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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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도시, 새, 호랑이, 돌, 원숭이, 시 …
이 땅의 모든 존재를 향해 미술이 뻗어나가는 상상력
《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은 주체로 인정받지 못한 존재들에게 ‘없는 이름’을 불러주려는 시도다. 더해 우리가 함부로 이름 짓고 부르는, 모든 것을 멋대로 규정하려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해준다. 코로나19와 각종 환경위기로 ‘생’보다는 ‘죽음’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좀 더 기울어지는 요즘, 생명을 소중히 여기자고 말하는 건 투박하다 못해 이상주의자들의 낡은 생각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나라와 세대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친밀해지려는 시도는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 오히려 윤리적 소비, 동물권을 향한 긍정적 변화, 차별적 시선에 대한 비판적 무브먼트 등 다채로운 움직임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책에서는 조은지 작가의 동물의 삶과 권리를 지지하는 행위 퍼포먼스(〈돼지는 잘 살기 위해 태어났을 뿐〉)를, 지미 더럼 작가의 순종과 혼종에 대한 구별 짓기를 어지럽히고 부수고자 설치한 미술작품(〈돌로 구분을 부수고〉)을 소개한다. 저자 역시 어둡고 그늘진 지금의 세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줄곧 생각했다고 한다. 글을 쓸 기회가 생기자마자 ‘지구 위의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결심하곤 이 책을 완성했다.
작가정보
목차
- 작가의 말: 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
나무나 풀처럼 옆으로 … 혼프
새의 소리를 이어간다면 … 오스카 산틸란
상상의 맹수 호랑이를 키우고 있지 않은지 … 홍 류
돌로 구분을 부수고 … 지미 더럼
빛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말할 때 … 주마나 에밀 아부드
돼지는 잘 살기 위해 태어났을 뿐 … 조은지
원숭이의 눈에 신성(神聖)이 … 피에르 위그
선명한 이미지 뒤에 감춰진 … 박보나
더 잘 들리는 귀를 갖게 되면 … 크리스틴 선 킴
조용한 풍경 너머에는 … 민정기
도시와 아파트에도 사람이 … 김동원, 김태헌, 이인규
시적 상상력이 움직이는 세계의 미래는 … 정서영
사물에게도 긴밀한 연대감을 가질 수 있다면 … 피슐리 & 바이스
좀 더 천천히, 좀 더 가깝게 … 케이티 패터슨
Image Credit
책 속으로
두 해 가까이 코로나19의 역병에 시달리고, 산불과 홍수, 가뭄 같은 재해가 세계 곳곳을 집어삼키는 것을 바라보면서, 제대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느꼈다. 마지막 경종 소리가 울리기 전에, 어떻게 해야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지 않을지, 무엇을 해야 조금이라도 덜 후회할지 줄곧 생각했다. 마스크의 끈을 잘라서 버리거나, 플라스틱 병의 라벨을 떼어내고 버리는 정도로는 무거운 죄책감과 무기력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차에, 마침 글을 더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지구 위의 삶을 좀 더 지속해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옆으로’ 얘기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6쪽)
HONF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품을 만드는 보기 좋은 미술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하얀색 벽으로 막혀있는 미술관의 한구석을 채우는 것도 이들에게는 그다지 흥미로운 일이 아닌 듯하다. 이 창작 집단은 오로지 미술관 밖으로 나가 자연과 문화, 생활과미술, 창작자와 구경꾼의 경계를 흐트러뜨리고 적극적으로 뒤섞는 데 열심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아주 작은 생명과 물질들까지 작업 속으로 불러들이려 애쓴다. 이들은 그렇게 다른 존재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각자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어떻게 같이 사는 삶이 가능할지, 어디서 더 촘촘하게 만나고 교차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묻는다.(17쪽)
