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정보
저자 올리버 색스Oliver Sacks은 1933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학 퀸스칼리지에서 의학 학위를 받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와 UCLA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했다. 1965년 뉴욕으로 옮겨가 이듬해부터 베스에이브러햄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과대학과 뉴욕대학을 거쳐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컬럼비아대학에서 신경정신과 임상 교수로 일했다. 2012년 록펠러대학이 탁월한 과학 저술가에게 수여하는 ‘루이스 토머스상’을 수상했고, 모교인 옥스퍼드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 안암이 간으로 전이되면서 향년 82세로 타계했다.
올리버 색스는 신경과 전문의로 활동하면서 여러 환자들의 사연을 책으로 펴냈다. 인간의 뇌와 정신 활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들려줘 수많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이처럼 문학적인 글쓰기로 대중과 소통하는 올리버 색스를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 부르기
도 했다.
지은 책으로 베스트셀러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비롯해 《뮤지코필리아》 《환각》 《마음의 눈》 《목소리를 보았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깨어남》 《편두통》 등 10여 권이 있다. 생을 마감하기 전에 자신의 삶과 연구, 저술 등을 담백한 어조로 서술한 자서전 《온 더 무브》를 남겨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 홈페이지 www.oliversacks.com |
역자 김명남은 카이스트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 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팀장을 지냈고,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생명에서 생명으로》 《지상 최대의 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등이 있다.
작가의 말
내 작은 서가의 올리버
내 작은 서가에는 올리버 색스의 책만을 모아 둔 공간이 있다. 우리 시대에 제일 사랑받은 신경과 의사이자 작가였던 색스의 책 10여 권이 모두 우리말로 번역되었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이제 그 칸의 맨 끝에, 이 얇은 책을 꽂는다.
색스는 여든 인생을 회고한 자서전을 마무리한 직후 불치병 진단을 받았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후 쓰였는데, 그 사정은 케이트 에드거와 빌 헤이스의 서문에 잘 나와 있다. 빌 헤이스는 색스와 말년을 함께한 연인이었고, 케이트 에드거는 오랫동안 색스의 집필을 거든 개인 편집자 겸 비서였다. 색스는 이들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생애 마지막 글을 썼고, 이제 남은 두 사람이 그를 대신해 독자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이 책을 묶어 낸 것이다.
마지막 선물치고는 너무 얇은 책을 손에 쥐면, 부질없는 상상인 줄 알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시간이 좀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색스는 2014년 12월에 진단을 받고 2015년 8월에 사망했으니 삶을 정리할 시간이 꼭 8개월 있었다. 다만 이삼 년이라도 더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그는 어떤 글을 남겼을까? 질병의 의학적 드라마와 인간적 드라마를 하나로 엮어 인간 존재의 특수하고 보편적인 측면을 동시에 보여주었던 그답게, 쇠락해 가는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마치 제3자처럼 의사의 눈으로 관찰해 분석하는 동시에 여느 때처럼 유머와 지적인 낙관으로 노년기의 변화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을까? 의학의 시인으로 불렸던 그가 쓴 노년과 죽음의 책을 볼 기회가 없다니, 이미 존재했던 책을 잃어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원망스럽다.
그러나 그가 8개월에 쓸 수 있었던 최선의 결과인 이 책에서 우리는 쓰이지 않은 이야기까지 충분히 읽어 낼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중요하지 않은 것에는 한 단어도 쓸 여유가 없어 정제되고 또 정제된 문장들에는 죽음을 앞두고 두려움과 아쉬움을, 무엇보다 감사를 느끼는 한 인간의 모습이 따뜻하게 담겨 있다.
