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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국경제 > 2019년 4월 4주 선정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첫사랑’에서는 올리버 색스가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사랑했던 것들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2부 ‘병실에서’는 의사와 과학자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에세이들로 가득하다. 의대생 시절을 비롯해 신경과 전문의로서 일하던 시절에 만났던 환자들의 임상 사례와 연구들이 다채로운 이야기와 함께 전개된다. 3부 ‘삶은 계속된다’에는 우주에 대한 동경,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에 대한 애정이 깊이 묻어나는 에세이들이 실려 있다.
올리버 색스가 평생 사랑했던 것들과 마지막 순간까지 추구했던 가치들을 감동적인 이야기로 재현하고 있으며, 따뜻한 의학을 실천하고 설파하는 의사, 무한한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으로 발현되는 과학자로서의 면모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문학적 기품이 깃든 문장과 서사를 읽다 보면, 어느새 작가로서의 올리버 색스에 대한 경탄에 이르게 된다.
작가정보
1933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교 퀸스칼리지에서 의학 학위를 받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와 UCLA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했다. 1965년 뉴욕으로 옮겨 가 이듬해부터 베스에이브러햄 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 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과 뉴욕 대학교를 거쳐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신경정신과 임상 교수로 일했다. 2012년 록펠러 대학교가 탁월한 과학 저술가에게 수여하는 ‘루이스 토머스상’을 수상했고, 옥스퍼드 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 안암이 간으로 전이되면서 향년 82세로 타계했다. 올리버 색스는 신경과 전문의로 활동하면서 여러 환자들의 사연을 책으로 펴냈다. 인간의 뇌와 정신 활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들려주어 수많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문학적인 글쓰기로 대중과 소통하는 올리버 색스를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고 불렀다.
지은 책으로 베스트셀러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비롯해 《색맹의 섬》 《뮤지코필리아》 《환각》 《마음의 눈》 《목소리를 보았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깨어남》 《편두통》 등 10여 권이 있다. 생을 마감하기 전에 자신의 삶과 연구, 저술 등을 감동적으로 서술한 자서전 《온 더 무브》와 삶과 죽음을 담담한 어조로 통찰한 칼럼집 《고맙습니다》, 인간과 과학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담긴 과학에세이 《의식의 강》, 자신이 평생 사랑하고 추구했던 것들에 관한 우아하면서도 사려 깊은 에세이집 《모든 것은 그 자리에》를 남겨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홈페이지 www.oliversacks.com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활동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고 지금은 생명과학 분야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또한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해외 과학 저널에 실린 의학 및 생명과학 관련 글을 번역하여 최신 동향을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의식의 강》 《센스 앤 넌센스》 《자연의 발명》 《물고기는 알고 있다》 《핀치의 부리》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경이로운 생명》 《오늘도 우리 몸은 싸우고 있다》 《크레이지 호르몬》 등이 있다.
목차
- 1. 첫사랑
물아기
사우스켄싱턴의 기억
첫사랑
화학의 시인, 험프리 데이비
도서관
뇌 속으로의 여행
2. 병실에서
냉장보관
신경학적 꿈
무
세 번째 밀레니엄에서 바라본 신
딸꾹질에 관하여
로웰과 함께한 여행
억제할 수 없는 충동
파국
위험한 행복감
차와 토스트
가상적 정체성
나이든 뇌와 노쇠한 뇌
쿠루
광란의 여름
치유의 공동체
3. 삶은 계속된다
거기 누구 없소?
청어 사랑
다시 찾은 콜로라도스프링스
공원의 식물학자들
안정성의 섬을 찾아서
깨알 같은 글씨 읽기
코끼리의 걸음걸이
오랑우탄
정원이 필요한 이유
은행나무의 밤
필터피시
삶은 계속된다
참고문헌
출처
찾아보기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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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는 나의 영웅이다. 내가 조교수로 있던 대학에 그가 교수로 부임해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그의 방 복도를 몇 번이나 서성였다. 결국 만나지는 못했지만, 우연으로라도 나의 영웅을 만나 대화해보고 싶었다. 뉴욕 맨해튼의 한 서점에서 주최하는 ‘작가와의 대화’에 그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두 시간이나 기다려 겨우 그를 만나 《온 더 무브》에 사인을 받았던 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며, 그때 제대로 말을 섞지 못한 것이 평생 가장 큰 아쉬움 중 하나다.
