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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앙 젤레르 저자(글) · 임혜경 번역
지만지드라마 · 2021년 0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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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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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앙 젤레르는 현대 프랑스 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다. 가족 삼부작인 <아버지>, <어머니>, <아들>이 잇달아 무대에 오르며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젤레르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 준 것은 그의 일곱 번째 희곡 <아버지>다. 자국에서 몰리에르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뒤 해외 공연에서도 좋은 반응을 끌어내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프랑스 연극으로 자리매김한 작품이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그를 부양해야 하는 딸의 불편한 동거를 그렸다. 오늘날 많은 아버지와 딸이 마주하고 있을 현실이기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의 총서 (179)

작가정보

저자(글) 플로리앙 젤레르

플로리앙 젤레르(Florian Zeller, 1979∼)는 오늘날 프랑스 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신예 소설가다. 2002년에 첫 소설 ≪인공 눈(Neiges artificielles)≫을 발표해 ‘아셰트 문학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문단에 데뷔했다. 2004년 파리 마튀랭 극장에서 첫 희곡 <타인(L'Autre)>을 공연하여 관객들의 환호와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았다. 이후 불과 10여 년 동안 6편의 소설과 10편의 희곡들 발표했으며, 그중 절반은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연극상을 수상했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준 것은 일곱 번째 희곡 <아버지(Le P?re)>(2012)다. <아버지>는 2014년 브리가디에(Brigadier)상과 몰리에르상 3개 부문을 석권했고, 영국에서 UK 연극상(2015), 이브닝 스탠다드 최고연극상(2015), 로런스 올리비에상(2016), 미국에서 토니 최우수작품상(2015)을 수상했다. 2016년 <아버지>는 이스라엘 연극아카데미 최우수상을 추가로 수상했고, 오늘날 해외에서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연극 중 하나가 되었다. 프랑스의 유력한 주간지 ≪렉스프레스≫는 30대인 플로리앙 젤레르를 동시대 프랑스 최고 극작가로 평가한다. 야스미나 레자, 장뤼크 라가르스, 조엘 폼므라, 플로리앙 젤레르가 주도하는 동시대 프랑스 연극은 과학 기술과 시장 경제의 횡포, 이념의 공백, 일상에 편재한 폭력, 인간관계의 단절과 자기 소외 등 당대의 사회 문제들을 천착하면서 연극 양식의 실험에도 주력해 왔다. 특히 플로리앙 젤레르는 아방가르드극과 풍자희극을 혼합한 포스트모던극 형태로 단조로운 일상생활의 지하 동굴을 탐사하고 있다.

번역 임혜경

임혜경은 숙명여대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 후 프랑스 몽펠리에 제3대학에서 로트레아몽 연구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숙명여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에서 30여 년간 재직 후 현재 숙명여대 명예교수로 있다. ‘극단 프랑코포니’(2009년 창단) 대표로서 매년 한 편씩 공연 제작을 해 오고 있으며, 번역가, 연극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번역신인상(한국문화예술진흥원, 1991), 한국문학번역상(한국문학번역원, 2003)을 공역자 카티 라팽과 공동 수상한 바 있으며, 서울연극인대상 번역상(서울연극협회, 2014)을 수상했다. 프랑스어 역서(카티 라팽과 공역)로는 윤흥길의 소설 ≪에미≫, ≪장마≫와 ≪김광규 시선집≫을 비롯해 최인훈 희곡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윤대성 희곡 ≪신화 1900≫, 이현화 희곡 ≪불가불가≫, 이윤택 희곡 ≪문제적 인간-연산≫, ≪이윤택희곡집≫ 등이 있다. 이외에도 ≪한국 현대 희곡선≫, ≪한국연극의 어제와 오늘≫, ≪이현화 희곡집≫ 등 한국 문학과 한국 희곡, 한국 연극 연구서를 프랑스에서 출판했다. 우리말 역서로는 불어권의 동시대 희곡인 ≪고아 뮤즈들≫, ≪유리알 눈≫,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동물 없는 연극≫, ≪두 한국의 통일≫, ≪이 아이≫, ≪벨기에 물고기≫, ≪아홉 소녀들≫, ≪단지 세상의 끝≫, ≪쉬지 스토르크≫ 등이 있다. 그 외에 피에르 볼츠의 ≪희극, 프랑스 희극의 역사≫(공역), 카티 라팽의 시집 ≪그건 바람이 아니지≫와 ≪맨살의 시≫(공역)를 번역, 출간했다.

