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광기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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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고하지만 높으며
쓸쓸하여도 독립적인 한 정신을
우리는 광기라 불렀다
창조와 혁신의 세계에 가닿은
동아시아 문인ㆍ화가ㆍ명필들의
인문적 광기의 파노라마
광기어린 ‘광자(狂者)’, 고집스런 ‘견자(?者).’ 동양문화권에서 이들은 단순히 미치거나 유별난 사람이 아니었다. 부적응자, 반항아, 문제아처럼 언뜻 사회가 제시하는 틀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로 보이지만, 이들은 정작 세상을 다르게 볼 줄 알고, 관성적 규칙 너머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혁신가였다. 이들에 의해 동양의 철학과 예술은 살아 숨 쉬고 생기를 보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광(狂)’자와 ‘견(?)’자의 의미를 중심에 두고 중국철학과 중국예술의 특징을 포괄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저 자유롭고 독립적인 사유와 정신이 동아시아 시(詩)ㆍ서(書)ㆍ화(畵)의 예술에 스며든 자취를 흥미롭게 서사화한 연구서다.
오랜 시간 자신의 연구에서 유가와 노장의 지평을 확대해온 저자는, 이러한 동양의 광기는 정주이학자들이 사회ㆍ정치적 안정을 위해 윤리 차원에서 부정적으로 이해한 것을 제외하면, 철학ㆍ문화ㆍ예술 등 자유와 창조의 세계에 가닿는 ‘인문광기’의 차원으로 주목받아왔다고 결론 내린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열다섯 번째 책.
작가정보
성균관대학교 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춘천교육대학교 교수, 산동사범대학 외국인 교수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도가ㆍ도교학회 회장, 도교문화학회 회장, 서예학회 회장, 동양예술학회 회장, 한국연구재단 책임전문위원(인문학) 등을 역임했으며, 국제유교연합회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철학연구회 논문상, 원곡 서예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 『동양 예술미학 산책』(2018), 『노장철학으로 동아시아 문화를 읽는다』(2002), 『유학자들이 보는 노장철학』(1998), 『중국철학과 예술정신』(1997)이 있으며, 『강좌 한국철학』(1995) 등 10여 권의 책을 함께 썼다. 옮긴 책으로는 『태현집주(太玄集註)』(2017), 『이서(李?) 필결(筆訣) 역주』(2012), 『도덕지귀(道德指歸)』(2008) 등이 있다. 「노장의 미학사상 연구」, 「박세당의 장자 이해」, 「주역의 미학사상 연구」 등 130여 편의 학술논문들을 발표했으며, 평론가로서 서화잡지 등에 게재한 소논문과 서화평론이 100여 편에 이른다.
동양의 명화와 명필, 이름 높은 유물과 유적들에는 언제나 유가와 도가의 철학이 담겨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예술과 철학 사이에 놓인 경계 허물기에 주력하면서 예술작품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각을 모색하고 있다.
목차
- 책을 열면서
〈제1부 철학에 나타난 광견관〉
|제1장| 광자정신에 관한 기초적 이해
1. 지언(至言)으로서 광언(狂言)
2. 광(狂)자 용례와 광자정신
3. 성(聖)과 광(狂)의 관계성
4. 광자에 대한 다양한 이해
