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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어 따뜻했던 날들

최명숙 산문집
푸른사상 산문선 37
최명숙 저자(글)
푸른사상 · 2021년 02월 01일
10.0
10점 중 10점
(6개의 리뷰)
고마워요 (80%의 구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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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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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억의 알갱이, 그 그리움의 온기를 찾아
최명숙 작가의 산문집 『당신이 있어 따뜻했던 날들』이 〈푸른사상 산문선 37〉로 출간되었다. 저자는 유년 시절에 포근한 온기를 남겨주고 떠난 삼촌에 대한 그리움을 기억의 갈피에서 꺼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가난한 살림과 가장이라는 부담 속에서도 무한한 사랑을 주었던 삼촌과의 갖가지 추억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 책의 총서 (54)

작가정보

저자(글) 최명숙

충북 진천에서 태어났으며, 가천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및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화작가 및 소설가로 활동 중이며, 가천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21세기에 만난 한국 노년소설 연구』 『문학콘텐츠 읽기와 쓰기』, 산문집으로 『오늘도, 나는 꿈을 꾼다』, 공저로 『대중매체와 글쓰기』 『꽃 진 자리에 어버이 사랑』 『문득, 로그인』 『여자들의 여행 수다』 등이 있다.

작가의 말

문학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나’의 삶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를 이해하게 되었고, 열등하게 생각되던 것들이 차츰차츰 나만의 독특한 경험으로 다가왔으며, 창작의 자양분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묻어두었던 그것을 하나씩 드러내 글로 쓰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게 또 있었다. 고단한 삶의 골짜기를 건널 수 있도록 힘을 길러준 최초의 사람, 일찍 아버지를 여읜 우리 형제들에게 완벽한 아버지가 되어주었고, 내 기억 속에 따뜻한 기운으로 남아 나를 나아가도록 밀어준 사람이, ‘삼촌’이라는 사실이다.
올해로 삼촌이 세상을 떠난 지 꼭 50년이 되었다. 삼촌에게 받은 사랑을 영원히 묻어두는 건 염치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삼촌과 함께했던 날이 내 삶에서 가장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가장의 무게를 지고 휘청대면서도 살아보려고 노력한 한 청년의 삶, 자식 하나 남기지 못하고 서른아홉 살에 삶을 마감한 우리 삼촌의 삶을, 내 방식으로 기념하고 싶었다. 그래서 살며시 꺼내 맑은 햇살 퍼지는 삶의 마당에 내놓는다. 나누었던 이야기, 받은 사랑, 삼촌의 모습, 짐작되는 것 등, 가슴에 담고 있던 삼촌과 얽힌 이야기를.

목차

  • 작가의 말

    제1부 구운 감자
    막차를 타고 / 원조 조카바보 / 그 말, 한마디 / 가끔 속아주는 아량도 / 구운 감자 / 연필 세 자루 / 삼촌, 또 노름하러 가? / 뱀, 먹을 수 있어? / 새끼돼지 / 싸움대장

    제2부 저 하늘의 별이라도
    탁상시계 / 개구리와 미꾸라지 / 저 하늘의 별이라도 / 뭐가 돼도 될 아이 / 무엇에 홀린 듯 / 고추장 한 항아리 / 턱수염과 다리털 / 자존심을 닮았다 / 행랑채 / 깎은 밤같이

    제3부 무슨 꿈이 있었을까
    산비탈 따비밭 / 허세일까, 배짱일까 / 혼수이불 보따리 / 남긴 밥, 한 숟가락 / 무슨 꿈이 있었을까 / 맞선 보던 날 / 형부 눈이 빨개서 / 제일 많이 웃은 때 / 작은엄마와 존댓말 / 장터에서

    제4부 따사로운 햇볕으로
    풀잎의 이슬 / 손자국 / 그, 하나밖에 없는 친구 / 바람 불고 추운 세상에서 / 따사로운 햇볕으로 / 또, 이별 / 막연한 기다림 / 나들이 / 목숨 값으로 산 땅 / 기억의 문을 열면

책 속으로

어려운 살림을 일으켜보려고 삼촌은 무던히 애를 썼다. 내가 기억하는 한 그렇다. 남의 땅을 소작하는 것만으로 우리 식구 식량이 부족했다. 그래서 가을걷이가 끝나면 삼촌은 서울로 올라가곤 했다. 설을 쇠러 집으로 내려왔다가 설 지나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봄이 되면 내려와 농사를 지을 때가 있었고, 아예 그대로 집에 있다가 농사철이 되면 담배농사에 전념할 때도 있었다.
설 전날 집으로 온 삼촌이 개선장군처럼 서울 이야기를 하면, 나는 자꾸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우리 때문에 장가를 못 가는 것 같아 어린 소견에도 미안했다. 삼촌이 서울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알 수 없다. 막노동이나 아는 사람이 하는 가게에서 일을 좀 하지 않았을까. 그 또한 신통치 않아서 어느 때는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다가 설 전날에야 돈 몇 푼 구해 우리들의 설빔을 사 들고 내려왔을 것 같다. 그러니 자연 막차를 탈 수밖에. 삼촌에게 들었던 몇 가지 이야기를 조합하여 짐작해보면 그렇다. 온 식구의 입과 마음이 자신에게 매여 있다는 그 책임감이 삶을 얼마나 지난하게 했을까. (「막차를 타고」, 16쪽)

