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바람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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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해드림에서 출간한 작품집을 통해서만 벌써 네 번째 정해정 작가님과 만난다. 두 번은 재미작가들의 동인집 「다섯 나무 숲」(재미작가 5인 소설집)과 「참 좋다」(재미작가 5인 작품집)로 만났고, 두 번은 개인 수필집 「향기등대」와 이번 시화집 「꿈꾸는 바람개비」로 만난 것이다. 「향기등대」도 저자의 그림과 함께한 아주 예쁜 컬러 양장본 수필집이다. 우리 해드림에서 만들어 낸 작품집 가운데 가장 예쁜 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문인화가 답게 정해정 작가님의 개인 작품집에는 작가와 화가 두 인격체가 아름답고 화려하게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풍부한 유머조차 엿보이는 정해정 작가님은, 적잖은 연륜에도 문학을 이어가는 꾸준한 열정이 무엇보다 존경스럽다. 작품집을 통해 벌써 몇 해째 그 열정을 지켜 본다.
이번 「꿈꾸는 바람개비」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라면, 개인적으로 ‘금낭화(씨엄씨 밥풀꽃)’를 꼽는다. 어렸을 적 할머니에게 들었다는 ‘금낭화’에 얽힌 전설을 시로 재구성하였는데, 애잔한 사연을 구성진 전라도 방언으로 위트를 가미하여 표현하였다. 금낭화는 사실 며느리밥풀꽃 혹은 꽃며느리밥풀과는 다르지만 같은 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 정해정 작가님은 이를 ‘씨엄씨 밥풀꽃’이라 하였다. 시(詩)의 파괴성을 활용한 셈이다.
작가정보
목차
- 4 시인의 말 - 등단 30년 기념 시화집을 출간하며
159 도움말 - 그윽한 연륜의 짙은 향기-장소현(시인, 극작가)
1부 꽃을 노래함
14 미스김 라일락
17 민들레 사랑
18 오월의 자카란다
20 개불알꽃
21 데이지와 춤을
22 튤립, 노란색 꽃술
23 기도하는 극락조
24 자목련
25 바오밥 나무
27 금낭화(씨엄씨 밥풀꽃)
31 동백꽃 슬픈 꽃
32 겨울 장미
33 부겐빌리아
34 선인장
35 파피
36 감꽃 목걸이
37 안개꽃은 주연
38 아네모네 사랑
39 수련으로 살게 하소서
40 조화(弔花)
41 물 한 방울
42 봄 편지
2부 즐거운 타향살이
45 코리아타운
48 발가락 뭉그러진 비둘기
50 코로나 19
52 코로나 19와 착한 손주
55 데스밸리, 보석 별
56 산타모니카의 노을
57 기억의 별똥별
60 늙은 쌈닭
62 왜 그랬을까 왜
66 인디언 묘지
68 산후안 캐피스트라노
70 우는 노을
71 듀랭고 마을의 아침
73 오하우 섬
74 엘캐피탄 캐니언의 밤
77 새벽이 오면
79 가을 시인
80 거미
81 허밍버드
82 자존심
83 반달곰
84 구름은
86 수채화
87 바람개비
3부 믿음의 노래
91 성모님께
92 부활절 아침에
94 뜻대로 하소서
96 새로운 눈 뜨게 하소서
100 부활의 소리
104 사순절에 드리는 기도
109 한 줄기 빛
111 봄비가 내리시네요
112 고맙다 봄아
113 촛불
114 바람이고 싶어라
117 새해
4부 고향 그리워
120 우는 섬
121 아버지 기다리며
123 섬 타리에서 온 편지
127 파도
128 파도의 울음
129 가을 기차
131 동무들
132 작은 꿈
133 금 간 우정
134 여름방학
135 명태보다 상팔자
136 거울
138 기다리는 새까만 눈
139 가을 하늘
5부 사무치는 그리움
142 남편의 손톱
144 고해성사
145 금테 안경
146 달빛 소리 _ 노운서 여사님께
148 조그만 별 하나 _ 희상이의 백일에
153 천사의 나팔 _ 경환과 미아 결혼식에
154 물의 노래
155 우리는 돌이에요
157 새로운 해
책 속으로
금낭화(씨엄씨 밥풀꽃)
옛날 옛적 어느 동네에
아들 하나 둔
성질 지랄 같은 생과부가 있었다네
외아들을 오지게도 사랑하는 과부는 일손을 더 쓸라고
어린 아들 장개 보냈네
아들은 공부는 못 했지만
성질은 바우 맹키로 묵직하고 부지런했다네
새각시를 얻은 아들은 좋아 죽겄는디
엄씨는 며느리를 너무 미워해
중간에서 아들은 죽을 지경이었다네.
