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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집시

피폭하청노동자의 기록
무명인 · 2017년 0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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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원전 피폭하청노동자의 기록『원전 집시』. 이 책은 저자가 피폭을 감수하고 핵발전소에 잠입해 그 실체를 기록한 기록문학이다. 기록작가인 저자는 미하마, 쓰루가, 후쿠시마제1핵발전소에 원전 하청노동자로 일하며 실태를 적나라하게 담아내었다. 그가 체험한 핵발전소는 하청에 하청을 거친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방사능에 피폭당하며 먼지, 악취 속에서 '불안감'을 안고 일하는 노동 현장이었다. 이 책은 '인간의 관점'에서 핵발전소에서 실제 노동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 책이다.

작가정보

저자 호리에 구니오 堀江邦夫는 1948년 도쿄에서 출생. 기록작가. 컴퓨터 엔지니어를 거쳐 1974년 프리랜서 기자가 됨. 주요 저서(공저 포함)로 『원전노동기原???記』(講談社文庫), 『노동자의 사막??者の砂漠』(?植書房), 『현대 일본의 편견과 차별現代日本{の偏見と差別』(新泉社) 등.
1990년부터 10여 년 동안 오키나와대학에서 ‘기록문학세미나Ⅰ·Ⅱ’ 개강.
동인지同人誌 『오키나와를 기록하다沖?を記?する』 주간.

역자 고노 다이스케는 1970년 도쿄에서 출생. 두 아이의 아빠로 서울 거주. 현재 월간 『탈핵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마포구 ‘우리동네 나무그늘’ 협동조합 카페에서 카레를 만들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 『원자력의 거짓말』(녹색평론, 2012), 『후쿠시마 사고 Q&A』(무명인, 2012),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 (김원식 공역, 녹색평론, 2011) 등이 있다.

목차

  • 원전으로
    일러두기

    Ⅰ. 미하마발전소
    2차계통에서 작업한 날들
    채용 결정/원전노동자의 과거/썩은 조개 냄새 속에서/분진투성이의 ‘열교’ 작업/건강을 지키기 위하여/철판 위를 애벌레처럼/어부였던 청년들/“다친 놈은 전력회사에 사과드려!”/‘완전무장’/백혈구가 떨어진 ‘호랑이 중사’/정기점검을 ‘무시’한 원전 설계/“우리를 차별하냐?”/
    드디어 1차계통으로
    관리번호 21851639/중간착취의 실태/만주의 맛/전면마스크 쓴 노동자/‘죽음의 그림자’/스위치 누르는 작업/방호복과 마스크는 자기 식대로…/‘계획선량’의 무계획성/‘파견근무’라는 이름 아래에 버림받는 노동자들/‘구세주’와 ‘죽음의 신’/빨간 불―오염/“빨리 나가야지!”/에어마스크/파괴되는 바다/‘휴직권고’를 받은 노인/줄어드는 발주량/미하마원전과 헤어지다

    Ⅱ. 후쿠시마제1원자력발전소
    방사선 속에서의 노동 ― 그리고 사고
    ‘인부파견업체’ 사장/전국에서 긁어모은 노동자들/“너, 너무 높아, 측정치가 말이야”/사원과의 노골적인 ‘차별’/“방사선이 나를 둘러쌌어!”/엉터리 ‘방사선 관리’의 실태/‘가마가사키’에서 온 노동자/이용할 수 있는 만큼 이용하고…/갑자기 뿜어져 나온 ‘방사능 오염수’/실종자의 발자취/생리적 욕구를 무시한 노동/돌아가 버린 일용직 노동자/속출하는 선량계 최대치 초과/다섯 번이나 켜진 ‘오염등’/“맨홀에 빠졌어!”/산재처리는 곤란해/재해는 은폐돼 있을 뿐
    다시 후쿠시마로
    ‘사고 은폐’와 ‘산재 은폐’/“회사가 도산했다!”/태어날 아기에게 드리운 불안의 그림자/‘안전교육조사’라는 이름의 ‘사상검열’/‘흑인 노동자’ 이야기/피폭 실태는 데이터 기록 이상/쓰루가원전으로의 권유/속출하는 고장과 사고/큰아들의 병 때문에 한시적으로 귀경/도망친 동료들/원전에 등 돌린 청년/후쿠시마를 떠나는 날