|제2장| 유가의 광견관
1. 공자의 광견관
2. 유소의 중용을 기준으로 한 광견관
|제3장| 도가의 광언과 광자정신
1. 노자의 정언약반(正言若反)식 광언
2. 장자의 소요물화(逍遙物化)적 광언과 광자정신
3. 장자의 진아(眞我) 추구와 광자정신
|제4장| 음주문화와 위진의 임탄적 광
1. 음주문화의 긍정과 광기
2. 통음(痛飮)과 예술의 광기
3. 죽림칠현의 방외(方外)적 광기
|제5장| 송대 이학자들의 광자관
1. 광사 증점의 욕기영귀(浴沂?歸)
2. 주희의 욕기영귀 평가와 광자관
3. 증점의 광자 성향과 심광(心狂)
|제6장| 양명학의 광견관
1. 왕수인의 광자흉차(狂者胸次)의 광자정신
2. 이지의 애광(愛狂)의 광자관
3. 원굉도의 대용(大用)의 신광자관
4. 광선(狂禪), 광과 선의 결합
|제7장| 조선조 유학자들의 광견관
1. 조선조 학문 경향과 광견인식
2. 성(聖)과 광(狂)에 관한 견해와 광견인식
3. 광자보다 견자를 중시하는 사유
|제8장| 조선조 유학자의 욕기영귀 이해
1. 욕기영귀의 요순기상 적용에 관한 문제점
2. 시어에 나타난 욕기영귀
3. 신독(愼獨) 이후의 욕기영귀 추구
〈제2부 동양예술에 나타난 광기〉
|제9장| 서화 도통론과 광견에서 중행으로
1. 유가 중화미학의 지향점
2. 서예의 도통론(道統論)과 광견관
3. 회화의 정파론과 광견관
|제10장| 광견미학의 문예적 적용
1. 발분의식과 광
2. 도연명의 심원(心遠)적 광자정신
3. 문文의 독자성과 광기
4. 성령설(性靈說)과 문예적 광기
|제11장| 중국회화에 나타난 광견미학
1. 양해의 발묵과 광기화풍
2. 서위 대사의화(大寫意畵)의 광기
3. 화은(畵隱) 예찬의 견자화풍
|제12장| 중국서예에 나타난 광견미학
1. 장욱 광초(狂草)의 표일(飄逸)적 광기
2. 회소의 신선풍 광초(狂草)
3. 정섭의 육분반서(六分半書)와 광괴(狂怪)미학
4. 항목의 중행(中行) 중심주의 광견관
|제13장| 조선조 회화에 나타난 광견미학
1. 이단화풍과 주광(酒狂) 김명국
2. 광초희작(狂草戱作) 화풍과 최북
3. 장승업의 해의반박(解衣般?)과 광기
4. 임희지의 광탄한 삶과 광기
5. 조희룡의 아법(我法)과 노장철학
6. 이인상의 도광닉영(韜光匿影)과 견자화풍
7. 예찬을 닮고자 한 전기의 견자화풍
|제14장| 조선조 서예의 광견미학
1. 정주이학 중심주의와 조선조의 서풍 경향
2. 양사언의 유선(遊仙)적 광기서풍
3. 유몽인의 자휴광일(恣?狂佚)의 광자서풍
4. 이광사의 전광기도(顚狂?倒)적 광기서풍
5. 이삼만의 우졸(愚拙)적 광기서풍
6. 성수침의 남산유연(南山悠然)적 견자서풍
7. 황기로의 은일 지향적 광견서풍
책을 마치며
|보론| 광견정신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
참고문헌ㆍ주ㆍ찾아보기
총서 ‘知의회랑’을 기획하며
책 속으로
ㆍ광자와 견자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역사적으로 다양한 이해로 나타났다.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자면, 광자는 기운이 진취적이면서 아울러 자유의지의 기운이 강한 자를 의미한다. 견자는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견지하면서 독립적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살고자 하는 독립성이 강한 기운을 가진 자를 의미한다. 독립은 자유의 근간이고 자유는 독립의 확장이기 때문에 두 가지를 분명하게 나눌 수 없다는 점에서 광과 견은 함께 말해지는 경우가 많다.
-본문 32~33쪽, ‘제1장 광자정신에 관한 기초적 이해’ 중에서
ㆍ광으로 변할 수 있는 자질의 기본은 굳센 것이다. 하지만 그 굳센 자질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났을 때 사회적 차원에서 올바로 기능하려면 먼저 배워야 한다. 유가에서 ‘호학(好學)’의 근본 위상은 여기에 놓인다.
