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책
북카드

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동아일보 > 2017년 8월 2주 선정
25년간에 걸친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른 에이바. 믿음직했던 남편의 외도로 상처를 입은 데다 아들과 딸마저 먼 나라에 살고 있다. 교감이 절실해진 그녀는 친구 케이트의 추천으로 북클럽에 가입한다. 거기서 주어진 한 해의 주제,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책’을 두고 고민하다가 불현듯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라는 책을 기억해낸다. 어린 시절의 어느 여름, 읽고 또 읽은 책이다. 이 책 덕분에 때 이른 죽음을 당한 여동생 릴리와 종적을 감춘 어머니 샬럿으로 인해 겪은 트라우마를 견뎌낼 수 있었다.
에이바는 북클럽 멤버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저자가 간담회를 해주기로 했다며 거짓말을 해버리고, 차마 진실을 밝힐 수 없어 저자와 출판사를 찾아내려 애쓰지만 그 행방은 묘연하다. 한편, 미술사를 공부하기 위해 유학차 피렌체에 있었으나 남자를 따라 파리로 건너온 에이바의 딸 매기는 작가를 꿈꾸고는 있지만 술과 마약에 중독되어 방탕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클레어에서 여기까지》의 저자를 찾아내려는 에이바의 여정을 따라 과거의 비밀이 차츰차츰 드러나고, 에이바는 딸 매기와 다시 만나 새로운 삶을 모색하게 되는데…….
작가정보
저자(글) 앤 후드
저자 앤 후드는 1956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웨스트 워릭에서 이탈리아계 이민 가정의 후손으로 태어나 로드아일랜드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1979년부터 TWA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며 보스턴, 세인트루이스, 뉴욕 등지로 거처를 옮겨 다녔고, 그 과정에서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미국 문학을 공부하는 한편, 국제선 항공기와 JFK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틈틈이 쓴 첫 소설 《메인 해변 밖 어디선가》를 1987년 발표했다. 1986년 TWA항공사의 파업을 계기로 승무원 생활을 그만둔 이후로는 글쓰기에 전념하여 《뉴욕타임스》, 《패리스 리뷰》, 《오》, 《보나페티》, 《틴 하우스》, 《애틀랜틱 먼슬리》, 《리얼 심플》 같은 잡지에 단편소설과 에세이를 다수 기고했다.
이 책에서 다룬 상실의 슬픔, 그리고 독서를 통한 치유라는 주제는 앤 후드 자신의 경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982년 오빠 스킵이 집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자 엄청난 충격을 받은 그녀는 부모님 곁으로 돌아와 있으면서 느낀 상실감과 외로움을 독서로 달랬다. 2002년 다섯 살 난 딸 그레이스를 병으로 갑자기 여의고는 한동안 글을 쓸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을 정도로 커다란 비탄에 휩싸였지만 독서와 뜨개질을 하며 고통에서 차츰 벗어나게 되었다. 이 경험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 《뜨개질 클럽》과 에세이 《위안》으로 열렬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 외 《붉은 실》, 《부고訃告 작가》, 《이탈리아인 아내》 등의 소설을 집필하고 《뜨개실: 뜨개질과 작가들》을 편집한 앤 후드는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학상으로 추천한 푸시카트 상, 베스트 아메리칸 푸드 라이팅 상을 각각 두 차례 받았고, 베스트 아메리칸 트래블 라이팅 상, 베스트 아메리칸 스피리튜얼 라이팅 상 등을 받았다. 현재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에 살고 있다.
역자 권가비는 서울에서 자라나 고려대학교에서 영문학을 배우고 미국 오스틴에 소재한 텍사스 주립 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다수의 어학원과 대학교 등에서 강의했고, 어린이 문학전집을 만드는 출판사에서 자문을 맡았으며, 틈틈이 실용서 번역을 해왔다. 문법책이나 교과서보다는 어린이 청소년 문학 작품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교육 이론을 여러 현장에서 실험하고 있다.
