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익천 동화선집(큰글씨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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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1950년 3월 22일 경북 영양군 출생. 안동교육대학교. 부산문화방송 기획심의실 부장,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 부교수, 2011 고성공룡엑스포 홍보대사.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고, 1986년 아동문학상, 1988년 이주홍아동문학상, 해강아동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1992년 대한민국문학상, 2000년 박홍근아동문학상, 2002년 방정환문학상, 2006년 제38회 소천아동문학상, 2008년 제4회 윤석중문학상 수상. 동화집으로는 《꽃씨를 먹은 꽃게》, 《냉이꽃의 추억》, 《별을 키우는 아이》, 《내가 만난 꼬깨미》, 《잠자는 고등어》, 《오미》 등이 있다. 현재 부산MBC 《어린이문예》와 계간 《열린아동문학》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번역 김종회
목차
- 작가의 말
달무리
병정개미의 날개
그림자를 잃은 아이
작은 꽃게의 붉은 꽃잎
왕거미와 산누에
냉이꽃의 추억
봄비 맞은 도깨비
풀종다리의 노래
꽃그늘
약속이 있는 고양이
소영이와 네로
멧돼지 푸우
할머니와 돌 장승
감자밥
해설
배익천은
김종회는
책 속으로
1.
아이는 가만가만 선생님의 책상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아이는 보았습니다. 아주 괴로운 표정으로 책상 위에 엎드린 채 오른손을 연필꽂이에 늘어뜨리고 있는 자기의 그림자를.
아이는 책가방 속 필통에서 조심스럽게 샤프펜슬을 꺼내면서 말했습니다.
“나는 네 마음을 몰랐어. 나는 다만 빌리고 싶었어. 정말이야. 내일 아침 돌려 드리려고 했어. 그러나 그것도 내가 잘못 생각한 거야. 자, 나를 용서하고 내게로 돌아와 줘. 오늘 저녁 어머니에게도 잘못을 용서받을 거야.”
아이는 샤프펜슬을 선생님 연필꽂이에 도로 꽂았습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림자가 천천히 일어나면서 괴로운 표정을 훌훌 내던지며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네가 집에 닿기 전에 돌아올 줄 알았지. 이젠 나를 이런 데 혼자 내버려 두지 마. 응?”
아이는 그림자의 손을 꼬옥 잡았습니다.
-<그림자를 잃은 아이> 중에서
2.
…그 녀석이 또 불그레한 얼굴로 나를 비켜 가는 거야. 그날은 술 냄새도 아주 진하게 났어. 나는 화가 무척 났지. 그래서
“야, 인마!”
하고 불러 세우자마자 뺨을 후려갈겼지. 그것도 이쪽저쪽 몇 대씩이나.
“너는 도대체 선생님 말이 무슨 소리로 들리는 거야. 동네 개 짖는 소리로 들려. 벌써 몇 번째야. 엉!”
…
그런데 말이다. 그날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고 오니까 내 출석부에 잘 접힌 종이쪽지가 하나 들어 있었지.
선생님, 오늘 아침에 선생님이 두들겨 팬 친구는 아침밥 대신 술 찌꺼기를 씻어서 먹고 오는 친구입니다. 친구의 아버지가 술도가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얻어 오는 술 찌꺼기를요. 용서해 주세요. 저희들이 대신 용서를 빕니다. 2학년 2반 남학생 일동.
-<감자밥> 중에서
출판사 서평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배익천은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달무리>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와,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유지하면서 수준 있는 문제작들을 발표해 온 한국 동화 문학의 대표적 작가다.
이 책에는 배익천의 작품 세계에서 백미 편에 달하는 단편들을 추려 모은 터이니, 그의 동화 또는 한국의 동화 문학이 가진 문학적 성취의 최고조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달무리>는 아기 바람과 아기 벌, 청보리밭과 능금나무밭, 할아버지와 아이 등 동화 나라의 구성원들이 수런수런 제 목소리를 내고 특별한 이야기 구조 없이도 백화난만하게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를 드러낸다.