-본문 67쪽, ‘제2장 유가의 광견관’ 중에서
ㆍ어떤 방식의 예술창작 행위를 하느냐에 따라 그려진 형상은 달라진다. ‘옛것을 본받지 않고 자기 마음에서 우러난 대로 그린다’는 것은 앞에서 본 것으로 말하면, ‘옛날에 행해진 습속을 밟지 않고 지나간 발자취를 따라 실천하지 않는’ 광자의 예술창작 행위에 속한다. 동양문화에서 진솔한 마음을 드러냄과 탈예법적 행위와 관련이 있는 ‘술’은 광기어린 예술창작 행위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본문 449쪽, ‘제13장 조선조 회화에 나타난 광견미학’ 중에서
ㆍ한국회화사를 통관할 때 조선조에는 광기어린 그림을 그린 몇몇 인물들이 있고, 아울러 견자화풍을 전개한 인물도 있다. 이 같은 광견풍의 예술창작 행위에는 광자의 ‘종정임성(縱情任性)’ 혹은 ‘방탕교자(放蕩驕恣)’하는 차원에서 행해진 광기어린 자유로운 몸짓이나 견자가 추구한 은일적 삶과 담백한 삶이 담겨 있다. 그런데 조선조 화가 가운데 광기어린 삶을 살면서 자신의 광기를 화폭에 담은 화가들은 자신을 스스로 비하하며 노자가 말한 ‘정언약반(正言若反)’의 역설적 방식을 통해서나 술을 마시고 예법과 법도를 무시한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광기를 드러내곤 하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단화풍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김명국의 ‘주광(酒狂)’ 식의 행동거지, ‘칠칠’이라 하여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역설적으로 세상을 비웃었던 호생관 최북 식의 행동거지, 장승업의 자부심 가득한 회화세계, 임희지의 생사를 초월한 광탄한 행동거지 등과 같은 광기어린 행위가 그것이다. 견자풍 화가로는 자신의 견개(?介)함과 세속에 아첨하지 않음을 보인 이인상이 대표적이고, 예찬을 닮고자 한 전기는 유사견자 화풍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본문 494쪽, ‘제13장 조선조 회화에 나타난 광견미학’ 중에서
ㆍ동양에서 광기에 대한 이해는 서양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인다. 서양처럼 신과 연계되거나 의학적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동양의 광기는 정주이학자들이 사회ㆍ정치적 안정을 위해 특히 윤리적 차원에서 부정적으로 이해한 것을 제외하면, 철학ㆍ문화ㆍ예술과 관련이 있는, 이른바 ‘인문광기’의 차원으로 주목받았다.
-본문 542쪽, ‘책을 마치며’ 중에서
출판사 서평
책의 구조
중국문화를 읽어낼 수 있는 통상적 키워드로서 ‘경(敬)’자의 의미 맥락과 연결되는 유가의 ‘중화미학(中華美學)’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대척점에 ‘광견미학(狂?美學)’이란 또 하나의 키워드가 존재한다. 이 책은 바로 이 광견미학을 중심으로, 동양의 철학사ㆍ문예사ㆍ미학사의 영역에서 광자와 견자가 지향해나간 미적 인식과 예술창작 경향에 초점을 두고 전개된다.
제1부에서 저자는 유가ㆍ도가ㆍ양명학의 주요 광견관과 송대 이학자ㆍ조선조 유학자들의 광견에 대한 입장 분석을 통해 입체적인 광견철학의 입론을 시도한다. 유가와 중화중심주의의 영향력이 뒤덮어버릴 수 없는, 이 파격의 광견정신을 입안한 대표적 인물은 알다시피 노자와 장자이거니와, 기실 공자도 이 반경 안에 소환될 수 있다. 왕수인과 이지와 원굉도 등은 여기에 새로운 맥락을 더해 광견의 지형을 넓힌 철학자들이다.
제2부에선 도연명ㆍ굴원ㆍ이백ㆍ두보ㆍ백거이ㆍ김시습ㆍ허균ㆍ곽재우ㆍ윤기 등의 문인과 양해ㆍ서위ㆍ예찬ㆍ팔대산인ㆍ김명국ㆍ최북ㆍ장승업ㆍ임희지ㆍ조희룡ㆍ이인상ㆍ전기 등의 화가, 그리고 왕헌지ㆍ동기창ㆍ회소ㆍ혜강ㆍ장욱ㆍ정섭ㆍ양사언ㆍ유몽인ㆍ이광사ㆍ이삼만ㆍ성수침ㆍ황기로 등 명필의 생애와 작품들이 광견미학의 세계에서 재조명된다.
