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
도서+교보Only(교보배송)을 함께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20,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1Box 기준 : 도서 10권
알림 신청하시면 원하시는 정보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해외주문/바로드림/제휴사주문/업체배송건의 경우 1+1 증정상품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패키지
북카드
키워드 Pick
키워드 Pick 안내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다른 연관 도서를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클릭 시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최근 많이 찾는 순으로 정렬됩니다.

수상내역/미디어추천
2020년 제1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오수완의 장편소설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가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세계문학상은 2005년 첫 수상작 『미실』(김별아)을 필두로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스타일』(백영옥), 『내 심장을 쏴라』(정유정), 『보헤미안 랩소디』(정재민), 『저스티스맨』(도선우), 『로야』(다이앤 리) 등 작가적 개성과 동시대성을 고루 갖춘 작품들을 배출하며 매년 화제를 모았다.
올해 수상작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는 가상의 도서관에 소장된 가상의 희귀본을 소개하는 카탈로그 형식의 소설이다. “세상에 없는 책을 상상하고 목록화”한다는 점에서 보르헤스를 떠올리게 되지만 “사가본 도서에 대한 나름의 소개문 혹은 감상문이 이어지는 사이사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는 이 독특한 카탈로그의 디테일 앞에서는” 작가 오수완에 대한 감탄만이 남는다. 오수완은 2010년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로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을 받은 기성 작가로 이후 장편소설 『탐정은 어디에』를 발표하기도 했다. 책을 소재로 가상과 현실을 뒤섞으며 지적 상상력을 무한히 확장하는 글쓰기가 그의 특장인 셈인데, 이번 수상작은 지식뿐 아니라 책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사유가 더욱 깊어 보인다.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단(최원식, 은희경, 방현석, 정홍수, 하성란, 강영숙, 박혜진)은 “지식으로 가득하지만 지식이 앞서지 않고 정점을 향해 나아가지 않지만 멈추게 되는 곳곳이 정점이었던 이 소설은 친절하고 따스하며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책과 연결된 세계에 신뢰를 보낸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책과 함께하는 인간이 다른 무엇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며 그의 작품을 이견 없이 당선작으로 선택했다.
작가정보
1974년 1970년 철원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전문의를 거쳐 20여 년간 한의사로 일하고 있다. 2010년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로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 장편소설 『탐정은 어디에』를 펴냈다. 2020년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로 제16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 서문
알림
도서관에 대해
순진무구한 칼날 An Innocent Blade
꿈 Dreams
아메리칸 핫도그 American Hotdogs
요코 아키노와 아리스 아키노에 대해
아메리카-악령의 땅 America-Land of Fiend
장서표의 책 Book Of Bookplate
야외의 연인들 Outdoor Lovers
빈센트 쿠프만에 대해 1
빈센트 쿠프만에 대해 2
메트로 Metro
짐머 ZIMMER
프로스페로의 꿈 The Dream Of Prospero
레나 문에 대해 1
레나 문에 대해 2
손으로 만드는 기타 The Handmade Guitar
공空의 책 Libre de Kong
하향 나선 Downward Spiral
보이지 않는 달 The Invisible Moon
머피에 대해
용의 왕 The King Of The Dragon
살아 있는 악몽들 Living Nightmares
이 책을 빌리지 마라 Don’t Check Out This Book
캐서린 헌트에 대해
나는 어떻게 성공적인 꾀병쟁이가 됐나 How I came to be a Successful Malingerer
일곱 얼굴의 남자 A Man With 7 Faces
페퍼에 관한 모든 것 All That Pepper
가브리엘 헤수스에 대해
모노폴리: 전술과 기술 Monopoly: taktiek en tegnieke
찻주전자가 있는 정물화 A Still Life With A Teapot
무한의 기원에 대하여 About The Origin Of Infinity
광대 Jester
앳킨스 씨에 대해
폭풍 속의 쥴 Jules In Storm
썩은 난초 Rotten Orchids
재니스 허시필드에 대해
스도큐빅스 It’s Sudokubics!