    Ⅲ. 쓰루가발전소
    악명 높은 노동현장으로
    쓰루가역에서의 재회/“덜컥 죽어 버리는 이들이 많아”/피폭당하는 ‘건강 우량아’/“그래서 ‘가마’ 사람은 믿을 수 없어”/극심한 오염에서의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피폭을 키우는 설계/“…방사능…사고…”/거리로 확산되는 방사성물질/스리마일섬 원전사고에 대한 ‘관심’/무시되는 ‘눈’의 피폭/
    원자로 바로 밑에서
    고선량 구역, 전면마스크―그리고 정전!/“방사능 엄청 먹었겠네”/말이 없는 ‘인해전술’ 요원들/하루의 노동은 수십 분, 나머지는 도박/불필요한 노동과 무의미한 피폭/한계에 다다른 방사능에 대한 공포/본격화되는 정검 작업/반면마스크는 불량품투성이/“정말 수고했어”/―그리고 체내피폭이 남았다

    마치며
    문고판 후기를 대신하여
    발문―또는 ‘마지막 장’으로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국내 처음 소개되는, 원전 피폭하청노동자의 기록 『원전집시』

이 책은 저자가 피폭을 감수하고 핵발전소에 잠입해 그 실체를 기록한 르포르타주(기록문학)이다. 기록작가인 저자는 정기점검 중인 미하마, 쓰루가, 후쿠시마제1핵발전소에 원전 하청노동자로 일하며, 그 실태를 적나라하게 전해준다. 그가 체험한 핵발전소는 컴퓨터나 시스템으로 제어되는 고도의 현대화된 곳이 아니라, 하청에 하청을 거친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방사능에 피폭당하며 먼지, 악취 속에서 ‘불안감’을 안고 일하는 노동 현장이다.

‘과학의 관점’에서 핵발전소의 실체를 알려 주는 책들은 꽤 많이 출간됐다. 하지만 ‘인간의 관점’에서 핵발전소에서 실제 노동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 책은 국내에 출간된 적이 없다. ‘피폭 하청 노동’의 실태를 다룬 책으로는 국내 첫 출판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저자가 느낀 육체적인 피로와 방사능 공포, 피폭에 대한 불안감 등을 공명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량이 곧 피폭량인 핵발전소 내부 작업현장을 성실하게 묘사한 글과 그림,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에 대한 빛나는 감성 등은, 마치 현장에서 함께하고 있는 것만 같은 실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마치 일회용품처럼 피폭 후 버려지고 다시 새로운 노동자가 투입되는 핵발전소 노동의 시스템은, 핵발전소가 운영되는 한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깨닫게 된다.

1979년 일본에서 첫 출간, 1984년 문고판 발행 이후,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새롭게 개정증보판이 2011년 5월 발간됐다. 한국판은 2011년 개정증보판을 번역·출판한 것이다. 비록 약 40년 가까이 된 책이지만, 당시 저자가 직면한 현실은 지금도 여전하다. 핵발전소 노동자들의 작업환경과 피폭하청노동 등의 현실은 일본도 한국도 당시의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원서(번역서)명/저자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98277062
발행(출시)일자 2017년 03월 11일
쪽수 306쪽
크기
153 * 225 * 25 mm / 472 g
총권수 1권
원서(번역서)명/저자명 原發ジプシ― 被曝下請け勞動者の記錄/堀江邦夫

Klover 리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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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10점
숲책 읽기 123


에너지 먹고 쓰레기 낳는 원전을 멈추자
― 원전집시, 피폭 하청 노동자의 기록
 호리오 구니에 글
 고노 다이스케 옮김
 무명인 펴냄, 2017.3.11. 15000원


  한국에 원자력발전소는 스물다섯 곳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다섯 곳을 새로 더 짓는다고 합니다. 2017년 5월에 스물다섯 곳 가운데 스무 곳이 움직이고, 다섯 곳은 ‘계획예방정비’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계획예방정비’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또렷하게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계획예방정비’를 누가 어떻게 무엇을 하는지 낱낱이 알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1979년에 일본에서 나온 책 하나가 있기에 이를 어렴풋하게 짚어 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원자력발전소’가 ‘미래에너지 대안’이라고 떠들썩하던 무렵, 이 원자력발전소가 참말로 앞으로 일본 사회에서 ‘새로운 길’이 될 만한가 궁금해 하던 한 사람이 ‘원자력발전소 노동자’로 들어가서 일했다고 해요.

