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계의 모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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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생 동갑내기 여성 작가 둘이
책에 대해 말하며 주고받은 모든 이야기들
작가정보
일주일에 한 번씩 로또를 사는 사람. 여전히 그런 게 희망이라 믿으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 역시 나를 좋아하는 일은 운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이미 읽은 책을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은 기적과도 같아서 자주 책장 앞에 서 있다.
인스타그램 @eseulssi
목차
- 서문1. 건너편 옥상으로 _이슬
서문2. 사랑과 우정과 미래의 편지 _현
추천의 말1. 당신의 슬픔이 녹지 않는다면 _양안다 시인
추천의 말2. 너희 세계의 모든 말 _김여진 작가
수상 소감1. 순자 씨 뒤통수치기 _이슬
수상 소감2. 숨겨 왔던 나의 _현
편지1. 미안해 안심해 희망해 _이슬
편지2. 아주 많은 이름 _현
편지3. 말년이 좋을 거라 믿는 모임 _이슬
편지4.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_현
편지5. 패러디의 신 _이슬
편지6. 내가 나를 버릴 때 _현
편지7. 신이 내게 등을 보일 때 _이슬
편지8. 믿음 없이 하는 기도 _현
편지9. 심해어에게도 심해가 심해라면 _이슬
편지10. 생일 편지 _현
편지11. 영환아 나 오늘 생일이야 _이슬
편지12. 익숙한 오해 _현
편지13. 산책과 추월 _이슬
편지14. 망가진 채로 건강하게 _현
편지15. Hey, Joe! _이슬
편지16. 현의 미래 _현
편지17. 왜 짐을 나눠 들어요 _이슬
편지18. 그때는 이 우정도 사소해질까? _현
편지19. 아껴서 잘 살자 _이슬
편지20. 잘 먹고 잘 살아라! _현
편지21. 팔푼이 다녀감 _이슬
편지22. 가려운 미래 _현
편지23. 능숙과 미숙 _이슬
편지24. 처음이라는 거짓말 _현
편지25. 최대한 까먹으시오 _이슬
편지26. 잊으려 노력할수록 선명해지는 _현
편지27. 나는 당신의 증거 _이슬
편지28. 목격자를 찾습니다 _현
편지29. 네가 나의 증거 _이슬
편지30. 마지막이라는 거짓말 _현
작가의 말1. 시동을 걸며 _이슬
작가의 말2. 또 하나의 기적을 기다리며 _현
추천사
-
(…) 생각해 보면 나는 슬플 때마다 시를 썼던 것 같다. 친구들에게 그 슬픔을 털어놓지 않았고 혼자 위로하려 했다. 많은 시를 쓰고도 나의 슬픔이 녹지 않았던 건 타인이 아닌 나 자신과 포옹하려 해서 그런 건 아닐까. 그런 생각 속에서 김이슬과 하현이 주고받은 편지들을 읽었다. 두 사람이 포옹하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단단히 얼어 있는 슬픔을 녹이기 위해 자신의 체온을 나눠 주는 장면. 고통을 함께 공유하면 얼음은 서로의 품속에서 조용히 녹는다. 혼자 고통을 끌어안을 때보다 빠른 속도로, 그리고 덜 고통스럽게 녹는다. 포옹은 둘이서 할 때가 제일 좋으니까. 한 친구가 내게 소리치고 떠난 거리에서 홀로 서 있을 때 나의 슬픔이 녹지 않았던 건. 우울감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때 시를 썼지만 나의 슬픔이 녹지 않았던 건. 슬프지 않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킬 때에도 나의 슬픔이 녹지 않았던 건. 나는 다시 두 사람의 편지를 바라보았다.
만약 당신의 슬픔이 녹지 않는다면 그건 김이슬과 하현의 포옹에 합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편지들을 소리 내어 읽는다면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기꺼이 두 팔을 열어 줄 것이다. -
(…) 둘만 사는 세계는 보호구역의 모습일 것만 같다. 수풀이 무성하고, 맑은 호수가 있다. 둘은 야생동물들처럼 생채기가 있다. 보호구역을 침범한 다른 종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다쳤을 것이다. 그 다른 종들의 침입 방식은 아주 가관인데, 하현과 이슬은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 어떻게 보호구역을 망가트렸는지 알고 있었고, 몰랐다면 알아냈고,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면 알아내려고 하고 있다. 당장 맞서 싸우지는 못하더라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서로에게 자신들이 관찰한 바를 공유한다. 위협으로부터 지켜 준 책 속 글귀들을 잊지 않고서. 울고 있다. 울음을 멈추려고 하고 있다. 다 울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 세계의 언어로, 말하고 있다. 우리, 이렇게, 생생하게, 느끼고 있어요.
