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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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겨레신문 > 2022년 2월 4주 선정
당신에게 점심은 어떤 의미인가요?
꿋꿋이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점심시간을 틈타 딴짓하는 사람을 위한,
작가 10인이 점심시간에 써내려간 산문집
영화 〈패터슨〉에서 버스 기사인 주인공은 점심시간이면 작은 폭포가 바라다보이는 벤치에 홀로 앉아 시를 쓴다. 그가 매일 마주치는 사물과 풍경에서 시의 구절을 떠올리고 노트에 기록하는 순간,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은 사소하게 특별해진다. 그는 점심시간을 삶의 활력소이자 안식처로 여길 것이다. 점심시간은 단순히 점심 먹는 시간이 아니며,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어떤 직장인에게 점심은 하루 중 유일하게 오매불망 기다려지는 휴식 시간이자 고독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일 것이고, 어떤 작가에게 점심은 창작욕이 샘솟아 끼니를 거른 채 글쓰기에 몰두하는 시간일 것이다. 강지희, 김신회, 심너울, 엄지혜, 이세라, 원도, 이훤, 정지돈, 한정현, 황유미 작가는 산문 다섯 편을 통해 매일 반복되는 점심의 시간과 공간에 새로운 질감과 부피를 더한다. 점심 식사에 철저히 초점을 맞춘 글이 있는가 하면, 점심과 무관해 보이지만 점심때 쓴 글도 있는데, 점심시간을 활용해 식당이나 카페에서 읽기 좋도록 짤막한 길이로 쓰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당신의 점심에 이 산문집이 함께해 조용한 즐거움과 포근한 위로가 전해지길 바란다.
작가정보
문학평론가. 문학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를 특별한 순정이라 착각하지 않고 그저 오랫동안 잘 읽고 쓰고 싶다. 《문학은 위험하다》를 함께 썼다.
에세이스트. 거한 아침 식사 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법을 모르고, 혼자 먹는 점심을 가장 좋아한다. 아무거나 잘 먹지만 맛있는 게 뭔지는 아는 사람.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아무튼, 여름》, 《가벼운 책임》 등을 썼다.
SF 작가. 단편집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 장편 《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를 썼다.
2019년까지 KBS에서 기상캐스터로 근무했다. 2020년에는 첫 책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를 출간했고, 하나로 좁혀지지 않는 일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seraweather
사진가이자 시인이다. 텍스트와 사진으로 이야기를 만들며 주로 소외-분리-고립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주목한다. 2014년 〈문학과 의식〉에 〈꼬릴 먹는 꼬리〉 외 네 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우리 너무 절박해지지 말아요》와 사진 산문집 《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등 네 권의 책을 쓰고 찍었다. 미국 시카고를 기반으로 크고 작은 개인전 및 공동전에 참여하며 사진가로서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에이비에리 갤러리와 브로드 매거진 등에서 개인전 〈Tell Them I Said Hello〉와 〈We Meet in the Past Tense〉 등을 가졌고, 하이뮤지엄(High Museum)의 사진 큐레이터 세라 케널(Sarah Kennel), 매그넘 사진 에이전시(Magnum Photography Agency)의 사진가 브루스 길더(Bruce Gilder), 에프럼 젤로니 민델(Efrem Zelony-Mindell) 등이 큐레이팅한 공동전에 참여했다. 큐레이터 메리 스탠리(Mary Stanley)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젊은 사진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설가. 201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 것이다》,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 중편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 장편소설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산문집 《문학의 기쁨》(공저), 《영화와 시》 등을 썼다. 2015년 젊은작가상 대상, 2016년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했다.
2015년 〈동아일보〉를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오늘의 작가상, 젊은작가상, 퀴어문학상, 부마항쟁문학상 수상, 《줄리아나 도쿄》, 《소녀 연예인 이보나》를 냈다.
목차
- 강지희
미나리 할머니와 고사리 할아버지
무수히 많은 이별과 산책
점심이 없던 날들
베이징과 불발된 연애
엄마, 스시, 눈물
김신회
구내식당 덕후
스몰토크란 무엇인가
‘밥 사줄게’라는 말의 뜻
씩씩한 산책
효도 점심
심너울
잔디 된장찌개
책의 문제
오늘 점심은 특이한 까까에 도전해요
교정용 젓가락과 가정교육
성탄절에 성탄절이 그립다
엄지혜
외로우니까 점심이다
꽈배기 같은 점심
한낮, 그리고 수신확인
차마 점심을 먹지 못한 날
글감을 허락한 테이블
이세라
특기는 오래 매달리기
그런 결혼은 없다
명랑한 은하수
Sometimes making something leads to nothing
일을 계속한다는 것
원도
가파른 맛
나는 입과 귀를 열고서
다짜고짜 뭐 먹을 거냐니
라쿠카라차!