목차

  • 나오는 사람들
    초연 정보
    아버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 속으로

남자 : 제 생각에 안느는 아버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겁니다.
앙드레 : “최선”, “최선”… 난 그 애한테 아무것도 부탁하지 않았어. 아니지, 그 애가 뭔가 꾸며 대고 있지만 그게 뭔지는 난 몰라. 하지만 무슨 일을 꾸미고 있어. 꾸미고 있다고, 난 알아. 날 그런… 곳에 집어넣으려고 하는 거 같아. 그래, 맞아, 그렇다니까, 그런 사람들을 위한… (“늙은이”를 의미하며 얼굴을 찡그린다.) 그런 신호를 봤어. 그 애 아직은 생각만 하고 있겠지만… 지난번에 거의 다 말할 뻔했다고. 근데 이거 하나는 완전히 분명히 말하지. 난 내 아파트에서 떠나지 않을 거야! 떠나지 않을 거라고!
남자 : 앙드레, 여긴 당신 아파트가 아니에요.
-22쪽

앙드레 : (로라에게) 몇 달 전부터 내가 혼자서 잘해 나가고 있다고 저 애한테 아무리 설명을 해도, 쟤는 내 말을 안 들어요. 안 듣는다니까. 마침 당신이 여기에 와 있고, 당신 직업이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이라니까, 어쩌면 당신이 날 도와서 저 애한테 분명히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난 그 어떤, 누구의 도움도 필요없어요. 그리고 난 이 아파트를 떠나지 않을 거예요. 난 단지 사람들이 날 조용히 내버려 두길 바라는 것뿐이에요. 만일 당신이 친절하게도 그걸 저 애한테 잘 설명해 준다면, 아주 고마울 겁니다. 그게 전부예요. (그는 자기 잔을 비운다, 일어나 자기 호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는다, 마치 바에서 술값 계산을 치르듯이) 오늘은 이만. 만나서 즐거웠어요. 나 먼저 갈게요.
-41쪽

안느: 좀 전에… 아빠가 날 못 알아봤을 때… 내가 저녁거리 사러 내려갔을 때. 뭔가… 모르겠어. 내겐 충격이었어.
피에르: 이해할 수 있어.
안느: 너무 힘들었어.
피에르: 이리 와, 안아 줄게.
안느: 아빠 눈을 봤어. 날 못 알아보는 거야. 전혀. 아빠한테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다니까.
피에르: 익숙해져야 돼.
안느: 난 못하겠어.
피에르: 내가 보기엔 당신은 잘하고 있어.
안느: 아니야. 가끔은, 절대로 못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 그리고 엘리스 이야기를 계속한다니까. 아빠가 걔 얘기를 하면 뭐라고 말해 줘야 할지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피에르: 이리 와…
-47쪽

출판사 서평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프랑스 연극, <아버지>
플로리앙 젤레르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 주는 극작가다. 이제 세계적 작가로 부상한 젤레르에게 첫 유명세를 안겨 준 작품이 바로 <아버지>다. 프랑스 최고 연극에 수여되는 몰리에르상을 수상했고 이어 올리비에상과 토니상까지 석권하며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플로리앙 젤레르는 직접 감독을 맡아 영화 <더 파더>를 제작하면서 작품에 대한 긍지와 애정을 또 한 번 드러냈다.
앙드레는 딸 안느와 함께 살고 있다. 최근 그에겐 딸에 대한 강한 의심이 일기 시작했다. 딸이 자꾸만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런던으로 떠나야겠다던 딸이 오늘은 다른 얘길 한다. 결혼한 적 없다더니 웬 녀석을 남편이라고 소개하고, 그럼 사위인가 했더니 오늘은 그저 애인이라고 말한다. 집 인테리어도 조금씩 바뀐다. 날마다 가구가 하나씩 사라지는데 딸은 모르는 척 능청을 떤다. 딸이 몰래 집 전체를 차지해 버리려는 속셈이 아니라면 매일 계속되는 딸의 거짓말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앙드레의 이런 불안과 혼란 속으로 깊이 빨려들어 가다 보면 어느덧 독자도 실제와 환상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앙드레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사실 첫 장면에서부터 앙드레의 기억에 문제가 있다는 게 드러난다. 끊어지고 반복되는 장면들은 앙드레의 혼란한 기억 속인 셈이다. 뒤죽박죽 엉켜 버린 앙드레의 기억들 가운데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플로리앙 젤레르는 이런 불확실함과 모호함을 독자가 메워야 할 몫으로 남겨 놓는다.
고령화가 사회에서 치매는 익숙한 일상의 단어다.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모두의 일상과 삶을 무너뜨리기에 치매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국가와 지역사회가 치매 환자 돌봄과 그 가족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나선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심심치 않게 치매 환자를 볼 있다. 그 가족들이 고통을 감내하는 안타까운 모습에 눈물이 고이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아버지>가 치매를 다루는 방식은 어딘지 새롭다. 아버지는 기억을 조금씩 놓치고는 있지만 아직 위트와 유머를 잃지는 않았다. 고집이 좀 세고, 사람을 잘 못 알아보고, 했던 말을 또 하는 것 말고는 어떤 땐 꽤 사랑스럽기까지 한 존재다. 딸 역시 능력껏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의 하루하루를 덤덤한 일상의 언어로 전할 뿐 작품에선 큰 사건이 벌어지지도 않고 그렇기에 당연히 극적인 해결도 제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이런 모습이 오히려 더 사실적으로 와닿아 이야기의 결말에 이르렀을 때 독자가 느끼는 마음의 동요는 반전을 거듭하며 대단원으로 치닫는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보다 크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28856204
발행(출시)일자 2021년 04월 28일
쪽수 136쪽
크기
210 * 297 mm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지만지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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