목차
- 1장 12월
에이바 | 매기
2장 1월
에이바 | 매기
3장 2월
에이바 | 1970년 그날 아침, 샬럿 | 매기
4장 3월
에이바 | 행크 | 매기
5장 4월
에이바 | 매기 | 행크 | 1970년 그날 아침, 행크 | 에이바
6장 5월
에이바 | 매기 | 행크 | 1970년 그날 아침, 에이바 | 에이바
7장 6월
매기 | 에이바 | 책방 주인 | 에이바
8장 7~8월
매기 | 에이바
9장 9월
에이바 | 에이바
10장 10월
책방 주인 | 에이바 | 매기 | 행크 | 1970년 그날 아침, 비어트리스 | 에이바
11장 11월
매기 | 행크 | 에이바 | 매기 | 행크 | 에이바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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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삶의 균형을 찾으려는 딸과 엄마의 여정에서 책이 위안과 단서, 명확함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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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성인이 된 자녀 사이의 밀고 당기기, 그리고 문학의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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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점. 첫째, 재미있다. 둘째, 훌륭한 책들이 많이 나온다. 셋째, 실제 북클럽에 큰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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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스토리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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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하고 군데군데 톡 쏘는 유머가 번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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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우리에게 일깨우는 모든 기쁨, 사랑, 지혜, 상실, 위로를 기리는 신명 나는 축제 같은 소설. 앤 후드는 매혹적인 이야기꾼이다.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삼키듯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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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독서에 대한 사랑 덕분에 등장인물들이 가슴 아픈 시련에 매몰되지 않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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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후드의 우아하고 절묘한 글솜씨가 감탄스럽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는 게 아니라 등장인물로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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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결점, 사랑, 상실, 후회와 구원에 대한 섬세한 성찰을 담은 책.
책 속으로
에마가 매번 책과 연관된 스낵을 테이블에 차려냈다. 《오만과 편견》을 위해서는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 그리고 오이와 달걀 샐러드 샌드위치를 작은 삼각형으로 썰어 냈다. 케이트가 모두를 자리에 앉으라고 불렀다. 오늘 와서 보니 의자가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케이트가 평소에 입던 헐렁한 웃옷과 까만 레깅스에 이끼색이나 검붉은색 워킹 슈즈 차림 대신 잔잔한 꽃무늬가 있는 하얀 엠파이어 드레스를 입고서 방 앞에 서 있었다. 옅은 금빛 머리를 틀어 올리고 옆으로 삐져나온 잔머리는 곱슬하게 말아서 얼굴 옆으로 손질해놨다. _86~87쪽
그때 에이바의 마음속에 무언가 불꽃같은 것이 일어났다. 로절린드 아든을 찾아내리라. 그해 여름 내내 슬픔에 빠진 어린 소녀가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를 얼마나 여러 번 읽고 또 읽고 했는지 말해주리라. 자기 작품이 오래전에 누군가를 구원해줬다는 사실을 작가는 알까? 그 당시 에이바에게 세상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라져버리는, 너무나 부서지기 쉽고 무서운 곳이었다. 작가는 자기 책이 에이바에게 그 어떤 책보다 중요하다는 걸 이해할까? _94~95쪽
그해 여름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를 에이바가 읽었다. 클레어라는 어린 딸을 잃은 영국 가정의 이야기였다. 부부의 관계는 곤란해졌고 남은 딸은 엄마를 위로하느라 필사적이었다. 어느 주말에 식구들이 스톤헨지로 가족 여행을 떠났는데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도착한 곳은 스톤헨지처럼 돌기둥이 원형으로 서 있는 곳이었다. 아빠가 주차하러 간 동안 엄마와 딸은 그 자리에 남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더니 바람도 불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엄마는 남편 없이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딸 제인은 엄마를 따라 거대한 돌기둥 주위를 걸었는데 바람이 옆에서 울부짖었다. 모녀는 돌 아래쪽에 있는 빈 공간으로 피신하기로 했다. 그런데 거기 도착해보니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제인은 엄마에게 내려가지 말라고 간절히 부탁했지만 엄마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겁에 질린 제인이 엄마 뒤를 쫓아갔다. 두 사람은 아래로 내려가는 경사진 복도를 따라 걸었다. 주위엔 온통 거대한 돌들뿐이었다. 빛은 점점 희미해졌다. 제인은 제발 그만 가자고 계속해서 엄마에게 빌었다. 그러다가 바닥에 도달했다. 거기서 두 사람은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보았다. 영혼은 희미하게 사람의 모습을 띠었고 빛을 뿜었다. 이들 가운데에서 클레어가 나타나 모녀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엄마는 기쁨과 안도에 겨워하며 죽은 딸을 두 팔로 품었다. _204~205쪽