  원자력발전소에서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또렷하게 밝히지 않는데다가, 어떤 터전에서 누가 어떻게 일하는지도 낱낱이 안 밝히는 터라, 스스로 ‘원자력발전소 노동자’가 되어 일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내가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고개를 숙이자 그 역시 가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꾸벅했다. 아무래도 이 ‘꾸벅’으로 내 고용이 결정된 것 같다. 신원이나 경력을 물어보지도 않는다. 정말로 어이없는 ‘면접’이었다. (16쪽)

뒤이어 바로 니시노 씨가 나왔다. 그의 얼굴을 덮은 수건은 물론 코 주변과 볼, 눈가 등이 마치 먹칠이라도 한 듯이 시커멓다. 아마도 내 얼굴도 몹시 지저분할 것이다. 목이 따끔거린다. 코를 풀었더니 검게 윤이 나는 작은 금속조각들이 나왔다. (29쪽)

3시 휴식시간 때, 니시노 씨랑 화장실에 갔다. 문 두 개를 지나오다 왼쪽에 통유리창 방―원전의 ‘두뇌’인 중앙제어실이 있다. 환한 조명 아래에서 다채로운 와이셔츠 차림의 남자들이 한 손에 커피를 들고 계기를 마주보고 있다. 그것과 유리 한 장으로 나뉜 복도를 꾀죄죄한 넝마쪽을 얼굴에 감고 먼지투성이 작업복 차림의 우리가 어슬렁거린다. 참으로 대조적이다. (32쪽)


  2017년에 한국말로 나온 《원전 집시, 피폭 하청 노동자의 기록》(무명인 펴냄)은 제법 오래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쓴 호리오 구니에 님은 1978년에 ‘하청 노동자’가 되어 원자력발전소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일을 마치고 나면 늘 녹초가 되었기에 일기를 남기기란 무척 어려웠다고 하지만, 1978년 9월 28일부터 1979년 4월 19일까지 일고여덟 달에 걸쳐 일기를 남겼습니다.

  책은 1979년에 일본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일본 원전에서 ‘피폭 하청 노동자’로 일한 사람은 숱하게 많다는데, 이 가운데 글로 어떤 일을 겪었는가를 남긴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해요. ‘글로 일기나 수기를 남길 만한’ 사람은 ‘원전 하청 노동자’로 일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몸을 써서 하루하루 가까스로 먹고살던 이들이 일본 사회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했다고 할 수 있을 테고요.

  이는 한국 사회에서도 매한가지이지 싶어요. 한국에는 스물다섯 곳에 이르는 원전이 있는 만큼 그동안 원전에서 일한 적이 있는 하청 노동자가 수만이나 수십만에 이를 텐데, 이들이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일을 겪었으며, 얼마나 방사능을 뒤집어썼는가를 찬찬히 밝히는 자료는 좀처럼 찾아볼 길이 없다시피 합니다.


“관리구역에서 밖으로 나올 때 몸이 방사능으로 오염되지 않았는지 어떤지를 검사하는 핸드풋모니터라는 기계가 있거든요. 몸 어딘가가 오염됐으면 불이 켜져서 샤워로 씻어내야 하는데, 최근에 무려 15∼16번이나 불이 켜졌다는 남자가 있었어요. 아무리 씻어도 나갈 수 없자 그 남자, 결국 울어버렸어요. 하하하……. 네 번 켜졌다는 사람은 많은데. 아무래도 15번이니까. 그놈이 ‘이젠 관리구역엔 두 번 다시 안 들어가고 싶어’ 그랬더라고요. 그 남자요? 글쎄, 요새 안 보이네요.” (46쪽)