<병정개미의 날개>는 동화적 정의로움과 교훈적 결말을 보여 주기 위해 감성적으로 접근하되, 매우 개연성 있는 전개가 돋보인다.
<작은 꽃게의 붉은 꽃잎>은 많은 꽃게들 중에 영 클 줄 모르는 작은 꽃게는 엄마 꽃게의 병을 걱정하는데, 붉은 초롱 등 같은 동백 꽃잎을 바라보며 자기 성취의 의식을 가다듬는 결미에 이른다.
여기 실린 여러 작품 가운데서도 재론할 여지가 있는 명편 <그림자를 잃은 아이>는 사소한 비도덕적 이야기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재생한다. 비교와 대조를 활용한 감응력이 살아난다.
<왕거미와 산누에>는 연못가 숲 속에 그물을 치고 사는 왕거미와 고치를 지나 나방이 되려하는 산누에가 먹이사슬의 적대적 관계에서 순식간에 ‘알을 위해서, 새끼를 위해서’라는 혈연의 공감대 상호 소통하며 우호적 관계로 변환하는, 매우 극적인 이야기다.
<봄비 맞은 도깨비>는 부모 도깨비의 품을 벗어나 성장의 길을 가는, 작은 도깨비 ‘도비’의 입사(入社) 과정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아파 누워 있는 아빠 도깨비는 100년을 자야 새 힘이 솟는 터인데, 한 번도 그 기간을 채운 적이 없다. 그야말로 ‘도깨비’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아빠를 위해 사탕 훔치기에 나선 도비는, 비를 맞으며 뿔이 자라고 또 도깨비불을 밝히는 성인화 의식을 경험한다. 이야기는 여러 가지 치장으로 화려하나, 그 간략한 핵심은 입사의 통과의례와 효심에의 각성이다.
<풀종다리의 노래>는 작은 생물들, 그리고 자연의 세계가 생생하게 살아나면서 그들이 스스로 확장하는 유기적 상관성 또는 그 적합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소영이와 네로>는 개 두 마리의 이야기로, 환경적 차별성으로 구분이 공여하는 열패감과 그 허실을 예리하게 적출한 작품이다.
<멧돼지 푸우>는 사람들의 손에 어미를 잃은 멧돼지의 충격적 반응 양상을 손에 잡힐 듯이 세미하게 드러내 보이고, 그 멧돼지 푸우가 어떻게 정서적 안정과 개선의 길을 찾아가는가를 다룬 작품이다.
<할머니와 돌 장승>은 사람과 무생물 사이에까지 확산된 서로의 신뢰와 그 실천적 방식을, 사뭇 재미있는 이야기 유형으로 꾸민 작품이다.
<꽃그늘>은 벚나무 꽃그늘 아래에서 기타와 노래로 적선을 구하는 아저씨·아주머니·소녀 가족을, 귀국 독주회를 준비하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동구’ 할아버지가 거리 음악으로 돕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냉이꽃의 추억>은 시골 소년과 왼쪽 다리를 저는 소녀의 애틋하고 풋풋한 심정적 교류를, 이제 청년이 된 소년의 추억으로 되새기는 작품이다.
<감자밥>는 눈물의 스승과 제자, 그 감동적 얼개가 돋보인다. 음식 투정을 하던 경미는, 고등학교 체육 교사를 지낸 할아버지로부터 30년 전 술지게미를 먹고 학교로 와야 했던 가난한 학생을 돌본 옛일을 듣게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학생의 이름이 반상수, 경미의 아버지였다.
배익천의 동화 작품들은, 한결같이 재미와 감동의 두 미덕 갖추고 뛰어난 묘미를 보여 준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읽는 이에게 깨달음이 되고 가르침이 되게 한다. 그 배면에서 서술 대상과의 생생한 교감, 섬세한 현장감이 살아나는 문장 및 문체의 조력이 있다는 점에서 특장이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30418797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6월 30일 |
쪽수 | 216쪽 |
크기 |
210 * 297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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