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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의 크기

심후섭 동시집
심후섭 저자(글)
학이사어린이 · 2018년 1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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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도토리의 크기는 어느 정도가 좋을까
나는 일곱 번째로 태어나 맏아들이 되었습니다. 제 위로 형님 세 분, 누님 세 분이 계셨지만 형님 세 분과 누님 한 분이 돌림병 등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누님 두 분만 살아남으셨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는 할머니께 ‘이 놈만은 놓치지 말고 꼭 붙잡읍시다.’ 하시면서 나의 이름을 ‘붙들이’로 지으셨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언제나 힘을 더 주셔서 ‘뿌뚤이’로 부르셨습니다.

할머니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습니다.
“힘이 세어지려면 날마다 송아지를 한 번씩 안아 올리면 된다. 그러면 어른소가 되어도 안아 올릴 수 있게 된다.”
“또 힘이 세어지려면 옥수수 싹이 돋았을 때 날마다 한 번씩 뛰어넘으면 된다. 그러면 옥수수가 어른 키만 해져도 닿지 않고 뛰어넘을 수 있다.”
초등학교 무렵 어느 가을날, 학교에서 돌아와 빨갛게 익은 대추를 골라 따 먹을 때였습니다. 우리 집 둘레에는 아버지가 심어놓으신 대추나무가 열두 그루 있었습니다. 마을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팥알 크기의 앳대추가 가장 먼저 익었습니다.
“에이, 감질 나! 이 대추, 복숭아만큼만 커도 금방 배부를 텐데!”
그때 할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어디 보자, 뿌뚤아. 어떤 사람이 산에 도토리를 주우러 갔다가 ‘아이고, 힘들어! 이 나무는 백 년이 넘게 커도 열매가 어찌 이 모양이냐? 일 년짜리 덩굴에도 수박 같은 큰 열매가 달리는데!’하고 중얼거렸어. 그때 바람이 쏴아 불어 도토리 하나가 그 사람 머리에 뚝 떨어졌어. 그러자 그 사람은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꿇어앉아 두 손을 모으고 외쳤어. 뭐라고 외쳤을 것 같니?”

지금도 그때 할머니 이야기가 선연하게 떠오릅니다.
그리하여 나는 첫 동시집 제목으로 ‘도토리는 얼마나 굵어야 하나’, ‘도토리 크기는 얼마나’ 등을 떠올리다가 ‘도토리의 크기’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찍이 혼자 몸이 되셔서 2대 외아들인 아버지를 데리고 힘든 세상 살아 오시면서도 나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신 할머니, 그리고 열두 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나의 할아버지)를 여의시고 혼자 세상을 헤쳐오신 아버지, 그러한 집에 시집 오셔서 나의 첫 이름을 ‘붙들이’로 지어주신 어머니께 삼가 이 동시집을 바칩니다.
2018년 풍성한 가을을 기다리며

작가정보

저자(글) 심후섭

- 1951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나 대구교육대학, 방송통신대, 경북대교육대학원을 거쳐 대구가톨릭대학원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 1980년 <창주문학상> 동시 당선 이후 <소년> 동화 천료, <월간문학>과 <새벗> 신인상 동화 당선,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1회 <MBC 창작동화 대상> 장편부문 당선되었고, <한국아동문학상>과 <대구문학상>, <금복문화상 문학부문>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 1972년 초등교직에 입문하여 43년간 근무한 뒤 정년퇴임하였고, 한국일보사 주관 <제28회 한국교육자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 현재 대구아동문학회,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한국문인협회, 한국펜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목차

  • 1부 할매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요
    힘센 사람 되기·1 - 할머니 말씀/힘센 사람 되기·2 - 할아버지 말씀
    도토리의 크기 - 도토리는 얼마나 커야 하나/대추꽃
    어떻게 잡아 - 먼저 해야 할 일 있다/소들은 왜 - 눈을 감을까
    하늘 색깔 - 너는 어떤 눈으로 보니/황소가 된 쥐 - 집에 못 가면 어쩔래
    말과 소 - 모두 생각이 있다/벌/자벌레의 꿈/새는 어디에 있어도
    수탉/개미 화석/해바라기/조약돌/선인장/여행//사진찍기/쁘람빠라꽃나무