에이바가 방을 둘러보았다. 존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니크는 즐거이 몰입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루스는 인덱스카드를 손에 꼭 쥐고 흥분해서 서 있었다. 오너가 강의하듯 설명을 하고 있었다. 다이애나는 드라마틱하게 화장한 눈에 검붉은 입술을 하고 있었다. 키키는 몰스킨 수첩에다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었다. 애초에 에이바를 이 모임에 참여하도록 도와준 좋은 친구 케이트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목소리 높여 토론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이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따스함과 안온함이 에이바의 마음을 채워주었다. _226쪽
“여기서 다시는 만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의사가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매기가 일어섰다. 무릎에 힘이 없어서 천천히 나가야 했다. 이른 아침이라 하늘에 분홍색과 붉은색으로 줄이 그어진 것 같았다. 날씨가 덥겠구나, 매기가 생각했다. 주위를 둘러봤다. 마음을 끄는 뭔가가 있는지 찾아봤다. 건물이나 아니면 도로 표지판 같은 거라도 좋았다. 하지만 눈에 익은 게 하나도 없었다. 길모퉁이까지 가서 다시 둘러봤지만 여전히 낯익은 곳이 없었다. 계속해서 걸었다. 드디어 저 멀리 초록색 파이프와 파란 도관으로 외관이 꾸며진 퐁피두 센터가 보였다. 마음이 놓였다.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 근처로 가면 노아를 만났던 카페가 있고, 빈백 의자가 놓여 있던 책방도 있다. 카페오레를 큰 잔으로 한 잔 마시고 오믈렛과 빵을 먹어야지. 그런 뒤 책방으로 가서 빈백 의자에 깊숙이 앉아서 책을 읽어야지. _297쪽
출판사 서평
“그 책이 제게 가장 중요한 책입니다.”
어린 시절에 겪은 일련의 비극으로 책과 멀어진 에이바,
이혼의 상처를 달래려고 가입한 북클럽에서 책을 읽고 누군가와 교감하는 기쁨을 되찾기까지!
오랫동안 묻혀 있던 과거의 진실과 대면하게 된 1년의 기록
25년간에 걸친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른 에이바. 믿음직했던 남편의 외도로 상처를 입은 데다 아들과 딸마저 먼 나라에 살고 있다. 교감이 절실해진 그녀는 친구 케이트의 추천으로 북클럽에 가입한다. 거기서 주어진 한 해의 주제,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책’을 두고 고민하다가 불현듯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라는 책을 기억해낸다. 어린 시절의 어느 여름, 읽고 또 읽은 책이다. 이 책 덕분에 때 이른 죽음을 당한 여동생 릴리와 종적을 감춘 어머니 샬럿으로 인해 겪은 트라우마를 견뎌낼 수 있었다. 에이바는 북클럽 멤버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저자가 간담회를 해주기로 했다며 거짓말을 해버리고, 차마 진실을 밝힐 수 없어 저자와 출판사를 찾아내려 애쓰지만 그 행방은 묘연하다. 한편, 미술사를 공부하기 위해 유학차 피렌체에 있었으나 남자를 따라 파리로 건너온 에이바의 딸 매기는 작가를 꿈꾸고는 있지만 술과 마약에 중독되어 방탕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클레어에서 여기까지》의 저자를 찾아내려는 에이바의 여정을 따라 과거의 비밀이 차츰차츰 드러나고, 에이바는 딸 매기와 다시 만나 새로운 삶을 모색하게 되는데……
《내 인생 최고의 책》은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중년 여성 에이바가 북클럽에 가입해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혼의 아픔을 달래고, 잊고 싶었던 어두운 과거와도 대면해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소설이다. 베스트셀러 《뜨개질 클럽》, 《부고訃告 작가》, 《이탈리아인 아내》 등으로 미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푸시카트 상을 두 차례 받으며 역량을 인정받은 작가 앤 후드의 작품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2016년 여름에 출간된 후 평단과 독자의 호평을 꾸준히 얻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북클럽에 많은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앤 후드는 이 책의 출간 이후 60개가 넘는 북미 북클럽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하면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공감 어린 대화를 나누는 기쁨을 만끽하는 중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책’이라는 주제에 따라 북클럽 멤버들이 각자 고른 작품에 대한 감상을 논하는 장면이 주기적으로 등장하고 책을 매개로 주요 사건이 전개되는 만큼 ‘책’은 이 소설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에 얽힌 비밀을 풀고 진실에 다가가는 실마리가 되어주는 동시에, 상처 입은 마음을 위로해주는 치유의 힘을 발휘한다. 에이바의 딸 매기가 오랜 방황 끝에 책방의 온기 속에서 새로운 삶의 동력을 찾아가는 과정이 교차된다는 점에서 성장소설의 요소를 지닌 데다, 《클레어에서 여기까지》의 저자 로절린드 아든의 행방을 추적하고 에이바의 동생 릴리와 어머니 샬럿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파헤치는 부분에서는 추리소설 같은 몰입감과 긴박함을 자아내는 《내 인생 최고의 책》. 말미에 이르러서는 흩어져 있던 조각이 짜 맞춰지는 듯한 쾌감을 선사하는 이 소설은 3대에 걸친 여성들이 슬픔과 역경을 딛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과 북클럽 멤버들이 책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우애를 나누는 모습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어 감동을 준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책은 무엇인가? 그 책은 왜 그토록 내 인생에 강렬한 지문을 남겼을까?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어느새 이렇게 자문하며 상념에 젖어들게 될 것이다.