마침 그때, 간전의 젊은 감독이 찾아왔다. 사쿠라이 씨와 사와다 씨는 감독과 눈이 맞았는데도 인사도 하지 않고 홱 고개를 돌려 버렸다. 분명히 그들은 이런 열악한 작업을 시키는 간전 직원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모토카와 씨가 물 세척에 대해 감독에게 말했다. “글쎄요, 물로 씻는다 …… 준비할까요?” 정말로 미덥지 못한 말투로 그런 말을 남기고, 탱크 안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그 젊은 감독은 가 버렸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57쪽)


  《원전 집시》를 쓴 일본사람은 ‘정검’ 때 ‘원전 청소’를 합니다. 일본 원전에서 일컫는 ‘정검’이라는 말은 ‘정기 점검’이고, 이를 한국 원전에서는 ‘계획예방정비’라고 일컫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전을 한 번 돌린다고 해서 쉬지 않고 돌릴 수 없는 노릇이기에, 틈틈이 발전소를 멈추어 청소를 한다고 해요.

  그런데 ‘정검·계획예방정비’를 할 적에 ‘청소’를 하는 이들은 장비를 갖추더라도 언제나 몸뚱이를 움직여서 발전 설비에 들어갑니다. 아주 좁은 곳에 들어가서 엉거주춤한 몸짓으로 여러 시간을 땀으로 흠뻑 젖고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일해야 한다고 해요. 여기에 방사능이라는 ‘눈에 안 보이는’ 위험을 늘 두려워하면서 일한다지요.

  반면마스크이든 전신마스크를 뒤집어쓰고서 일할 적에는 뒤뚱거리는 몸짓으로 청소를 해야 하는데, 방사능 위험이 크기 때문에 산소를 넣어 주는 줄을 길에 매단다지요. 이 산소줄은 ‘전기로 움직’이는 터라, 방사능이 가득한 곳에서 일하다가 전기가 툭 끊어지기라도 하면 대단히 아찔하다고 해요.

  이때에 ‘피폭 하청 노동자’는 두 가지 두려움에 사로잡힌다지요. 하나는 ‘숨이 막혀서 죽느냐’요, 다른 하나는 ‘방사능을 잔뜩 들이마셔서 죽느냐’라고 해요.


작업 설명을 해 준 직원은 “쓰레기를 단순히 태우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래 봬도 설계가 매우 어렵다”라며 이런 이야기를 해 줬다. “이 장치의 제일 중요한 점은 사실 연기예요. ‘태울 때에 발생하는 연기를 어떻게 눈에 안 보이게 할 것인가’라는. 연기를 대기 중으로 방출할 땐 야외 공기랑 한 번 섞어요. 그때 외기 온도랑 습도를 어떻게 계수화시키는지가 문제예요.” (85쪽)

계획선량이 애초의 10밀리렘에서 3배인 30밀리렘으로 인상됐단다. 실제로 맞은 선량이 계획선량을 넘으려 하면, 그 노동자를 작업에서 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계획선량을 올려 버리다니. (93쪽)

증가 일로를 걷는 폐기물. 막대한 관리 비용. 그래서 등장한 것이 ‘폐기물 소각시설’이다. 드럼통 발생량이 이전보다 30∼50%나 줄어든다는 이 장치는 관리하는 쪽에겐 바로 ‘구세주’다. 그러나 노동자에겐 노동량과 피폭량을 늘리는 ‘죽음의 신’이다. (97쪽)


  일본도 한국도 원자력발전소가 ‘아주 안전하다’고 홍보를 합니다. 이 홍보비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습니다. 두 나라 모두 같습니다. 안전하다는데 왜 홍보비를 그토록 많이 쓸는지 아리송하지만, 말 그대로 ‘아주 안전하다’고 하기에 홍보비를 대단히 많이 써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원전 집시》를 읽어 보면, ‘전력회사 정규직 노동자’가 아닌 ‘원전에서 피폭을 하며 하청으로 청소를 하는 노동자’는 언제나 아주 ‘안전하지 않은’ 터전에서 일해야 한다고 합니다. 가장 위험한 곳에 늘 들어가야 하고, 고작 10분 만에 ‘하루 피폭 최대치’를 넘기는 바람에 더 일을 못 하는 날이 수두룩하다고 합니다.