혹시 이 책으로 작가 올리버 색스를 처음 만나는 독자가 있다면, 그는 운이 좋다. 여기에 짧게만 언급된 일화들이 모두 제각각 한 권의 책으로 쓰여 있으니 앞으로 읽을 목록이 넘치기 때문이다. 그가 마흔 살에 죽을 줄 알았다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를 펼치면 되고, 암페타민 중독에서 벗어난 계기였다는 병원 이야기는 《깨어남》에 담겨 있으며, 화학 주기율표에 대한 사랑 고백은 《엉클 텅스텐》에서 더 읽을 수 있다. 물론 이 책의 전편 혹은 본론 격인 자서전 《온 더 무브》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이미 색스를 좋아하던 독자에게는… 글쎄, 별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나는 많은 독자들이 나처럼 색스의 책이 여럿 꽂힌 책장에 이 책을 살며시 끼워 두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그것은 색스가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고 말한 ‘독자들과의 특별한 교제’가 완성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우리는, 역시 색스의 말을 빌리자면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면서” 이런 작가와 교제를 나눌 수 있었던 우리의 시간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임을 느낄 수 있다.
평생 아름다운 만년필 글씨로 일기 1000여 권과 그보다 많은 편지를 썼던 색스가 남긴 이 마지막 글들은 그가 세상과 우리에게 보내는 작별의 편지들이다. 나는 아마 나란히 꽂힌 그의 책들 중에서도 이 작은 책을 가장 자주 떠올릴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그럴 것이다. 아니, 세월이 흘러 내가 나이 들수록 점점 더 그럴 것이다.
_옮긴이 김명남
목차
- 들어가며 .. 11
수은Mercury .. 15
나의 생애My Own Life .. 25
나의 주기율표My Periodic Table .. 35
안식일Sabbath .. 47
옮긴이의 말 .. 65
Gratitude .. 81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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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한편 희망을 전하는 에세이들을 담았다. 독자들에게 오랜 동안 선물이 될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질병을 이야기하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색스 박사는 그의 의학적·정신적 시련에 집중한다. 그의 부드러운 책은 독자에게 평온함과 감사함을 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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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다…. 정말 사랑스러운 얇은 볼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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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경학자이자 작가였던 그는 지난 8월 세상을 떠났다.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뉴욕타임스>에 썼던 4편의 에세이가 남아 그의 삶과 죽음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색스의 모든 삶을 이 얇은 책으로 엮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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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슬픔을 환희로 바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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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가치 있는 작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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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는 온통 씁쓸하면서도 달콤하고,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독서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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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자신의 삶과 죽음을 마주한 채 다정한 유머와 수용, 그리고 따뜻한 감사를 이야기한다. 이미 당신이 그의 글들을 알고 있었다면 사려 깊고 진화된 결론을 얻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 작은 책은 그냥 작별할 수 없는 근사한 소개가 될 것이다.
책 속으로
기나긴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는 온갖 기억이 엄습해왔다. 좋은 기억도 있고 나쁜 기억도 있었지만, 대부분 감사하고픈 기억들이었다. 내가 남들로부터 받은 것에 대한 감사, 그리고 내가 조금이라도 돌려줄 수 있었다는 데 대한 감사. _18쪽
나는 많은 것을 경험한 것이?멋진 경험도, 끔찍한 경험도?감사하고, 책 10여 권을 쓴 것, 친구와 동료와 독자로부터 셀 수 없이 많은 편지를 받은 것, 너새니얼 호손이 말했듯 “세상과의 교제”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 그저 감사하다.
