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의 바람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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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전문기관 추천도서 > 세종도서 우수교양도서 > 2016년 선정
작가정보
저자 강봉구는 원고 뭉치와 책 냄새에 묻혀 밥벌이를 하고 있다. 아직 망하지 않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출판인.
저자 신현수는 인천에서 교육·시민 운동과 관련해서 온갖 일을 맡아 했고, 지금도 그 울타리에서 벗들을 만나는 부평여고 국어 교사.
작가의 말
열다섯 스승들의 글을 내보입니다.
왕성하게 집필 활동 중인 작가 선생님도 있고 젊은 날 문청의 기억을 벽장 속에 잠갔다가 기지개 켜고 나온 늦깎이 선생님도 등장합니다. 존경받던 스승이나 명망가의 사연도 있지만 대부분 그냥 피붙이, 정붙이의 장삼이사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그러니까 빛나는 담론보다는 소소한 일상들을 진하게 그려 주는 풍경들이지요. ‘쇠똥구리가 굴리는 구슬 똥과 용이 물고 날아다니는 여의주의 무게’를 대등하게 가늠하던 연암 박지원의 문장이 떠오릅니다.
책의 주제는 ‘선생님의 친구’로 정했습니다. 참교육의 길을 열어 주신 스승과 제자들, 가족과 옛 친구 그리고 먼저 하늘로 떠난 망자나 반려견, 고향 산천과 아스라한 유년의 스크린까지 망라하였습니다.
6개월 남짓 편집에 매달리다가 손바닥 냄새에 취하기도 했답니다. 오래된 풍경들이 새로운 표정으로 어깨를 감싸 안았고 초면의 등장인물들이 가까운 벗처럼 옆구리를 찔렀습니다. 액자 속 누이가 민들레 홀씨 터뜨려서 행복했던 날, ‘날줄 씨줄 인생’이란 관용구가 문득 구체성의 문장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들의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푹신 잠들다 보니 부은 발등들이 뽀송뽀송 나았답니다.
먼저, 30여 년 교단 생활을 마감하고 새내기 사회인으로 입문한 김수열 선생님의 글과 마지막 학급 문집 『공부하기 싫은 날』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숙독되길 기대합니다. 동시에 신현수 선생님이 되살려 준 故장재인 선생님이나 한상준 선생님의 故박배엽 시인 들을 떠올리면서 잊었던 망자들이 ‘마른 잎 다시 살아나’라는 악보로 다시 살아났음도 고백합니다. 그들 모두 70∼80년대의 최루탄 시국을 헤치고 해직의 질곡을 거치며 교단을 지켰던 초로의 스승들입니다.
장년의 최영미, 권혁소 선생님이나 중년의 고병찬 선생님 역시 긴 세월 참교육과 민족 문학의 도정을 짊어지셨던 스승들입니다. 최 선생님은 삶의 벗으로 함께 가는 수십 년 전의 옛 제자를 활자로 불러내셨고, 권 선생님은 텃밭에서 만난 윤병렬·이정희 부부를, 고 선생님은 롤모델 상진이 형을 그리기 위해 유년의 풍경들을 삘기 뽑듯 그려 내셨습니다. 강원도 골짜기나 충청도 비탈길에도 한결같이 눈보라 헤치던 유년의 저력들이 싸 -하게 스며들었습니다. 또 있습니다. 착한 악동 수성이와 개똥수박을 합체시킨 차정선 선생님의 천태리 분교에서도 제자들의 순정이 도깨비풀처럼 떨어지질 않습니다.
정지영 선생님의 할머니 사연은 ‘여자의 일생’ 순애보처럼 진한 전형입니다. 유년 시절부터 청년 시절 그리고 교직 이후의 동행들을 ‘눈물겹다’는 표현으로 정리하는 게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강영진 선생님은 반세기의 시대적 배경으로 ‘어머니 → 여동생 → 딸’을 3대에 걸쳐 그려 냈으니 독자들은 필자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감동으로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절망의 벽에서 평생지기 친구를 숙명처럼 만난 최영신 선생님, 갑작스런 장애를 입은 동생과의 어깨동무를 담은 박명순 선생님의 사연 역시 응달 속에서 피어나는 새순처럼 감동스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미루나무처럼 쭉쭉 뻗은 청춘이 되었을 이수언 선생님의 제자 민철이도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입니다. 특히 박선희 선생님은 10여 년 간 함께 산 반려견 ‘마루’를 동행의 등장인물로 선보여서 소재의 폭을 넓혀 주셨습니다.
그래요.
잡은 밧줄이 손바닥 사이로 빠져나가는 걸 빤히 바라보며 어, 어, 놓치기도 했고 때로는 산산조각 깨어진 스크린을 하염없이 보듬으며 숨을 불어넣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더러는 아주 우연히 만난 밧줄을 쥐며 평생을 품기도 하고 느닷없이 등허리 뒤로 터지는 수맥 같은 동반자를
만나 아, 하며 안도했음도 밝힙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은 칠판을 통해서 글을 소통하는 울타리 식구들입니다. 그 밧줄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들이 높은 산을 기어가게 하고 거친 물살을 헤엄치게 합니다. 그리고 수십 성상 강단에 설 때와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했음을 부끄럽게 고백합니다. 초록빛 보자기 너머로 밤꽃 냄새 물씬 풍기는 초여름입니다.
