사랑의 신비가 아닐까.
시끌벅적하고 싱그러운 사랑의 고백 : 4구체 향가 〈서동요〉
조용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띤 〈헌화가〉와 달리, 청춘 남녀가 부르는 시끌벅적한 사랑 고백의 노래도 있다. 『삼국유사』에 실린 〈서동요(薯童謠)〉가 그것이다. ‘서동’은 마를 캐어 파는 아이를 지칭하는 일반명사이다. 접미사처럼 쓰이는 ‘~동’은 통상적으로 어린아이를 나타낸다. 가축을 돌보는 아이를 목동(牧童)이라 하고, 땔나무를 하는 아이를 초동(樵童)이라 부르는 것과 같다. 쌍둥이, 막내둥이, 귀염둥이, 바람둥이 등에 쓰이는 ‘~둥이’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마를 캐어 파는 아이의 이야기를 『삼국유사』에서는 백제의 무왕(武王, 재위 600~641)과 관련지어 전하고 있다. 무왕설화는 크게 탄생, 혼인, 왕위 등극, 미륵사 창건 등 네 개의 삽화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중 〈서동요〉와 직접 관련된 것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삽화이다.
첫 번째 삽화는 무왕의 신이한 탄생을 담고 있다. 무왕의 어머니는 과부였다. 그녀는 궁궐 남쪽에 있는 연못 근처에 집을 짓고 홀로 살았다
출판사 서평
깊은 밤! 하늘엔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반짝거린다. 어둠이 짙을수록 별은 더욱더 밝게 빛난다. 별빛은 그들이 건네는 은근한 눈빛이요 다감한 미소이며, 나직한 목소리로 건네는 즐거운 대화이다. 별들은 길고 깊은 이야기 자락을 밤하늘에 온통 풀어 놓곤 한다. 흥미로운 이야기의 곡절을 따라가다 보면, 때로는 아름답고 따스하며, 때로는 애절하고 가슴 저린 가락들이 들려온다. 어느새 밤하늘은 한 폭의 거대한 수묵화 혹은 웅장한 선율을 뽑아내는 오케스트라가 된다. 우주가 처음 형성되었을 때부터 그러했을 터이고, 또한 무한한 영겁의 미래까지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밤하늘에 펼쳐진 별들의 풍광을 구경하듯, 또는 둘레길을 걸으면서 길가에 피어난 크고 작은 풀꽃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듯, 이 책은 우리 고전가요의 아름다운 정취를 둘러본 에세이를 모아 엮은 책이다. 둘러보고 또 둘러보다 보면, 예전엔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그냥 스쳐지나갔던 새로운 노랫가락이 귀에 들어온다.
고전가요는 고대에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낸 이후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 조선을 거쳐 개화기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또한, 그 폭도 넓고, 장르와 형태도 다양하다. 말로 이루어진 민요나 무가와 같은 구비가요도 있고, 문자를 사용하여 개인이 창작한 시가도 있다. 향가나 시조, 경기체가, 한시처럼 정형적인 가요도 있고, 악장이나 가사 같이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의 가요도 있다. 이처럼 우리 고전가요는 강물처럼 유장한 물결을 이루어 지금까지 유유히 흘러왔다.
이 책은 전체 5개의 장으로 구성하였다. 제1장은 사랑과 이별에 관한 노래들을 다루었으며, 제2장은 가족과 친구에 대한 시가들을 살펴봤다. 제3장은 늙음과 죽음의 문제를 언급한 가요들을 추슬렀으며, 제4장은 사회와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모아 보았다. 마지막 제5장에서는 일상과 풍류를 읊은 가요들을 뽑아 대략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그렇지만, 지면 관계상 고전가요의 극히 일부 작품만 다룰 수밖에 없었음을 미리 밝혀둔다. 고전가요를 대표하는 작품 위주로 선정하되, 가급적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자 하였다.
몇몇 작품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 역시 우리 고전가요의 빛나는 별들 중의 하나임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둘레길은 직선으로 뚫린 고속도로가 아니다. 대체로 요리저리 굽을 대로 굽은 골목길이거나 인적이 드문 들길이나 산길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일삼아 둘레길을 걷는 까닭이다다. 이와 마찬가지로 조금 생소한 가요들도 깊은 곡절과 정서를 담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68150089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1월 27일 |
쪽수 | 320쪽 |
크기 |
152 * 225
* 25
mm
/ 477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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