  ‘피폭 하청 청소 노동자’로 일하려고 원전 시설에 들어갈 적에도 방사능 검사를 받지만, 하루 일을 마치고 원전 시설에서 나올 적에도 방사능 검사를 받는데, 일하면서 입는 옷이나 장비는 언제나 방사능으로 더럽혀지기 마련입니다. 원자력발전소를 돌리면서 나오는 폐기물만 방사능으로 더럽혀지지 않습니다. 원전에서 청소를 하는 노동자가 다루거나 입는 모든 옷이나 장비도 방사능으로 더러워진다지요.


미하마원전에서도 이와 같은 처리를 하고 있을 터이다. 세탁폐액은 ‘안전을 확인’하고 나서 바다로 흘려보낸다지만, 여기서 말하는 ‘안전’이란 방사능에 대한 것뿐이지 합성세제의 ‘독’은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109쪽)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 가족들한테 나중에, 10년이나 20년 뒤엔 엄청난 일이 생길 수도…….” “맞아, 만약에 나한테 그런 아기가 나오면…….” “어떻게 할래?” “나, 아마, 그 아기, 죽일 거야.” “그렇군. 그런데 말이야, 농담이 아니라, 어쩌면 그런 애를 낳으면 죽이라는 법이 생길지도 몰라. 왜냐면 우리 후손들이 자꾸 그러면 나라도 곤란하잖아.” (124쪽)

“글쎄, 의사는 불렀을 수도 있는데 구급차는 불렀을까? 도쿄전력은 구급차 함부로 안 부르거든.” “왜?” “왜라니? 병들거나 다치거나 해서 구급차를 부르면 신문사 같은 데서 눈치챌까 봐 그러는 게 아닐까? 대부분 (병든 이나 다친 이를) 회사 차로 병원까지 데려가거든.” (149∼150쪽)


  《원전 집시》를 보면 사내들(거의 시골 아저씨)이 무거운 장비를 입고 찬 채로 청소를 합니다. 가시내들(거의 시골 아주머니)은 ‘방사능에 더러워진 옷을 빨래하는 일’을 맡는다고 합니다. 방사능에 더러워진 옷에서 방사능을 씻어내야 하기에 화학세제를 들이붓다시피 쓴다고 해요. 이렇게 해도 ‘되쓸’ 수 없는 옷이나 장비는 드럼통에 담아서 폐기물처리장으로 보낸다지요. 옷이나 장비를 빨래하며 나온 ‘엄청나게 센 화학세제가 섞인 물’은 바다로 고스란히 들어간다고 합니다.

  원전에 있는 정규직 노동자는 이를 얼마나 알까요? 원전 정규직 노동자는 손수 청소를 하지 않을 터이니 이 대목을 하나도 모르면서 계기판만 만지작거리지는 않을까요? 원전 정규직 노동자는 ‘피폭량이 거의 없는 아주 안전한 터전’에서 일하지만, 원전 비폭 하청 노동자는 ‘어마어마한 피폭량에 온몸이 흠뻑 젖은 아주 무시무시한 터전’에 내몰린 삶인 셈이 아닐까요?

  더욱이 원전 부지에서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을 적에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기가 몹시 어렵다고 합니다. 바깥 언론이나 시민한테 알려지지 않도록 안에서 입막음을 한다고 해요. 《원전 집시》를 쓴 분은 어느 날 갈비뼈가 부러질 만큼 다쳤으나, 하청업체 사장은 이를 감추고, 하청업체 위에 있는 다른 하청업에에서도 이를 쉬쉬했다고 해요. 막상 ‘정규직 노동자’를 거느린 ‘도쿄전력’에서는 피폭 하청 노동자가 다치는지 안 다치는지조차 모르는 일이 흔하고, 이를 안다고 해도 ‘회사 차’로 ‘아는 병원’에 조용히 데려다줄 뿐이라고 해요.