파리의 나날 Days In Paris
너의 신에게 기도하라: 어느 젊은 종교인의 초상 Pray For Your Own God: A Portrait Of A Young Man As A Believer
시체를 처리하는 방법: 미스터리 작가를 위한 안내서 How To Hide A Body: A Guide For Mystery Writers
제이독에 대해
움빌리카 Umbilica
북쪽으로의 여행 Journey To The North
당신이 읽을 수 없는 100권의 책 100 Books Wanted: Lost Books That You Can’t Read Ever
베니스터 폴센에 대해 1
베니스터 폴센에 대해 2
베니스터 폴센에 대해 3
그 뒤의 이야기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책 속으로
빈센트 쿠프만(Vincent Koopman)은 도서관의 가장 열정적이고 기이한 기증자 중 하나였다. 그는 내가 일을 시작했을 무렵부터 꾸준히 도서관에 드나들며 책을 기증해왔다. 그가 기증한 32권의 책들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사이에 걸쳐 유럽, 아시아, 남북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에서 출간된 것이다. 인쇄나 제본도 흠잡을 데가 없어서 다른 이들의 투박한 사가본과는 생김새부터 달랐다. 게다가 모두 희귀본이어서 이들에 관한 정보는 도서관 협회에서는 찾을 수 없고 단지 희귀본을 다루는 블로그에서만 단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이었다. 나는 서가 한쪽에 빈센트 쿠프만 컬렉션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그 책들을 한데 모아 놓아두었다. (18쪽)
나는 이 책을 여러 환경에서 읽었는데, 머리가 아프려 할 때 읽기도 했고(두통이 더 심해졌다) 쿠키와 차를 앞에 두고 읽기도 했고(LM을 처음 만난 날 읽던 책이 이것이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읽기도 했고(쉽게 잠들 수 있었다) 비가 오는 날 읽기도 했고(마찬가지로 잠이 쏟아졌다) 부끄럽지만 화장실에서 읽기도 했고(물론 손은 깨끗이 씻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읽기도 했다(차라리 일을 하는 편이 더 홀가분했다). 이 책은 어느 환경에서나 읽기 괴로웠고 덕분에 읽는 동안 의식은 자꾸만 책의 바깥을 헤맸다. 그 때문인지 이 책을 생각하면 책의 내용 대신 책을 읽을 당시의 경험이 떠오른다. 쿠키의 맛, 공기의 냄새, 빗소리, 아침 햇살의 온도, 두통의 느낌, 그즈음의 감정 같은 것들이. 어쩌면 나는 한 권의 책과 그 책을 읽는 데 들이는 시간을 그 시간만큼의 경험의 기억과 바꾼 건지도 모르겠다.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버린 건 아쉽지만 그 역시 나름대로 멋진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75쪽)
나는 그녀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른다. 호펜타운에 오기 전까지 어디에서 살았는지, 왜 그날 밤 비에 젖은 채 도서관 문을 두드렸는지 모른다. 물어보면 말해줄지도 모르지만 그걸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VK의 책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게 그 책들을 읽는 데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조금 식상한 은유지만 사람은 우주다. 사람은 책이다. 한 사람의 깊이는 우주의 깊이와 같다. 그 깊이를 헤아리기 위해서는 그를 오래도록 읽고 또 읽어야 한다. 그는 새롭게 계속 쓰여지며 끝나지 않는 책이다. 그리고 어떤 책은 시간이 흐르며 더욱 새롭고 흥미롭고 신비로워진다. 그런 책을 읽어 나가는 건 기쁨과 흥분을 주는 모험이다. 내겐 그녀를 읽어 나가는 일이 그렇다. 달리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88~89쪽)
책 곳곳에 사서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엿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모든 애서가들은 기본적으로 사서를 싫어한다. 그들의 눈으로 보기에 사서는 책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사서는 책이 들어오면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책싸개는 버리고 책등과 표지에 분류표를, 표지 안쪽에 인식표를 붙이고 투명 비닐로 책을 싼다. 애서가는 사서가 사용하는 테이프와 비닐이 책을 질식시키고 부식시킨다고 주장한다. (변명하자면 책을 망치는 진짜 범인은 더러운 손으로 책을 아무렇게나 만지고 안 보이는 곳에서 책장을 찢어가는 이용자들이다. 사서의 손은 기껏해야 한 책의 먼지를 다른 책으로 옮길 뿐이다. 그리고 애서가처럼 책을 끔찍이 아끼며 애지중지하는 건 사서가 할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책이란 끝없이 분류하고 기록해야 할, 표백제와 화학약품을 내뿜는 먼지 뭉치, 종이로 만들어졌을 뿐인 벽돌에 가깝다.) (132~133쪽)