그 엄씨 이틀이 멀다하고 밤이면 베개 들고
아들 방으로 와 가운데 낑겨 잠서
‘머리 아프다, 허리 아퍼 죽겄네’ 끙끙 앓았다네
신랑각시가 좋아하는 꼴 너무 배기 싫어
그 아깐 아들을 이웃 마을로 머슴살이 보내기로
맘먹었다네
새각시와 이별하는 날
집 모퉁이에서 울고 있는 각시를 보고
팔뚝으로 눈물 훔치며
뒤 돌아봄서, 또 돌아봄서 갔다네
씨엄씨와 새각시 둘이 남아
엄씨는 사사건건 며느리를
콩 볶댁기 볶아대던지…
엄씨는 잠도 안 자는지 해 뜰라면 아직도 멀었는디
“이년아! 똥구멍에 해가 중천이다 일어나그라. 이년아!”
어린 새각시 날마다 움서
‘엄니! 엄니! 뭐 할라고 나를 낳았쏘-’
‘니 팔잔께 참고 살아라’
엄니의 피맺힌 소리가 귓전에 들려
새각시는 울고 또 울었다네
어느 날
정지서 밥을 함서
밥알이 익었는지
밥풀 하나 입에 넣었다네
씨엄씨가 솥뚜껑 여는 소리를 듣고
불 지피던 막대기로 막 패니
새각시는
“엄니- 밥 한 알이요…” 함서
혀를 내밀고 죽었다네
하루가 일 년 같은 아들은
불알이 떨어져라 허고 달려와 봉께
폴새 각시는 죽어있더란 말이세
아들은 울며불며
각시를 업고 가
뒷산에 묻었다네
이듬해 봄, 새각시 멧둥에서 싹이 나더니
빨강색 예쁜 꽃 피었다네
빨강 입술에
하얀 밥 톨 하나 붙은 것 맹키로…
해마다 봄이면 피는 이 꽃을
“씨엄씨 밥풀 꽃”이라 했다는…
(울 할무니 이야기)
출판사 서평
장소현 원로시인이 말하는 「꿈꾸는 바람개비」
그윽한 연륜의 짙은 향기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해야겠습니다.
첫 시집으로 팔순을 축하하는 일, 결코 흔한 일이 아니지요. 더구나 등단 30년 만에 수줍게 내놓는 첫 시집이라니 더욱 뜻깊습니다. 미주한국일보 문예공모에서 시 〈바람개비〉가 당선작으로 뽑힌 것이 1993년이니, 햇수로 어느덧 30년의 됩니다.
긴 세월 묵힌 시들을 떨리는 마음으로 내놓는 작가의 진중하고 겸손한 마음가짐이 참으로 소중하게 여겨져 감탄스럽네요. 그러니 연륜의 향기가 짙을 수밖에 없지요.
도대체 시란 무엇인가?
주위를 둘러보면 시인이 참 많기도 많습니다. 그렇게 많은 시인들이 그렇게 많은 시를 쏟아내는 데도 세상은 조금도 아름다워지지를 않으니 참 요상합니다. 그래서, 시란 도대체 무엇이고, 왜 존재하는 것인가 등을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시는 손가락이나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써야한다.”라는 멋진 말이 있습니다. 시는 글재주나 기교 자랑이 아니라는 뜻이겠지요. 실제로 세상에는 말장난, 글재간 겨루기가 넘쳐납니다.
