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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의 시대

우리의 몸을 지배해 온 시대의 언어들
김민섭 저자(글)
와이즈베리 · 2018년 12월 03일
9.4
10점 중 9.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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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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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 작가의 신작
학교, 회사, 아파트에서 시대의 욕망을 마주하다

《대리사회》가 우리 사회의 몸의 기록이었다면
《훈의 시대》는 그 언어의 기록이다!


어느 시대에든 그 구성원들을 규정하고 통제하기 위한 언어, ‘훈’이 있다. 우리가 이미 소멸되었을 것으로 믿는 순결, 정숙, 착한 딸, 근면, ‘우리는 남들보다 두 배 더 열심히 일한다.’ 등의 언어들이 학교에, 회사에, 개인이 존재하는 모든 일상의 공간에 새겨져 있다. 이전에는 별 문제 없다고 여겼던 일상의 언어들이 조금은 다른 눈높이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것은 한 시대가 가진 적나라한 욕망이다. 이 훈들은 물리적 실체를 가진 상징물이라기보다는 마치 액체처럼 개인에게 가서 닿는다. 때로는 거대한 물결이 되어, 때로는 잘게 분사되어 그 구성원들을 그 욕망에 젖은 대리인간으로 만들어 낸다.
와이즈베리 신작 《훈의 시대》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대리사회》의 전작들을 통해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개인의 행동과 언어들을 피력한 저자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개인들에게 보내는 작은 제안이다. 아내를 통해 듣게 된 출신여고의 교훈이, 대리운전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회사의 사훈이, 친구와 동네를 걷다가 마주한 빌라의 이름들처럼 우리 일상의 평범한 훈들이 저자의 물음표를 계속 크게 만들어 주었다.
한 시대를 마감하는 일은 누군가를 구속시키고 승리를 선언하는 데서 오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는 우리 주변의 언어를 전복시킬 때 비로소 찾아온다. 욕망에 잡아먹히지 않고, 우리를 규정하는 언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를 ‘대리인간’이 되지 않고 이 ‘훈의 시대’를 살아가게 할 것으로 믿는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민섭

김민섭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309동1201호라는 가명으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썼고, 그 이후 대학에서 나와서 ‘김민섭’이라는 본명으로 이 사회를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으로 규정한 《대리사회》를 썼다. 저자는 대학에서 교수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어느 중간에 위치한 경계인이었다. 그는 그러한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에게 보이는 어느 균열이 있다고 믿는다. 그 시선을 유지하면서 작가이자 경계인으로서 개인과 사회와 시대에 대한 물음표를 당신에게 건네려고 한다. 가볍지만 무거운, 그러나 무겁지만 가벼운 김민섭이라는 하나의 장르가 되고 싶어 한다.
대표 저서로는 《아무튼, 망원동》, 《고백, 손짓, 연결》 등이 있다.

목차

  • 추천의 말

    프롤로그 : 이 글은 한 개인의 ‘제안’이다

    1부 욕망의 언어, ‘훈’에 대하여
    훈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액체화된 근대, 대리인간이 된 개인들

    2부 학교의 훈
    참된 일꾼, 착한 딸, 어진 어머니
    ‘여학교’라는 이름의 훈
    순결캔디와 겨레의 밭
    공부하는 몸이 될 수 없는 존재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애국조회와 교‘장’의 욕망들
    훈을 바꾸는 어려움 : 원주여고의 사례
    훈을 바꾼 학생들 : 강화여고의 사례

    3부 회사의 훈
    우선, 대기업이란 무엇인가
    헌법이 된 사훈들
    고객의 만족, 그리고 도전적인 회사원
    창업주의 훈을 책임지는 ‘을’들
    나쁜 훈, 이상한 훈, 우아한 훈

    4부 개인의 훈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증명합니다.
    폐쇄, 단절, 통제로서의 고급화
    자신의 할 일을 한 관리소장
    CCTV에 갇힌 건물주들
    집결되는 욕망들, 기업도시와 박사마을
    15,000원의 오늘의 훈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