마음이 동하는 한 숟갈
이훤
거의 점심
어느 개인의 점심 변천사
볕이 아직 남아 있는
9월
예약되지 않은
정지돈
치과는 부르주아의 것
몸이 예전 같지 않다
길티 플레저
부도덕 교육 강좌
발톱의 야인
한정현
떡볶이와의 결별
점심의 탄생과 산책인의 갈등
비커밍 점심 산책자
우리의 점심은 그곳에 오래 남아
멸종의 시간
황유미
서른 살 버릇, 마흔다섯까지
공간의 용도
위기 없는 이야기
아직 살아 있다
어른의 귀여움
부록
혼자 점심 먹고 나서 그냥 하는 질문
책 속으로
고사리를 살짝 데치고 간소한 양념으로 볶아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았고, 국물에 끓인 고사리는 오래 삶은 돼지고기처럼 야들야들하게 풀렸다. 그 고사리를 먹을 때면 내 삶도 조금은 부드럽게 풀리는 듯했고, 크고 따뜻한 품에 안기는 느낌이 들었다. _강지희, 〈미나리 할머니와 고사리 할아버지〉, 15쪽
많은 비정규직이 점심을 거르기 일쑤고 불규칙한 생활을 한다. 누군가는 식사를 챙기고 몸 관리를 하는 것 역시 사소하지만 성실한 자기 관리라 말할 것이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식사 메뉴만을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점심을 거르는 건 그 사람이 나약한 의지나 낮은 자존감으로 자기 관리를 놓쳐서가 아니라, 그저 그 자리에 가면 그렇게 되어버리는 상황의 문제일 때가 많다. _강지희, 〈점심이 없던 날들〉, 26쪽
사무실 막내였던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부장님이 오늘은 초복이니 삼계탕을 먹자고 하면 그날은 입구에 각종 화분이 잔뜩 놓여 있는 삼계탕집 좌식 테이블에 앉았다. 이사님이 특별히 회를 쏘겠다고 하면 대리님 차를 얻어 타고 도시 중심가에 있는 회 식당으로 향했다. 삼계탕이고 회 정식이고 다 싫었다. 내가 원하는 점심 메뉴는 혼자 말없이 먹는 구내식당 밥이었다. _김신회, 〈구내식당 덕후〉, 42쪽
엄마는 늘 내게 넘치도록 주고 싶어 한다. 다만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어서 늘 사양하게 된다. 우리는 서로가 보고 싶어 만났으면서도 정작 그 얼굴 앞에서는 내내 투덜거리다가 헤어지고 나서는 나의 못남에 잠을 설친다. 하지만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내 밥상에는 엄마 반찬이 올라오고, 그걸 먹으며 만회라도 해보겠다는 듯 나는 문자를 보낸다. “너무 맛있네. 잘 먹을게요, 엄마.” _김신회, 〈효도 점심〉, 65쪽
나는 음식을 남길 때마다 미묘한 죄책감을 느낀다. 두부를 반 모나 썩혀서 음식물 쓰레기로 만들면 악몽을 꿀지도 몰랐다. 마침 된장찌개를 해 먹은 지도 오래되었다. 마땅한 재료가 양파랑 두부밖에 없었다. 근처에서 애호박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싸고 맛있고 칼질하기 쉬운 애호박! _심너울, 〈잔디 된장찌개〉, 79쪽
살짝 정직해지자면 나는 내가 틀리게 젓가락질을 하는 데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DOC와 춤을〉에 너무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이 아닌가?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아니면 내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나만의 방식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식기구를 조작하는 개척자였기 때문에? _심너울, 〈교정용 젓가락과 가정교육〉, 85쪽
평일의 점심은 어쩐지 쓸쓸하다. 아무리 맛있는 메뉴를 선택해도 속도를 내서 먹어야 한다. 속을 터놓고 회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동료는 없어진 지 오래. 내가 좋아하고 신뢰했던 이들은 모두 떠났다. 가끔 찾아와주는 전 동료, 기꺼이 속내를 드러내도 두렵지 않은 몇몇의 사람, 일로 만났지만 친구가 된 선후배들을 만나지 않는 한, 나의 점심은 여전히 외로울 전망이다. _엄지혜, 〈외로우니까 점심이다〉, 98쪽