『우리 세계의 모든 말』에 실린 서른 통의 편지는 어쩌면 하현과 이슬이 서로에게 전하는 감각 일지. 이제 다른 차원에 사는 우리도 저들끼리만 읽었던 소름 끼치게 좋은 글들을 돌려 볼 수 있다. 아껴 볼 수 있다. 자다가도 생각나서 책장으로 가 맘껏 다시 꺼내 볼 수 있다. 나만 알고 싶어 할 수 있다. 나만 알고 싶은 카페를 정말 나만 알고 있다가는 그 카페가 망한다는 것쯤 아는 어른이 되어서, 이런 추천사를 다 쓰게 됐지만. 그래, 이렇게 추천도 할 수 있다.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언제 열리나 기다리던 중,
문이 하나 생겨 버렸단다.
노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책 속으로
서로의 혼자임을, 혼자일 수 없음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우리는 계속 얘기하지. 나의 끝없는 빈자리와 너의 계속되는 부대낌에 대해. 그러면서 서로의 결핍을 조금씩 희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게 가능하다면. 넘치는 것을 또 다른 결핍으로 이해하기까진 시간이 좀걸렸어. (…) 대화가 필요 없는 저녁이나 조용한 새벽, 표정 없이 보내는 정오나 나만 생각하는 아침. 어쩌면 너는 하루의 모든 시간을 절반만 보냈던 걸지 몰라. 온전한 하루를 가져 본 적 없었던 걸지 몰라. 그것은 네게 얼마만큼의 결핍이었을까. --- p.42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다정해서 좋다는 사람들이 싫었어. 그런 말들이 내게 다정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 다정한 게 아니라 거리를 두는 건데요. 그렇게 대답하고 싶어서 입술이 간질거렸어. 그래서 네가 나를 놀리듯 다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을 때 그게 참 웃긴 별명이라고 생각했었어. 처음에는 분명 그랬던 것 같은데. (…) 다정아. 네가 나를 그렇게 부를 때. 그렇게 부르며 한 번씩 내가 그어 놓은 선 안쪽으로 넘어올 때. 나는 잠깐 멈칫하다가 기꺼이 너의 다정이 되기로 해. 그 침범을 모른 척 눈감아 주며. 그러다 보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이 드물게 가능해지기도 해. 가끔은 하마의 영역에도 다른 동물들의 방문이 필요할 거야. 너를 통해 침범을 연습하며 나는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 익숙한 오해를 거기 그대로 두고. --- p.116
이상하지. 미안해, 말한 적이 언제인지 생각나지 않는 거 보면.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기억할 게 없는 것 같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분명 미안한 일은 많았는데, 늘 가벼운 부채감과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좋아해. 사랑하고 보고 싶어. 나는 헤퍼서 툭하면 사랑을 고백하고 그리움을 참는 법을 모르는데 그건 때로는 남발이기도 했어.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할 때면 저런 예쁜 말들을 찾았으니까. 그러면서 상대가 알아주길 바랐어. 내가 충분히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이해받고 싶었어. 내가 사과 하나도 제대로 못 하는 팔푼이여서가 아니라 그냥 이런 게 내 방식이라고. 나는 원래 이래. 이 짧은 한 문장으로 우리가 나눌 수도 있었을 수많은 대화를 낭비해 왔어. --- p.185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덧붙이곤 했어. 모든 게 차고 넘치도록 많은 세상에 굳이 무언가를 남기려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이 세계에 나를 닮은 그 어떤 것도 남기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내 이름이 적힌 판권면을 손끝으로 가만가만 쓰다듬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혹시 나도 무엇인가로 남고 싶어 하는 건가?” 우리는 왜 이 편지를 쓰고 있을까? 밥을 먹여 주지도, 명예를 가져다주지도 않는 글쓰기를 왜 그만두지 못하는 걸까? 만약 단 한 명의 독자에게도 닿을 수 없다면 그래도 계속 글을 쓰고 책을 만들까? 아마도 나는 그러지 못할 것 같아. 인생을 다 살아 본 것처럼 냉소적인 척했지만 어쩌면 나야말로 가장 간절하게 크레딧을 남기고 싶은 걸지도 몰라. 누구보다 목격자가 필요한 걸지도. --- p.235
출판사 서평
“책에 대해 말하며 우리는 모든 이야기를 한다.