광자정신과 노장철학
이 책의 화두인 동양의 ‘광기(狂氣)’ 그리고 광견의 철학과 예술은, 유가의 중용(中庸)ㆍ중정(中正)ㆍ중행(中行)의 철학을 근간으로 중국사상사의 본류를 구성하는 중화중심주의와 평행선을 달려왔다. 저자가 정리하는 바 광자정신은 윤리ㆍ철학ㆍ예술적 측면에서 유가의 예법을 따르지 않으면서 자유분방한 행동과 무한한 정신적 역량을 마음껏 펼지는 것, 지향하는 뜻은 높지만 실천성 측면에서 미진한 것, 기존하는 진리라 여겨온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무한히 펼치는 것, 그러다 보니 인간 현실과는 때론 일정한 거리가 있는, 지향하는 정신이 매우 높은 경지를 뜻한다.
이러한 광자의 정신사는 유가에 의해 이단으로 배척받아온 노장의 사상과 자연스럽게 접속된다. 그리고 그 핵심에 노장의 엣센스가 자리 잡는다. 노장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도(道)’의 경지를 통해 황홀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정신 영역을 개척하고, 아울러 장주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는 세계관이 아닌가. 바로 이것이 광자들이 지향하는 사유의 근간이 되었다. 유가 성인들이 말하는 상대적 분별지인 ‘소지(小知)’ 너머 ‘대지(大知)’를 추구하고, 그로써 체득되는 ‘지언(至言, 지극한 경지의 말)’을 제시한 노장의 정신은 곧 광자의 정신이었다. ‘정언약반(正言若反)’ 식의 역설과 ‘소요물화(逍遙物化)’하는 변신과 경계 허물기는 노장의 광자정신과 진정성이 구체화되는 생동의 방식이었다.
유가의 광견관과 공자
일반적으로 유가는 ‘(다양한 상황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것을 택하고, 그것을 진리로 여기며 꽉 붙잡는 것[擇善固執]’을 통해 중용과 중화, 중행을 기준으로 삼았으며, 노장과 불가가 사회질서와 유가의 예법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사유하는 것을 경광(輕狂), 광망(狂妄), 광란(狂亂), 광조(狂躁), 광자(狂恣) 등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여 비판했다. 공자 역시 이와 통하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을 언급하지 않았으며, 송대의 주희 같은 순유(純儒)들도 겉으로만 보면 ‘광’은 물론 ‘일(逸)’, ‘괴(怪)’, ‘기(奇)’의 미적 범주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
하지만 기실 유가는 그 광자를 내치는 것에만 목적을 두지 않았다. 공자는 부득이하게 광자와 함께 천하유도(天下有道)의 사회를 만들고자 하였고, 경우에 따라서는 광자에게도 학(學)을 통한 기질변화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입장이었다.
예컨대 ‘요산요수(樂山樂水)’를 언급하며 일정 정도 친자연적인 삶을 추구하려 했던 공자가 광자로 분류되는 제자 증점의 ‘욕기영귀(浴沂詠歸)’를 허여하고, 이후 송대 유학자들이 증점의 그 행위를 요순기상의 풍모를 지녔다고 평가한 것처럼, 때론 산수를 벗하고 그곳에서 잠시 쉬는 삶이나 제한된 차원의 일탈행위 속에서 ‘일’, ‘괴’, ‘기’와 같은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겉으로는 유학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 마음속으로는 도가를 꿈꾼 유학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초나라 광인 접여가 은거를 촉구하는 노래를 부르는데도 여전히 세상을 구제할 수 있다고 믿고서 수레를 타고 천하를 주유했던 이상주의자 공자야말로 또 다른 차원의 광인, 즉 중행의 광인이었다.