아쉬운 점은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그리고 지금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든 살이 되고서도 스무 살 때와 마찬가지로 지독하게 수줍음을 탄다는 것도 아쉽다. 모국어 외에는 다른 언어를 할 줄 모른다는 게 아쉽고, 응당 그랬어야 했건만 다른 문화들을 좀더 폭넓게 여행하고 경험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다. _19~20쪽
여든 살이 되면 쇠퇴의 징후가 너무나 뚜렷이 드러난다. 반응이 살짝 느려지고, 이름들이 자주 가물가물하
고,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자주 에너지와 생명력이 넘치는 것 같고 ‘늙었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어쩌면, 운이 좋다면, 몇 년 더 그럭저럭 건강을 유지하면서 프로이트가 삶에서 제일 중요한 두 가지라고 말했던 사랑과 일을 계속해 나갈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갈 때가 되면, 프랜시스 크릭이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순간까지도 일하다가 갔으면 좋겠다. 크릭은 대장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처음에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냥 일 분쯤 먼 곳을 바라보다가 곧장 전에 몰두하던 생각으로 돌아갔다. 몇 주 뒤에 사람들이 그에게 진단이 어떻게 나왔느냐고 물으면서 들볶자 크릭은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지”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는 가장 창조적인 작업에 여전히 깊이 몰입한 채로 여든여덟 살에 죽었다. _21쪽
남은 몇 달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내 선택에 달렸다. 나는 가급적 가장 풍요롭고, 깊이 있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데이비드 흄의 말이 격려가 되는데, 그는 예순다섯 살에 자신이 곧 병으로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1776년 4월의 어느 날 하루 만에 짧은 자서전을 쓴 뒤 그 글에 ‘나의 생애’라는 제목을 붙였다. _28쪽
오히려 나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더없이 강렬하게 느끼고 있다. 남은 시간 동안 우정을 더욱 다지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글을 좀더 쓰고, 그럴 힘이 있다면 여행도 하고, 새로운 수준의 이해와 통찰을 얻기를 희망하고 기대한다. _30쪽
두렵지 않은 척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고마움이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남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고, 나도 조금쯤은 돌려주었다. 나는 읽고, 여행하고, 생각하고, 썼다. 세상과의 교제를 즐겼다. 특히 작가들과 독자들과의 특별한 교제를 즐겼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_31~32쪽
나는 친구 케이트와 앨런에게 말했다. “죽어갈 때 저런 밤하늘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으면 좋겠군.”
“우리가 휠체어로 밖으로 데려가 줄게.” 친구들이 대답했다. _39쪽
지난 2월 내가 전이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글로 밝힌 뒤, 나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수백 통의 편지가 쏟아졌고, 그 많은 사람들이 애정과 감사를 표현했으며, 덕분에 나는 (이런저런 일들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내가 착하고 쓸모 있는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분에 휩싸였다. 모든 위로가 지금까지도 대단히 기쁘고 고맙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중 무엇도 별이 총총한 밤하늘만큼 내게 강하게 와 닿은 일은 없었다. _39~40쪽
비스무트는 83번 원소다. 나는 살아서 83번째 생일을 맞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주변에 온통 ‘83’이 널려 있는 것이 어쩐지 희망차게 느껴진다. 어쩐지 격려가 된다. 게다가 나는 금속을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눈길 주지 않고 무시하기 일쑤인 수수한 회색 금속 비스무트를 각별히 좋아한다. 의사로서 잘못된 취급을 받거나 하찮게 여겨지는 환자들에게 마음이 가는 내 성격은 무기물의 세계에까지 진출하여,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비스무트에게 마음이 가고 마는 것이다. _44쪽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안식일 준수는 아주 아름다운 행위입니다. 그것은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그것은 단지 사회를 향상시키는 일 따위가 아닙니다. 자신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시간입니다.”