삼촌이 집에 있을 때는 언제나 우리들의 연필을 깎아주었다. 하루 종일 일하느라 피곤할 텐데. 그게 조카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런 식으로 사랑을 표현한 것일까. 그때의 사람들은 사랑 표현을 잘 안했던 것 같다. 예뻐도 빙긋 웃으며 머리 쓰다듬어주는 게 다였고. 그래서 삼촌과 특별히 나눈 이야기가 많지 않다. 툭툭 한마디씩 던졌던 말은 있지만.
내가 연필을 스스로 깎아 쓰게 된 것은 5학년쯤부터였다. 농사가 끝나면 삼촌이 객지로 나가는 바람에 동생들 연필도 내가 거의 깎아주었다. 그때 나도 삼촌이 했던 말을 동생들에게 그대로 했다. 맘대로 연필 깎지 마, 손 다쳐, 라고. 연필깎이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전교생 중에도 그것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없을 정도로.
삼촌은 가지런하게 깎은 연필을 필통에 넣어주면서, 우리들이 연필처럼 반듯하고 가지런하게 자라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연필 세 자루」, 41쪽)

일자 형 초가집에 방 두 칸, 나중에 직접 벽돌을 찍어 지은 행랑채, 신식 화장실, 자그마한 안마당, 한쪽에 비스듬히 누운 사립문, 나지막한 토담, 뒤란의 싸리나무 울타리,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던 황매화, 앵두나무 두 그루, 골담초, 건조실 두 개, 장독대, 옆에 피던 달리아와 백합, 작은 화단. 우리 삼촌과 여섯 식구가 오순도순 살던 옛날 우리 집이다. 이제는 내 기억 속에만 있는.
그 기억의 문을 열면, 삼촌이 감자를 구워 들고 건조실 아궁이 앞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검게 그을린 얼굴로 흐흣 웃으며. 동생들은 정신없이 뛰고 내달리며 시시덕거리고. 할머니와 어머니는 부엌과 뒤란에서 달그락거리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나는 방바닥에 엎드려 숙제를 하고. 달리아와 채송화가 분꽃과 함께 우리 식구들 웃음처럼 피어나고. 옆집 감나무에 매미 소리 시원스럽고……. 삼촌, 당신이 있어 따뜻했던 날들. (「기억의 문을 열면」, 214~215쪽)

출판사 서평

최명숙 작가의 『당신이 있어 따뜻했던 날들』은 유년 시절 아낌없는 사랑을 주었던 삼촌과의 애틋한 추억이 담긴 책이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삼남매에게 삼촌은 아버지와도 같았으며 고단한 삶의 골짜기를 건널 수 있는 힘을 길러준 조력자이기도 했다. 가장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형 없는 형수와 조카 셋, 어머니까지 책임져야 하는 가난한 삶 속에서도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었던 삼촌. 저자는 낡은 사진첩을 넘기듯 삼촌과의 추억을 한 장 한 장 기록한다.
일찍 세상을 떠난 형이 남긴 가족들을 책임지게 된 젊은이의 삶은 힘겨웠다. 남의 땅을 소작하는 것으로 다섯 식구를 먹여 살리기에 역부족이어서, 그는 때로 노름판에서 헛된 꿈을 꾸었고, 가을걷이가 끝나면 돈 벌러 서울로 올라가기도 했다. 그 모두가 가족을 책임지기 위한 고군분투였다. 하지만 그는 유쾌하고 거침없는 성격이어서 항상 웃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국어책을 줄줄 외우는 조카를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는 조카바보이기도 했다.
삼촌이 주었던 믿음과 사랑과 희생은 지금도 작가에게 따뜻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비록 모든 게 부족했을지라도 마음과 영혼을 풍족하게 채워주었던 삼촌에 대한 기억들을 써내려간 이 책은, 독자들에게 고요한 울림과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30817675
발행(출시)일자 2021년 02월 01일
쪽수 215쪽
크기
147 * 217 * 19 mm / 302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푸른사상 산문선