    에필로그 : 우리가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추천사

  • 김민섭 작가의 글과 작업은 늘 흥미롭다. 그가 작가로서, 기획자로서 내놓은 결과물들을 볼 때면 영어 단어가 2개 떠오르는데 하나는 ‘스트리트와이즈(streetwise 세상 물정에 밝은)’, 또 하나는 그냥 ‘와이즈’(wise)다. 이번에 알았는데 영어 단어 ‘wise’에는 ‘진로를 제시하다, 방향을 바꾸다’는 뜻도 있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거리의 사정에 밝고, 그곳을 지배하는 배후의 힘을 날카롭게 꿰뚫어 보며, 가끔은 그 힘을 이용해 재미있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그렇게 야무지게 현장에 바탕을 둔 사유가, 배려심과 균형 감각을 갖춘 통찰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참 현명한 사람이구나, 하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에서 ‘나’를, 《대리사회》에서 ‘사회’를 말했던 그가 이번에는 ‘시대’를 다루겠다는 더 큰 야심을 품었다. 찾아간 현장은 학교와 회사와 아파트 단지. 서로 겹치지 않을 것 같은 세 공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훈 訓’이다. 김민섭 작가는 우리 시대 ‘訓’들의 기괴함을 폭로하면서 우리 자신의 訓‘ ’을 새로 쓰자고 제안한다. 그가 다음으로 눈길 두는 곳은 어디일지, 벌써 궁금해진다.
    [추천관계-《당선, 합격, 계급》, 《한국이 싫어서》 저자]

책 속으로

몇 년의 기간 동안 내가 내린 결론은, 자신을 고백한 개인은 자연스럽게 그에 따른 선언에 이르고, 물음표를 확장시켜 나간 극히 일부는 필연적으로 ‘제안’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한 개인은 고백의 힘을 그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나는 《훈의 시대》라는 이 책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훈’이라는 개념은 본문에서 자세히 서술하겠지만 요약하자면 ‘규정된 언어’다. 변화를 원하는 한 개인을 가로막는 것은 그를 공고하게 둘러싼 언어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외우고 노래해 온 익숙한 훈들, 그러니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든가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든가, 하는 수사들은 개인을 시대에 영속시키는 동시에 끊임없이 지워내 왔다. 특히 사유의 범위를 그 함의의 테두리에 가두고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규정된 그 언어들은 한 시대와 개인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 이후의 시대로 넘어가더라도 그 잔재는 여전히 동시하면서 위력을 가진다. 그래서 한 시대의 종언을 고한다는 것은 한 시대를 지배해 온 언어가 종말 했음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프롤로그, p 9~10
용례를 살펴보면 ‘훈’은 가정, 학교, 군대, 회사, 국가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 공간에서 개인을 가르치는 데 주로 사용된다. 그러니까, 훈은 ‘?해야 한다’는 지침을 전달 혹은 강요하는 ‘계몽의 언어’인 동시에 ‘자기계발의 언어’다. 특히 어느 집단에 소속된 한 개인에게 위계적이며 명시적으로 다가간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회사에서는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국가에서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단어로, 문장으로, 서사로, 계속해서 훈을 내보낸다. 취학을 앞둔 어린 시절부터 노동할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 우리 모두는 끊임없이 훈을 수용하고 재생산하는 과정을 겪는다. 예컨대, ‘정직’이라는 훈이 개인에게 전달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가정(부모 → 자녀) : “거짓말을 하면 안 돼. 정직하게 살아야 해.” 하는 ‘훈계’
학교(학교 → 학생) : “정직”이라는 ‘교훈’
학교(교장 → 학생) : “정직한 어린이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하는 ‘훈화’
학급(교사 → 학생) : “(교장 선생님의 말씀처럼)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하는 ‘훈시’
회사(회사 → 직원) : “정직한 제품 생산”이라는 ‘사훈’