작가는 하나의 이야기를 계속 고쳐 쓰면서 인물과 사건과 배경이라는 소설의 고전적 요소로부터 이탈했다. 조안 맥케인은 다소 괴롭고 파괴적이기까지 한 이런 작법을 의식적으로 택했는데 그의 목적은 소설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 나아가서 문학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의 시도는 탈출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는 절반은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겠다. 다만 그 시도의 끝이 여전히 문학에 머무는 것은 작가가 작법을 극단적인 데까지 밀어붙이지 못
한 데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보로망을 비롯한 모든 데카당이 추구했던 탈출의 끝이 여전히 문학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즉 이것은 문학으로부터의 탈출은 그것의 소멸밖에는 없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것이 문학이 스스로 가고 있는 길이다. (166쪽)
『폭풍 속의 쥴』의 독특한 점이라면 판타지로 보이는 이 소설이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이 세계의 진실에 대한 실마리를 하나씩 제시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SF라는 자신의 진짜 장르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 소설은 ‘충분히 발달한 과학은 마법으로 보인다’는 말의 조금 뒤틀린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마법이나 고대의 신비한 힘으로 여기던 것들이 선사시대의 과학기술이라고 밝혀지기 때문이다. 독자는 ‘임모’가 안드로이드라는 것, 이들의 세계가 성간을 운행하는 세대 우주선이라는 것, 몰록은 우주선宇宙線으로 인해 기형적으로 변형된 인간이라는 사실 등을 차례로 알게 된다. (185쪽)
“이 빌어먹을 개자식아!”
하고 재니스 허시필드가 소리쳤다.
그 외침은 너무도 갑작스러워서 그녀 자신도 놀란 것 같았다. 나를 포함한 도서관 안의 전부가 그녀를 똑바로 쳐다봤다. 침묵을 깨뜨려서 화를 내거나 하는 건 아니었고 도대체 무슨 일로, 그리고 누구에게 그런 욕을 했는지, 뭔가 곤란한 일이나 억울한 일을 당한 건 아닌지 궁금해하는 눈빛이었다. 재니스는 당황해서 허겁지겁 짐을 챙기더니 말이 안 되는 소리로 도서관 안의 모든 사람을 향해 몇 번이나 큰 소리로 사과를 하고는 도서관을 빠져나갔다.
그녀가 당황해서 서가에 거꾸로 꽂아놓고 간 책은 시드 엘머의 『썩은 난초』였다. 앳킨스 씨는 책 제목을 확인하고는 눈썹을 으쓱인 뒤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195~196쪽)
아르톨리니는 기존 작가들이 제시한 시체 처리법에 자신이 생각해낸 새로운 방법을 더해 모두 97가지의 방법을 이 책에 실었다. 그중에는 시체를 방부 처리해서 침대 매트리스에 집어넣는 법, 술 취한 사람으로 변장시켜 클럽 등에 유기하는 법, 밀웜과 박테리아를 이용해 생분해하는 법, 동물에게 먹이로 주는 법, 분쇄해서 변기에 흘려 버리는 법, 쓰레기 분쇄기에 들키지 않고 넣는 방법 등이 있는데 이 중 일부는 추리소설보다는 범죄 드라마에 더 어울린다. 내가 보기에 가장 기발한 예는 애초에 존재한 적 없는 가상의 인물을 살해하는 것인데 이 방법에서 범인은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인터넷 공간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한 뒤 사고로 죽은 것으로 가장한다. (214쪽)
사라진 책이나 원고라는 주제는 언제나 매혹적이다. 그런 책이 다시 나타난다면 어떨까. 실비아 플라스나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 헤밍웨이의 사라진 원고가 나타난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이 수도원의 다락방이나 성상의 빈 대좌 같은 곳에서 누군가의 발견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떠올려보기만 해도 짜릿하다. 그런 원고를 찾아내는 것은 모든 애서가와 독서광의 꿈이다. 이 황홀한 꿈은 그 희박한 가능성 때문에 더욱 매혹적이라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애서가들은 사라진 책들과 원고들로 이루어진 자신만의 도서목록, 혹은 도서관을 마음속에 하나씩 갖고 있다. (232쪽)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그는 왜 그 많은 책을 직접 만들었을까. 그건 한 사람이 하기에는 지나치게 오랫동안 수고를 들여야 하는 일이었고 장난, 야망, 복수, 실험 등은 그 이유가 아니었다. 나와 BP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지겨워서. LM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 나와 BP는 그녀의 말이 맞다는 걸 알았다. (251쪽)
출판사 서평
결코 사라지지 않을 책과 삶에 바치는 애서가의 연서
책과 삶이 이렇게 아름답게 융화된 소설은 읽은 적이 없다.