나는 그때의 아쉬움을 이 책으로 해소했다. 그는 이 책 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 그의 삶은 그 자체로 신경학이다. 일상의 에피소드에서 다양한 환자 진료 경험, 학자들이 흔히 치르는 학술 활동까지, 그것을 기술하는 그의 글들은 영감으로 가득 차 있으며 결국 ‘인간 존재의 근원’을 묻는 질문에 다다른다. 다양한 신경질환을 수술하듯 메스로 섬세하게 헤집고 날카롭게 분석하지만, 결국 “도대체 인간은 왜 이렇게 태어났단 말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져주고야 만다. 그리고 신경질환이 심각한 장애가 아니라 의식의 주체인 뇌의 이상 작동을 잠시 목도하는 경험이라는 점을 일깨우며, 그는 우리로 하여금 여지없이 인간의 경이로움을 깨닫게 해준다.
우리가 죽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있다면, 그것은 주식투자전략이 아니라 올리버 색스의 책이다. 내가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로 이 우주에 살다간 생명체’임을 깨닫게 해줄 테니까. 나도 올리버 색스 같은 글을 쓰고 싶다.
- 《열두 발자국》 저자 -
의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올리버 색스만큼 제대로 가르쳐준 사람은 없었다. 그가 의사와 작가로서 수행한 역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됨(being human)에 대한 광범위한 경험을 몸소 증언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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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의 삶에서는 경이로움, 열정, 감사라는 삼위일체가 시들해지는 것처럼 보인 적인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가 쓰는 글에서는 늘 이 삼위일체가 반짝였다. 색스는 우리에게 ‘생각하고 기억하고 인식하는 법’ ‘세상과 우리 자신에 대한 감각을 형성하는 법’을 정성껏 가르쳤다. 신경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그의 사례 연구는, 심지어 과학적 근거를 파헤치는 동안에도 문학 작품을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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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은 광범위한 독서, 연구, 임상 경험을 통해 근원적이고 예리한 결론에 도달하는 색스의 능력에 사로잡힐 것이다. 올리버 색스는 명민한 정신, 세상을 아우르는 마음의 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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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는 《모든 것은 그 자리에》를 통해 자신의 전설을 더욱 강화한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일컬어 ‘현대 의학의 계관시인’이라고 하였지만, 색스에게는 그보다 위대한 묘비명이 어울린다. ‘과학 저술의 셰익스피어’라고 해도 충분하지만, 색스와 비교될 저자들은 지금껏 없었고 현재에도 없다.
책 속으로
13세기 스코틀랜드의 스콜라 철학자 둔스 스코투스는 ‘콘델렉타리 시비(condelectari sibi)’를 예찬했는데, 그 뜻은 ‘자신의 운동에서 기쁨을 찾으려는 의지’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흐름’을 강조했다. 흐름과 관련된 모든 것이 그렇듯, 수영에는 본질적인 선, 말하자면 리드미컬한 음악 활동이 내재한다. 그리고 수영에는 부유, 즉 우리를 떠받치고 감싸는 걸쭉하고 투명한 매질 속에 떠 있는 상태가 주는 경이로움이 있다. 수영쟁이는 물속에서 움직이기도 하고 물과 함께 놀 수도 있는데, 공기 중에서는 그와 비슷한 활동을 할 수 없다. 수영쟁이는 물의 역학과 흐름을 이모저모로 탐구할 수 있고, 손을 프로펠러처럼 휘젓거나 작은 방향키처럼 조종할 수도 있으며, 작은 수중익선이나 잠수함이 되어 흐름의 물리학을 몸소 체험할 수도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영에는 상상적 공명이나 신화적 잠재력과 같은 상징성이 무궁무진하다.