그래서 “시를 쓰려거든 더운 가슴으로, 진한 마음으로 쓰라”고 하는 가르침이 새롭습니다.
그런데 가슴으로 쓴 시보다 더 좋은 시는 ‘삶으로, 인생으로’ 쓴 시가 아닐까라는 엉뚱한 생각이 듭니다. 가령 늙으신 어머니가 지나가는 말처럼 툭 던지시는 한 마디가 그대로 뭉클한 시일 때가 많지요. 삶의 굴곡, 인생의 연륜에서 우러나온 푹 익은 깊은 맛 말입니다. 아무리 조미료를 뿌려대고 양념 패대기를 쳐도 묵은지의 곰삭은 맛을 낼 수는 없지요. 세월의 무게는 그렇게 아득하고 웅숭깊은 겁니다.
요새 한국에서는 나이 드신 시골 할머니들이 뒤늦게 한글을 배워서, 시를 쓰고, 그걸 묶어서 시집으로 펴내는 일이 더러 있습니다. 그걸 소재로 만든 영화도 나왔습니다. 일본에서도 할머니 시인의 시집이 대단한 화제를 모은 일이 있었지요.
이런 분들의 시를 읽어보면 연륜이 빚어낸 묵은지 맛 물큰한 시들입니다. 문장의 기교니 문학성이니 예술성이니 하는 따위의 어설픈 잣대를 들이댈 여지가 도무지 없는 시들이지요. 아무 말도 안 하는 것 같으면서 모든 말을 다하는 시…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정해정 시인의 시들도 그렇게 쉽고 소박하고 편안합니다. 추운 겨울날 따스한 아랫목에 무릎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처럼… 또는 정겨운 어머니의 주름진 민낯을 바라보며 잡은 손에 가득한 굵은 이랑을 쓰다듬는 아련함 같은…
그러나 한참 지나고 보면 문득 다시 떠올라 곱씹어보게 되는… 그런 다소곳하고 웅숭깊은…
그리운 마음들이
섬처럼
둥-
둥-
떠 있는데
섬이 울고 있다.
-〈섬〉 부분
시와 그림은 본디 하나
정해정 선생은 동화작가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소설, 수필, 시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하는 작가입니다. 형식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죠. 그만큼 세상을 넓고 다각적으로 보려고 애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자유롭기 때문에 입체적인 표현이 가능해집니다. 가령 〈금낭화(씨엄씨 밥풀꽃)〉 〈늙은 쌈닭〉 〈왜 그랬을까?〉 같은 시는 짧은 소설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지요. 이같은 여유는 작가에게 매우 큰 힘입니다.
바람개비에 감기는 바람은
꽃잎을 흩날리며
향기로 쏟아집니다
아이는 바람의 향기를 마시면서
바람개비 속으로 들어갑니다
하늘을 헤치며 훨훨 구름 속을 납니다
거기가 바로 엄마 품속인지도 모릅니다
눈부신 꽃밭을 봅니다
눈부신 별밭을 봅니다
별이 깜박이는데 아이는
흐르는 은하수 끝자락을 잡습니다
아이는 다시 잠이 들고
묘비 옆에서
바람개비 홀로 객지에 남아
뱅글뱅글 돌고 있습니다.
-〈바람개비〉 부분
거기에다 직접 그린 그림이 더해집니다. 그림과 글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세계인데, 이것은 매우 소중한 정신세계입니다. 옛 어른들은 이렇게 가르치셨지요.
“시와 그림은 본디 하나(詩書畵一體)요, 시 안에 그림이 있고(詩中有畫) 그림 속에 시가 있다(畵中有詩)”
나그네로 만난 친구가
누워 잠든 묘비 옆에
누군가 버리고 간
기우러진 유리잔 하나.
간밤에 살짝 지나간
소나기의 흔적인가
조그만
하늘 조각이 담겼네.