_강영숙(소설가)
가상의 도서관에 소장된 가상의 희귀본,
지적 탐험과 상상력의 모험으로 탄생한 ‘당신이 읽을 수 없는 책’ 32권
호펜타운 반디멘 재단 도서관의 다른 이름은 ‘어디에도 없는 책들을 위한 도서관’이다. 이름 때문인지 어느 날부터 사람들은 직접 쓴 원고로 책을 만들어 도서관에 기증하기 시작했고 재정난과 장서 부족에 시달린 도서관은 기증받은 사가본으로 운영돼왔다. 시 의회와의 협상 결렬로 재단은 도서관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도서관 이용자들이 기증한 사가본은 가치가 없는 책으로 분류돼 모두 폐기될 운명이다. 도서관의 유일한 사서이며 도서관장 대리인 에드워드 머레이는 책들을 원래의 기증자들에게 돌려주는 일에 몰두한다. 그런데 가장 열정적이고 유별난 기증자였고 자칭 작가이며 책도둑인 빈센트 쿠프만(VK)은 책을 찾아가지 않는다. 그가 기증한 책들은 모두 인터넷으로만 겨우 서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희귀본들이다. 에드워드 머레이는 조력자인 레나 문과 상의해 VK와 그의 책들을 기념하기 위해 카탈로그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게 바로 이 책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서른두 권의 쿠프만 컬렉션이 현실에 존재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한 권 한 권의 이야기가 너무나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다.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이 가상의 책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보기 위해 독자는 저자 이름과 도서명을 몇 번이고 검색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물론 어떤 인명도 책 제목도 검색되지 않는다.
빈센트 쿠프만 컬렉션은 소설에서 역사서, 예술서, 과학서, 종교사상서, 일기 및 회고록, 각종 테마를 다룬 에세이, 요리책, 수학책, 게임 안내서, 그래픽 노블, 퍼즐책,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기이한 책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예컨대, 보르헤스의 소설로 만든 발레극을 상연하기 위한 무대와 의상 스케치, 16세기부터 19세기 이후까지의 장서표를 소개한 책, 야외에서 사랑을 나누려는 연인들을 위한 안내서, 수학 개념을 풀어 쓴 소설, 열여섯 장의 그림을 조합하여 20조 개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책갑, 가정용 공구로 기타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반원형에 글씨라고는 한 줄도 없고 부서지기 쉬운 특수한 종이로 만들어져 밀봉된 책, 갖가지 문신 기법을 소개하는 문신가의 회고록, 자칭 ‘도서관 이용 전문가’의 도서관 이용기, 아프리카 민족회의 조직원이 쓴 모노폴리 게임 책, 한 가지 이야기를 아홉 가지로 변주한 단편소설집, SF, 판타지, 로맨스 소설들, 주석으로만 이루어진 수학책,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각색한 그래픽노블, 미스터리 작가를 위한 시체 처리법, 아모르 문디, 즉 세계수(世界樹)의 경이로움이 담긴 여행기 등이다.
