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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는 마음

이병일 시집
창비청소년시선 36
이병일 저자(글)
창비교육 · 2021년 08월 27일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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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는 마음 상세 이미지

수상내역/미디어추천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나는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잘 알고 있다.”
고통에 민감한 소년의 눈으로 바로보는, 이토록 씩씩한 서정의 세계
2007년 『문학수첩』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생명력 넘치는 활달한 언어와 삶의 풍경을 투시하는 세밀한 묘사가 어우러진 단정한 시 세계를 펼쳐 온 이병일 시인의 청소년시집 '처음 가는 마음'이 ‘창비청소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시인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회상하면서, 틀에 박힌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고단한 현실을 섬세한 필치로 담아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시간과 과거의 시간을 복원해 내면서 우리를 뒤돌아보게 하고 미래의 시간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시편들은 따뜻한 공감을 자아내면서 “그동안 잃어버린 행복과 서정의 시공간으로 우리를 자연스럽게 이끌고 들어간다”(주민현, 발문). 정서적으로 불안한 혼돈의 시기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위로가 되어 줄 이 시집은 이병일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이자 ‘창비청소년시선’의 36번째 권이다.

이 책의 총서 (53)

작가정보

저자(글) 이병일

중학교 때 시가 뭔지도 모르면서 시를 썼다. 백일장에 나가면 꼭 짜장면을 사 주시는 국어 선생님, 같이 시 쓰는 친구들이 있어 문예반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대산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상 받으러 서울에 와서 세상에서 가장 큰 서점을 보았다. 시집 코너에 내 책을 꽂아 두고 싶었다. 시 쓰는 것을 좋아해서 문예 창작학과가 있는 대학을 다녔다. 졸업할 즈음에 시인이 되었다. 시집 『옆구리의 발견』,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나무는 나무를』 등이 있으며 오늘의젊은예술가상, 송수권시문학상 젋은시인상,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 제1부 내가 모르는 나
    하여간
    나는 복도체
    관심
    내가 모르는 나
    롱 패딩
    짝사랑
    마스크 유행-인스타그램 1
    콧등 치기-인스타그램 2
    기린의 시-인스타그램 3
    분홍민달팽이
    가족이 많아 좋은 일
    흑심고래를 찾아서
    배틀그라운드
    습득물-인스타그램 4
    평양냉면
    엄마, 할부하면 안 돼?
    거품을 물었어
    이웃집 토마토-인스타그램 5
    또 하나의 재능
    당장

    제2부 내 갈 길 간다
    아빠 사랑합니다-거머리 소년
    꼴에 쥐띠라고
    공간이 필요해
    금방 갈게
    나의 미래
    첫 경험
    붕대 인간
    나, 잘할 수 있는데
    나의 첫 관심-인스타그램 6
    검은 털 이야기꾼
    다 함께
    매달리기
    말이 돼?
    아, 냄새!
    어디인지 모르지만, 길을 찾아
    왼쪽 눈가 일곱 바늘
    체육 시간 이후
    으라차차 씨름부
    다짐
    엄마는 환자, 나는 중환자
    엄마의 곤란
    마지막 시험

    제3부 마음을 쓸 줄 아는 사람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사진가
    악몽
    조용한 이야기
    기적을 파는 상점
    뭐지?
    물 줘도 난리
    속초 바다에서-인스타그램 7
    일상을 파는 상점
    담아 본다, 나를-인스타그램 8
    가만히 있어도
    고슴도치
    재-인스타그램 9
    탁구-인스타그램 10
    시베리아허스키
    강-인스타그램 11
    교내 백일장 수상
    대학 입학 원서
    합격증-인스타그램 12
    안경
    말년의 양식
    엄마

    발문
    시인의 말

책 속으로

불이 꺼지는 소리와 함께
민달팽이의 외길은 축축했다
사막을 마시고 강물을 만들듯
달팽이는 오래도록 살았고
결국 삶의 형태를 바꾸었다
옳게 살았다고 믿고 싶다
나는 고통에 민감한 소년이고 싶다
-'분홍민달팽이' 부분(22쪽)

그림자는 갈팡질팡하지 않지
그림자는 집요하게
나를 따라다니지 그래서 소중하지

그림자에게는 거짓이 없지
그림자는 눈과 귀를 닺지 않고
얼굴을 감싸지도 않지
-'기적을 파는 상점' 부분(86-87쪽)