“책은 어떻게 우리를 다시 삶으로 초대하는가?”
북클럽에서 나눈 사랑과 우정, 기쁨과 슬픔, 상실과 비밀에 관한 이야기
나아가 문학에 담긴 치유의 힘까지 입체적으로 그려낸 수작!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에이바가 아테나이움 도서관의 아래층 방에서 매달 두 번째 월요일 이루어지는 북클럽 모임에 가입한 12월부터 한 해의 주제가 마무리되는 이듬해 11월까지 일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북클럽 멤버들은 누군가에게 축하할 일이 생기면 늘 가장 먼저 축하해주고 상심한 사람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며 위로해줄 뿐만 아니라 암 환자인 멤버를 돌아가며 병원에 데려다주는 등 서로를 각별하게 챙기는 친밀한 사이다.
해마다 주제를 달리해 진행하는 이 북클럽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책’이라는 주제에 따라 멤버들은 각기 《오만과 편견》, 《위대한 개츠비》, 《안나 카레니나》, 《백 년 동안의 고독》 등 익히 알려진 고전들을 고른다(에이바가 고른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만이 가상의 책이다). 작품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는 가운데 에이바는 같은 책을 두고도 관점에 따라 얼마나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지 절감하는 것은 물론, 멤버들이 그간 어떤 아픔과 상처를 지닌 채 살아왔고 어떤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지 차츰차츰 알아나간다. 종국에는 독자도 에이바의 심정으로 어느새 함께 울고 웃으며 친숙해진 북클럽 멤버들에게 동지애와 위안을 느끼게 된다.
에이바의 오랜 친구이자 사서로서 북클럽 모임을 주재하는 케이트, 클럽의 최고령자인 ‘대모’이자 에이바에게 유품으로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를 남겨줌으로써 저자 로절린드 아든의 실체에 다가가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페니, 삼십 대 초반의 젊은 남성으로 에이바와 잠시 연인 관계를 맺는 루크, 전직 연극배우로 유방암 투병 중인 다이애나, 여섯 아이를 키워낸 엄마인 만큼 계획성 있고 부지런한 루스, 대학생일 때는 에이바 아이들의 베이비시터였고 지금은 영문과에서 여성학을 가르치는 교수 오너, 에이바와 같은 프랑스어 교사로 이혼의 아픔을 공유한 모니크, 부모님의 이혼으로 청소년 시절 큰 상처를 받았다고 고백한 이십 대 초반의 키키, 과테말라에서 평화 봉사단 활동을 한 데다 칠레에서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직접 만난 경험이 있는 제니퍼, 에이바와 같은 날 들어온 신입 멤버로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는 홀아비 존…… 그리고 케이트의 비서 에마도 빼놓을 수 없다. 머리 색깔을 수시로 바꾸고 화려한 문신과 피어싱을 즐겨 하는 에마는 멤버들을 위한 간식 테이블을 주관한다.