원자로 건물과 비교해 터빈건물 안은 선량이 그리 높지 않다. 그래서 개인방사선경보기도 울리지 않는다. 그만큼 작업시간이 길어진다. 그동안 반면마스크를 쓴 채로 있어야 한다. 숨이 막히고 머리도 아프다. 초기엔 부지런히 마스크를 썼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마스크를 목에 매달고 있을 뿐이다. 나도 결국 그들처럼 하는 경우가 늘었다. (159쪽)

“산재로 하면 노동기준감독국 출입조사가 있잖아. 그렇게 되면 도쿄전력에 사고가 있었다는 게 들켜 버리거든. 그게 좀 곤란해. 그래서 말인데, 어쨌든 치료비는 다 회사에서 부담하고 쉬는 동안에도 일당을 줘. 그러니까 그걸로 양해해 줬으면 좋겠는데, 어때?” (174쪽)


  아침저녁으로 원전으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고 합니다. 이들은 자가용이나 버스나 오토바이로 출퇴근을 하니, 원전을 돌리려고 수많은 사람이 ‘기름을 태워서’ 출퇴근을 하는 셈이라고 해요. ‘기름을 태워서 전기를 얻으며 기계와 설비를 돌리’는 얼거리라고 해요.

  일본이나 한국 모두 원전은 ‘깨끗하면서 돈이 적게 들고 공해가 없는’ 전기를 얻도록 한다고 홍보를 합니다. 곰곰이 생각할 노릇입니다. 무엇이 깨끗할까요. 방사능에 더러워진 일옷이나 장비를 엄청난 화학세제로 빨아서 입히고, 이 화학세제가 잔뜩 섞인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는 원전 설비가 깨끗할는지요. 날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자동차를 몰고서 원전을 오가는 얼거리가 돈이 적게 들거나 공해가 없는 발전 설비가 될 만한지요. 피폭 하청 청소 노동자가 긁어내거나 닦아낸 방사능 폐기물이나 쓰레기는 어디로 가고 어떻게 될는지요.

  무엇보다도 정규직하고 하청을 갈라서, 피폭량이 거의 없는 정규직하고 다르게 피폭량이 엄청난 하청 노동자 인권·생존권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는지요.


쓰루가원전 입장 시 ‘순계수’는 242였다. 그럼 불과 한 달도 되지 않는 사이에 682카운트나 되는 방사성물질을 몸속으로 섭취한 셈이다. (267쪽)

중앙제어실에서 계기류를 감시하고 스위치를 누르는 전력회사 직원은 그 중의 극히 일부며, 인원수도 노동양도 하청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결국 원전은 하청노동자라는 존재가 있어야 비로소 원전으로 가동할 수가 있다. 다시 말해 현장의 최전선으로 몰려 방사능투성이가 돼서 일하는 것을 강요당하는 노동자들을 외면하고는 원전을 말할 수 없다. (271쪽)


  1978∼79년에 ‘간사이전력 미하마 핵발전소’와 ‘도쿄전력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일본원자력발전 쓰루가 핵발전소’에서 일한 일본사람은 지치고 다치며 괴로운 몸을 더 버티지 못하고 일고여덟 달 만에 피폭 하청 노동자 노릇을 그만둡니다. 이러고서 이때 겪은 일을 갈무리해서 책으로 엮습니다. 글쓴이는 일고여덟 달을 일했을 뿐이지만, 이곳에서 열 해나 스무 해를 일한 피폭 하청 노동자가 매우 많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원자력발전소 피폭 하청 노동자로 일한 사람 숫자는 수십만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폭 하청 노동자로 일했을까요? 이러한 통계나 자료는 있을까요? ‘정검·계획예방정비’를 할 때뿐 아니라 여느 때에 발전소 시설을 살피거나 건사하며 피폭자가 되는 노동자한테 이 나라는 무엇을 해 주었을까요?