2005년 12월 로버트 존은 지난 50년 동안 경제학에서 근본적인 연구를 해온 대가로 노벨상을 받았다. 그는 노벨위원회에게 쉽지 않은 손님이었을 것이다. 수
출판사 서평
오토바이와 주기율표를 사랑하고,
암페타민에 중독됐던 아웃사이더 올리버 색스
여든두 살, 죽음을 앞둔 그가
우리 모두에게 삶에 대한 따뜻한 감사를 전합니다.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인사
지난해 8월 30일 여든두 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그가 남긴 것은 지적 성찰로 충만한 10여 권의 저서만이 아니었다. 그가 마지막 순간 남긴 문장들 속에는 삶에 대한 따뜻한 감사로 가득하다. 《고맙습니다Gratitude》는 죽음을 앞두고 [뉴욕타임스]에 기고해 팬들로부터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던 에세이 4편을 모은 책이다. 텍스트에 집중한 일반판(6,500원)과 함께 동시 출간되는 스페셜 에디션에는 원서의 영문 텍스트와 미술작가 이부록이 올리버 색스로부터 영감을 얻어 그린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두렵지 않은 척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고마움이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남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고, 나도 조금쯤은 돌려주었다. 나는 읽고, 여행하고, 생각하고, 썼다. 세상과의 교제를 즐겼다. 특히 작가들과 독자들과의 특별한 교제를 즐겼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_본문 ‘나의 생애’ 중에서
책 소개
올리버 색스는 다른 어떤 의사와도, 다른 어떤 작가와도 달랐다. 그는 아픈 사람들의 집에, 가장 쇠약하고 불편한 이들이 거처하는 시설에, 특이하고 ‘비정상적인’ 이들과의 교감에 이끌렸다. 그는 인간을 많은 다양한 형태들로 보고 싶어 했고, 거의 시대착오적이라 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고 싶어 했다. 즉 얼굴을 맞대고, 시간을 들이며, 오늘날 융성하는 컴퓨터와 알고리즘 도구들을 멀리한 채로. 그리고 그는 글을 통해서 자신이 본 것을 우리에게도 보여주었다. _아툴 가완디,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저자
지난 해 8월 올리버 색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 전 세계 언론은 비통해 했다. 그가 뛰어난 뇌신경학자였기 때문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뮤지코필리아》 《온 더 무브》와 같은 베스트셀러 저자이기 때문만도 아니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상처 입은 인간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감싸 안던 이 시대의 지성이 더이상 우리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깊은 탄식이었다.
올리버 색스만큼 의학적 드라마와 인간적 드라마를 솔직하면서도 유려하게 포착해내는 데 성공한 작가는 없었다. 그는 삶의 마지막 몇 달 동안 쓴 에세이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에 대한,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감정을 감동적으로 탐구한다. “저마다 독특한 개인으로 존재하고, 자기만의 길을 찾고,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자기만의 죽음을 죽는 것이 우리 모든 인간들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고맙습니다》에 담긴 올리버 색스의 목소리는 차분해서 더 큰 감동을 전하는 것이 아닐까? 그의 이야기처럼 이 책에 실린 에세이 4편은 저마다 독특한 존재인 우리 인간을, 그리고 삶이라는 선물에 대한 감사를 노래하는 따뜻한 송가이다. 자서전 《온 더 무브》가 올리버 색스가 추구했던 끝없는 모험과 중단 없이 나아가는 삶에 대한 뜨겁고 생생한 회고록이었다면, 《고맙습니다》는 생의 마지막 순간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다.
사랑과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고마운 성찰
올리버 색스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썼던 에세이 4편을 묶은 《고맙습니다》는 인간이 자연스레 나이 든다는 것과 사고처럼 맞닥뜨리게 되는 질병, 더불어 누구나 결국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죽음에 대해 놀랍도록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실제 목소리가 담겨 있지 않는데도 문장과 문단에서 느껴지는 올리버 색스의 목소리는 덤덤하고 부드러우며, 나지막하다. 김명남 번역가 역시 올리버 색스의 뉘앙스를 최대한 살려내는 데 최대한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 에세이 ‘수은’은 올리버 색스가 2013년 7월 여든 살 생일을 며칠 앞두고 쓴 글로 노년만이 가지는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2015년 봄 자서전 《온 더 무브》의 최종 원고를 마무리한 올리버 색스는 그제야 2005년에 진단받았던 희귀병 안구흑색종이 간으로 전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의사들은 그가 살 수 있는 날이 6개월밖에 안 될지 모른다고 예측했다. 올리버 색스는 그후 며칠 동안 두 번째 에세이 ‘나의 생애’를 쓰며 좋은 삶을 살았던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풀어냈다. 2015년 초여름 쓴 세 번째 에세이 ‘나의 주기율표’에서는 그가 원소주기율표에 대해 품었던 남다른 사랑과 자신이 곧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에 대해 깊이 사색한다. 8월에는 그의 건강이 빠르게 나빠졌는데, 이 책의 마지막 에세이 ‘안식일’에서는 올리버 색스가 자신의 삶과 가족을 다시 한 번 묵묵히 되돌아보며 기꺼이 삶의 안식일(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엿보인다. 마지막 에세이를 쓰고 2주일이 지난 2015년 8월 30일 올리버 색스는 세상을 떠났다.
