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연인
수상내역/미디어추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와 저자가 잡지에 기고했던 2편의 에세이를 담았고, 저자가 선별하여 엮은 김수영의 어록들, 김수영과의 일화와 함께했던 기억의 편린들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시인이기 이전에 한 집안의 가장이었고, 한 여자의 남편이었고, 시대를 온몸으로 감내한 지식인 민초였지만 문학에 가려 시인으로만 기억되는 김수영의 삶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작가정보

저자 김현경은 1927년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서 태어났다. 경성여자보통학교(현 덕수초등학교)와 진명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영문과에서 수학했다. 정지용 시인에게 시경(詩經)을 배우며 당시 '일본 전위파'문학과 프랑스 문학에 심취하기도 했다. 김수영과 결혼해 장남 준(雋)과 차남 우(瑀)를 두었다. 신문로, 동부이촌동 등에서 의상실을 경영했으며, 이후에는 미술 컬렉터 및 디렉터로 활동했다. 현재는 김수영의 생전 집필실을 집에 재현해두고 그의 시를 다시 읽으며 김수영 시인의 아내이자 독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목차
- 수영에게 띄우는 편지 | 나는 아직 당신과 동거 중입니다.
1장 나는 시인의 아내다
2장 내가 읽은 김수영의 시
3장 가슴에 누운 풀잎 그리고
4장 내가 뽑은 아포리즘
5장 기억의 삽화들
발문 | 고은
출판사 서평
김수영 시인 45주기 기념 회고록
“나는 아직 당신과 동거 중입니다”
실천문학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 속에 독자들의 다양한 지적 요구에 대응하고, 보다 활발한 소통으로 책의 가치를 회복하고자 인문ㆍ교양 에세이 브랜드 ‘책 읽는 오두막’을 런칭했다. 그 첫 책으로 한국 문단의 전설 김수영 시인의 아내가 쓴 『김수영의 연인』(김현경 에세이)을 출간하였다. 앞으로 ‘책 읽는 오두막’은 순문학의 지형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다양한 인문ㆍ교양적 스펙트럼으로 이 시대의 ‘우리’ 이야기들을 좋은 책으로 엮어 독자에게 다가갈 것이다.
김수영 아내가 쓴 김수영論
“시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나가는 것이다.” 날카롭고 깊은 눈매, 짙은 눈썹, 흰 반소매 옷에 오른팔로 턱을 괸 채 무언가를 골똘히 응시하는 한 사내……. 1968년 6월 어느 날, 급전이 필요해 출판사에 번역료 선불을 부탁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끝내 풀잎처럼 쓰러졌던 시인 김수영. 어느 시대에나 ‘진짜’는 누구나 알아보는 법. 그는 한국 시사의 ‘풀잎’ 아닌 ‘거인’이었다. ‘진짜’ 시인이었다. 얼마나 많은 김수영의 작품과 시론에 관한 연구서와 단행본들이 시중에 나와 있는가. 김수영을 학문적ㆍ문학적으로 조명하는 일은 끊임없이 이루어져왔고, 그의 작품과 그가 썼던 산문들은 어느새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지향해야 할 전범같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시대마다 그의 시들은 다르게 호출되어 모든 이들이 애송할 만큼 국민 시인으로 자리매김되었다.
그가 떠난 지 올해로 45년. 우리는 인간 김수영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 없이 그동안 그의 문학에만 맹목적으로 조명해왔다. 그는 시인이기 이전, 한 집안의 가장이었고, 한 여자의 남편이었고, 그리고 시대를 온몸으로 감내한 지식인 민초였지만, 그런 김수영은 세간에 온데간데없이 밀봉되어 있었다. 이 책은 아내 김현경 여사의 80여 년의 삶의 독백으로부터 수영과의 일들을 회고한 에세이집이다. 그동안 문학의 그늘에만 가려져 있던 시인 김수영을 인간 김수영의 자리로 옮겨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또 다른 그의 면면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My soul is dark…”위대한 시인에서 한 여인의 남자로
한국 현대시사의 한 획을 긋고 문학인의 혼이 된 시인 김수영, 그가 생전 사랑했던 여인은 과연 누구였을까? 한 번쯤 그의 시 애독자라면 생각해보았을 물음이지만, 그동안 이 궁금증은 김수영 문학의 자기장에 가려 있었다. 수영도 시인이기 전 분명 한 여인의 남자였다. 그는 한 남자로서 이성에게 은유적으로 이렇게 사랑을 고백했다. “My soul is dark.” 이 고도의 은유적 프러포즈를 받은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 김현경 여사이다.