    2부 새 발바닥은 누가 간질이나
    봄·1 - 속삭이는 봄비/봄·2 - 비 오는 우리 교실/봄·3 - 하늘도 세수해
    봄·4 - 새 발바닥 간질이는 꽃눈/봄·5 - 기지개 켜는 봄/봄·6 - 할머니와 꽃샘바람
    봄·7 - 그리운 우리 할매/봄·8 - 봄 마중 상처/봄·9 - 봄의 향기
    봄·10 - 봄 언덕의 노래/봄·11 - 무슨 말이니/봄·12 - 봄의 색깔
    봄·13 - 하늘도 밀려난다/봄·14 - 병아리의 노래/봄·15 - 봄에도 눈내려
    숲속에서·1 - 숲으로 난 길/숲속에서·2 - 넌 지각해도 괜찮아
    숲속에서·3 - 바람도 숨을 죽인다/숲속에서·4 - 새알 품기
    숲속에서·5 - 나무와 바위

    3부 커다란 공은 누가 굴리나
    태극·1 - 커다란 공/태극·2 - 낮과 밤/태극·3 - 같은 자리에서
    태극·4 - 물은 계속해서/태극·5 - 비와 눈/태극·6 - 봄 속에 겨울이
    태극·7 - 옛집에 서면/태극·8 - 이가 흔들리면/태극·9 - 이를 빼고 나면
    태극·10 - 마른 잎은 마침내/나이테·1 - 나이테는 역사책
    나이테·2 - 시간의 발자국/목발 짚은 아저씨 - 웬지 앞설 수 없다
    단춧구멍 - 잠그기 위해서만 아니다/기도는 어떻게 -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네가 흔들리는 만큼/이슬방울 작아도/폭포/제재소에 갔더니
    눈 내린 아침 - 왜 기다리지 않았니

    4부 구름은 왜 호수를 찾아오나
    호숫가 마을·1 - 물방울이 피아노를/호숫가 마을·2 - 이슬방울과 송어
    호숫가 마을·3 - 안개는 왜/호숫가 마을·4 - 커다란 마을
    호숫가 마을·5 - 물결 위에 발자국이/호숫가 마을·6 - 모두가 거꾸로 서 있어도
    호숫가 마을·7 - 호수의 꿈/호숫가 마을·8 - 안아주는 호
    호숫가 마을·9 - 여기가 어디야/호숫가 마을·10 - 바위가 지켜준다
    작은 마을·1 - 어미닭과 할머니/작은 마을·2 - 나그네가 찾아오면
    작은 마을·3 - 허수아비와 참새/연못/작은 역 - 그 옛날 이곳에서
    작은 개울 - 개울가 애기똥풀/아기 물방울 - 물방울의 호기심
    생쥐 - 나도 귀여운 데 있다/뻐꾹나리 - 나도 울고 싶다
    나이팅게일 - 노르웨이 하딩에르 고원에서/자작나무 숲에서

    5부 바위는 어떻게 노래하나
    바위·1 - 퇴적암의 숨소리/바위·2 - 고인돌 아래 돌도끼/바위·3 - 노래하는 바위
    바위·4 - 울산 반구대/바위·5 - 비켜주는 바위/바위·6 - 내어주는 가슴
    바위·7 - 인디언의 그림/낮달맞이꽃/분홍낮달맞이꽃/황금낮달맞이꽃
    엉겅퀴/싸리나무/민들레와 냉이/나뭇가지/편백나무/미루나무/장미
    탱자나무 가시/토마토/새콩덩굴/내 친구

책 속으로

도토리의 크기
- 도토리는 얼마나 커야 하나


에이, 너무 작다
도토리!

이걸 주워 언제
묵을 만드나

수박만 했으면*
서너 개만 주워도 될 텐데,

그때
도토리 하나 떨어져
머리를 때렸다

“아야, 아 아!”