나는 아무래도 한낮(낮의 한가운데. 곧, 낮 12시를 전후한 때)보다는 대낮(환히 밝은 낮)이 좋다. 대놓고 “나 낮이거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래도 단어는 ‘한낮’이 예쁘다. 그러니까 책 제목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다. “우리 주말 한낮에 만나요”와 “우리 주말 대낮에 만나요”는 얼마나 어감이 다른가? 데이트 약속을 잡는다면 무조건 ‘한낮’을 추천한다. 갑자기 ‘대낮’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벌건 대낮’이라는 표현은 또 어떤가. 괜스레 불콰한 느낌이다. 벌거벗은 것 같기도 하고. _엄지혜, 〈한낮, 그리고 수신확인〉, 105~106쪽
내가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이 있다면, 이혼이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할 수 있다. 뒷일을 수습하는 건 생각보다 더 고통스럽고 긴 여정이었지만 그마저도 값진 경험이었다.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지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는 진리를 몸소 체험했으니까. _이세라, 〈그런 결혼은 없다〉, 130쪽
시간에 대한 주도권은 내게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회사를 다닐 때는 별수 없이 내 일과표가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나는 그 틀을 따라야 했다. 그것이 조직의 기강이기에. 그러나 나는 이따금 궁금했다. 대체 어떻게 전 직원이 12시부터 1시까지, 정해진 시간 안에만 밥을 먹지? 왜 그래야 하고요? _이세라, 〈일을 계속한다는 것〉, 161쪽
외근 업무를 하다 보면 체력이 금방 소모되고 언제 신고가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끼니를 챙길 기회가 오면 101퍼센트 채워주는 게 좋다. 저녁을 적게 먹었다가 새벽에 출동 나가서 졸음과도 싸우고 저혈당과도 겨루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일을 하는 경험은 더 이상 쌓고 싶지 않다. 일에 제대로 집중하고 싶은 마음에 꾸역꾸역 주어진 몫을 먹다 보니 소화불량과 위염을 달고 산다. 이게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집에서는 밥을(특히 저녁) 두 시간에 걸쳐 먹는다. _원도, 〈가파른 맛〉, 170쪽
사실 회사에서 먹는 점심 식사는 가장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먹는 밥이라는 점에서, 때로는 입안 가득 떠 넣는 한 숟갈이 참으로 버겁게 느껴진다. 어떠한 목적 없이, 저마다의 밥벌이를 위해 좁고도 넓은 대한민국을 돌고 돌아 만난 각양각색의 사람들끼리 취향 따위 고려하지 않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허겁지겁 먹는 식사는 얼마나 애석한가. _원도, 〈다짜고짜 뭐 먹을 거냐니〉, 178쪽
점심은 읽기의 시간이 돼주었다. 가장 귀중한 시간이 된 거다. 점심에 주어지는 한 시간을 쪼개 10분에서 15분 정도 낮잠을 자고 남은 40분은 점심을 먹으며 읽고 싶은 글을 읽었다. 달콤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점심은 큰 의미 없이 보낸 시간이었는데. 전부 다시 끌어모으고 싶어졌다. 삶은 역시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그렇게 스물다섯부터 서른 사이의 점심은 들숨의 역할을 했다. 절박했던 내게 그늘을 구비해준 시간이었다. _ 이훤, 〈어느 개인의 점심 변천사〉, 203~204쪽
침묵을 하나둘 수저로 뜨며 사람들이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것을 본다. 분주하구나. 우리는. 이곳에서 산다는 행위는. 숨과 숨 사이의 간격을 고루 들으며 식사를 마친다. 수저를 내려놓는다. 다 먹은 그릇의 바닥을 보며 이어폰을 귀에서 뺀다. 소리 없던 세계의 볼륨이 빠르게 늘어난다. 음악이 사라지니 이곳은 다른 속도로 돌아가는 듯하다. 접시 얹는 소리. 여기저기 들리는 수저와 젓가락 부딪치는 소리. 계산하기 위해 일어서는 누군가의 의자 빼는 소리. 듣고 싶지 않을 땐 이런 배경이 전부 소음 같은데, 이런 날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고 해주는 것 같다. _이훤, 〈9월〉, 216쪽