그는 위대하고, 인간미 있으며,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다.
_조앤 K. 롤링,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고맙습니다》는 지난해 8월 30일 여든두 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올리버 색스가 죽음을 앞두고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던 에세이 4편을 엮은 책이다. 삶에 대한 따뜻한 감사로 가득한 글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팬들은 물론 많은 독자를 사로잡았으며,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출간되어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텍스트에 집중한 일반판과 함께 원서의 영문 텍스트와 그림으로 디자인을 살린 스페셜 에디션이 동시 출간되었다.
《고맙습니다》 스페셜 에디션 디자인과 그림 소개
알마 출판사 대표이기도 한 북디자이너 안지미는 《고맙습니다》 출간을 결정하면서부터 머릿속에 온통 이 책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올리버 색스가 살아 있었다면 친구가 되고 싶었고, 그에게 편지를 전하고 싶었다. 결국 그가 남긴 마지막 책을 정성을 다해 만들어 그에게 선물하고자 했다. 또 독자들 역시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는 특별한 책으로 완성하고 싶었다.
미술작가 이부록이 힘을 보탰다. 전부터 올리버 색스에 대한 오마주 작업을 생각하고 있던 그는 넉넉하지 않은 일정이 아쉬웠지만 최선을 다해 여러 장의 그림을 보내왔다. 대표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모자를 비롯해 《올리버 색스의 오악사카 저널》에 등장하는 양치류 식물, 그리고 끊임없이 올리버 색스가 애정했던 원소(83번 비스무트!) 등 다양한 이미지 조각들이 올리버 색스를 향한 팔레트 위에서 따뜻한 색감으로 어우러졌다. 무기물과 버림받은 환자들까지도 진지하게 사랑했던 올리버 색스를 떠올리면 따뜻한 푸른 빛깔이 내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의 문장들에서도 우리의 어둔 저녁을 환하게 밝혀줄 따뜻한 푸른빛이 쏟아지는 듯했다.
곧 맞이할 올리버 색스의 생일(7월 9일)에 북디자이너 안지미는 이 책을 선물하며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당신의 비스무트 생일을 축하합니다.” 평생 원소주기율표를 사랑했던 올리버 색스는 여든두 살에 세상을 떠났으며, 오는 2016년의 생일에는《고맙습니다》와 함께 83번째 원소 비스무트가 탄생석으로 따뜻한 온기를 내뿜게 될 것이다.
올리버 색스의 책
편두통Migraine
신체적이며 상징적인 병, 편두통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 1970년.
깨어남Awakenings
수면병 환자들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사연들. 1973년.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A Leg to Stand On
“내 다리가 사라졌다!” 올리버 색스의 기이한 병상 기록. 1984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기이한 신경장애 환자들의 기적 같은 이야기. 1985년.
목소리를 보았네Seeing Voices
아름다운 언어 ‘수화’에 관해 탐구하다. 1989년.
화성의 인류학자An Anthropologist on Mars
신경인류학자 올리버 색스가 만난 일곱 명의 기묘한 환자들. 1995년.
색맹의 섬The Island of the Colorblind
경이로운 색맹의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열대섬으로 떠나다. 1997년.