나의 아버지는 수영을 불로장생의 영약이라고 불렀는데, 아버지는 수영을 정말로 그렇게 여겼음에 틀림없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수영을 즐겼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아주 조금씩 페이스가 느려지다가 아흔네 살까지 장수했으니 말이다. 나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죽기 직전까지 수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
_ [물아기], 13~14쪽
주기율표 속에 해당 원소가 실제로 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그 원소들이 우주의 기본적인 빌딩 블록이라는 게 실감이 나고, 전 우주가 사우스켄싱턴에 소우주 형태로 존재한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주기율표를 보았을 때 나는 ‘진리는 곧 아름다움’이라는 느낌에 압도되었다. 즉, 주기율표는 인간에 의해 자의적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영원한 우주의 질서가 사실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미래의 발견과 진보로 인해 주기율표에 어떤 원소가 추가되더라도, 질서의 진리를 강화하고 재확인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_ [사우스켄싱턴의 기억], 22쪽
과학은 하나부터 열까지 인간이 하는 일로, 갑작스러운 분출과 정지, 낯선 일탈을 동반하며 유기적·진화적·인간적으로 성장한다. 과거의 티를 벗고 성장하지만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는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도 유년기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_ [화학의 시인, 험프리 데이비], 59쪽
나는 대체로 학교를 싫어했다.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들으면, 정보가 한쪽 귀로 들어와 반대쪽 귀로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나는 선천적으로 수동적인 게 싫었고, 매사에 능동적이라야 직성이 풀렸다. 내 스스로, 내가 원하는 것을, 내게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배워야만 했다. 나는 좋은 학생이라기보다는 좋은 학습자 였다. 웰즈덴 도서관(그리고 그 이후에 찾은 모든 도서관)에서 서가와 선반 사이를 기분 내키는 대로 어슬렁거리며, 마음에 드는 책이라면 뭐든 골랐고, 그렇게 나를 만들어갔다. 나는 도서관에서 자유를 만끽했다. 수천 권, 수만 권의 책들을 마음대로 들여다보고, 마음대로 거닐고, 특별한 분위기와 다른 독자들과의 조용한 동행을 즐겼다. 그들은 모두 나와 마찬가지로 오로지 ‘자신만의 것’을 추구했다.
_ [도서관], 63쪽
우리는 그가 1950년에 촬영한 흉부 사진과 정기 검진에서 찍은 엑스선 사진을 겨우 구해, 그 당시에 간과되었던 작은 암세포를 발견했다. 병변의 위치는 귀리세포암종과 동일했다. 그런 전격적인 악성 암종은 신속히 성장하며, 몇 달 만에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는 게 상례다. 그런데 그런 급성 암을 무려 7년 동안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니! 그 암도 신체의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냉장보관 상태에서 활동과 성장이 억제된 게 틀림없어 보였다. 이제 정상 체온을 회복하고 나니 암도 덩달아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오킨스 씨는 며칠 후 심한 기침을 계속하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의 가족은 그를 차갑게 방치함으로써 생명을 살렸고, 우리는 그에게 온기를 불어넣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죽음으로 몰고 갔다.
_ [냉장보관], 93쪽
이상과 같은 신경학적 현상은 직접적이고 생생하며, 그러지만 않았으면 정상적으로 펼쳐졌을 꿈에 끼어들어 걸리적거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꿈과 결합되고 융합되어, 꿈 자체의 이미지와 상징에 맞춰 변형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편두통에 선행하는 섬광은 꿈과 융합되어 종종 불꽃놀이로 나타날 수 있다. 그와 비슷한 예로, 나의 환자 중 한 명은 핵폭탄이 폭발하는 꿈을 꾸던 중 편두통 전조증상이 슬그머니 끼어들어 융합되는 현상을 경험했다. 맨 처음에는 휘황찬란한 불덩어리가 (전형적 전조증상인) 무지갯빛 지그재그 테두리에 휩싸여 등장하여, 점점 커지며 반짝이다가, 결국에는 커다란 암점(暗點)에 의해 대체되며 꿈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 시점에서, 환자는 으레 희미해져가는 암점, 강렬한 메스꺼움, 두통의 초기 증상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_ [신경학적 꿈], 96쪽
충동과 저주받은 듯한 느낌이 교차하는 가운데, 투렛증후군 환자들은 주변의 어느 누구도 공유하거나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특이한 병에 걸려 따돌림받고 손가락질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많은 환자들은 어린 시절 외면당하거나 처벌받았고, 어른이 되어서는 레스토랑 등의 공공장소 출입이 금지되었다. 수년 동안 그런 일을 직접 당해본 로웰에게 라크리트는 그야말로 지상낙원이었다. 한 사람의 투렛증후군 환자로 살며, 단 한 번도 따가운 눈총에 시달리지 않은 곳은 그곳이 처음이었다. 그는 라크리트와 사랑에 빠진 나머지, 언젠가 투렛증후군에 걸린 멋진 메노파 여성과 결혼하여 라크리트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 “나는 뉴욕에서 살고 싶은 유혹을 느꼈어요.” 그는 라크리트를 떠난 후 이렇게 회고했다. “그러나 투렛마을 같은 장소에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고 싶은 유혹도 느꼈어요. 하지만 나는 방문자에 불과했고, 아무리 사랑받았어도 어디까지나 방문자일 뿐이었어요.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그들의 세계에 속할 수 있었을 뿐이죠.”