1장 : 욕망의 언어, ‘훈’에 대하여 , p 18

각 여고의 훈으로 지정된 이 ‘순결’은 아무래도 ‘몸을 깨끗하게 지키라’는 것이겠다. 순결함이 훼손되고 나면 더 이상 학교에서든 이 사회에서든 가치 있는 한 인간으로, 무엇보다도 여성으로서 살아갈 수 없다고 명시해 둔 것이다. 그런 와중에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힘든 일이다. 터부시해야 할 것을 전하는 일은 무척 역설적이다. 여기에 ‘여자로서 행실이 곧고 마음씨가 맑고 곱다’는 정숙함이라는 가치가 더해지면 순결은 다만 이성과의 관계뿐 아니라 모든 행실에 가서 닿는다. 그에 따르면 다소곳한 몸, 작아진 몸, 위축된 몸으로 여성은 존재해야 한다. 반면 남고에는 몸을 깨끗하게 지켜야 한다는 훈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남학생들은 ‘용감’하게 자신의 ‘미래’를 ‘열정’적으로 ‘개척’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 과정에서 몸이 다소 더럽혀지는 것은 오히려 영광의 상처가 된다고 자연스럽게 감각하게 된다.
하나의 훈은 그 훈을 받아들일 주체들을 규정하게 된다. ‘성실’, ‘정숙’ 등 단어만으로 나타내는 방식이 더 많지만, ‘성실한 사람이 되자’라든가 ‘정숙한 여성’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사람이나 여성으로서 그 대상을 호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고와 남고의 교훈이 각각의 구성원을 호칭하고 있는 방식 역시 현저히 다르다.

여고 사람(14회), 여성(10회), 어머니(3회), 겨레의 밭(3회), 딸(2회)
남고 사람(8회), 인간(2회)
2부: 학교의 훈, 52~53p

변경 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던 원주여고 교훈(본보 4월 24일자 18면 보도)이 그대로 유지돼 68년의 역사와 전통성을 이어갈 전망이다. (……) 동문들은 이날 자리에서 “교훈은 학교의 가치관, 교육 방향 등 핵심 덕목을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라며 “시대가 변해도 교훈은 변하지 않는 학교의 긍지이며 전통”이라고 했다. 또 “전통은 지켜왔기 때문에 전통이며 지켜가기 때문에 전통이다.”라고 강조했다. 교훈 개정을 추진하던 학교 측 역시 무엇보다 총동문회의 의견을 중요시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원주여고의 교훈은 변경 없이 1945년 학교를 설립하면서 정해진 ‘참된 일꾼, 착한 딸, 어진 어머니’로 이어질 예정이다

원주여고는 결국 총동문회의 결정을 받아들였고 ‘68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게 되었다. 학창 시절을 보낸 공간이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나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이전을 앞둔 교정을 찾았을 때 어떠한 심정이 될지도 잘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그들은 공간의 이전을 두고서는 울며 손을 흔들었지만, 언어의 이전에는 분노했다. 그들에게 공간보다 떠나보낼 수 없는 것은 언어였고, “시대가 변해도 교훈은 변하지 않는 학교의 긍지이며 전통”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훈을 지켜냈다
2부: 학교의 훈, 88~89p

개인들의 무관심과는 달리, 회사의 경영책임자들은 한 공간을 장악한 언어가 가진 위력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회사의 이익과 연결한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라
면 더욱 그렇다. ‘삼성신경영실천위원회’에서 발간한《삼성인의 용어: 한 방향으로 가자》(1993)에서는 한 조직의 용어가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 두었다.

한 조직의 용어를 통일하는 것은 그 구성원의 사고와 행동을 하나로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가치관을 언어를 통해 서로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업의 용어 통일은 기
업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을 합니다. 회장께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용어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하십니다. 구체적으로 첫째, 그룹의 용어를 명확히 통일하고, 둘째, 삼성 특유의 용어를 만들고, 셋째, 용
어의 질을 한 차원 높이자는 특유의 용어論을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이 책자는 삼성이 21세기 세계 초일류기업을 실현하기 위해 전 삼성인의 사고와 행동을 한 방향으로 통일하는 데 필수적인 삼성용어의 해설
집입니다. (……) 삼성인이면 누구나 이 용어 하나하나의 뜻을 알고 있어야 하고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신경영의 참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이 빨라지고 단결력
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3부: 회사의 훈, 119~120p

아파트의 브랜드가 개인의 품격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입주한 구성원들은 스스로 자신의 단지 주변에 성곽을 쌓아나갔다. 그것은 같은 단지의 아이들끼리만 어울리게 한다거나, 입주민이 아니면 출입을 금지한다거나, 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건설사들은 전국적으로 저마다 고심해서 지은 욕망의 이름을 보급해 나갔다. 브랜드 아파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완전히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어디에 사느냐는 질문에 “??동 래미안”, “??동 자이”, “??동 힐스테이트” 하고 대답하게 되었고, 그것은 그들의 특별함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곧 문제가 생긴다. 브랜드 아파트가 경쟁하듯 들어서면서 그 희소성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건설사들은 조용히 욕망의 언어를 더 만들어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서브 브랜드’라는 것이 탄생한다. 예컨대, ‘프리미어 팰리스’라든가 ‘메가트리아’, ‘로이뷰’, ‘더테라스’, ‘트리지움’과 같은 이름이 기본 브랜드 뒤에 덧붙기 시작한 것이다. 이 2차적인 욕망을 담은 훈이 가장 먼저 가서 닿은 지역은 역시나 ‘강남’이었다.