이 소설은 한국에서도 자기계발 내지는 인문학 공부,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북클럽 활동이 활발한 요즘, 미국의 북클럽은 어떤 방식과 분위기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간접 체험하게 해준다. “물론 우리는 진지한 독서가들이에요. 하지만 책과 함께 재미도 추구하죠. 에마가 우리 간식을 준비하느라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라는 케이트의 말마따나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시대의 의상을 갖춰 입거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책에 친근하게 다가가 능동적으로 감상하려는 태도는 보다 즐거운 북클럽 활동의 팁이 되어줄 만하다.
북클럽이 에이바에게 준 선물은 무엇보다도, 책 읽는 기쁨을 되찾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에이바는 동생 릴리와 어머니 샬럿을 잇따라 잃고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를 재차 읽으며 슬픔을 달래던 어린 시절 이후로는 왠지 모르게 책과 멀어졌다. 샬럿과 이모 비어트리스가 함께 책방 올랜도스를 운영했기에 어려서부터 책과 친숙했고 독서 삼매경에 수시로 빠지곤 했다. 하지만 릴리가 나무에서 떨어져 숨진 그날 《페퍼 씨네 다섯 꼬마 성장기》를 읽느라 정신이 팔려 동생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작용한 탓인지 그 후론 좀처럼 독서에 몰입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북클럽 활동을 시작하고는 오랜만에 책을 진지하게 읽어나가며 “독서의 마법을 다시 찾아가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초반에는 《오만과 편견》, 《위대한 개츠비》를 완독하는 대신 영화를 보고 읽은 척하는 반칙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과 맞물리며 깨달음과 통찰을 선사하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마음속에 서서히 차오르는 기쁨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리고 북클럽 활동이 에이바에게 가져다준 더 크고 더 소중한 선물이 또 하나 있다. 그 선물이 무엇인지는 소설의 대단원에 가서야 밝혀진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해. 어둠인지 빛인지, 삶인지 죽음인지.
난 빛을 택할래. 난 삶을 택할래. 그렇게 할래.”
자아와 가족의 해체, 삶의 벼랑 끝에서 책을 통해 구원받다
에이바에게는 자식이 둘 있다. 아들 윌과 딸 매기.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산악 고릴라 연구를 하는 윌은 한 번도 속 썩인 일 없이 착실한 반면에 매기는 약물과 남자 문제로 끊임없이 말썽을 피워 에이바를 늘 근심케 한다. 약물 중독 치료 센터를 나온 후 미술사 유학을 위해 떠난 피렌체에서도 마음을 잡지 못한 매기는 학교를 그만두고 독일인 남학생을 따라 무작정 파리로 향한다. 거기서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좇으며 작가가 되려 하지만 방탕한 삶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아빠가 엄마와 이혼하고 계좌에 넣어준 1년치 용돈을 파리에서 다 쓰기로 마음먹고는 전날 밤 술과 마약, 섹스를 함께한 남자가 떠나간 텅 빈 호스텔에서 대낮이 되어서야 겨우 일어나 빈둥대고 해 질 녘이면 글을 쓴다는 핑계로 카페나 술집을 전전하는, 아무 의미 없는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다가 비 오는 어느 날 텅 빈 지하철에서 만난 유부남 쥘리앵과 사랑에 빠져 그의 아파트에서 지내며 파괴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쥘리앵에게서 온갖 마약을 공급받다 보니 더더욱 심각하게 중독되고 만 것이다. 우연히 만나 함께 투약한 미국인 대학생 개빈이 약물 과다로 목숨을 잃고 들것에 실려 나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데다 점점 더 구속하고 집착하는 쥘리앵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 두려웠던 매기는 함께 간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기회를 틈타 도망친다. 거기서 청년 앙리와의 만남을 계기로 마약을 더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파리로 돌아온다. 한편, 쥘리앵은 매기가 남기고 간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온 에이바에게 매기가 실종되었다는 메시지만을 남기고는 더는 단서를 주지 않아 에이바를 걱정으로 안절부절못하게 만든다.
매기는 파리에 도착해서도 마약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탓에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병원으로 실려가 일주일간 치료를 받는다. 그러고 나서야 마음을 단단히 고쳐먹고는, 예전에도 가끔씩 들르곤 했던 ‘파리 최고의 영어 책방’ 가니메데스에서 일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애쓴다. 딸 매기가 무사한지 확인하고 《클레어에서 여기까지》의 저자 로절린드 아든을 찾아보러 파리로 온 엄마 에이바와 매기는 감격의 상봉을 한다. 그리고 매기는 다시 미국으로 떠나는 엄마를 배웅하며 속으로 다짐한다.