우리가 아프거나 괴로울 때, 슬프거나 힘들 때, 우리를 견디게 하고 살아가게 하는 건 아마도 그 평범한 시간들일 것이다. 서로 친구가 되어 주는 시간들. 이병일 시인의 청소년시는 지금 살고 있는 시간과 과거의 시간을 복원해 내면서 우리를 뒤돌아보게 하고 미래의 시간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리고 우리를 끝내 그 아름다운 장면들에 걸려 넘어지게 만든다.
-주민현(시인)

출판사 서평

어디인지 모르지만, '내가 모르는 나'를 찾아서
청소년기는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자기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정서적으로도 상당히 불안정하다. 그렇다 보니 “이따위도 저따위도 아닌 감정들”('담아본다, 나를')이 들끓는 불완전한 존재로서 방황을 하기 마련이며, 때로는 “아빠 가슴에 대못을 박”('꼴에 쥐띠라고')는 일탈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자유 없이 산다는 건 끔찍한 일”('속초 바다에서')이라며 “빨리 어른이 되어서 독립”하여 “제멋대로 하고 싶”('내가 가장 예뻤을 때')은 마음만 간절하다. 그렇지만 아무 생각 없이 무사태평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금은 비록 “그저 그런 학생”('하여간')으로 살아가지만 “진척 없는 나의 미래”('금방 갈게')를 곰곰 고민해 보기도 하고, “세상의 소리”('나는 복도체')에 귀를 기울이면서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내가 가장 예뻤을 때') 조금씩 알아 간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나답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내가 하는 말은 변명이라고 또 비웃을 테지만 나는 자긍심이 없으므로 용기를 가져야 했다 내 생각은 그동안 어디에 있었지? 생각 없이 살아왔지만 생각 있게 살아 보기로 마음먹었다 용서해라, 친구들아 그사이 일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

(중략)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도스토옙스키의 '백치'를 읽었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어떻게 구원할까? 이런 생각을 오래 곱씹었으나 나는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뭔가 곱고 아스라하게 빛나는 것인 줄만 알았으니까 그림을 그리면서 악기를 다루면서 시를 쓰면서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조금 알게 되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부분(76~79쪽)

삶의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지 않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는 일상의 평범한 장면들을 공유한다. 아름다운 장면들은 두고두고 간직하기도 한다. 그렇게 “세상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마지막 시험') 것이다. '인스타그램' 연작시에서 시인은 “고통에 민감한 소년”('분홍민달팽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삶의 다양한 풍경을 “따스하고, 자유롭고, 아름답게!”('검은 털 이야기꾼') 보여 준다. “앞니 하나로 찐빵을 먹는 할머니”('담아 본다, 나를')처럼 대상을 유심히 관찰해야 발견할 수 있는 장면이나 마스크가 “또 하나의 얼굴”('마스크 유행')이 되고 만 우울한 풍경을 담기도 하고, “영혼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재')라는 자못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시인은 “관심받지 못하는 사물들”('나의 첫 관심')을 세심히 눈여겨보면서 삶의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미세한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

바닷가 태양은 카뮈를 떠오르게 한다
사방이 이글이글 탄다, 앞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이 너무 뜨거워서
맨발로 걷지 못했다

(중략)

파도에 발을 담그고 생각 없이
해파리를 만졌다
손가락이 쓰라렸다
태양이 쏘아붙여 뒷걸음쳤는데
바다 한가운데였다
자유 없이 산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바닷물을 먹어도 죽지 않았다
하필 나는 수영을 잘한다
-'속초 바다에서' 부분(90쪽)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프거나 괴로울 때, 슬프거나 힘들 때 누구보다도 힘이 되어 주는 건 “같이 밥 먹고/같이 여행 가고/같이 사진 찍는”('가족이 많아 좋은 일') 가족일 것이다. 가족 중에서도 엄마의 사랑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여 공연히 눈물이 난다. 그렇기에 “자식들에게 짐 주지 말자”고 “다짐으로 쓴 엄마의 글씨”('말년의 양식')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에 울컥한다. 시인은 “유통 기한 지난 우유만 먹는”('교내 백일장 수상') 엄마를 떠올리며 “엄마는 나 없이 살아갈 수 없는 환자이고/나는 엄마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중환자라는 걸 알았다”('엄마는 환자, 나는 중환자')는 청소년 화자 '나'의 목소리를 빌려 “말없이도 행복해지는 순간”('다 함께')을 함께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뒤에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
유행 지난 내 옷을 입고 자는 사람
내 농구화를 신고
병원으로 출근하는 사람