4부: 개인의 훈, 172p

출판사 서평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괴물’에 조요경을 비추다

1990년대 이전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세대라면 애국조회를 선명하게 기억할 것이다. 매주 월요일이면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들은 뒤 ‘교가’를 부르고, ‘교훈’과 ‘급훈’이 칠판 옆 높은 곳에 내걸린 교실로 들어가곤 했다. 그때 학교에서 익힌 것은 국영수 같은 교과 지식뿐만이 아니었다. 온갖 형식의 ‘가르침’, 요란한 구호, 기념일 노래 등을 영혼 없이 부르고 외치면서 부지불식중에 그것에 내포된 은밀한 함의에 젖어들곤 했다. 이러한 무감각한 의례는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끝나지 않고 군대는 물론 회사 등 사회에 진출해서도 계속 이어진다. 이 과정을 거치며 개인은 점차 비판적인 사유 없이 온갖 ‘가르침의 말씀’을 받아들일 만큼 수동적인 인간으로 변한다.
전작《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대리사회》등으로 출판계의 주목을 받았던 김민섭 작가는 와이즈베리 신작《훈의 시대》에서 이러한 ‘가르침의 말씀’에 조요경(照妖鏡, 《서유기》에서 요괴가 아무리 변신을 해도 본모습이 드러나게 하는 거울)을 들이댔다. 작가에게 ‘가르침의 말씀’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지만 어두운 곳에 숨어 개인이 주체로 서는 것을 방해하는 ‘괴물’이다. 이 괴물은 “개인을 시대에 영속시키는 동시에 끊임없이 지워왔으며 특히 사유의 범위를 그 함의의 테두리에 가두고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작가는 이 괴물을 ‘규정된 언어’라고 정의하면서 ‘훈訓’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훈’이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받아들이듯이 ‘가르침’의 의미다. 가정(가훈), 학교(교훈), 군대(훈련), 회사(사훈), 국가(훈령)에 이르기까지, 주로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아니면 위계적으로 강요하는 ‘계몽의 언어’인 동시에 ‘자기계발의 언어’로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훈’은 한 개인이 가정, 학교, 회사 등 생애주기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모든 공간의 언어로 전달된다. 따라서 훈이란 시대가 개인에게 품은 ‘욕망’이다. 일상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강요되는 훈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으며, 한 개인의 몸을 만드는 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본다면 훈은 결국 한 인간의 격格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제라고 할 수 있다.


뒤틀린 훈, 기괴한 훈, 법보다 가까운 훈

저자는 사회적 기제로서 ‘훈’이 작동하는 형태를 개인의 성장 과정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학교의 훈, 둘째는 회사의 훈, 셋째는 개인의 훈이다.

학교의 훈은 교훈이나 훈화, 훈시, 급훈, 교가 등의 형태로 존재한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남녀 고등학교에서 높은 빈도로 권장된 훈은, 여고에서는 ‘순결’, ‘정숙’, ‘예절’, ‘배려’, ‘사랑’, ‘겸손’ 등이고, 남고는 ‘단결’, ‘용기’, ‘개척’, ‘책임’, ‘명예’, ‘열정’ 등이다. 여고의 교훈이 정적이고 과거 지향적이라면, 남고의 것은 역동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다. 이처럼 근대인을 대량생산해 왔던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모든 남자와 여자는 훈을 통해 저마다의 역할과 기대치를 암묵적으로 부여받아 왔다. 그러나 ‘참된 일꾼, 착한 딸, 어진 어머니’라는 교훈을 바꾸려다가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일부 동문의 거센 반대로 실패한 원주여고의 사례에서 보듯이 개인이 자신을 둘러싼 언어를 전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자신이 없다고 고백하면서도, 교훈을 바꾸려 했던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언젠가 사회에 진출해 자신을 둘러싼 언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로서 살아가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회사에서 마주하는 훈은 기괴하다. “남들보다 두 배 더 열심히 일하고”, “남들보다 두 배 더 빨리 출근한다”는 식의 지킬 수 없는 공허한 외침이며,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기억한다고 해도 그저 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취향이나 경영방침에 따라 바뀌는, TV 속 광고의 이미지처럼 존재할 뿐이다. 그럼에도 회사의 훈은 때론 ‘헌법’적 지위를 얻기도 한다. 저자는 회사의 훈이 “대한민국의 헌법보다도 가까운 일상의 헌법”이며, “개인에게 국가보다 큰 권력을 가진 실체로 존재하는 공간에서 법보다 가까운 법”이라고 말한다. 사훈은 눈에 보이는 공간은 물론 소속 임직원의 머릿속 그 어디에도 없지만, 그 어디에나 존재한다.