_ [로웰과 함께한 여행], 150~151쪽
Mr. Q.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는 일념으로, 밤마다 창문과 출입문이 안전하게 닫혔는지 확인하는 한편, 세탁실과 보일러실이 원활하게 작동하는지도 꼼꼼히 점검했다. 요양원을 관리하는 수녀들은 그의 혼동과 망상을 뻔히 알면서도, 그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심지어 강화해주려고 노력했다. 만약 정체성이 파괴될 경우, 그의 인생은 끝장날 것이라고 수녀들은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들은 그의 성실한 임무 수행을 격려하고 몇몇 골방의 열쇠를 건네주며,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밤마다 문단속을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 그가 허리에 찬 열쇠 꾸러미는 직책과 직무를 상징하는 배지였다. 그는 주방을 둘러보며 가스 가열판과 스토브의 스위치가 꺼졌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혹시 냉장고에 보관되지 않은 부패성 식품들은 없는지 살펴봤다. 그의 증상은 해가 갈수록 서서히 악화되었지만, 하루 종일 규칙적으로 수행하는 임무(다양한 체크, 세척, 유지보수 업무) 덕분에 상당히 체계적이고 정돈된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심장발작으로 사망하는 날까지, 자신이 평생 동안 학교의 수위로 봉직해왔음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의사나 요양원 직원이라면, Mr. Q.와 같은 환자에게 “당신은 더 이상 학교의 수위가 아니며, 요양원에서 쇠락해가는 치매환자입니다”라고 말해주겠는가? 그에게 익숙한 가상적 정체성을 제거하고, 당신에게는 실제적이지만 그에게는 전혀 무의미한 ‘현실’로 대체해버리겠는가? 그것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잔인한 행동으로, 환자의 쇠락을 재촉할 게 불을 보듯 뻔한데도 말이다.
_ [가상적 정체성], 198~199쪽
만약 우리가 운 좋게 건강한 노년에 도달한다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의 열정과 생산성을 유지해주는 것은 ‘삶의 경이로움’일 것이다.
_ [나이든 뇌와 노쇠한 뇌], 215쪽
나머지 환자들(본인 부담금을 지불할 형편이 안 되는 정신병 환자의 99퍼센트)은 불충분한 치료와 잠재력이 실현되지 않는 삶에 직면해야 한다. 수백만 명의 정신병 환자들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적은 지원을 받고 가장 많은 권리를 박탈당하고 가장 많이 배제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내가 지금껏 언급한 다양한 사례들을 감안할 때, 두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첫째,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병은 끊임없이 악화되는 비가역적 질병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도 있다.) 둘째, 이상적인 환경에서 자원이 충분할 경우, 가장 심각한 정신병 환자(예후가 ‘절망적인’ 환자)일지라도 만족스럽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_ [치유 공동체], 271~272쪽
조지 버나드 쇼는 책을 “경주의 기억”이라고 불렀다. 책은 가능한 한 많은 포맷으로 출판되어야 하며, 어떤 종류의 책도 사라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독특한 개인으로, 매우 개별화된 수요와 선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선호는 우리 뇌의 모든 수준에 내장되어 있으며, 우리의 개별적 신경 패턴과 신경망은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매우 사적인 교제’의 기회를 열어준다.