김수영 시인은 그녀를 가리켜 “보석 같은 아내, 애처로운 아내, 문명된 아내” 등 기분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불렀다. 그렇게 시시각각 다르게 부른 데에는 그의 작품을 보면 조금 짐작할 수 있다. 수영의 ‘연인’은 시 작품에서 종종 ‘여편네’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돈에 치를 떠는 여편네”(「도적」)로, 길에서 우산대로 때려 맞는 ‘여편네’(「죄와 벌」)로, 다른 이와 몸을 섞은 후의 섹스에서 연민을 느끼는 ‘여편네’(「성」) 등 ‘애증’의 대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저자는 서문 격인 「수영에게 띄우는 편지」에서 그와 “아직 동거 중”이라 할 만큼, 그의 모든 시가 “인생의 버팀목”이었고, 그런 삶이 “결코 허무하지 않”다고 술회한다. 실제로 저자는 15번의 이사를 거듭하면서도 생전 그가 사용하던 물품(테이블, 의자, 하이데거 전집, 손거울, 만년필 등)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집 안 한쪽에 그의 서재를 재현해놓고 살고 있다.
김수영의 표현대로 저자 김현경은 당시 “문명된” 여인이었다. 이화여대 영문과 재학 시절, 그곳에서 정지용 시인에게 『시경』을 배우기도 했고, 당시 오촌 오빠인 김순남의 집에 드나들던 임화, 오장환 등의 문인들과도 자연스레 교류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김수영과는 연애 시절, “폴 발레리 시집이나 올더스 헉슬리 『가자에서 눈이 멀어(Eyeless in Gazza)』와 같은 소설”을 즐겨 읽으며 그와 책에 대한 감상을 서로 주고받기도 했다. 이런 그들이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신혼살림을 차린 이야기, 김수영이 인민군에 징집되었다가 살아 돌아온 이야기, 번역일과 양계일, 양장점일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이야기, 그리고 한국 문단 가장 큰 슬픔을 안겨주었던 갑작스런 교통사고 이야기 들을 담담히 풀어내었다.
내 인생의 버팀목, 김수영
이 책은 김현경의 눈으로 바라본 시인 김수영의 재발견이라는 점에서 사뭇 의미가 남다르다. 총 5장으로 구성하여, 각 장 사이사이에 그동안 저자가 간직해온 김수영 관련 사진을 실었다. 김수영의 강의록과 사용하던 만년필, 손거울, 해외 잡지사와 주고받은 서신 자료들, ‘시여 침을 뱉어라’ 문학 강연회 사진 등을 공개하였다.
1장 <나는 시인의 아내다>에서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실었다. 특히 2장 <내가 읽은 김수영의 시>에서는 시인의 아내로서 저자만이 알고 있는 해당 시의 시작 배경이나 그와 관련된 일화 등을 소개하여 김수영의 시의 이해를 돕고 있다. 3장 <가슴에 누운 풀잎 그리고>는 저자가 예전에 잡지에 기고했던 2편의 에세이를 발굴해 재수록하였다. 4장 <내가 뽑은 아포리즘>에서는 김수영의 어록을 저자가 직접 선별하여 꾸렸고, 5장 <기억의 삽화들>에서는 김수영과의 일화, 내지는 그와 함께한 기억의 편린들을 짤막한 산문 형식으로 정리하여 실었다.
특히, <발문>을 쓴 시인 고은은 생전 김수영 시인과의 특별했던 인연과 일화들을 소개하며 “제가 아는 한 한국문학사에서 이 같은 고도의 문예미학의 넓이를 함께하는 부부는 이례적이었”다고, 이들 부부가 특별한 예술혼으로 맺어진 인연이었음을 언급했다. 더불어 이 책이 에세이로서뿐 아니라 김수영의 시를 보다 폭넓게 이해하는 자료로서의 가치도 함의하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환기시키고 있다.
◆ 표4글
제가 아는 한 한국문학사에서 이 같은 고도의 문예미학의 넓이를 함께하는 부부는 이례적이었습니다. 저는 진작부터 김현경 여사를 일러 고대 선덕왕의 숙명과 직관, 허난설헌과 황진이의 미학과 조르주 상드의 모험,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의 영험 많은 지성, 그리고 알마 말러의 정신 편력이 당대 동방의 한 여성에게 부과된 개척적인 영혼의 충전으로 녹아 있는 바를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분이 갖가지 시대 격변이 빚어내는 시련을 무릅쓴 무애의 필치를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또한 어떤 김수영론보다 어떤 김수영 시에의 접근보다 그 작품론의 생생한 전개야말로 시의 호흡력과 순환력의 생명감을 역력하게 합니다.