엉클 텅스텐Uncle Tungsten
올리버 색스의 과학 탐험기. 2001년.
올리버 색스의 오악사카 저널Oaxaca Journal
매혹적인 양치식물 탐사 여행기. 2002년.
뮤지코필리아Musicophilia
뇌와 음악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 2007년.
마음의 눈The Mind’s Eye
시각과 뇌의 복잡성, 창조성에 관한 특별한 역설. 2010년.
환각Hallucinations
환각의 세계를 둘러싼 잔인한 오해와 진실. 2012년.
온 더 무브On the Move
올리버 색스가 써내려간 진솔하고 뜨거운 삶의 기록. 2015년.
올리버 색스가 좀더 궁금한 독자에게
자서전 《온 더 무브》에서 올리버 색스는 스스로를 수줍음 많은 성격에다 사람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얼굴맹이며, 육체는 ‘몸짱’이지만 마음은 소심하고 불안 많고 내성적이고 수동적이라고 평했다. 거기다 부모님에게 늘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꼈고, 지적으로도 친구들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이런 모자람과 결함(이라고 세상이 말하는 것들)은 민감한 지점에서 그를 옥죄고 힘겹게 했다. 예컨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던진 “혐오스러운 것.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라는 말은 내면에 죄의식으로 주입되어 평생 따라다니며 억압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가족과 성정체성에 대한 에피소드는 《고맙습니다》의 마지막 에세이 ‘안식일’에도 등장한다.
올리버 색스가 맨 처음 의사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기 시작한 것은 “진짜 문제”를 지닌 “진짜 사람”들을 임상에서 만나면서였다. “옥스퍼드대학교 의예과에서 한 해부학과 생리학 공부는 실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환자들을 만나고, 환자들 이야기를 경청하고, 환자의 경험과 곤경 속으로 들어가려고(또는 최소한 상상하려고) 애쓰고, 환자들을 염려하고, 환자들을 책임지는, 이 모든 것을 다 처음부터 배워야 했다. 환자들은 진짜 문제를 아주 고통스럽게 겪는(그리고 종종 중대한 기로에 선) 저마다 절절한 사정을 지닌 진짜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의료 행위는 단순히 진단과 치료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며, 훨씬 더 중대한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삶의 질 문제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 있고, 심지어는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가를 물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이는 실연의 아픔을 잊고자 마약에 의존하며 의사와 중독자로 살았던 4년간의 이중생활에서 빠져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올리버 색스는 임상을 시작하자마자 상태가 호전되었고, 환자들에게 매료되어 최선을 다하면서 기쁨을, 무엇보다 주체성과 책임감을 느끼면서 서서히 마약중독에서 벗어났다. 어쩌면 이것은 자신의 결핍과 결함을 환자들의 고통과 동일시한 결과일지 모르며, 더 나아가 인간의 나약함이라는 공통된 근원에 대한 자각에서 우러난 연민과 공감의 결과일지 모른다. “내게는 흥미롭지 않은 환자, 가치 없는 환자가 없습니다. 그들은 도처에, 생생하고 또렷이 존재합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지 않는 환자, 나도 모르던 내 감정을 일깨우고 새로운 흐름의 사고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환자는 지금껏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그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향했고 거기에서 인간에 대한 긍정을 발견했다. 극심한 편두통에 시달리거나 기억이나 색을 잃어버리거나 몸에 대한 지각을 상실하거나 파킨슨증으로 몸이 얼어붙어버린 사람들이 있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일상과 사회관계를 영위할 수 없는 이들에게 그는 최대한 삶다운 삶을 되돌려주고자 했다. 그는 그것이 의사와 의료의 핵심임을 깨달았다. 그들의 다름이 ‘이상’이 아니라 특별함이며, 이 남다름이 배제와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할 인간 그 자체임을. 여기에서 우리 역시 색스에게서 깨우침을 얻는다. (환자를 포함하여) 나름의 “진짜” 문제를 가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개성과 열정을 지닌 자유로운 영혼, 독립적인 인간임을. 우리 모두가 사랑하고 또 사랑받아야 할 소중하고 존엄한 존재라는 사실을.