운동의 문제는 운동이 스스로를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개인적인 매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에 있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은 의지 부족이니 뭐니 하는 핀잔을 듣는다. 운동과 신체만큼 정직한 게 없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른다 따위의 말이 뒤따른다. 이거 봐, 이거 봐, 내 안의 근육이 이만큼 자랐어! 몸에 관한 이러한 생각은 좌파나 우파, 진보나 보수 할 것 없이 공통적이다. 과거에 정신을 찬양하고 몸은 경멸하는 풍조가 만연했다면 어느 순간 몸은 자신의 자리를 탈환하다 못해 거의 최종 심급이 된 것 같다. _정지돈, 〈몸이 예전 같지 않다〉, 235쪽
오한기 작가는 소설을 몰래 본다는 팬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도 회사 다닐 때 몰래 소설 썼어요. 쉬는 시간에, 점심시간에 몰래 틈틈이. 평생 돈에 쫓겨 살며 각종 직업을 전전한 스위스의 전설적인 작가 로베르트 발저도 일하는 틈틈이, 몰래 책을 읽고 몰래 소설을 썼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그건 그런 행위들이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요구하는 건전함이나 올바름과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체제 전복적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일탈로도 여겨지는. 그러니 우리가 욕망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글을 쓰고 읽는 길티 플레저라면 누구에게도 해를 주진 않을 것 같다. 그러므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모두 몰래 읽고 몰래 쓰자. 정지돈, 〈길티 플레저〉, 237쪽
항상 이동하면서 김밥을 먹거나 시간을 절약하고 돈을 아끼기 위해 샌드위치를 사 먹었다. 점심시간이란 것이 내겐 없었는데 재택근무 이후 시간이 늘어났고 그 늘어난 시간에 점심시간이 끼어 있게 되었고 더불어 점심을 먹어야 하니 점심 준비 시간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 점심 준비 시간에는 음식뿐 아니라 늘어난 시간만큼 늘어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정리 해소용 시간도 포함되었다. 나는 최대한 만들어야 하는 식사를 준비하면서 걱정과 잡념을 지워나갔다. _한정현, 〈떡볶이와의 결별〉, 254쪽
점심시간과 엇비슷하게 산책 시간을 갖게 되면서 나는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을 주로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은,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밥을 먹는 것 외에도 정말 많은 일을 한다는 거였다. 병원에도 우체국에도 관공서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한 시간 동안 저렇게나 많은 걸 하는구나, 처음엔 이런 기분이 들었고 그다음엔……. _한정현, 〈우리의 점심은 그곳에 오래 남아〉, 265쪽
집중력이 흐려질 때마다 위급 상황에 비상벨 누르듯 간식부터 찾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당류를 챙겨 먹지 않으면 몸이 먼저 반응했다. 머리가 둔해졌고, 손도 느려졌다. 중화반점도 아닌데 신속함이 곧 유능함의 척도였던 사회에서 나는 유능해지기 위해서라도 기꺼이 밥은 걸러도 후식은 먹었다. 디저트 섭취 여부에 따라 발휘할 수 있는 하루치 몸과 마음의 힘이 달라졌다. 밥 대 디저트라는 이상형 월드컵에서 별 망설임 없이 디저트라는 선택지를 고르는 편이었다. _황유미, 〈서른 살 버릇, 마흔다섯까지〉, 274쪽
출판사 서평
점심이 끝나면 만나요
좋아하는 책을 들고
“사무실 막내였던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삼계탕이고 회 정식이고 다 싫었다.
