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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오키나와문학을 사유하는 방법

젠더, 에스닉, 그리고 내셔널 아이덴티티
경희대학교 글로벌류큐 오키나와연구소 1
손지연 저자(글)
소명출판 · 2020년 0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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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인은 일본인인가?
언뜻 의아스러운 이 질문을 풀어 나가기 위해, 이 책은 1945년 8월 15일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1945년 8월 15일 종로에서 대한 독립 만세를 부르짖던 목소리와 동시에 일본에서는 ‘옥음 방송’에 일본국민이 눈물 지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오키나와에서는 8월 15일이 아닌, 오키나와 수비군사령관의 자결일인 6월 23일을 ‘위령의 날’로 기념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 국민의 공통된 기억으로 손꼽히는 ‘종전 기념일’에 대한 기억은 어째서 분열하는가? 서로 다른 ‘종전 기념일’을 밝히는 것으로부터 이 책은 일본이되 일본이 아닌, 동시에 외국이되 한국과 닮은 상처를 지닌 오키나와에 대해 깊이 있는 물음을 던진다.

왜 오키나와인가?
우리에게는 여름철 휴양지, 아름다운 바다의 섬으로 알려져 있는 오키나와에 대해 종전기념일로부터 접근하는 이 책은 언뜻 생소하기도 하다. 왜 한국에서 오키나와를 알아야 하는가? 저자는 오키나와 연구가 단순한 지역 연구에 국한되지 않으며, 동아시아 전후와 냉전을 관통해온 동아시아 체제의 모순을 읽어내기 위한 중요한 지렛대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국가라는 이름의 폭력으로 지워졌던, 국가(nation-state)에 수렴되지 않는 다채롭고 풍부한 지역적 상상력을 오키나와 문학이라는 자장을 통해 내밀하게, 그러나 매우 구체적이고 실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폭력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성찰력은 제주 4·3 혹은 광주 5·18 문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한국문학과 공명하는 부분이 크다. 오키나와 전투, 우치난추, 야마톤추, 가해자성, 피해자성, 배제와 차별, 점령, 미군기지, 성폭력, 조국복귀, 반복귀, 반기지, 기억투쟁 등은 전후 오키나와 문학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동시에 다름아닌 우리 역사를 거울처럼 되비추며 성찰하도록 한다.
또한 최근 인문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동아시아론을 비롯한 젠더론, 재일한국(조선)인 문학, 마이너리티 문학과 여러 면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이러한 문제를 ‘오키나와’라는 관점을 통해 더욱 미세한 층위까지 파헤치고자 하였다. 주류 문학에 밀려 주목받기 어려웠던 오키나와 문학, 그 가운데에서도 오키나와 여성문학ㆍ여성사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사유하는 방식은 지금까지 시도된 바 없는 오키나와 문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워진 목소리, 재현하는 문학

역사로부터 지워져 말할 수 없는 신체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고, 몫이 사라져버린 자들의 목소리를 재현하고, 증언불가능성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침묵과 암흑 속의 목소리들을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 속으로 불러들임으로써 평화와 연대를 상상하는 오키나와문학의 희망찬 목소리에 저자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그들이 던진 수많은 질문과 비판적 사유에 하나하나 성실하게 응답하고자 한다.

이 책의 총서 (5)

작가정보

저자(글) 손지연

孫知延 | Son Ji-youn
경희대학교 일본어학과 부교수. 경희대학교 ‘글로벌 류큐·오키나와연구소’ 소장. 일본 근현대문학 및 문화 전공. 동아시아, 오키나와, 여성, 마이너리티 등의 키워드에 천착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오키나와 문학의 이해』(공편), 『오키나와 문학의 힘』(공저), 옮긴 책으로 『오시로 다쓰히로 문학선집』, 『기억의 숲』, 『일본 근현대여성문학선집 사키야마 다미』 17권(공역), 『오키나와와 조선의 틈새에서』 등이 있다.

목차

  • 책머리에

    제1부 ‘경계’에 선 오키나와
    변경의 기억들-오키나와인들에게 ‘8·15’란 무엇인가?
    오키나와와 일본, 두 개의 패전 공간-‘선험적 체험’과 ‘상상된 8·15’

    제2부 아이덴티티 교착의 장
    ‘일본인’ 되기의 역설-「구넨보」·「멸망해가는 류큐 여인의 수기」
    패전 전후 제국/오키나와 청년의 중국체험과 마이너리티 인식-오시로 다쓰히로의 『아침, 상하이에 서다』
    ‘미군’ 표상과 오키나와계 미국인 ‘2세’라는 설정
    마이너리티 언어에서 에스닉 언어로, ‘우치나구치’의 전략성

    제3부 젠더로 읽는 오키나와 점령서사
    ‘점령’을 둘러싼 일본(적) 상상력
    ‘점령하’라는 오키나와(적) 상상력
    ‘반전’하는 젠더 표상
    유동하는 현대 오키나와 사회와 여성의 ‘내면’-본토 출신 여성 작가와의 대비를 통하여