학교나 회사보다 훈이 더욱 직접적이고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은 평범한 개인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된 개인의 일상 공간이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라는 아파트 광고처럼, 개인이 바라보는 시선의 끝, 일상화된 공간에 저마다의 특별한 훈을 전시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개인의 훈만큼 욕망을 착실하게 드러내는 것도 없다. 이 욕망은 거리에, 하나의 블록에, 거주 공간에, 작은 방에, 책꽂이, SNS에서 발견된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사실 훈은 개인의 훈 말고는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드물다. 출신 학교의 교훈이나 사훈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훈은 그저 공허하고 추상적인 구호에 그치거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별것 아닌 존재가 아니라 그 시대를 관통하며 구성원을 규정하고 통제한다. ‘순결’, ‘정숙’, ‘착한 딸’, ‘학도’, ‘건아’, ‘건설’, ‘우리는 남들보다 두 배 더 열심히 일한다.’ 식의 언어들이 학교에, 회사에, 개인의 일상 공간에 아직도 익숙한 방식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우리는 훈을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훈은 우리를 잘 알고 있다. 이런 훈을 전복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를 규정하는 언어에 노골적으로 잠재해 있는 욕망에 잡아먹히고 ‘대리인간’에서 벗어나 주체의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시대를 맞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액체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는 훈’을 어떻게 걷어내고 뒤집을 수 있을까? 교훈을 바꾸려다가 실패한 학교 사례에서 보듯이, 전통이라는 탈을 쓰고 여전히 우리를 옥죄는 훈의 감옥에서 탈출하기란 정말 버거운 일이 아닐까?

“이것들을 이제 폐기하고 스스로의 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대의 논리가 다시 우리를 잠식하기 이전에 주변의 훈을 바꿔나가는 작업을 해야만 한다.”

작가는 야만적이고 낡은 훈을 폐기하고 새로운 훈을 만드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 희망은 막연한 기대나 선언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로 시도를 한다. 작가는 SNS에서 화제가 된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을 담아 조심스럽게 자신의 훈을 제시한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이 훈은 아무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상처 주지 않으며, 아무에게도 무겁지 않다. 낮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음성의 이 훈은 우리 사회에서 계속 대학원생, 시간강사, 대리기사 같은 철저하게 을로 살아온 작가가 우리 시대에 내놓은 작은 ‘제안’이며,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당부한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편해하고 물음표를 가져야 한다. (...) 큰 용기를 내거나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한번 바꿔볼까?’ 하는 말 한마디로 변화를 추동해낼 수 있다. (...) 이것은 대학생도, 회사원도, 한집안의 부모들도 모두 할 수 있는 일이다.”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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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2338797
발행(출시)일자 2018년 12월 03일
쪽수 246쪽
크기
148 * 214 * 31 mm / 428 g
총권수 1권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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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넘길수있는 훈들을 모아서 다시 생각하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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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를 지니고 살아가는 일, 추억하지 않고 기억하며 사는 일. 이렇게 두 가지가 남습니다. 저자의 다른 에세이들보다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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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의 시대, 결국 훈이 우리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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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계속해서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간에 물음표를 보내지 않으면 누구나 보수화될 수밖에 없다. 나를 비롯해 모두가 그런 나약한 몸을 가지고 살아간다.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를 지켜내고 싶어 하고, 익숙하지 않은 언어를 거부하고 싶어 한다. …… 언어를 수호하려는 개인은 보수화된 개인이다.
훈의 시대
여학생을 여성이나 어머니가 아닌 사람으로서 견인해 내야 한다. 이것은 한 존재의 몸을 본래대로 되돌리는 일이다.
훈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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