2016년 6월 신새벽
목차
- 김수열 시인이 되지 못한 아이들
한상준 벗과 함께 오늘도 길을 걷습니다
이수언 민철이의 양말
차정선 나의 개똥수박들
신현수 재인아, 이제 우리도 만날 준비를 해야지
최영신 수국 한 송이의 미소
강영진 나를 걷게 하는 것들
정지영 잃어버린 소문을 찾습니다
박명순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박선희 따뜻하고 축축한 혓바닥
고병찬 착한 기억들, 내 고향 목골
강병철 소설가 이문구를 만나지 못한 사연
강봉구 한 발짝 뒤에서 함께 걷는 길은
최영미 모든 서영이들아 고맙다, 사랑한다
권혁소 촌놈이 어디 가겠는가
추천사
-
누군가를 일생의 소중한 길벗으로 품는 마음의 바탕이 없다면 그는 참 가난한 사람일 것이다. 그가 누군가의 아름다운 친구가 아니라면, 그는 누군가의 좋은 선생님도 아닐 것이다. 열다섯 분 선생님들의 기쁨이며 회한인, 눈물이면서 보석인 ‘친구’의 이야기가 한 줄기 청량한 산바람 같다. 저 사람으로 하여 내가 산 하나를 넘었다, 한 존재가 나를 이만큼 확장시켰다는 자각, 교사에게 그것만큼 큰 재산이 어디 있을까? 그 경험이 삶의 모든 장면으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힘을 갖게 할 것이고 선생님의 힘을 가장 많이 자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사람은 바로 학생들일 것이다.
곁에서 함께 걷는 벗들을 새삼 돌아본다. 티격태격 밉기도 하고 꽁하고 토라지기도 하고, 그 시간이 다정히 어깨를 걸었던 시간과 다르지 않다는 걸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는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으로, 친구의 발 앞에 놓이는 징검돌로 살아가자. 여전히 싸우기도 하면서, 미워도 하면서, 그러나 그것이 사랑이라는 걸 기억하면서.
출판사 서평
당신 곁에는 지금 ‘친구’가 있습니까?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바람처럼 내 등을 밀어주는,
열다섯 선생님들이 첫수업에 들려주고 싶은 ‘친구’ 이야기
공부, 공부, 공부…… 선생님도, 아이들도 어쩔 수 없이 ‘입시’라는 경쟁교육의 시스템 아래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못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정말 해 주고 싶은 이야기, 아이들이 선생님들께 정말 듣고 싶은 이야기는 ‘교과서’와 관련된 것 말고는 없는 것일까? 여전히 아이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교과서’를 잠시 접어두고 선생님들이 첫 수업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모아 내온 작은숲 출판사의 ‘대한민국 희망수업’ 그 세 번째 책 ‘대한민국 희망수업 3교시 난, 너의 바람이고 싶어’. 이 책의 주제는 ‘친구’이다. 열다섯 선생님들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 잊을 수 없는 ‘친구’ 이야기를 진솔하고 소박한 언어로 담아냈다.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것은 수많은 인연과 만남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와 감정의 교류들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만남들과의 동행 때문에 살아가는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열다섯 명의 선생님들이 현재 자신을 있게 한 동행들에 관한 이야기를 자신의 지난날과 현재를 돌아보며 쓴 글들을 엮은 것이다. 삶의 동반자로서 참교육의 길을 열어 주신 스승과 제자들에 관한 이야기, 또 가족과 옛 친구들 그리고 먼저 하늘로 떠난 망자나 반려견, 고향 산천과 아스라한 유년의 추억들을 만남이라는 주제로 한데 모아냈다.
출판사 리뷰
열다섯 스승들의 ‘친구’ 이야기는 우리 시대 ‘친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젊은 시절 자신의 절친한 벗이었지만 안타까운 삶 속에서 불행하게도 삶을 마감한 친구의 이야기에서부터 장애가 있는 동생, 할머니, 이웃주민, 제자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심지어는 애완견 이야기까지 다양한 친구의 이야기가 이 책에는 등장한다. 도반, 동행, 동반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도 좋을 열다섯 친구 이야기의 공통점은 그들은 필자들의 삶에 있어서 ‘바람’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힘들고 지쳐 쓰러져 있을 때 불어오는 바람, 험한 산길에 발걸음 하나를 떼기 힘들 때 살며시 내 등을 밀어주는 바람 같은 존재가 친구다. 늘 나를 걷게 하는 사람, 늘 나를 돌아보게 하는 사람, 그래서 나의 ‘바람’(바라다)이 되었던 사람. 그가 지금 내 곁에 있는 짝꿍이 아니라 동생이거나 형이거나, 선생님이거나 제자이거나, 고양이어거나 강아지이거나, 할아버지이거나 할머니이거나, 친구이거나 선배이거나, 여자친구이거나 아내이거나, 그 무엇이라도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이자 나를 늘 살아 있게 하는 것.
그런 친구, 바람 같은 동행이 당신에게는 있는가? 아니 나에게는 그런 친구가 있는가? 나는 그에게 그런 친구인가?
기본정보
ISBN | 9788997581153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7월 18일 |
쪽수 | 280쪽 |
크기 |
140 * 210
* 20
mm
/ 36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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