  원자력발전소는 처음 지을 적부터 돈이나 품이 어마어마하게 들 뿐 아니라, 이 발전소를 돌릴 적에도 돈이나 품이 어마어마하게 들고, 목숨이 다한 뒤에 방사능을 줄이는 데에도 돈이나 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요. 더욱이 한 번 발전소가 선 마을은 다시 깨끗하거나 아름다운 고장으로 되자면 얼마나 긴 나날이 걸려야 할는지 알 수조차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맞은 방사선량조차 들을 수 없으며, 다시 말해 그런 피폭데이터들을 모두 원전 추진세력들만 손에 쥐고 있는 셈입니다. (283쪽)

핵발전소에서 일한 이들 중 몇 사람은 그곳에서 일했다는 것 때문에 죽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러한 노동이 필요한 사회를 만든 것은 우리 책임이다. 그런데 핵산업만 없애면 되는가? 차별구조가 계속되는 한 다른 산업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305쪽)


  새롭게 대통령 자리에 서서 나라를 이끌 분은 원자력발전소(또는 핵발전소)를 어떻게 하려는지 궁금합니다. 오늘 바로 이 원전을 모두 멈출 만한 슬기와 생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원자력발전소에 들이붓는 어마어마한 돈을 이제 멈추고, 이 어마어마한 돈을 집집마다 ‘깨끗한 자가발전’을 할 수 있는 길로 돌릴 만한 슬기와 생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제는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도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이 적게 사는 외딴 시골에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정책은 하루 빨리 멈추어야 합니다. 원자력발전소가 깨끗하거나 안전하다면 서울이나 부산 시내 한복판에 세워야 할 노릇입니다. 이 발전소가 안 깨끗하고 안 안전하기에 사람이 아주 적게 사는 외딴 시골에 지어요. 더욱이 바다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버리는지 종잡을 수 없습니다. 《원전 집시》라는 책에서 ‘도쿄전력’ 직원 입을 빌려서 밝히기도 하는데 ‘눈에 안 보이는 연기’로 내보내는 방사능도 있다(85쪽)고 해요.


지금까지 일련의 열교 작업 경험을 통해 나는 몇 가지 의문을 갖게 됐다. 그 중 하나가 ‘원전 설계엔 정기점검(청소) 작업이 고려되었는가?’라는 것이다. (63쪽)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전이라고 하지만, 과연 원전 자체를 움직이는 데 에너지를 얼마나 소비해야 할까.’ (200쪽)


  외딴 시골에 커다랗게 발전소를 짓기에, 도시까지 무시무시한 송전탑을 수없이 때려박습니다. 고장마다 전기를 자급하도록 하는 정책이 서지 않으니, 집집마다 깨끗하고 안전한 전기를 쓰도록 하는 정책을 세우지 않으니, 전기는 마치 권력처럼 됩니다. 대형발전소는 송전탑으로 이어지고, 대형발전소와 송전탑은 ‘발전소 설계수명’을 마치면 모두 ‘시멘트 쓰레기 + 방사능 쓰레기’가 됩니다.

  발전소를 짓고, 발전소를 돌리고, 발전소를 청소하고, 송전탑을 짓고, 발전소 터와 송전탑 터를 강제수용하며 마을사람을 괴롭히고, 나중에는 엄청난 쓰레기가 생기고, 이러면서 돈은 돈대로 엄청나게 쓰는 이러한 전기(에너지) 정책은 나라살림에 하나도 이바지를 못 하리라 느낍니다. 발전소 일자리라든지 피폭 하청 청소 노동자 일자리는 안 마련해도 됩니다. 일자리를 늘리려 하지 말고, 깨끗하고 안전하며 넉넉한 살림이 피어나는 마을살림을 이루도록 마음을 쏟아야지 싶습니다.

  더욱이 피폭 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바꾸어 준다 한들 말썽거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원전에서 뽑아내는 전기에 기대지 않는 정책을 하루 빨리 세워야지 싶어요. 피폭자를 끝없이 쏟아내는 우악스러운 ‘일자리 얼거리’도 하루 빨리 끝내야지 싶습니다. ‘탄핵 다음에 탈핵’이라고 외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정권교체 다음에 자급자족’을 생각할 수 있기를 빌어요. 2017.5.1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책 읽기)

* 책에 실린 사진하고 그림을 '무명인' 출판사에 말씀을 여쭈어서 얻어
  이 자리에 고맙게 함께 싣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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