이 책들은 기증자 VK가 세계 곳곳에서 여러 경로로 수집한 희귀본들로 알려져 있지만 카탈로그를 만들던 사서 에드워드 머레이는 이 모든 책을 쿠프만 자신이 직접 쓰고 그림을 그리고 제본하여 만든 것임을 알게 된다. 분야도 주제도 형태도 천차만별인 이 별난 사가본에는 책과 세계에 대한 한 사람의 꿈과 환상, 지식과 욕망이 총체적으로 투영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리 말하면 VK의 기이한 열정은 작가 오수완의 지적 탐험과 상상력의 모험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손수 그린 섬세한 책 일러스트에도 그러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결된 사람들의 커뮤니티
책과 삶이 가장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곳
빈센트 쿠프만 컬렉션을 소개하는 카탈로그 사이사이에는 그의 책들에 저마다의 사연으로 얽혀 있는 도서관 이용자들의 이야기가 끼어들어 흥미를 더한다.
한 일본인 여자는 건강한 에로티즘을 찬미하는 일본인 사진작가의 작품집 수서를 검토하던 에드워드 머레이를 혐오스럽게 바라보지만 그가 그녀의 딸을 사회복지사로부터 보호한 후로는 태도가 달라진다. 비 오는 날이면 도서관에 찾아와 사가본 서가 앞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던 노숙자는 알고 보니 왕년의 유명한 라디오 디제이다. 처음에 그를 질색하던 도서관 관리인 부부는 그에게 옷을 나눠주고 화장실에서 샤워를 할 수 있게 한다. 킬러 같은 차림을 하고 VK의 요리책을 빌리려던 남자는 사실은 도서관을 인수해 식당으로 개조할 생각을 품고 있는 요리사고, 희곡과 소네트를 즐겨 읽는 멋쟁이 노인은 알고 보니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호펜타운을 떠났다가 돌아온 에드워드 머레이의 고등학교 동창은 조용하고 음울한,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소녀처럼 쾌활하고 분방한 시인이 돼 있다. 어느 날 마약 상인처럼 보이는 청년이 VK의 책을 훔쳐 가자 레나 문은 그를 쫓아가 책을 받아 온다. 청년은 랩 가사를 쓰기 위해 그런 짓을 했다며 사과한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결된 사람들의 커뮤니티는 고요한 가운데 자유분방하며 고독한 몰입 속에서 지적 쾌락을 향유한다. 그 속에서 그들은 안전한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도서관이 문을 닫기 전 도서관 이용자들이 모여 폐관식을 여는 모습은 책과 삶이 가장 아름답게 만나는 장면으로 기억될 만하다. 도서관이 없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어떤 이는 도서관 출입문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그동안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편지를 남기고, 누군가는 그 아래 꽃다발을 놓아두고 초에 불을 밝힌다. 폐관식이 열리는 날 공교롭게도 재단에서 나온 사람들이 재단 소유의 장서를 모두 회수해 가는 바람에 책들이 떠난 텅 빈 도서관에서 식이 진행된다. 책들이 사라져서 슬픈 날이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기쁜 날이라며 서로를 위로하던 그들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남아 있는 VK의 책들로 모의 경매를 하기로 한다. 낙찰받은 책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참가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관심과 취향에 어울리는 책들에 일정 금액을 걸고 책을 낙찰받는다. 경매액은 도서관에 기부되어 VK 컬렉션 카탈로그를 만드는 데 쓰기로 한다. 사람들은 낙찰받은 책을 서로 나눠 보며 그에 얽힌 추억을 나눈다.
그런데 에드워드 머레이와 레나 문이 휴가를 다녀온 사이 VK의 책들이 모두 사라진다. 고장난 문을 뜯고 누군가 훔쳐갔지만 범인은 찾을 수 없다. 에드워드 머레이는 덕분에 VK의 책들이 사라지지 않고 세상 어딘가에 남아 있게 된다면 그 이상 반가운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 후 레나 문과 그는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는데, 이삿짐 속에서 책 두 권이 든 봉투를 발견한다. 그 책이 무엇인지 독자는 알 것이다.