나만 모르게 조용히 어깨를 수술한 사람
매일 속아 주면서 나를 대접해 주는 사람

(중략)

뒷말이 천생인 사람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엄마는 그저
내 등 뒤에서
마음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기도를 하네
나는 아직 깊은 잠에 친친 감기지 않아
눈알이 흐리게 따끔거렸네
-'엄마' 부분(113쪽)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시인은 첫 청소년시집을 펴내면서 "나의 과거를 톺아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잘 알고 있다. 이 시집을 읽는 청소년들이 쓸데없는 질문을 많이 하면 좋겠다"(시인의 말)고 말한다. 미래를 살아갈 청소년에게는 어떠한 고통과 절망에도 짓눌리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내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서 “깨끗하고 밝은 곳”('나의 첫 관심'),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야 한다. 청소년기는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다. 질풍노도의 울퉁불퉁한 이 시간을 “처음 가는 마음”('내가 가장 예뻤을 때')으로 밝고 씩씩하게 견디어 나간다면 “이제는 어떤 일도 두렵지 않을 것 같”('대학 입학 원서')은 자신감이 솟아날 것이다. 이 시집이 그러한 희망을 안겨 주리라 믿는다.

일상을 파는 상점에 가면
가장 먼저 나를 기다려 주는 가족을 사리
그리고 사막을 사리
사막에 바오바브나무를 심으리

바오바브나무가 크게 자라는 동안
책을 읽으리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고
침묵하는 법을 배우리
사막 딱정벌레의 곡예에
손뼉 치며 감탄할 줄 아는 사람이 되리
-'일상을 파는 상점' 전문(91쪽)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65700720
발행(출시)일자 2021년 08월 27일
쪽수 128쪽
크기
145 * 211 * 10 mm / 202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창비청소년시선

Klover 리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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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어요
창비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시집 '처음 가는 마음'이 출간되었다. 일단 처음 외견을 딱 보았을 때 수채화 일러스트로 된 표지가 너무 예쁘다. 사막의 바오밥나무, 시베리안 허스키, 기린, 달팽이, 고슴도치 등 서로간의 연관성 없이 뜬금 없는 그림들이 청소년기의 마음과 비슷한 것 같다. 즉각즉각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만으로도 친구들과 키득키득할 수 있는 시기. 청소년들의 대화는 명확한 의미전달이 없기에 어른들이 보기에 어찌보면 쓸모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대화를 통해 친구들은 서로 간의 우정이 돈독해지고 그때를 추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작가인 이병일 시인은 '세상에 쓸모 없는 것은 없다. 나는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잘 알고 있다.'고 어필한다. 시인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회상하면서, 틀에 박힌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고단한 현실을 담아냈다고 한다. 수록된 시들을 읽으면서 나의 순수했던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이 하나씩 되살아 났고 내 친구들을 한명씩 떠올려봤다. '지훈이, 요한이, 두현이, 원빈이, 영석이' 등등 지금까지도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친구들에게 참 고마워졌다. 친구들이 없었다면 나의 소중했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이 어른이 된 나를 지탱해주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청소년들이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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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10점
/잘읽어요
무엇보다 간결하게, 그리고 쉬운 문장이라 좋았습니다. 누구나 지나온 청소년 시기의 들끓고 복잡한 마음들이 사진첩처럼 정리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꼭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읽어봄직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0점 중 10점
/잘읽어요
아... 시집이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요?^^ 슬프도, 놀랍고, 지루하고, 즐겁고, 따분하고, 설레고, 배부르고, 화나고, 애태우는.... 학생들의 일상을 너무 잘 표현한 시들이 가득해요!! 몇 년 전쯤에 우리 반 급훈을 <나도 쓸모가 있을 걸?>로 정한 적이 있어요. 학생들이 너무 무기력하고, 자존감이 떨어져 보여서요~ 저마다 각자 그 어딘가에는 쓸모 있는 사람이고, 소중한 존재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거든요.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일상이 시를 읽으며 그려졌어요~^^ 학생들과 나눌 시가 이렇게 또 생겨서 좋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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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요
이병일 시인의 청소년 시집는 청소년만 읽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 같다. 고통에 민감한 청소년 시기의 막연했던 방황과 불안, 교내 백일장에서 상을 타고, 씨름부에 들어오라는 칭찬에 기뻐하는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아련했던 순수,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가족 이야기, 학교 이야기, 일상 이야기를 통해 소환되는 듯하다. 참 많은 이야기가 시집 안에 녹아있어서 청소년 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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