미끄러운 말이 아니라 공기와 파동, 움직임과 연결을 통해 인간이 아닌 다른 종과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은 덜 ‘인간적’이어서 오히려 더 많은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동안 인류가 자만심에 가득 찬 협박과 폭력의 언어로 소리를 질러왔다면, 오스카 산틸란은 새와 인간의 신호를 섞음으로써, 공존의 순간을 속삭인다.(32쪽)
더럼의 작품 중에는 눈과 입이 그려진 큰 바위로 자동차를 폭삭 찌그러트린 정물화 시리즈가 있다. 익살스러워 보이는 작업이지만, 그것이 가리키는 것은 가볍지 않다. 이 설치 작품에서 아래에 깔린 자동차는 기술과 문명을 상징한다. 따라서 얼굴의 꼴을 한 돌이 자동차를 짓누르고 있는 형상은 닫힌 이성과 논리 따위는 열린 자연의 발밑에 두겠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는 핑계로 행해지는 모든 계산적이고 권력 중심적인 질서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자동차와 바위가 희극적으로 충돌하는 그 지점에서, 경직된 이성적 개념과 구조가 와장창 내려앉는 바로 그 통쾌한 지점에서, 작가의 한결같은 목소리가 다시 굵게 울린다. 기존의 원칙과 기준들을 구겨버리고, 혼종의 분열증적 개별 정체성을 추구하겠다는 굳건한 선언이 들린다.(52쪽)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는 동안 땅에 묻은 돼지의 침출수가 흘러나왔다. 우리가 마시는 물의 상수원인 임진강에서 16킬로밖에 떨어지지 않은 연천의 흙에 죽은 돼지들의 붉은 피가 비쳤다. 그 뉴스를 본 날 조은지 작가를 만났더랬다. 돼지는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가르쳐주려고 이 세상에 온 거 같다는 나의 한탄에, 조은지 작가는 “돼지는 그냥 잘 살려고 태어났지, 인간을 위해 뭘 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부끄럽게도 나는 여전히 인간 중심의 잘못된 교훈을 읊조리고 있었다. 맞다. 돼지는 당연히 우리를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하나의 생명으로서 흠뻑 살면서 행복을 느끼기 위해 태어났을 뿐이다.(80쪽)
피에르 위그 작업의 핵심은 관객이 이 자연스러움을 의심하는 데서 생긴다. 작가의 의도적인 미학적 배치가 유기적 생명체들의 아름다운 성장과 뒤섞여, 어디서부터가 예술이고 어디까지가 자연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이 혼란스러운 현장에서, 관객은 이쪽과 저쪽을 임의적이고 변덕스러운 기준으로 나눠보고 모아본다. 아까는 자연이었던 것을 지금은 예술로 바라본다. 지금은 예술인 듯하지만, 좀 지난 후에는 자연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과연, 자연을 제멋대로 규정한다. 피에르 위그의 예술적 생태계 앞에서 관객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자연이 예술보다 덜 아름답지 않고 예술이 자연보다 더 구성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과 문명, 자연과 예술이라는 인간 중심의 이분법적인 분류가 형편없이 느껴진다. 이 나눔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점에서 관객은 자신도 작업의 일부이고, 자연의 일부이며, 생태계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문득 깨달을 수 있다.(88쪽)
이미지는 선명하고 자세할수록 우리를 더 쉽게 홀린다. 아프리카 태양의 색이 붉게 타오를수록, 사자의 코털까지 상세히 잘 보일수록, 사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는 인간이 들어앉는다. 잘 만들어진 이미지들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라며 우리를 속인다. 모두 봤다고 생각하게 함으로써, 다른 것을 알려고 하거나 날 선 질문을 하지 않게 만든다.〈코타키나 블루 1〉과〈1967_2015〉는 눈 을 감으면 더 잘 들리고, 더 잘 들으려고 하면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자 한다. 보기 좋은 이미지를 의심하면, 모니터를 넘어 훨씬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다. 야생이나 열대의 섬, 기적의 금광이 아니라 자연을 대하는 인간 중심적 태도와 영화 산업 노동자들의 존재, 그리고 독재의 음흉한 모의를 발견할 수 있다.(101쪽)