_ 고은 시인(「발문」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88998949013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03월 06일 |
쪽수 | 240쪽 |
크기 |
145 * 206
* 20
mm
/ 37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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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를 알게 된 것도 직접적인 게 아니라 누군가의 글에서 본 시 때문이고
그 누군가의 찬사가 지나치게 좋아 찾아 읽게 되었더랬다.
그러다가 아는 분이 김수영은 산문집이 좋다는 얘길 듣고 그렇다면 이 참에, 하며 시전집과 산문집을 모두 구입했다.
한데 그걸 아직도 읽지 않고 있으면서도
김수영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괜히 궁금해져서 고개를 살짝 빼들고 쳐다본다는.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본 순간에도 어라, 김수영일세, 했다는 것.
이 책은 김수영의 아내로서 수영에 대해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쓴 것인데
솔직히 이 책을 읽고 나니 김수영이 더 궁금해지긴 했다. 그가 생각하는 아내는 어떤 존재였을까,
그런 글이 산문에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다.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와 몇 년을 같이 사는 일. 그런 후에 다시 남편과 사는 일. 참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그래서 이제는 사다둔 책을 읽어야 할 때라며 혼자 고개를 주억거렸다.
번개처럼 다가와 불 탔고 바람마냥 사라졌다. 구입한 책에 들어있는 시인 김수영의 사진 한 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고독이 느껴졌다. 교과서에도 실린 유명한 시를 써내려간 시인으로서 그의 이름은 길이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일러도 너무 이른 그의 죽음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았을 것이다. 세상 어느 누구도 제 죽음을 정확히 알 순 없다고 하지만, 예기치 않은 사고로 생을 마감한 그의 삶은 참으로 아쉬움이 컸다. 우리 문학계에서 그와 같은 이가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기 때문이다. 철저히 현실과 담을 쌓고 오로지 예술만을 위해 인생을 불태우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적어도 부당함에의 부역만은 말아야 할 터인데, 이는 말처럼 쉽지가 않은 바다. 헌데 시인은 적극적으로 아니다 싶은 것에 반기를 들었다. 자유를 빼앗긴 결과가 무엇인지 스스로 경험을 통해 뼛속 깊이 체득한 탓이었다.
한 평생을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온 이가 뒤늦게 기지개를 폈다. 늦었다는 말이 옳지 않다는 비판도 가능은 하겠지만, 1927년에 태어난 저자의 나이는 벌써 86세다. 길다면 길수도 있는 생의 절반을 그리움으로 채워가며 살았으니 대체 그 사랑이 어떤 것인지 궁금증을 품어봄직하다. 시인 김수영은 스스로의 부당함을 꾸짖으면서 이따금 제 삶을 시의 소재로 삼기도 했다. 이토록 팍팍한 윤리의식을 자랑하는 이의 배우자로 살려면 적잖이 피곤하겠다는 생각, 지긋지긋했을 것이고 차라리 속 시원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그러나 한 권의 책을 만나면서 산산이 부서지고야 말았다. 여전히 시인과 동거중이라고 김현경은 새로이 출판한 책을 통해 주장하고 있었다. 시인을 빼면 마치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1장에서부터 그녀는 “나는 시인의 아내”라는 선언을 과감히 내던지고야 만다.
어린 시절 무언가 큰 잘못을 저지르곤 다락방에 갇힌 순간에서부터 그녀의 기억은 출발했다. 어둠속에 혼자된 그 시간을 오히려 그녀는 즐겼다고 하는데, 생물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빛 못지않게 어둠도 필요하단 사실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시인 김수영이 타고난 시인이었듯 그녀 역시 문학적으로 많은 재능을 타고 났다. 내조라고 말하기에는 그녀의 삶은 전통적인 여인네들의 삶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지만, 적어도 문학에 대한 욕심만큼은 남편 앞에서 버렸던 듯. 시인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뜬 이후에 그녀가 세상에 쏟아놓은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그녀 안에 잠재되어 있는 예술성을 발견하고야 만다. 참고 사느라 힘이 들었을 것이다. 글이 쓰고파 하루에도 몇 번씩 손가락이 근질거리는 내 경험상 그녀가 침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힘이 들었을지 난 짐작이 갔다. 하지만 고통조차도 침묵 앞에선 잠들었다.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사랑과 애정이 두 인물 사이에는 있었다.