_ [깨알 같은 글씨 읽기], 317~318쪽
출판사 서평
“올리버 색스는 나의 영웅이다!” 정재승 교수 추천!
그가 처음 사랑했던 것들과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까지
오늘, 우리가 만나는 올리버 색스의 모든 것
미발표 에세이를 수록한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책
영어판과 한국어판 동시 출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에 관한 올리버 색스의 순수한 열정, 근원적 통찰, 명민한 정신을 우아한 문장으로 담아낸 에세이집으로, 《모든 것은 그 자리에》를 통해 우리는 의사, 과학자, 작가로서의 면모뿐만 아니라 사려 깊은 친구이자 관대한 이웃으로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무는 올리버 색스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에는 올리버 색스가 〈뉴욕타임스〉 〈뉴요커〉 〈라이프〉 등에 기고하거나 그의 노트에 써내려간 33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는데, 그중 7편은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 자리에》은 2019년 4월 23일 영어판과 한국어판이 동시에 출간된다.
《모든 것은 그 자리에》에 실린 에세이들은 하나같이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지적 통찰이 깃든 완결성 있는 작품인 동시에, 각각의 에세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올리버 색스라는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존재를 거의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다. 즉 그가 평생 사랑했던 것들과 마지막 순간까지 추구했던 가치들을 감동적인 이야기로 재현하고 있으며, ‘따뜻한 의학’을 실천하고 설파하는 의사, 무한한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으로 발현되는 과학자로서의 면모를 매우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문학적 기품이 깃든 문장과 서사를 읽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작가로서의 올리버 색스에 대한 경탄에 이르게 된다. 그러므로 이 마지막 에세이집은, 현재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올리버 색스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아낸 거의 유일한 책이다.
올리버 색스는 나의 영웅이다. 그는 이 책 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
우리가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이 있다면, 그것은 올리버 색스의 책이다. 내가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로 이 우주에 살다간 생명체’인지
깨닫게 해줄 테니까. 나도 올리버 색스처럼 글을 쓰고 싶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도대체 인간은 왜 이렇게 태어났단 말인가?”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첫사랑’에서는 올리버 색스가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사랑했던 것들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유년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너무나 사랑하던 수영과 얽힌 추억으로부터 시작하여, ‘자연의 책’ 박물관들 이야기, 학창 시절 푹 빠져 있던 생물학 수업과 그로 인해 생긴 에피소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게 했던 도서관과 책들에 대한 회고, ‘화학의 시인’으로 불리던 험프리 데이비에 관한 소고 등으로 이어진다.
2부 ‘병실에서’는 의사와 과학자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에세이들로 가득하다. 의대생 시절을 비롯해 신경과 전문의로서 일하던 시절에 만났던 환자들의 임상 사례와 연구들이 다채로운 이야기와 함께 전개된다. 또한 신경학과 꿈·환각·임사체험 등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숙고, 일시적·지속적·영구적 무(無)와 소멸에 대한 철학적 고찰 등은 필연적으로 ‘인간됨(being human)’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가닿는다. 딸꾹질, 틱(투레증후군), 우울증, 조현병, 노환, 치매, 알츠하이머병 등에 관한 소재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맞물리면서 질병과 환자와의 관계는 물론, 환자들과 우리들이 새롭게 맺어야 하는 관계, 즉 ‘치유 공동체’를 향한 따뜻한 호소로 이어진다.