사랑과 우정에 대해, 돈과 가족과 미래에 대해.
여기 모인 편지에는
우리 세계의 모든 말이 담겨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좋아하는 책의,
좋아하는 문장을 손에 꼭 쥔 채
서로에게 띄우는 서른 통의 편지
● 말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글로 전하는 일
점점 더 편지하지 않는 세상에서 여전히 빼곡한 글자로 마음을 주고받는 이들이 있다. 글쓰기 노동자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김이슬, 하현 작가는 특별한 날이면 서로에게 아주 긴 편지를 쓴다. “틈만 나면 전화로 또 메신저로 떠들면서 여전히 그렇게나 할 말이 남았단 게” 웃기면서도 말로 할 수 있는 이야기와 글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서로에게 띄운 편지에서 아무도 모르는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며 그들은 단단히 연결되었다. 이는 두 세계가 충돌하며 서로를 침범하는 동시에 각자의 세계를 다정하게 확장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어쩜 이렇게 편지를 잘 쓸까?”
두 작가의 첫 만남은 한쪽이 보낸 장문의 메시지, 그러니까 편지 덕분이었다. 처음 마주한 자리에서 서로 아주 다른 사람인 것을 직감했으나 “어찌어찌” 친구가 되었는데, 아마도 그들이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았을 말과 글과 이야기가 오로지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정하게 선을 긋는 사람과 무심하게 선을 넘는 사람, 주로 산문을 읽는 사람과 주로 시를 읽는 사람, 웃기지 않아도 잘 웃는 사람과 웃기 싫을 때는 웃지 않는 사람. 이렇게나 다른 두 사람이 각자의 언어로 쓴 편지들이 둘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너무나 아름다워서, 마침내 책으로 묶여 세상에 나왔다.
● 젊은 작가들이 지금 읽는 책과 독서 행위에서 이어지는 내밀한 사유들
우리는 타인이 읽는 책, 타인이 읽고 나서 좋아하게 된 책이 늘 궁금하다. 책을 쓰는 작가가 좋아하는 책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91년생 작가들은 지금 어떤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작가의 일상 속에는 책이 어떤 모습으로 스며 있을까. 『우리 세계의 모든 말』에서 김이슬, 하현 작가는 책에 대해 말하며 각자의 모든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구질구질한 마음, 너무 좋아서 나만 알고 싶었던 책, 깊은 우정을 나누면서도 끝내 말하지 못했던 진심” 같은 것들. 서로의 슬픔을 털어놓고 현재를 공유하고 미래를 그려 본다. 책과 맞닿아 있는 그들의 세계 안에서 우리는 몰랐던 책을 알게 되고 간직하고픈 문장에 자꾸만 발이 걸려 멈칫하게 된다.
“더 크게 떠들자. 우리의 삶과 우리의 마음에 대해.”
여기, 더 널리 읽혀야 할 이야기가 있다. 여러 모양의 결핍을, 여자로 사는 일의 지긋지긋함을, 각자의 아주 다른 기쁨과 슬픔을 똑바로 바라보고 투명하게 기록한 글이다. “나를 나로 만드는 것들”을 숨긴 채 살아간다면 세상의 흐름 속에 우리는 점점 더 흐릿해질 것이다. 계속 쓰기를 선택한 두 작가가 각자의 마음과 다짐과 꿈에 대해 크게 떠들며 “마음껏 내가 되고 경솔하게 선명해져” 가는 여정을 함께 목격할 것을 권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더 많은 우리로 연결된다면, 우리 각자의 세계는 조금씩 더 또렷해질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98599836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6월 21일 |
쪽수 | 264쪽 |
크기 |
130 * 187
* 23
mm
/ 35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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