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밭을 건너온 사계

강영란 저자(글) · 강수진 그림/만화

시인동네 · 2020년 07월 20일

책 소개

제주에서 태어나 1988년 《한라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강영란 시인의 산문집.

시인은 동네에 귤나무를 제일 먼저 심은 아버지를, 아버지가 언 손으로 지켜냈던 귤나무를 기억한다.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시인과 시인의 가족은 “귤에 기대어 산다. 아니 아버지에 기대어 산다.” “이 생에 꼭 해야 할 숙제처럼” 쓴 책, 『귤밭을 건너온 사계』. 시인은 척박한 인생에서 주황빛 과실이 맺히는 과정을 때론 덤덤히, 때론 사무치게 노래한다. 한해 귤 농사에 대한 일기뿐 아니라 제주와 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이 한 권의 책에 모았다. 제주에서 태어난 강수진 작가는 서정적인 삽화에 제주의 풍광과 귤 농사의 순간들을 따듯하게 담았다.

작가정보

저자(글) 강영란

제주에서 태어나 1998년 《한라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소가 혀로 풀을 감아 올릴 때』 『염소가 반 뜯어먹고 내가 반 뜯어먹고』가 있다. 제1회 〈제주어문학공모전〉 〈서귀포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림/만화 강수진

1991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제주대학교 예술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작가의 말

아버지는 동네에서 귤나무를 제일 먼저 심었다. 귤이 처음 열리던 해부터 과수원 안에 작은 돌 움막을 짓고 열매를 지켰다. 손톱으로 긁으면 가난이 긁혀 나올 시절이었다.
삽으로 땅을 파서 귤나무를 심으며, 아버지는 이 나무에 열매가 달리면 우리 같이 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쌀과 김치를 들려 보내며 시외버스를 태워 주셨다.


구석진 방에 혼자 자취하던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었다. 나는 자라지 않는 귤빛 주황이 원망스러워 울었다. 그리움이 무서워서 울었다. 허기져서도 울었다. 이불을 뒤집어쓰면 이불에서 가족들 냄새가 났다. 땅을 파던 아버지의 언 손이 자꾸만 떠올라 장갑이 생겨나는 기적을 바랐다.
아버지 돌아가실 때 손에 끝내 남아 있던 상처와 흉터를 보면서 심장이 아팠다.
오래 언 손이었다.

이 생에 꼭 해야 할 숙제처럼 이 책을 썼다.?
귤 농사에 대한 일기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놓고 1부는 귤나무의 한해살이에 대해서, 2부는 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에 대해서 썼다.
평상시 잘 쓰지 않는 농사 단어가 많아 이해를 돕고자 그림을 곁들였다.
그림 그리느라 나만큼이나 귤 공부를 한 강수진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이제 귤나무는 품종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는 귤에 기대어 산다. 아니 아버지에 기대어 산다.?
내일부터 열매솎기를 해야겠다고 농사일 의논하는 어머니와 동생 앞에 또 귤 한 알 고수레하고 돌아오는 아버지의 무덤 앞에 이 책을 놓는다.

세성로 333번길 여름 귤밭에서
강영란

목차

• 작가의 말
  1부 주황, 너를 잊을 수 없게 하는 색
  1월 오긴 오락? 봄이 오긴 올까? 당신이
  2월 마음아, 거기 앉아라
  3월 봄은 고양이 밥 먹듯이 온다
  4월 봄 순을 솎으랴? 귤꽃을 솎으랴?
  5월 유희삼매
  6월 고요, 고요! 너를 생각하는 마음
  7월 안개 낀 귤밭
  8월 가문 날의 귤밭
  9월 태풍, 하늘도 가끔 섭섭한 것이 있다
  10월 주황, 너를 잊을 수 없게 하는 색
  11월 숨이 따뜻한 너
  12월 위안, 이란 연민에 가까운 말
  
  2부 애깡, 내가 사랑하는 이름
  귤
  귤나무 역사
  제주의 오래된 귤나무
  〈탐라순력도〉 속의 제주 귤
  황감제
  귤문
  온주밀감의 효시
  귤밭 무덤
  애깡
  외할아버지의 귤나무
  귤나무에 얽힌 전설
  귤밭 가는 길
  귤나무 민간요법

책 속으로

한 그루 귤나무도?깃들어 사는 곳이 이렇게 마음이 쓰이는데

방 한 칸
들어가 산다는 곳이 덜컥 아무데나 되겠는가

귤꽃 잘 피는?내 마음속 어디쯤?네가 들어오는 곳이 그런 곳이다
-「감귤원」 전문





마음아, 깊이 앉아라

나무를 중심으로 40?50cm 아래
뿌리 잘림이 20% 범위 내?
2?3월?
신선한 공기가 공급되고 뿌리의 호흡작용이 왕성해져
양분 흡수가 증대된다 하니
추위, 고온, 가뭄 등 기상재해가 적다하니

땅을 파서 다시 묻는 일

깊이 들어가는 일
마음아, 거기 앉아라
-「심경(深耕) 깊이 갈이」 전문






날을 받아놓고?
나무 몸뚱이 잘라내고 새로운 품종으로 만들어놓는다

아버지가 심으신 귤나무였다?
저 나무에 열매가 달리면 같이 살자던 아버지였다

나는 눈물 슴벅한 채 주황을 그리워했다

아버지의 주황
나의 주황

나는 지금도 새로운 주황을 꿈꾸는데
아버지의 주황은 어디로 갔는가

접목을 할까 고민하는 남동생에게서
그날의 아버지를 본다
접목 갱신
-「접목 갱신」 전문

기본정보

ISBN	9791158964757
발행(출시)일자	2020년 07월 20일
쪽수	206쪽
크기	153 * 195 * 18 mm / 336 g
총권수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