세상의 근원을 향한 명민한 정신, 세상을 아우르는 마음
올리버 색스의 결연한 소망이 담긴 아름다운 문장들의 향연
3부 ‘삶은 계속된다’에는 우주에 대한 동경,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에 대한 애정이 깊이 묻어나는 에세이들이 실려 있다. 그리고 그 동경과 애정은 자신의 삶에 대한 찬탄으로도 발화된다. 작가이자 의사인 아툴 가완디는 “의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올리버 색스만큼 제대로 가르쳐준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지만, 이 마지막 에세이들을 읽은 독자들은, 굳이 우리가 의사가 아니더라도 ‘온전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올리버 색스만큼 제대로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지구라는 아름다운 행성에서 살아가는 한 존재로서,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하는 삶의 경이로움. 바로 그 지점에 이르러, 이 책은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소망이 담긴 결연한 문장들로 마무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심지어 지구가 황폐해지더라도 인간의 삶과 문화적 풍요는 생존할 것이라는 희망을 감히 품는다. … 세상을 하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을 신뢰한다. 인류와 지구는 생존할 것이고, 삶은 지속될 것이며, 지금이 인류의 마지막 시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힘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좀 더 행복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가능하다.”
_ <삶은 계속된다>에서
미발표 에세이를 포함한 ‘최고의 작가’의 마지막 책
〈더 사이언티스트(The Scientist)〉는 《모든 것은 그 자리에》의 출간을 앞두고 프리뷰를 실었는데, 올리버 색스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색스와 비교될 저자들은 지금껏 없었고 현재에도 없다”고 단언한다.
“왕성한 글쓰기 경력이 우리 문화에 깊숙이 각인된 지 오래지만, 색스는 이번 에세이집을 통해 자신의 전설을 더욱 강화한다. <뉴욕타임스>에서는 1990년 ‘임상적 색채를 띤 책들’을 거시적으로 리뷰하며, 색스를 일컬어 ‘현대의학의 계관시인’이라고 한 것으로 유명하다. 외람된 말이지만, 나는 색스에게는 그보다 위대한 묘비명(epitaph)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과학 저술계의 셰익스피어’라고 해도 충분하지만, 색스와 비교될 저자들은 지금껏 없었고 현재에도 없다고 생각한다. 암이 그의 신체를 앗아갔을망정, 그의 음성만큼은 여전히 독자들의 귓가에 쟁쟁하게 울리고 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_ 출처: https://bit.ly/2GuZaaV, 번역: 양병찬
이 책에는 〈딸꾹질에 관하여〉 〈로웰와 함께한 여행〉 〈차와 토스트〉 〈가상적 정체성〉 〈오랑우탄〉 〈정원이 필요한 이유〉 〈삶은 계속된다〉 등 일곱 편의 미발표 에세이가 포함되어 있다(〈로웰와 함께한 여행〉는 일부 내용은 다른 매체에 발표되었음). 특히 책의 마지막에 자리 잡은 〈삶은 계속된다〉에서, 올리버 색스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앗아갈 암과 투쟁하면서도, 세상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정하면서도, 세상에 대한 사랑과 긍정과 희망을 끝내 지켜낸다. 마지막까지 우아하고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책속으로 이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심지어 지구가 황폐해지더라도 인간의 삶과 문화적 풍요는 생존할 것이라는 희망을 감히 품는다. 어떤 사람들은 예술을 문화의 방어벽이나 인류의 집단 기억으로 간주하지만, 나는 심오한 사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성과와 잠재력을 가진 과학도 그와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좋은 과학’이 전례 없이 번성하고 있으며, 훌륭한 과학자들이 앞장서서 조심스레 서서히 움직이며 지속적인 자기 검증과 실험을 통해 통찰력을 점검받고 있다. 나는 좋은 글쓰기·미술·음악을 높이 평가하지만, 품위, 상식, 선견지명, 불행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에 대한 관심 같은 인간의 미덕을 바탕으로 수렁에 빠진 세상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과학뿐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의 잠재력은 방대하고 중앙집권화된 기술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노동자·농민·장인들을 통해서도 실현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회칙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세상을 하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을 신뢰한다. 인류와 지구는 생존할 것이고, 삶은 지속될 것이며, 지금이 인류의 마지막 시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힘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좀 더 행복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가능하다.
_ [세상은 계속된다], 351쪽
기본정보
ISBN | 9791159922510 ( 1159922519 ) |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4월 23일 | ||
쪽수 | 376쪽 | ||
크기 |
147 * 232
* 31
mm
/ 577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Everything in Its Place/Sacks, Oli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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