Klover 리뷰 (6)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10점 중 10점
/고마워요
‘당신이 있어 따뜻했던 날들’은 지은이가 삼촌과 함께했던 과거 에피소드 형식으로 전개된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지은이에게 있어서 삼촌이란 존재는 아버지의 빈 자리를 메꿔준 최고의 삼촌이자 완벽한 아버지였다. 이로써 지은이는 아버지가 부재한 현실에서 결핍을 느끼지 않고 사랑받으며 자랐다. 삼촌은 싸움꾼이고 자존심이 강했는데, 유독 삼남매에게 너그럽고 따뜻했다. 지은이가 에피소드 중간이나 끝에서 삼촌이 했던 행동이나 함께 보낸 에피소드를 떠올리는 것으로 봤을 때, 삼촌은 지은이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현재까지 지은이의 마음속에서 잊히지 않는 존재로 보인다. 삼촌 덕분에 지은이의 삶은 온기로 가득 채워졌다. 삼촌은 지은이가 올곧게 성장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언제나 조카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삼촌이 멋있고, 한편으로는 지은이가 부럽다고 생각했다. 이토록 항상 가족을 생각하는 삼촌이었지만,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어렸을 때부터 돌봐주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나도 곧 맞이하게 될지 모르는 이별이 두려웠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만큼 슬프고 힘든 것은 없다. ‘목숨값으로 산 땅’은 가장 슬펐던 내용이다. 삼촌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기에 유족 보상금이 나왔는데, ’평생 남의 땅 소작만 하고 산자락에 손발이 닳도록 따비밭을 일구었던 삼촌, 살아서 땅 한 평 가져보지 못한 삼촌이, 목숨값으로 우리를 위해 땅을 사주었다.’라는 구절이 너무 안타깝고 슬프게 다가왔다. 삼촌이 조카를 생각하는 마음처럼 조카도 삼촌을 사랑하고 잘 따르니, 이처럼 깊은 유대관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공감이 가는 에피소드가 많았고, 감동과 슬픔을 함축한 책이라 재미있었다. 마치 내가 지은이의 삶을 살아본 것 같다. 내가 지은이였어도 삼촌과 함께 지냈던 일을 잊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읽었던 가족 관련 문학 중 가장 슬펐던 책이다. 가족과 언제 헤어질지 모르니 현재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10점 중 10점
/최고예요
이 책을 받아들고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봄의 하늘을 닮기도 했고 가을의 하늘을 닮기도 한 싱싱한 색감으로 싱그럽ㅇㄷ다.
서문을 읽어본다. 어릴 적 아버지를 대신했을 품이기도 하고 그 시절을 거쳐 반세기를 넘어오는 동안의 작가의 심지 같기도 한 삼촌의 심장을 꺼내든 듯 글이 펄떡이고 있었다.
작가가 일곱살 부터 중학 시절까지 함께 했던 삼촌의 삶을 어린 시절의 시선으로, 청소년을 겪어가는 시선으로 그리고 삼촌보다 두 배 가까이 인생의 깊은 골짜기를 넘어온 어른의 시선으로 풀어냈다고 한다.
이 책엔 한 가족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이룬다.
집안의 기둥인 큰아들을보내고 작은아들의 지난한 삶을 곁에서 지켜보는 할머니와 20대에 남편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홀시머니 밑에서 어린 자식을 키워야 하는 작가의 어머니와 그리고 20대 후반이거나 30대 초반이었을 삼촌까지 고난윽 삶을 살아낸 어른들과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삼촌에게 부정을 느끼며 성장해 가는 어린 아이 세 명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시대적 배경은 얼추 짐작하건데 6ㆍ25를 치른 뒤 산업화시대가 시작되기 전 쯤이지 않을까 싶다.
그 시절을 몇 년 뒤에서 겪어낸 나로선 모든 글꼭지의 배경이 마치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인 듯 농촌의 삶을 눈 앞에 고스란히 되돌려 놓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난 작가의 어린 시절의 시선에 머물리도 했고 40대에 홀로된 내 할머니의 시선으로 삼촌의 새카맣게 그을린 어깨를 들여다 보기도 했으며 고뚜레에 묶인 황소 같았던 내 부모의 삶을 떠올리기도 했다.
한번 손에 들면 쉬지 않고 끝까지 읽게되는 가독성 좋은 책이다. 읽는 내내 오감이 교차하는 마음의 울림이 있어 울다 웃는 것을 반복했다. 잊혔던 향수와 감성을 깨워준 고마운 책이라 할 수 있다.
10점 중 10점
/고마워요
동화책을 읽듯 빠져들었습니다. 웃음이 터져 키특거리다가, 눈시울이 뜨거워 숙연해지기까지 모든 장면이 마치 경험한 듯 그려졌습니다. 『당신이 있어 따뜻했던 날들』은 잊고 있던 소중한 사람을 아련히 떠올리게 해주는 따뜻한 책입니다.
10점 중 10점
/고마워요
암팡진 한 아이- 겨우 여덟살 정도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이가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렸습니다. 가족의 어려움을 알았고, 아버지의 빈자리에 삼촌의 삶의 고단함을 알정도로 그 어린 소녀는 그 자리에서 역시 삼촌의 삶의 무게를 나눠지고 있었다. 그 무게가 삼촌에 대한 그리움이었고 삼촌을 향한 할머니의 애절함 역시 그 소녀의 애절함과 닮아 있었다.

p45
어느 한사람의 인생에 관심을 갖는다는건 의미있는 일이다. 그 바탕에 사람이,그리움이,없다면 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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