아, 잘못했습니다
도토리 크기는
지금이 딱 맞습니다

-p22 「도토리의 크기」 전문

출판사 서평

동화작가로 널리 알려진 심후섭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1980년 창주문학상에 동시 당선, 《아동문학평론》지에 동시가 추천돼 동시인이 된 지 36년 만이다.
수록된 동시 내용은 묻고 답하는 것으로 돼 있다. 5부로 짜인 동시집 각 부 제목이 특이하다. 모두 질문하는 형태이다. ‘할매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요’(1부), ‘새 발바닥은 누가 간질이나’(2부), ‘커다란 공은 누가 굴리나’(3부), ‘구름은 왜 호수를 찾아오나’(4부), ‘바위는 어떻게 노래하나’(5부)로 되어 있다. 질문을 던지고, 시 한 편 한 편으로 답하는 형식이다.
시인은 평소 스스로에게 질문 던지기를 좋아한다. 자신의 행동과 갈 길과 가고 있는 길이 제대로인지에 대해 자신에게 묻는다. 삶에 대한 성찰(깊은 반성과 살핌)을 자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방법의 하나로 시로써 자신의 길을 살펴보며 걸어왔다. 그는 이제 시로 어린이들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시를 읽으며 스스로를 살펴보라는 시인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은 시를 통해 크게, 깨달음이 있는 지혜로운 삶, 사물의 이치를 찾아보는 생활,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지라는 신호를 어린이들에게 보낸다. 이런 점을 갖춘 어린이는 자신의 길을 흐트러짐 없이 걸어갈 것이라고 시인은 믿는다.
시인이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어준 분은 할머니이다. 할머니의 사랑과 말씀과 이야기가 버무려진 영양제를 먹고 자랐다. 그것은 곧 지혜였다. 긴 세월을 살아오며 얻은 할머니의 지혜로움이 시인의 어릴 때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살아가는 바탕을 다져 주고 거름이 되었다. 시인은 그것을 시로 녹여내었다. 그래서 수록된 시들은 마음 읽기라 해도 좋겠다.

에이, 너무 작다
도토리!

이걸 주워 언제
묵을 만드나

수박만 했으면
서너 개만 주워도 될 텐데,

그때
도토리 하나 떨어져
머리를 때렸다

“아야, 아 아!”

아, 잘못했습니다
도토리 크기는
지금이 딱 맞습니다
- 「도토리의 크기」 전문

시인은 ‘머리말’에서 이 시를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로 썼다고 밝혔다.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읽어보자.
“어떤 사람이 산에 도토리를 주우러 갔다가 ‘아이고, 힘들어! 이 나무는 백 년이 넘게 커도 열매가 어찌 이 모양이냐? 일 년짜리 덩굴에도 수박 같은 큰 열매가 달리는데!’ 하고 중얼거렸어. 그때 바람이 쏴아 불어 도토리 하나가 그 사람 머리에 뚝 떨어졌어. 그러자 그 사람은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꿇어앉아 두 손을 모으고 외쳤어. 뭐라고 외쳤을 것 같니?”
참 구수한 이야기이다. 할머니는 손자를 어릴 때부터 지혜로운 사람으로 키우려고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단다. 일할 때는 불평하지 말고 하거라. 세상의 모든 사물은 다 나름 쓸모를 갖추고 태어난 것이니 나무랄 일이 못 된다. 이런 뜻을 담은 이야기를 할머니가 들려주었던 것이다. 이걸 손자는 시인이 되어서 멋진 시로 다듬어 내놓았다. 가슴 뜨끔하고 웃음 자아내는 시이다. 내가 가진 불만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는 교훈이 시 그릇에 담겨 있다. 값어치 큰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옷깃을 여미게 한다.

시인은 각 부마다 질문을 던졌다. 시들이 답했다. 살아가는 데 힘이 되는 지식을 얻고,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을 하게 되고, 사물의 이치를 캐고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시선을 갖게 한다고.
시인은 마음으로 자연을 깊이 새겨보는 눈길을 가졌다. 어린이들에게 이런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지도록 시가 돕는다. 어린이들이 즐겁게 이런 깨달음과 깨우침에 이르도록 돕는다. 어린이들도 정신적 무게를 얻게 돼 마음 부자가 된다.
『도토리의 크기』는 이런 좋은 질문과 알뜰한 답이 담긴 묵직한 시집이다.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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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58541538
발행(출시)일자 2018년 11월 05일
쪽수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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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 210 * 14 mm / 285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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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일자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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