정서영 작가는 “작업을 통해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 만나서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는 순간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한다. 여기서 순간이란 재료와 대상과의 조합일 수도 있고, 작가와 관객의 관계일 수도 있으며, 관객과 작품의 만남일 수도 있겠다. 정서영의 조각을 둘러싼 이 다양한 결합과 해체는 전혀 필연적이지 않다. 엉뚱하게 움직이면서 우연히 서로를 스칠 뿐이다. 그런 뜻밖의 만남 속에서, 작가의 헐거운 언어는 ‘넓적한’** 힘을 펼친다. 예술을 기호학적으로 또렷이 해석하고, 딱딱한 담론 안에서 정답을 찾고자 하는 기존의 시도에 다른 물길을 낸다. 정서영의 표현은 시적 여지를 남기고, 관객들은 그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작가가 넉넉하게 틔운 공간 안에서 실컷 숨 쉴 수 있다.(147쪽)
모두가 별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주변의 존재들이 한층 친밀하게 느껴진다. 케이티 패터슨이 죽은 별을 그린 이유도 그런 길고도 가까운 끌림에서 시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랜 시간 동안 세계가 만들어지고 생명이 탄생하고 퍼져서, 서로 만나고 이어지는 길고도 느린 호흡이 경이롭다. 백만 년 혹은 백억 년의 시간을 반짝이다가, 나와 당신의 사이를 이어준 별의 그 유구한 나눔이 눈부시다. 몸에 흐르는 따뜻한 피에서 같은 별과 하나의 우주를 느끼며, 둥근 지구를 생각한다. 별이 빛나기 시작했던 수억 년 전부터, 우리는 이 초록의 행성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 혼자서만 따로 존재할 수 없는 깊은 인연이었다. 그 촘촘한 연결 안에서, 우리는 옆 사람이 내뱉은 숨을 다시 마시며 함께 살고 있다.(171쪽)
출판사 서평
조은지, 정서영, 지미 더럼, 피에르 위그, 크리스틴 선 킴 등 …
부수고, 자르고, 던지고, 칠하며 ‘없는 이름’을 부르기 위한 작가들의 노력
이상을 한낱 판타지가 아닌 실재로 그려가기 위한 움직임은 미술계에서는 꾸준했다. 부수고, 자르고, 칠하고,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미술작가들 또한 필요하다면 빈병과 흙을 주물럭거리고 던지며, 자신들의 이야기로 또 다른 존재와의 연결고리를 찾아 나선다. 저자는 미술이 가진 편협한 꼬리표(어렵고, 추상적인, 저항적인) 대신 미술의 세계에서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자 한다. 더불어 독자들이 ‘미술 같은 것’을 찾기보다 미술 그 너머에서 작품을 바라보고 느끼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먼지 하나 없는 미술관, 그곳의 흰 벽에 걸린 작품이 미술이라고 누구도 규정한 적은 없다. 그것이 미술이 아니라고 한 적도 없다. 저자는 미술 같은 것이 있다고 믿는 허구의 세계에서, 작가들의 행위의 목적이 과연 미술 같은 것을 미술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기를 바란다. 그 의문을 사이에 두고 ‘이 땅의 모든 존재를 향해 미술이 뻗어나가는 상상력’에 집중한다면, 보다 선명한 실제 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총 14명의 작가가 등장한다.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조은지, 정서영 그리고 저자(박보나)를 비롯해 혼프, 주마나 에밀 아부드, 지미 더럼, 피에르 위그, 크리스틴 선 킴 등 다소 생소한 국외 작가들의 작품도 한데 모았다. 14인의 작품 속에서 하나의 키워드를 뽑아내고 이를 다음 장의 주제와 연결시키며 생명의 연결성과 존재의 자주성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나무에서 새로, 새에서 호랑이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체계 내에서 독자들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비롯해 저자가 말하는 ‘옆으로 나누는 대화’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 창작 집단인 혼프가 예술의 가치를 공존과 도움의 영역으로 옮기며 작업하는 모습이 꼭 나무와 풀 같다. 그 이야기를 이어받아 에콰도르 출신 미술작가 오스카 산틸란이 나무와 풀이 자라는 공간이 파괴되며 자리를 잃은 새들의 소리를 찾아 나서는 식이다. 그다음엔? 새들의 소리를 찾아 떠난 미국에서 우리는 순종과 혼종에 대한 구분을 부수고자 하는 홍 류, 지미 더럼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피에르 위그는 원숭이(동물)의 시선에서 인간을 살피는 것에 대한 서늘한 감각을, 저자(박보나)는 이미지에 뒤에 감춰진 탐욕스러운 거짓말을 영상과 사운드를 이용한 퍼포먼스로 고발한다. 저자는 들리고 보인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의 각도를 조금만 비틀어도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거기에 또 다른 현실이 있음을.