저자는 광자정신의 이러한 양면성에 주목하면서, 그 맥락이 입체적으로 밝혀질 때 비로소 광자정신의 실질이 제대로 입증될 수 있다고 말한다. 유가 입장에서도 광자를 무조건 비판하고 배척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양명학의 광견관
이렇게 유가는 광자를 후천적 ‘학’을 통해 기질변화가 가능한 교화의 대상으로 본다. 하지만 성인의 말씀이 중심인 ‘학’은 인간행동을 윤리의 틀에 가두는 폐단이 있다. 즉, 극기복례를 통해 예교에 순응하는 윤리적 인간을 재단함으로써 선천적 본성과 자율성을 속박하고, 타고난 좋은 자질이 근간이 되는 창의성의 출현을 가로막아버린다. 양명학의 광견적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학’의 대상인 광이 아니라 광 그 자체가 갖는 긍정성을 잘 살려낸다면, 도리어 진취적이면서도 새로운 영역이 개척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새로운 영역에서 광의 의미 맥락은 양명학의 주창자 왕수인을 비롯해, 이른바 태주학파(泰州學派)로 불리는 후대의 양명좌파 왕기가 성인과 광을 연계하여 이해하는 것이나, ‘동심설(童心說)’을 주장한 이지가 과거를 답습하지 않는 창신적(創新的) 사유를 취득하는 경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왕수인은 ‘광자흉차(狂者胸次)’를 통해 광자의 높은 기상을 평가함으로써 그 계기를 마련했으며, 이후 왕수인을 높인 이지는 음양론에 입각해 과거 중국의 수많은 위인들을 광견으로 나누어 분석하면서 ‘애광(愛狂)’을 강조했다. 원굉도는 광자와 견자의 진정한 쓰임새, 즉 ‘대용(大用)’의 차원과 용(用)의 덕을 통한 광자관을 전개했다.
양명학도 크게 보면 유학에 속하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노장사상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채 유가가 지배하는 현실의 문제점을 적시하고 비판했다. 또한 장자와 같이 지언의 사유를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광의 정신적 역량인 진취성, 대담성, 개방성, 비판정신, 비타협성을 발휘함으로써 기존 유가 사유의 틀 속에서 억압된 인간의 자연본성을 회복시키려 했다.
조선조 유학자들의 광견인식
조선조 유학자들의 광에 대한 태도는 이 책에서 세 가지 관점에서 분석된다. 먼저 자기가 스스로 광이라고 할 때의 광이다. 이런 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타인을 보고 광이라 할 때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하나는 긍정적인 견해고,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견해다. 전자는 그나마 행동이 광적 차원에서 분석될 수 있지만, 그것이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이른바 ‘심광(心狂)’인 경우다. 후자는 주로 유가가 제시한 질서와 법도를 무시하면서 사회적으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이른바 ‘형광(形狂)’에 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조선조에서는 행동으로 광태를 보인 형광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언뜻 조선이 중국에 비해 땅도 작고 인물도 적었다는 점을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ㆍ철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정주이학이 바로 조선 땅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더구나 중국과 달리 정주이학에 훈도된 조선조 유학자들 가운데선 특이하게도 탈속적인 삶을 지향하면서 지조와 절개를 지닌 견자를-광자보다-더 높이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책이 주로 중국에서 진행되어온 기존의 광견 연구와 차별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본격적으로 한국서화가들의 광견정신을 논한다는 것. 한국철학사와 서화사에도 광견 성향을 보인 사상가와 서화가들이 엄존했음에도, 현재까지 연구는 충분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 책은 그 공백을 채우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광견의 예술세계
진정성과 주체성의 미학
동양의 철학ㆍ미학ㆍ예술이 품은 광기와 광자정신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간들이 부조리와 교조주의가 판치는 사회에 저항하면서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는 원동력이었다. 이 책의 제2부에선 그렇게 자신의 광기를 거침없이 표출한 문인, 화가, 서예가들의 다양한 예술창작 행위의 전모가 흥미진진하게 분석되고 있다. 요컨대 이들은 지난날의 인습과 흔적을 일절 답습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진정성을 대담하게 발산했다. 저자는 각자의 ‘진아(眞我)’가 내장되어 있는 이들의 천재적 광기야말로 동양의 예술을 보다 다채롭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적는다.
알다시피 유가의 중화미학은 기본적으로 항상 타자를 의식하지만, 반면 광견미학을 지향하는 이들은 가능하면 타자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했다. 다시 말해, 전자가 집단 속 개인을 강조하는 쪽이라면, 후자는 집단에 매몰되지 않고 주체적 개인을 정립하려는 의도를 품는다. 역사 속에서 수없이 명멸했던 광인과 견자가 자신만의 주체성을 견지하는 미학을 수행할 수 있었던 근본적 배경이 바로 여기에 놓여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55504352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2월 30일 | ||
쪽수 | 712쪽 | ||
크기 |
161 * 232
* 52
mm
/ 1125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지의회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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