투명한 지성, 따뜻한 휴머니티
첫 책 《편두통》(1970)을 시작으로 《깨어남》(1973)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1984)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1985) 《목소리를 보았네》(1989) 《화성의 인류학자》(1995) 《색맹의 섬》(1997) 《엉클 텅스텐》(2001) 《오악사카 저널》(2002) 《뮤지코필리아(2007) 《마음의 눈》(2010) 《환각》(2012) 그리고 자서전 《온 더 무브》(2015) 《고맙습니다》(2016) 에 이르기까지 올리버 색스의 글쓰기는 ‘의학계의 시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경이롭고 경탄스럽다.
‘세상 모든 것이 모험’이었기에 그는 언제나 무엇에든 호기심과 관심이 충만했고, 예리한 관찰자이자 진심으로 경청하는 청자였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연상 능력을 지닌 창조적인 사람이었다. 어릴 적 매료된 화학과 생물학을 비롯하여 의학, 해부학, 생화학, 생리학, 신경의학으로 이어지는 지적 탐구, 모터사이클과 수영과 스쿠버다이빙과 역도 같은 육체적 도전, 인간 사회와 자연계에 관한 질문과 이해에서 그는 타고난 여행가이자 모험가이며 탐험가였다. 이 모든 것들에서 색스는 흔히 극한까지 파고들었고, 아주 ‘멀리’까지 나아갔다.
무엇보다 올리버 색스는 어떤 편견이나 경계 없이 활짝 열려 있는 사람이었다. 그 자신 동성애자이자 마약중독자라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 ‘이단자’로서 지탄과 비난, 죄의식과 자기파괴에 직면했지만 거기에 매몰되거나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꺼이 그런 점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그리하여 ‘예외성’을 ‘보편성’으로 승화시켜냄으로써, 인간과 세상에 대한 더욱 큰 이해와 긍정으로 나아갔다. 올리버 색스의 글 역시 그의 삶과 꼭 닮아 무척 투명하고 진솔하며, 또 소설만큼 드라마틱하면서 무척이나 인간적이다. 그의 책들에 대한 리뷰는 언제나 감탄사로 가득하다.
정녕 가슴 뭉클하다. … 색스는 의학과 과학에 대한 이해만이 아니라, 환자에 대한 연민과 그들의 정서적 진퇴양난에 대한 철학적 통찰로 글을 쓴다. … 색스가 말하듯 ‘다른 무엇과도 같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의 글쓰기는 독자들에게 일종의 선물이다. 인간 조건의 기쁨과 시련과 위로에 대한 박식함과 연민, 그리고 끝없는 이해라는 선물. _<뉴욕타임스>
색스는 너무나 솔직담백하고 적나라하고 과감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 독자들이 그와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든다. 색스 같은 이가 그런 정직한 선물을 내놓을 때 사랑에 빠지는 것 외에 우리가 달리 뭘 할 수 있겠는가? _<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색스의 삶을 향한 열정은 비범했다. _<인디펜던트>
그는 진정으로 충만한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삶을 살았다. _<가디언>
그가 무엇에 관해 쓰든, 자신의 환자가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든, 아니면 자신이 수영과 사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묘사하는 이야기든, 색스는 항상 더 배우기 위해 열려 있는 듯하다. 그는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과 모든 것에 진한 관심과 흥미를 드러낸다. 그는 훌륭한 이야기꾼이다. _<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독특한 환자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면서 올리버 색스는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올리버 색스는 결코 누가 대신할 수 없는 인물이다. _<뉴스데이>
기본정보
ISBN | 9791159920066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5월 28일 |
쪽수 | 128쪽 |
크기 |
127 * 178
mm
/ 208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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