자신만의 도서목록을 상상하는 모든 애서가들의 꿈이 깃든 이야기
가상의 책들의 카탈로그라는 일종의 “포스트모던적 농담”이라 할 이 소설에 대해 작가 오수완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당신이 읽을 수 없는 100권의 책』에서 슬쩍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VK가 마지막으로 기증한 이 책은 세상에서 사라진 책 100권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데, 사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책들이다. 저자는 오로지 자신의 상상에 의지해 100권의 목록을 만들고 각각의 책의 표지를 그린 다음 간략한 설명까지 붙여놓았다. 에드워드 머레이는 VK 컬렉션 카탈로그가 이 책의 방식을 참고한 것이라고 밝히며 책에 대한 감상을 이렇게 적는다. “아마 그는 자신이 상상한 책들을 함께 상상하고 그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즐거워할 누군가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어쩌면 한 발 더 나아가, 독자가 자신만의 환상적이며 사실적인 책들의 목록을 만들기를, 그리고 그 책들을 찾아 나서기를, 즉 그것을 직접 쓰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이 말을 작가 오수완이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를 쓴 이유로 가져다 놓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도 비슷한 뜻을 전한다. “이 이야기가 당신에게 뭔가 속삭이는 기분이 든다면 그건 아마 이런 말일 것이다. 당신이 어떤 책을 찾고 있는데 그 책이 세상에 없다면 그 책을 써야 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라는 것.” 세상에 없는 책들로 이루어진 자신만의 도서관을 상상하는 많은 애서가들, 이름 없는 작가들의 꿈이 이곳에서 만난다.
●심사위원 추천사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는 현실의 구정물이 튈까봐 소란한 한국으로부터 문득 이륙, 아득한 가상의 사막에 공들여 구성한 인공신기루 같은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도서관이
다. 곧 식당으로 개조될 호펜타운의 반디멘 재단 도서관의 사서 에드워드 머레이가 빈센트 쿠프만 컬렉션을 중심으로 도서관의 사람들조차 목록적으로 정리한 실록이 이 작품의 몸통인데, 말하자면 이 소설은 한 편의 긴 농담이다. 이 때문에 이 독특한 재능이 철 지난 포스트모더니즘의 뒤늦은 도착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끝에 반전이 숨어 있다. “사람은 책이다. 그를 오래도록 읽고 또 읽어야 한다.” 반인간주의로 위장한 인간주의 또는 인문주의가 오롯한바, 이 소설은 위기에 처한 인문주의를 위한 만가요, 그 참을 수 없는 변증인 것이다. 최원식(문학평론가)
이 소설은 책의 물성과 도서관의 인문적 정체성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 책에 대한 서지학적 연서라고 할 수 있다. 한 도서관의 이야기이면서 한 도시와 커뮤니티, 그리고 인간성의 구원에 대한 서사이기도 하다. 책과 도서관 이용자들을 둘러싸고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인간에 대한 편견을 들춰내 결국 삶의 다양성과 존엄성에 대해 질문한다. 책은 어떻게 태어나며 무엇을 말하는가, 어떻게 독자와 조우하며 또 버림받고 잊혀서 죽음을 맞는가, 그리고 책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왜 삶에 대한 연가가 되는가. 모든 책에는 각자의 운명이 있다. 아니 모든 인간들은 저마다의 운명을 지니며 소멸 속에서 연대한다. 은희경(소설가)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는 ‘책을 떠나는 인간들을 위하여’ 쓴 작품이다. 세상에는 단 한 권뿐인 책이 있고, 단 한 명뿐이 읽지 않은 책도 있다. 한 권뿐인 책은 가치 있고, 한 명뿐이 읽지 않은 책은 그렇지 않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 인생을 가장 닮은 예술의 형식이 장편소설이라면 이 작품은 완벽하다. 인생과 소설이 고립의 형식으로 닮아가고 있는 과정을 작가 오수완은 책이라는 텍스트와 그 텍스트가 머무는 도서관을 통해 보여준다. 아주 쓸쓸하지만 담백하다. 쓰는 존재와 읽는 존재가 만나는 도서관. ‘어디에도 없는 책들을 위한 도서관’은 ‘어디에도 없는 인간들을 위한 도서관’이지만 ‘어디에나 있는 인간들을 위한 이야기’다. 방현석(소설가·중앙대 교수)