‘오늘, 내 삶은 다시 시작하는 거야.’
마약의 수렁에 빠져 목숨마저 위태로웠으나 책방 가니메데스를 드나들며 정상적인 삶의 궤도에 진입할 동력을 얻은 매기. 딸 매기의 성장담이 엄마 에이바가 이혼의 아픔을 딛고 나아가려는 과정과 교차되며 전개되는 이 소설은, 가족의 해체로 마음 둘 곳을 잃은 모녀가 독서를 통해 구원받기까지의 여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너만을 위한 책이란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마침내 빛을 향해 가는 이들에게
축복처럼 다가온 ‘내 인생 최고의 책’
‘1970년 그날 아침’ 에이바의 여동생 릴리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리고 처음 맞이한 기일에서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에이바의 엄마 샬럿이 제임스타운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샬럿과 함께 책방을 운영하던 에이바의 이모 비어트리스가 이미 종적을 감춘 후였다. 샬럿의 차가 남아 있을 뿐 시신은 찾지 못했기에 죽음을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에이바는 자기 어머니가 그때 자살했다고 믿고 살아왔다. 유서도, 작별 인사도 없이 자신과 아버지 테드를 버려둔 채 떠나고 말았다는 슬픔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2주일이 지났을 때, 검은 캐딜락을 타고 온 여자가 에이바에게 책을 건네주며 말한다. “너를 위한 책이란다.” 그 책이 바로 에이바 인생 최고의 책 《클레어에서 여기까지》이다. 두 딸 중 한 명을 잃은 부부와 남은 딸로 이루어진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 마치 에이바를 위해서 쓰인 듯한 이 책은 에이바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당시 릴리의 사망 사건을 담당했으나 지금은 은퇴한 형사 행크 빙엄은 40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릴리와 샬럿이 어쩌다 죽었는지 진실에 다가가고자 한다. 사실, 행크는 샬럿과 (각자의 배우자 몰래)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릴리가 사고로 죽은 그날도 만나 함께할 미래를 꿈꾸기도 했다. 그런 탓에 죄책감을 갖고 있었던 행크는 에이바에게 접근해 그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파헤쳐 일단락을 짓고 싶은 마음을 피력한다. 그러나 에이바는 잊고 싶었던 슬픈 과거를 다시금 돌이키는 것에 거부감을 느껴 행크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매기가 프랑스에서 행방불명된 일을 계기로 행크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함께 비극적인 사건에 얽힌 기억의 편린들을 맞춰나간다. 그리고 《클레어에서 여기까지》의 저자 로절린드 아든의 실체에도 조금씩 다가선다.
이렇듯 에이바의 비극적인 가정사를 둘러싸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추리소설처럼 비밀스럽고 긴박감 있게 전개되는 《내 인생 최고의 책》. 과거에 대한 회한, 상실의 슬픔을 담담히 묘사해나가는 와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이 소설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 마침내 빛을 향해 가는 인물들의 고투를 따뜻하고도 연민 어린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책속으로 추가]
“로절린드 아든을 위하여!”
“옳소, 옳소.” 몇몇 사람이 외쳤다.
에이바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기를 클럽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주고, 자기의 몸부림과 시행착오를 모두 지켜봐준 이 사람들. 이들 덕분에 지금 여기 그녀는 좀 더 굳건한 마음으로 설 수 있었다. 문득 생각하니 다가올 한 해가 기대됐다. 키키네 집에서 영화도 함께 보고 어느 날에는 간식도 사갈 것이다. 다이애나가 수술을 받으면 방사선 치료 받을 때 도와주고. 책은 또 어떤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읽고 또 읽은 책들이, 귀도 접히고 형광펜으로 밑줄도 그어지고 깨알 같은 메모가 담긴 책들이 수십 권씩 자신의 책장에 쌓일 것이다. 책과 이 북클럽 멤버들이 그녀에게 무슨 일이 닥치든 견뎌낼 수 있게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_471쪽
기본정보
ISBN | 9791159311307 |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08월 10일 | ||
쪽수 | 480쪽 | ||
크기 |
142 * 211
* 28
mm
/ 550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The Book That Matters Most/Hood, A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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