    제4부 오키나와 전투와 제주 4·3, 그리고 기억투쟁
    전후 오키나와(인)의 성찰적 자기서사 『신의 섬』-‘오키나와 전투’를 사유하는 방식
    오키나와 전투와 제주 4·3을 둘러싼 기억투쟁
    ‘집단자결’을 둘러싼 일본 본토(인)의 교착된 시선-소설·르포르타주·증언

    제5부 동아시아의 평화와 연대를 향한 오키나와문학
    아시아의 상흔 겹쳐보기-오키나와 전투와 한국전쟁을 둘러싼 문학적 응전방식
    오키나와 여성문학(사)의 동아시아적 맥락
    오키나와문학 연구의 현장을 말하다-사토 이즈미×손지연 대담
    초출일람
    찾아보기

책 속으로

그렇다면 이 운명의 날을 오키나와인들은 어떻게 받아 들였을까? 분명한 것은 앞의 두 장의 사진이 대변하듯이 오키나와의 ‘8월 15일’은 옥음방송의 충격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반슈평야』에서 보듯이 일본 본토의 경우 도호쿠의 작은 시골 마을 구석구석까지 패전 소식이 전해졌던 반면, 3개월 동안 이어진 지상전으로 신문사와 방송국이 전멸한 오키나와에서는 옥음방송 청취 자체가 불가능했으며, 방송 청취는커녕 주민 대부분이 수용소에 격리되어 있어 외부 소식을 알 수 있는 통로가 완전히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날은 오키나와 전역에 설치된 39개 수용소에서 선발된 128명의 주민대표가 오키나와 본도 중부에 위치한 최대 난민수용소 이시카와시에 집결하는 날이었다. 전후 주민행정기구의 기초가 되는 오키나와자순회오키나와자순회의 설립을 위해 미군부가 점령 후 처음으로 오키나와 주민대표들을 소집한 것이다.
두 번째 사진은 바로 이 날을 기록한 사진이다. 이들은 오키나와 전투가 종료된 이후 두 달 여간의 수용소 생활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는 등 회장 분위기는 기쁨과 감격으로 술렁였다고 한다. 그러나 감격적인 해후도 잠시, 일본이 포츠담선언포츠담선언을 수락했으며 곧 천황의 종전방송이 있을 것이라는 해군정부 부장관의 보고가 이어졌다.
-「변경의 기억들-오키나와인들에게 8ㆍ15란 무엇인가?」 中

오키나와와 일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왕복하던 아이덴티티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내 유일한 지상전을 경험하고 오랜 미군 점령의 역사를 거치면서 한층 복잡한 양상을 보이게 된다. 미국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개입되면서 ‘일본인’이면서 ‘일본인’이 아닌 존재, 그렇다고 미국인도 아닌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의 위치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또 다시 새롭게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일본인 되기’의 역설-「구넨보」·「멸망해가는 류큐 여인의 수기」」 中

오키나와 소설에서는 사춘기 소년의 미성숙한 성에 대한 묘사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지만, 성인 남성의 성욕은 그것이 굴절이든 불구이든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것을 상대화시킬 ‘국가’가 부재했기 때문일 듯하다.
이러한 결정적인 차이들에 덧붙여 강조해 두고 싶은 것은, 일본 전후 작가들의 단골 소재라고 할 수 있는 (패전이 임박한) 점령공간 속 ‘국가적 위기여성의 성적 위기’라는 문학적 수사는 이미 점령 중인 오키나와 여성의 성이나 오키나와의 위기상황은 철저히 간과되거나 은폐된 채 오로지 일본 본토의 위기만을 상정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상력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 글의 제목을 ‘점령’을 둘러싼 ‘일본(적) 상상력’이라고 붙인 것에는 그러한 비판적 사유가 포함되어 있다.
-「‘점령’을 둘러싼 일본(적) 상상력」 中

『신의 섬』과 『순이 삼촌』은 집단자결과 집단학살이라는 금기의 기억에 주목하고 이를 폭로하고 있는 점에서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특히 이 비극적 사태를 어떻게 기억하고 정의할 것인가, 가해와 피해, 억압과 저항, 자발과 강제 그 어느 한쪽으로 양자택일할 수 없는 정황들을 공들여 묘사하고 있는 점에서 꼭 닮아 있다. 그런데 기억투쟁의 향방을 제시하는 방식은 상당히 달라 보인다. 두 소설의 클라이맥스와 결말의 차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은 곧 오키나와 전투를 둘러싼 오시로의 기억투쟁 방식과 4·3을 둘러싼 현기영의 기억투쟁 방식의 차이이기도 할 것이다.
-「오키나와 전투와 제주 4·3을 둘러싼 기억투쟁」 中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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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59055171
발행(출시)일자 2020년 04월 20일
쪽수 444쪽
크기
153 * 224 * 26 mm / 651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경희대학교 글로벌류큐 오키나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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