명징한 지성이 감싸고 있는 사유와 상상의 소설 언어가 매혹적이다. 말과 사물은 서로를 단단히 껴안고 흘러가면서 세상이라는 책, 세상이라는 도서관을 짓는다. 한국 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공중전의 상상력이 일품인데, 진공의 책장에 숨을 불어넣는 언어의 힘만으로도 이 소설의 성취는 뚜렷하다. 소설의 문장들이 이끄는 미세한 떨림과 번짐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기발한 확장과 펼침의 백과전서적 상상이 우리 내부의 이야기로 이미 접히고 연결되는 문턱을 즐겁게 만나게 된다. 정홍수(문학평론가)
가상의 도시에 가상의 도서관이 있고 가상의 도서관에는 가상의 장서가 소장되어 있다. 독자들이 소설 속 가상의 공간과 인물들을 어색해하지 않고 우리가 그 진위를 궁금해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소설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색하기는커녕 이보다 더욱 견고하고 실제적인 것을 보지 못한 느낌이다. 소설 속 도서관의 장서들에 대한 느낌은 이를 뛰어넘는데 이 장서들이 현실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도 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서인 에드워드 머레이는 도서관의 장서 서른두 권을 요약해 기록으로 남긴다. 작가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주는 이 그럴듯한 기록을 보고 있자면 도서관의 장서들이 정말로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다가도 단지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라고 정신을 다잡게 되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이 아슬아슬한 선을 내내 유지하면서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한다는 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작가가 매일 자신의 책상에 앉아 구축한 가상의 거리에서 장서의 진위에 대해 고심하며 헤맬 독자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꽤 유쾌하다. 그 세계는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새로우면서도 익숙하다. 하성란(소설가)
책과 삶이 이렇게 아름답게 융화된 소설은 읽은 적이 없다.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는 책이, 도서관이, 우리의 생이 현재라는 비좁은 시간 안에만 갇히지 않고 미래에도 세상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의 이야기다. 책도 세계도 사라지지 않는 미래를 떠올릴 수 있게 한 오수완의 상상력과 지적 탐험의 깊이가 놀랍다. 강영숙(소설가)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고 그 책이 도서관에 보관되는 일은 작가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 중 일부에게만 허락된 좁은 문이다. 따라서 직접 쓰고 그리고 제본하여 만든 희귀본, 즉 세상에 없는 책을 소개하는 이 카탈로그는 현대 출판 시스템이 책이라 부르지 않는 수많은 꿈들의 목록이다. 탈락한 꿈들의 목록은 도서관을 벗어난 지성이고 시스템이 누락한 감성이며 승자보다 빛나는 패자들이다. 이토록 화려한 패자부활전을 관전하지 않는 자, 누구라도 후회의 맛을 보게 될 것이다. 박혜진(문학평론가)
기본정보
ISBN | 9791161570938 ( 1161570934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4월 07일 |
쪽수 | 260쪽 |
크기 |
147 * 211
* 24
mm
/ 373 g
|
총권수 | 1권 |
Klover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리뷰 종류별로 구매한 아이디당 한 상품에 최초 1회 작성 건들에 대해서만 제공됩니다.
판매가 1,000원 미만 도서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일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을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래에 해당하는 Klover 리뷰는 별도의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도서나 타인에 대해 근거 없이 비방을 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리뷰
- 도서와 무관한 내용의 리뷰
- 인신공격이나 욕설, 비속어, 혐오발언이 개재된 리뷰
- 의성어나 의태어 등 내용의 의미가 없는 리뷰
리뷰는 1인이 중복으로 작성하실 수는 있지만, 평점계산은 가장 최근에 남긴 1건의 리뷰만 반영됩니다.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문장수집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