깊숙히 고인
친구와 인연이
왈칵
눈물로 쏟아질까봐
서둘러
그 잔에 붓을 담가
내 가슴에, 물 번지는
물 번지는 그림을 그리네.
-〈수채화〉 전문
그림은 곧 음악과 이어집니다. 정해정 시인의 경우는 고향인 남도의 가락이 시 구석구석에 자연스레 스며있습니다. 아예 구성진 남도 사투리로 쓴 〈섬 타리에서 온 편지〉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시들에도 장단이 구성집니다.
오메, 가을 편지가 왔네
나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있다네
70년 지기 동무들
더러는 먼저 가고,
더러는 양로원에 살고
그래도 남은 동무
머시메 가시네 합해서 몇 명
푸른 하늘 머리에 이고
가을노래 함께 부르는
우정이라는 피를 나눈
어릴 적 내 동무들…
몇 번이나 더
가을편지를 받을 수 있을거나.
-〈동무들〉 전문
밝고 긍정적인 눈길
정해정 시인의 시를 비롯한 모든 글에 근본적으로 흐르는 것은 긍정적 시각입니다. 어쩌면 동화를 많이 쓴 작가이기 때문에 그런 시각이 강해지기도 했겠지만, 타고나기를 사랑이 많고 긍정적인 사람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 나이또래 분들이 거의 다 겪었듯 전쟁의 짙은 상처, 사회의 소용돌이, 그리고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 나그네의 삶… 어찌 사연이 없고 슬픔이 없겠습니까만, 그런 어두움을 넘어 늘 밝은 곳을 봅니다.
시에서도 당연히 그렇습니다. ‘사랑’이라는 낱말을 직접적으로 쓰는 일은 거의 없지만, 전편에 짙은 사랑이 깔려 있습니다. 그리운 사람들, 정겨운 가족들, 고향, 아름다운 꽃들…
고달픈 이민살이의 이런저런 모습을 지긋한 눈길로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면서도 “코리아타운은 사랑이란다”라고 노래하는 식입니다.
코리아타운은 사랑이란다.
서울의 이태원보다
더
한국스러운
코리아타운은 사랑이란다.
겁도 없이 안개 속을 뚫고 온
낯선 이 땅.
코리아타운은 사랑이란다.
…〈줄임〉…
우리끼리
지지고 볶고
찌개내음 배어있는 그리움
코리아타운은 사랑이란다.
-〈코리아타운〉 부분
“우리끼리 지지고 볶는 그리움의 내음”이 시에도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그래서 편안하게 읽히는 겁니다
고향이나 먼저 간 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시들은 한층 끈끈한 사랑으로 사무칩니다.
타향살이 나그네 삶을 사는 이민자들의 생각은 대개 두 갈래로 나뉩니다. 그 하나는 “떠나온 곳은 있으나 돌아갈 곳은 없다”는 상실감이고, 다른 하나는 “고향이 두 개”라는 긍정적 시각입니다. 정해정 시인의 눈길은 물론 후자지요. 일찍이 고원(高遠) 시인께서 노래한 “달 둘이 떠서” 세상을 밝히는 세계인 겁니다. 정해정 시인의 아호는 ‘달샘’인데요, 그 이의 샘에는 언제나 두 개의 달이 뜰 겁니다. 틀림없어요.
그래서 그 이의 시에서는 고향과 지금 살고 있는 미국땅 코리아타운은 똑같은 무게로 존재합니다.
이민 와서
처음으로 나무 몇 그루 사려고
화원에 갔네
아하!
고향친구 만난 듯 반가운 팻말
‘미스김 라일락’
오래전
해방 직후 미국 식물학자
한국 방문해서
아카시아보다 더 향기 짙은
라일락 묘목에 반해
자기 고향으로 가져갔다네
그 라일락 개량해서
‘미스김 라일락’이라
이름 부쳐 세계에 퍼트렸다는…
열심히 도와준 타이피스트 미스김
이름 따서 ‘미스김 라일락’
키 작고 향기 짙은
이 나무를 한국에서 다시 사갔다던가
원 세상에나....