마지막 장〈좀 더 천천히, 좀 더 가깝게〉에서 미술가 케이티 패티슨은 노르웨이 숲에 천 그루의 나무를 심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그 나무가 다 자라면 종이로 가공해 책을 만든다고 한다. 그때는 작가도 우리도 이미 세상을 떠난 뒤다. 패티슨은 미래의 세대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은 걸까? 한편 패티슨은〈모든 죽은 별〉이라는 작품을 통해 죽은 별들이 남기고 간 원소들이 또 다른 생명의 시초가 되어 우리 몸속에 새겨져 있음을 알린다. 우리의 피가 수억 년 전에 죽은 별의 원소에서 비롯되었다면 믿어지는가. 책은 인도네시아 창작 집단 혼프의 나무 이야기로 시작해 스코틀랜드의 작가 케이티 패터슨의 나무와 별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으며, 이미 수억 년 전 별의 탄생과 죽음에서부터 인연이 이어져 왔음을, 저자-그리고 케이티 패터슨-은 말하고 싶었다. “우리는 이 초록의 행성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171쪽)
미술이 잡은 모든 손(생명)…
그들과 위아래가 아닌 ‘옆으로 나누는 대화’
《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은 ‘미술이 잡은 모든 손(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니 이 땅 위의 존재에 경계를 짓고 이름을 맘대로 부르려는 모든 행동을 부수고 깨트리는 일에 미술가들은 겁을 내지 않는다. 순혈(純血)에 대한 허황된 믿음 앞에 돌을 집어 던지고, 인간과 동물을 가르는 무지 앞에서 무엇이 자연이고 무엇이 미술인지 모르겠는 혼란스러운 작품 세계를 선사한다. 경계를 짓는 것이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를 알려준다.
저자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몇 단어를 지우자는 편집자의 말에 꿈쩍하지 않았다. 지우지 않은 그 단어들이 곳곳에 숨어서 작은 존재들의 권리를 더 크게 알리고 있다. 그들의 맹렬한 기운을 살린 건 그 단어들이다. 저자를 포함해 수많은 미술가의 퍼포먼스는 움직이고 만들고 행동하는 진짜 ‘리얼리티’다. 꿈꾸기보다 행동하는 이들의 이야기만이, ‘현실’일 것이다. 미술가들과 그들이 이루어낸 퍼포먼스는 진짜로 움직여본 적 없는 자의 방만한 생각이 얼마나 무지한지 일러준다. 이들과 나누는 ‘옆으로의 대화’가 다시 한 번 현대미술작품과 독자들의 거리를 좁혀줄 것이다.
“이 세상에 남아돌거나 소외되어도 괜찮은 존재는 하나도 없다”는 레오나르도 보프 신부의 다정한 말을 곱씹으며 이 책을 썼다. 우리가 함부로 밀어낸 다양한 존재들을 하나하나 부르는 미술작가들의 작업을 넓게 읽고 사회와 유연하게 연결시킴으로써, 더 늦기 전에 이 땅 위의 생존 문제를 같이 얘기해보고자 했다. 이름을 빼앗긴 자들과 이름이 없는 존재들까지 부르는 작가들의 손짓, 그것을 읽는 나의 목소리가 당신과 내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함께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_작가의 말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60406917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2월 08일 |
쪽수 | 184쪽 |
크기 |
121 * 206
* 11
mm
/ 20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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