시대가 암울했기에 그들의 사랑은 쉽지가 않았다. 요즘에도 결혼 아니 하고 남녀가 결합하는 일에 대한 손가락질이 적지 않건만, 그들은 형식의 노예가 되길 그 옛날(?)에 이미 거부했다. 사랑하기에도 모자란 시간들은 우리 모두의 비극이라 할 수 있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부서졌다. 인민군이 되어 죽음[死]일 수도 있는 길을 걸어야 했던 김수영과 국가에 남편을 빼앗긴 채 살기 위해 아등바등 굴어야만 했던 김현경의 삶은 개인적으로도 비극이었으며 민족 차원에서도 비극이었다. 이 부분은 강신주 님의 책 ‘김수영을 위하여’와 함께 읽어보면 서로 다른 관점이 혼재되는 묘한 느낌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서로를 향한 신뢰가 깨어져 함께여도 이전처럼 친밀치 못했다는 고백과,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음에 무한히 행복했다는 고백 중 어느 쪽에 가까운 관점을 취하느냐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그녀는 시인의 아내이면서 동시에 팬이었다. 김수영의 글을 가장 먼저 접하고 평을 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닌 인물이었던 그녀는, 이번 책을 통해 김수영의 대표적인 작품들에 대해 늘어놓기도 했다. 이제는 하도 읽어 외우고도 남았을 시들. 육체는 떠났지만 시가 남아 그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로하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술을 곧잘 마셨으며, 때론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지만 병약했던 시인. 그의 말끔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병명 치질 그리고 틀니까지. 하나하나가 모두 생생하니 기억나고 또 그립다는 그녀를 위해 시인 고은의 말을 빌려본다.
“멋진 김현경 여사의 여생이 더욱 난만한 저녁 뜨락의 모란꽃이기를 도봉 영기를 머금은 아침 이슬의 산유화이기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인 중에 하나인 김수영 시인의 부인이신 김현경 여사께서
87세의 나이에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에세이로 펴내었다.
처음에는 도데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솔직히 말하자면 김수영 시인의 시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지 않을까라는 멍청한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달리 이 에세이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처음 만나 서로를 마주 보고 감정이 시작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잊지 못하는 서로에 대한 사랑.
김수영 시인의 시에서 절절히 묻어나오는 감정을
이 에세이를 읽는 이들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참여시인이라는 수식만으로는 왠지 아쉬워 자꾸만 머뭇거리게 된다. 모더니즘 시인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우기에는 더욱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김수영이 그렇다. 김수영 앞에 어떤 말을 앞세워야 가장 그럴 듯하고 마음에 맞을까 아무리 고민을 해보아도 번번이 포기하고 만다. 김수영은 단지 김수영이고, 그저 김수영이고, 결국 김수영인 이유에서이다.
그와 그의 부인과의 로맨스는 문단 내에서는 꽤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내막을 알 수 없는 이야기. 소문이 무성한 만큼 제대로 알고있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그의 부인이 에세이집을 엮었다는 말을 듣고 내심 반가워했다. 심지어 제목이 ‘김수영의 연인’이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지 않는가. 책에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있었고, 미리 읽어 알고 있었지만 새롭게 볼 만한 작품 관련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새롭게 보게되었다는 것은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알고 있었던 것을 좀더 명확하고 다채롭게, 그리고 진지하게 알게되었을 뿐이다. 이는 김수영이 상징하는 일관성과 관련이 있다. 김수영은 스펙트럼이 넓은 시인이다. 하지만 수많은 빛깔은 결국 ‘김수영’으로 모인다. 그의 어떤 행적도 그가 아닌 것이 없다. 김수영이 단지 김수영이고, 그저 김수영이고, 결국 김수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현실적으로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 끊임 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 그는 어쩌면 현실적이지 못하고 불만이 가득한, 때론 무기력한 사람이라고 생각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살아내야만 하는 세상을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치열하게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사랑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 끊임없이 상대와 이야기를 나눠야만 할 것이다.이런 결벽에 가까운 진지함을 중시하는 내가 김수영을 아끼는 것은 필연적이고도 운명적이다. 개인적으로 김수영의 작품 중에 아끼는 시를 소개하는 것으로 ‘김수영의 연인’의 서평을 마치고자 한다. 이 시에는 김수영의 가장 투철하고 치열한 ‘삶’이 있다. 처절하게 생존하고 시간을 견뎌낸 사람만이 겨우 이야기할 수 있는 멋내지 않은 넉넉함이 있다.