나는 두 그루 사와 부엌 창문 아래 심었네
오월이면 여지없이
연보라 꽃잎 맺히고
천리만리 봄 향기 가득.
마음 어지러운 날
부엌으로 가
까치발 하고
창문 내다보면
여전히 반갑게 웃고 있네, 미스김은…
얼씨구 좋네!
-〈미스김 라일락〉 부분
하지만 정체성을 잃을 수는 없지요. 그래서 시인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미스김 라일락’의 토종 이름은 ‘털개회나무’라네. 나는 ‘털개회나무’인가 ‘미스김 라일락’인가 그것이 궁금해)라고.
어디 시인뿐이겠습니까? 우리 모두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물음이겠죠. 나는 누구인가?
믿음의 세계, 기도의 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정해정 시인이 바라보는 사랑의 끝자리는 결국 믿음의 세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 이의 시들은 곧 기도인 겁니다.
그 분 발밑에 무릎 꿇고, 바람이고 싶다고 비는 간절한 기도… 남의 십자가도 불평 없이 짊어질 수 있는 은총을 갈구하며, 성수처럼 맑은 눈물을 흘리고 싶은 마음…
태초에 아무것도 생기지 않은
혼돈 속에서
그 분의 숨결이
바람이었듯이
살아있는 바람이고 싶습니다.
-〈바람이고 싶습니다〉 부분
기도를 미사여구로 현란하게 꾸밀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간절하면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잔뜩 멋부린 기도는 잘 안 들으시지요. 그런 기도는 대개 간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앙시나 기도시 쓰기가 어렵다는 거겠지요.
첨에는 가증스런 남의 십자가를 밀어내려고
내 몫이 아닌 십자가를 피하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줄임〉…
주님
가시관을 쓰고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당신 발밑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내 십자가는 물론
경우에 따라 남의 십자가도
불평 없이 질 수 있는 은총을 주소서
주님
이 사십일 만이라도
기레네 사람 시몬이 되게 하소서
성수처럼 맑은 눈물을 흘리고 싶습니다,
성수처럼 맑은 눈물을.
-〈사순절에 드리는 기도〉 부분
갈 길이 분명하게 정해졌으면, 그 다음은 한 눈 팔지 말고 열심히 가는 것이 마땅한 일이죠. 부지런히 최선을 다해 묵묵히…
그렇게 열심히 쓰는 일만 남은 겁니다. 시가 되었건 소설이나 동화나 수필이 되었건 마음을 다해 정성껏 쓰는 일, 기도하듯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간절하게 글을 쓰는 일, 그렇게 살아가는 일… 결과는 그 다음 일입니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생태잡지 〈녹색평론〉의 발행인이자 영문학자요 문학평론가였던 고(故) 김종철 선생께서 후배 문인의 글을 읽고 보낸 답신의 한 구절을 여기 옮깁니다.
“”앞으로 이런 글 많이 쓰라고 권하고 싶네. 괜히 어려운 소리 하지 말고, 고향을 잃고, 잃어가는 슬픔과 고통을 솔직히 나누는 게 문학의 본질이 아닐까 싶어. 때가 되면 다 떠나야겠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앓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면서 말이야.“
이 말씀을 첫 시집을 펴내는 정해정 시인에게도 드리고 싶고, 그에 앞서 저 자신부터 가슴에 새기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아파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면서 그 슬픔과 고통을 솔직히 나누는 글쓰기…
너무 무겁고 어려운가요? 아닙니다. 간절하면 됩니다. 아무리 무거운들 십자가만이야 하겠습니까?
기도처럼 쉽고 간절한 글쓰기에 힘쓰는 이 땅의 문인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
-장소현 (시인, 극작가)
기본정보
ISBN | 9791156344490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5월 01일 |
쪽수 | 175쪽 |
크기 |
146 * 206
* 12
mm
/ 27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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