내가 원하는 점심 메뉴는 혼자 말없이 먹는 구내식당 밥이었다.” _본문 중에서
**
“사람들은 점심시간에 정말 많은 일을 한다”
직장인, 프리랜서, 산책자의 시선으로 읽는
점심의 시간성과 다채로운 풍경들
강지희 작가는 시간강사 시절 여섯 시간짜리 강의를 소화하기 위해 점심을 굶어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불규칙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점심을 사려 깊게 들여다본다. 김신회 작가는 직장 동료와 부모님을 포함한 타인과의 점심 식사에 통용되는 자기만의 합리적인 원칙을 세워보며, 혼자 먹는 밥과 함께 먹는 밥의 의미를 탐구한다. 심너울 작가는 내향인이자 프리랜서로서 점심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진지한 농담을 풀어놓는다. 엄지혜 작가는 회사의 점심시간에 맛있는 메뉴를 먹고자 분투하며 만족스러운 점심을 사수하려는 간절한 마음을 전한다. 이세라 작가는 서른다섯에 정규직을 그만두고 (점심)시간에 대한 주도권을 갖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도 작가는 현직 경찰관답게 언제 신고가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 때문에, 선배들의 식사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오늘도 뜨거운 국물로 목구멍을 지지고야 마는 직장생활을 실감 나게 조명한다. 이훤 작가는 점심시간을 쪼개 읽고 싶은 것을 읽는 짧지만 달콤한 순간을 시적인 문체로 그려낸다. 정지돈 작가는 점심을 배불리 먹으면 글이 써지지 않아 점심을 거른다고 말하며 매복 사랑니, 운동, 디저트에 관해 점심시간에 쓴 산문을 선보인다. 한정현 작가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점심시간이 생겼고 점심을 직접 만들게 된 일련의 연쇄 작용을 서술한다. 마지막으로 황유미 작가는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점심은 거르고 달달한 후식만 챙겨 먹는 슬프고 괴상한 습관을 해명한다. 이렇듯 특색 있고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점심 세계에 당신을 정중히 초대한다.
Q. 작가님에게 점심은 어떤 의미인가요?
○ 강지희: 길을 가다 흘러나오는 노래 같아요. 제가 선택하지 않았고 오래 감상할 수도 없지만, 예상치 못한 설렘과 소소한 기쁨을 주는.
○ 김신회: 일단 잠에서 깨 하루를 시작하자!는 신호이자 작업을 앞두고 에너지를 비축하는 일입니다. 매일 10시에서 11시쯤 점심을 먹고 바로 책상에 앉아 원고 작업을 시작합니다.
○ 심너울: 고통스러운 식단 관리의 기간에서 유일하게 일반식을 할 수 있는 시간.
○ 엄지혜: 60분을 120분처럼 써야 하는 시간.
○ 이세라: 하루 첫 커피를 마시며 혼자 있는 시간.
○ 원도: 출근의 흔적입니다. 저는 쉬는 날엔 대부분 점심을 먹지 않으니까요(하지만 샤부샤부는 즐깁니다).
○ 이훤: 점심은 반나절 동안 지연된 나를 차곡차곡 모으는 시간 같아요.
○ 정지돈: 회사를 다닐 땐 피해야 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을 피해서, 식사 자리를 피해서, 혼자 걷거나 쉬거나 했습니다. 초코 우유나 크림빵 같은 걸로 허기를 달래고요. 요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점심을 배불리 먹으면 글이 잘 안 써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잘 안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 한정현: 사실 원고에도 썼지만 자주 반복되는 멸종의 시간이에요. 이런 단어를 여기에 써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주 없어졌다가 또 나타나고 그러다가 없어지는 시간이 바로 점심시간입니다.
○ 황유미: 하루의 중심. 하루를 점심 전, 후로 나누는 편입니다. 점심 전은 나를 위한 시간, 점심 후는 남과 약속한 일을 하는 시간.
[책속으로] 이어서
올해 가을엔 점심시간에 동네를 산책하다 지하철역 근처에서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는 직장인 무리와 마주친 적이 있다. 같은 명찰 목걸이를 찬 채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과 마주친 그 순간 잠시 몸이 흔들릴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은행잎은 회오리치는 바람을 따라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회전하며 한참을 공중에서 맴돌았다. 그 순간 “저것 좀 봐”라며 누군가 손가락으로 하늘에서 춤추는 은행잎 한 무더기를 가리켰다. 감탄을 숨기지 않은 귀여운 어른 덕에 그 옆에 있던 어른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어른스러움을 잠시 내려두었다. 은행잎의 움직임에 맞춰 춤을 추듯 근처를 서성이며 여러 각도에서 은행 회오리를 관찰하는 사람, 그 모든 풍경을 동영상으로 담으면서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매가 기분 좋게 휘어지는 사람, 손을 뻗어 은행잎 하나를 낚아채 주머니에 넣는 사람까지. _황유미, 〈어른의 귀여움〉, 294~295쪽
기본정보
ISBN | 9791160407587 ( 1160407584 )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2월 14일 |
쪽수 | 307쪽 |
크기 |
129 * 206
* 18
mm
/ 31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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