나의 가족 - 김수영
고색이 창연한 우리집에도
어느덧 물결과 바람이
신선한 기운을 가지고 쏟아져 들어왔다
이렇게 많은 식구들이
아침이면 눈을 부비고 나가서
저녁에 들어올 때마다
먼지처럼 인색하게 묻혀가지고 들어온 것
얼마나 장구한 세월이 흘러갔던가
파도처럼 옆으로
혹은 세대를 가리키는 지층의 단면처럼 억세고도 아름다운 색깔
누구 한 사람의 입김이 아니라
모든 가족의 입김이 합치어진 것
그것은 저 넓은 문창호의 수많은
틈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겨울바람보다도 나의 눈을 밝게 한다
조용하고 늠름한 불빛 아래
가족들이 저마다 떠드는 소리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전령을 맡긴 탓인가
내가 지금 순한 고개를 숙이고
온 마음을 다하여 즐기고 있는 서책은
위대한 고대조각의 사진
그렇지만
구차한 나의 머리에
성스러운 향수와 우주의 위대함을
담아주는 삽시간의 자극을
나의 가족들의 기미 많은 얼굴에
비하여 보아서는 아니될 것이다
제각각 자기 생각에 빠져있으면서
그래도 조금이나 부자연한 곳이 없는
이 가족의 조화와 통일을
나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냐
차라리 위대한 것을 바라지 말았으면
유순한 가족들이 모여서
죄없는 말을 주고 받는
좁아도 좋고 넓어도 좋은 방안에서
나의 위대한 소재를 생각하고 더듬어보고 짚어보지 않았으면
거칠기 짝이없는 우리 집안의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
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김수영 시인하면, 맨 처음 떠오르는 건 교과서에서 배운 시의 해석들이다. 『김수영의 연인』을 읽으면서, 김수영의 아내인 김현경 여사가 직접 풀이한 시에 대한 풀이는 공부를 위한 내용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인이, 한 사람으로 가깝게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시인의 독특한 행동에 고개를 갸웃했으나, 그의 아내인 김현경 여사의 반응은 놀랍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이게 바로 사랑이건가 싶었다. 그녀와 김수영 시인의 사랑이 가득 담긴 책은, 시인에 대해 갖고 있던 딱딱한 인식을 부드럽게 바뀌게 해주었다.
김수영 시인에 대한 이야기만 풀어냈을 거라고 생각했던 책은, 생각 외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면서, 책장을 넘기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수영 앓이가 시작됐다.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시인 김수영의 이야기를 담은 『김수영의 연인』이 출간됐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나도 ‘김수영의 연인’이 된 것 같았다. 흔히 하는 말 중에 “세상사람 다 속여도 마누라는 못 속이지.”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일까, 김수영의 아내 김현경이 들려주는 시의 뒷이야기가 나를 아프게 했다.
수영의 시 「꽃잎」의 뒷이야기를 보면, 순자 이야기가 나온다. 순자는 수영 집에서 살림을 돕던 아이였다. 수영은 아무것도 갖지 못한 순자의 눈을 보면 자꾸 부끄러워진다고 했다. 그런 수영이 좋아, 내 마음이 아렸다.
또 「의자가 많아서 걸린다」의 뒷이야기를 보면, 창작의 고통에 빠지기만 할 수 없었던 수영의 모습이 보인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수영은 창작의 고뇌가 치열할수록 속물의 굴레에 숨 막혀했다고 한다. 어느 날 만취한 수영이 거지가 되고 싶다고 외치며 “이 땅에서는 거지도 마음대로 될 수 없지. 자유, 자유, 자유 없이는 예술도 없어! 사랑도 없어! 평화도 없어!” 하고 울부짖었다고 한다. 그때 옆에서 자고 있던 둘째 녀석이 부스스 일어나 “아버지, 나는 거지가 싫어” 하며 울었다고 한다. 그 순간 창작의 고뇌에 빠져있던, 자유에 목말랐던 수영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활을 지켜야하는 그래서 어느 정도 속물로 살 수밖에 없는 가장 김수영과 누구보다 맑은 영혼을 가졌던 김수영은 김수영 안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래서 수영 앓이가 시작됐다. 그는 마지막으로 「풀」을 쓰고 떠났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를 말해주는 시.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시. 가끔 삶이 버겁다고 느낄 때, 나를 위로해 주는 수영의 시를 사랑한다.
김수영은 정말 위대한 시인다. 수영은 종종 아내에게 “예술가는 끝까지 고독을 지켜야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현경은 그런 시인의 영혼을 지켜줬다. 아내 김현경 또한 존경할 만한 여성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내가 수영 앓이를 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